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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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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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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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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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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크우드

DUMMY

「챙-」


동환이 대궁으로 건한의 쏘드를 간신히 비껴 쳐냈다.

그 바람에 거적때기 같은 가방이 부욱 찢어지며 안에 있던 스톤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갖가지 색의 스톤들과 마나스가 바닥에 뒹굴렀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동환이 재빨리 건한에게 활을 겨누며 소리질렀다.


“봤지? 이 사람 디지게 수상해.”

“일단 두 분 다 진정하세요.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해요! 사장니임-!”

“여기 있는 흔적들, 당신 짓이지?”


건한이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 혼자서 이 많은 헌터들을 상대했다고? 그건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만.”

“하하, 이 많은 헌터들? 이 흔적만으로 헌터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그쪽은 알 수 있나 봐? 이건 뭐 거의 본인이 저질렀다고 실토하는 수준이네.”

“그렇게 몰아가지 마십시오···! 여기 흩어져 있는 무기들만 봐도 어느 계열의 헌터 몇 명이 있었는지 충분히 유추 가능한 거 아닙니까? 우선 우리 흥분을 가라앉힙시다.”


동환이 건한을 겨누던 활을 내리며 말했다.


“웃기지 마. 방심을 유발하고서 우리도 이 꼴로 만들려는 개수작 아니야!”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보아하니 여기 여성분께서 방진계 헌터 같으신데 방진으로 제 활을 잠궈 주십시오. 가능하신 일이겠죠? 아 어떻게 알았냐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들을 보기 전 이 스테이지 전체를 덮은 방진이 제가 있는 곳까지 새겨져 있었거든요. 맞죠? 여성분. 전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헌터님.”

“네 맞아요.”


세나가 건한을 보며 대답했다.


“그냥 서로 갈 길 가죠. 그럼. 세나야 가자.”


건한이 쏘드를 내리며 말했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건한과 그 뒤를 총총총 뛰어가는 세나.


“잠, 잠깐만요! ···저도 같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 길을 잃었습니다.”



* * *



건한과 세나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들보다 두 걸음 앞, 동환이 앞장서서 걷고 있다.

동환의 몸에 감긴 노란색 그물, 세나의 방진이다.


“근데 정말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건 좀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제가 죄인도 아니고.”

“거참 컴플레인 많으시네. 집에 가고 싶으시면 협조 좀 해주세요, 예?”


사실 출구의 위치를 모르는 것은 건한과 세나도 마찬가지였다.

건한은 세나가 말해준 섹션2에 대한 묘사와 설명, 위치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만으로 섹션2 버려진 사원 스테이지에 포털의 틈을 벌릴 수 있었다.

세나 역시 그동안 수집한 다량의 정보로만 섹션2를 접해 봤을 뿐 실질적으로 스테이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돌아갈 방법은 있지. 간단하잖아. 다시 포털을 열면 돼.”


동환이 들리지 않도록 건한이 세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근데 저 아저씨가 문제인 거죠.”


세나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냥 버리자니까. 왜 달고 다니려고 그래.”

“크흠. 다 들립니다. 저 분명히 말했어요. 여기 무섭다고. 저 이대로 두고 그냥 갈 생각이면 당신들은 정말이지 천벌을 받을 수도 있어요. 제가 지금 경고를 두 분께 드리는 거예요. ···살려주세요.”

“후. 그러니까 불만을 말하지 마세요. 지금 이 상태가 우리가 서로 가장 이해하고 배려하는 선이니까. 아시겠죠? 조금만 더 떠들면 그 입에도 방진을 그려 넣어드려요. 우리 여기 타투이스트님께서.”


동환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끼기긱.」


이블 몇 마리가 나무 위에서 건한 일행을 보고 소리를 질러댔다.

일행이 점차 깊고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빙결, 콜드체인.」


건한의 쏘드가 수면에 닿자 늪지가 모두 얼어붙었다.

놀란 잉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가 급속 냉동된 수면의 얼음 위로 떨어지며 펄덕거렸다.


“와, 기술 정말 멋있습니다.”


건한이 말없이 동환을 쳐다보자 동환이 말을 삼키며 입을 실룩댔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의 동행이 이어졌다.

1시간쯤 지났을까, 말없이 앞서 걷던 동환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우리 조금만 쉽시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요. 누가 우릴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우리 여기서 조금만 쉬면서 정비합시다.”

“좋아요. 동환님의 첫 번째 말에는 동의, 뒤에 말에는 비동의. 누구라도 좀 나왔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지루한 스테이지일 줄이야. 콘텐츠 뽑을 게 하나도 없네.”


세나가 잘린 나무 밑둥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뭐. 오케이. 다수결에 따를게요.”


건한이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주저앉으며 대답했다.

온몸에 그물이 그려진 동환이 그냥 앉기에 불편한지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다가 통나무가 넘어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쉴 때만이라도! 쉴 때만이라도 이것 좀 어떻게 안 될까요? 콘텐츠 아가씨?”

“입에 마저 그려 넣을까요? 싸장니임-?”

“어 그래. 그게 낫겠다.”


「두들」


“읍! 읍읍!”

“이래도 시끄럽네. 세나야 저 소리 안 멈추면 콧구멍에도 그림을 그려 넣어보자. 숨쉬기 힘들겠다.”

“네. 그래요.”


동환이 크게 한 번 숨을 내뱉고는 건한과 세나에게 등 돌린 채 옆으로 돌아누웠다.


“사장님 우리 위치가 아마 이쯤 같아요. 이 섹션2 공략 영상 보면 이쪽으로 해서 쭉 길이 이어지게 돼 있는데 저기 앞에 보면 길이 막혔단 말이죠.”

“그러게, 근데 이 공략 영상 올린 사람도 보스몹은 영접도 못해 본 거지?”

“그렇죠. 영상을 올린 거 보니까 살아서 돌아가긴 한 거 같은데. 보스는 못 봤다고 했어요.”

“후.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 뭘 나타나야 잡든가 말든가 하지.”


건한과 세나가 핸드폰에 몰두하며 계획을 짜는데,


“읍. 읍읍.”


누워있던 동환이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벌떡 일어나며 끙끙댔다.

건한이 동환을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쏘드로 동환을 툭 밀쳐 넘어뜨렸다.


“그러면 보스몹에 대한 정보도 전무하다 이거지?”

“네. 그렇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오히려 좋아. 내가 잡고 도감에 박아버리면 간지 작살 나겠다. 흐히. ···근데 아까보다 좀 어두워지지 않았어?”

“음··· 그러네요? 뭐지?”


건한과 세나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짙은 녹음이 하늘을 가려 대낮인데도 어두운 저녁 같다.

건한의 눈에 동환이 눈에 띄었다.

몸을 꿈틀꿈틀 대며 발버둥을 치는 동환.


“세나야, 이분 왜 이러냐? 방진에 알러지 같은 것도 있어?”

“어··· 어, 그게 사장님? 저 위를 한 번 보시겠어요?”

“왜 뭔데?”


건한이 하늘을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면 무성한 나뭇잎 빽빽하게 드리워진 출구 없는 천장이었다.


“여기 식생 뭐야. 성장 속도 왜 이래? 분명히 아까는 하늘이 보였었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사장님?”


- 쩌어어억


“꺅!”


세나가 앉아 있던 나무 둥치가 두 갈래로 쪼개지더니 불쑥 땅에서 솟아올랐다.

그 바람에 세나가 두 갈래 나무 사이에 끼어 속수무책으로 하늘 높이 딸려 올라갔다.


「육절肉切」


- 댕-겅-!


건한이 휘두른 쏘드에 솟아오른 나무 허리가 잘리며 세나가 땅으로 떨어졌다.


「라인워크-!」


세나가 해먹처럼 형성된 방진에 안전하게 떨어졌다.


“사장님! 이거 전부 다 몬스터들이에요! ‘다크우드’ 나무형 B급 몬스터!”


건한이 베어낸 나무에서 다시 싹이 오르며 금세 굵은 나무줄기로 변해 끊임없이 공간을 채워나갔다.

건한 일행 주변으로 나뭇가지와 풀 따위가 조여오고 있었다.


“이까짓 풀때기 하나도 겁 안나! 나는 S급 청룡도 베어낸 헌터님이시라고! 「정육기술 발골拔骨」”


-후우우웅


대기를 가르는 쏘드의 충격 파동이 건한 주변을 둘러싼 다크우드들에게 가닿자 순식간에 굵은 줄기들이 갈라지며 잠시나마 바깥 평원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나마.

다크우드의 생명력은 매우 강했다.

병사들이 대오를 재정비하듯 다크우드들은 금세 몸통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줄기들을 뽑아낸 뒤 무성한 이파리를 생성하며 다시 바깥의 시야를 까맣게 가리고 말았다.


“뭐야 이거. 「정육기술 골절骨折」, 「연육臠肉」, 흐읍-! 「육절肉切」”


건한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건한의 필살기가 다크우드들에게 적중할 때마다 다크우드들은 뿌리째 잘려나갈 정도로 손상되고 망가졌다.

그러나 다크우드의 위력 역시 막강했다.

건한의 연속되는 공격에 무참하게 꺾이고 뽑혔지만 다크우드의 끈질긴 생명력은 결코 꺾이지 않고 다시금 살아났다.


“사장님 그만! 공격할수록 점점 더 자라나고 있어···. 「라인워크 블랙 앤 그레이.」”


세나의 방진이 나무줄기처럼 촘촘히 그려지며 건한 일행 주변으로 침범하는 다크우드의 생장을 멈추었다.


“솔직히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헉. 헉. 끝이 없잖아. 헉. B급 주제에.”

“떼로 덤비니, 이러다가 질식해서 죽겠어요.”

“으읍-!”

“아! 동환씨!”


세나가 동환의 몸에 손을 대자 방진이 모두 풀렸다.


“헉. 헉. 아오! 답답해! 이건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예. 미안합니다. 세나야 우리가 좀 너무하긴 했지?”

“네. 좀 그런 거 같기도.”

“지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예? 이렇게 포박을 해두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말 안 되죠. 지금 이 상황 자체도 말이 안 되고. 또 뭐··· 많죠. 많기야 말 안되는 것들이.”

“말장난 하지 마세요!”

“사장님 그림 곧 깨질 거 같아요.”


세나가 펜으로 방진에 그림을 덧그리며 말했다.


“저기 우선 얘기는 나중에 하고 해결 방법을 같이 찾아봐야 할 거 같네요.”


건한이 계속 쏘드를 휘두르며 말했다.

건한이 휘두르는 대로 줄기와 잎사귀들 뿌리까지 잘려나가지만, 그러나 잘리는 속도보다 더 빠른 생장 속도로 점차 일행의 바로 앞까지 포위해오는 다크 우드의 부속물들.


“후. 네 좋아요. 우선, 놈들의 숨구멍을 노려야 합니다.”


동환이 돌아서서 건한과 세나의 등에 같이 등을 맞대며 말했다.


“아 징글징글한 놈들. 헉. 헉.”


다크우드의 얇은 줄기 하나가 건한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정육기술 「육절肉切」!”


건한의 큰 공격에 코앞까지 자랐던 줄기들이 우수수 잘려나갔지만, 다시 촘촘하게 자라나며 금세 원래 있던 공간까지 잠식해 들어왔다.


“괜히 힘 빼지 마십시오. 소용 없어요. 몬스터들은 상성으로 가야 합니다. 사장님. 이 녀석들의 숨구멍. 그곳에 뜨끈한 한 방 붐! 그런 게 필요하죠.”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은 건데요! 그림이 더 이상은 못 버텨요. 한계예요!”


세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동환이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한 발 발사했다.

다크우드의 두꺼운 몸통, 깊은 옹이로 날아가 박히는 화살.

순간 다크우드의 이파리가 푸드득 떨리며 다른 줄기들로 옹이를 둘러싸 보호했다.


“바로 저곳. 저곳을 공략해야 합니다. 사장님.”

“진작 좀 말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정육기술 「발골拔骨」”

"아니 입을 틀어막아 놓고서는···."


건한의 쏘드가 다크우드의 줄기들을 부수며 옹이에 꽂혔다.

옹이 속으로 보라색의 빛무리들이 뿜어져 나왔다.


- 스으으을


급소를 공격당한 다크우드가 줄기를 뻗어 건한을 공격하려는가 싶더니 이내 순식간에 시들어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그 바람에 바깥으로의 공간이 생겼고 일행을 둘러싼 다른 다크우드들이 그 공간을 메우려 했지만 건한 일행이 신속하게 줄기 사이를 빠져 나왔다.


「이지스 애로우 Aegis Arrow」


다크우드와의 거리가 꽤 멀리 떨어졌을 때 동환이 수십 발의 화살을 다크우드들에게 쏟아부었다.

수십 개의 화살이 사방으로 퍼지며 다크우드들의 줄기와 뿌리 등에 박혔지만 다크우드들은 별 타격 없이 생장에 박차를 가하며 다시 한 번 건한의 일행에게 손길을 뻗어오고 있었다.


“솔직히 저는 원거리 딜러 최적화 헌터는 궁수계가 아닌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번Burn」”


동환의 말과 함께 다크우드의 몸통 곳곳에서 연기가 나고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다.


“또, 몬스터 공략은 상성이 중요하죠.”


동환이 건한과 세나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동환의 등 뒤로 다크우드들의 줄기와 이파리가 활활 타올랐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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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초록색 호박 23.05.28 32 1 11쪽
» 다크우드 23.05.27 30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5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1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4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43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8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7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7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6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5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9 5 11쪽
5 위성규 23.05.16 130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3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3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6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8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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