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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26
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작성
23.05.16 07:26
조회
129
추천
5
글자
12쪽

위성규

DUMMY

「쏴아아아」


“흐어억! 헉! 헉!”


물이 건한의 목 아래까지 내려왔을 때 건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속에 산소를 공급했다.


「끼익. 끽.」


바닥을 드러낸 하수도에서 노란 프레리독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레리독을 본 뱀이 혀를 낼름거리고 세워진 몸을 양옆으로 흔들며 관심을 보였다.


「끼이익 끽.」


반대편에서도 프레리독의 소리가 들렸는데 숫자가 족히 수백 마리는 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숫자가 점차 많아졌고 결국에는 뱀 주변으로 노란 프레리독 수천 마리가 모여 들었다.


「끽. 끽」


뱀도 대상이 너무나 많아져 당황했는지 고개를 여기저기 흔들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후. 됐어. 시간은 충분히 벌었다.”


「우웅. 우웅.」


뱀의 똬리에 꽁꽁 묶여있던 건한이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쏘드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하아악!」


뱀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건한의 머리를 공격했다.


「썰컹」


건한의 단 일합으로 뱀의 모가지가 잘려나갔다.

그와 동시에 건한을 꽁꽁 묶고 있던 뱀의 몸뚱이에 힘이 빠지며 건한이 뱀의 아귀에서 벗어났다.


「끼이익. 끼이익. 끽.」


건한이 주변을 돌아보니 하수도 내부에 노란색 프레리독의 물결이 넘실댔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그중 건한이 처음 봤던 프레리독이 건한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뭐야 쥐새끼 너가 대장이냐?”


건한이 쏘드를 등 뒤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끼익 끽」


대장 프레리독이 다른 프레리독들에게 소리를 내자 저 멀리 하수구 끝에서 무언가 노란 물결이 넘실대더니 새끼 프레리독 한 마리가 건한 앞에 무언가를 던져 놓았다.


“이게 뭐야?”


건한이 집어 보니 엄지손톱 크기의 노랗고 동그란 호박이었다.


“나한테 주는 거냐? 저 뱀 잡아줬다고? 쪼꼬만 쥐새끼들이 은혜는 아는 구나. 근데 이걸 어디다 쓰냐? 되게 허접해 보이는 짭 같은데.”


「끼익 끽.」


“어쭈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크크큭 자꾸 보니까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너 내 애완동물이 돼라.”


대장 프레리독이 품에서 새끼 프레리독이 물어다 준 것과 비슷한 호박을 꺼내 보였다.

그리고 호박을 하수도 바닥에 몇 번 비볐더니 바닥에 구멍이 생겨났다.

주변에 있던 다른 프레리독 몇 마리가 바닥에 생겨난 구멍으로 모여 손으로 몇 번 파니 구멍의 크기가 순식간에 커졌다.


“이··· 이게 뭐야···?”


건한이 구멍에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 봤다.

누군가가 건한을 위로 올려다 봤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 꺄아아악-!


긴 머리가 젖은 여자가 깜짝 놀라며 흰 가운으로 서둘러 몸을 가렸다.

건한이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끼익 끽 끽」


그 모습을 본 프레리독들이 비웃기라도 하듯 소리를 냈는데 이 소리가 파도를 타듯 저 멀리 하수도 입구에 있는 프레리독들의 소리도 시간차를 두고 하수도에 울려 퍼졌다.

건한이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아래를 보려고 하는데 구멍은 사라지고 없었다.

건한이 두 손가락으로 노란 호박을 들어 자세히 살폈다.

생각해보니 지상에서 대장 프레리독을 잡으려고 할 때 대장 프레리독은 신출귀몰하게도 이 구멍 저 구멍으로 도망 다녀 도무지 잡을 래야 잡을 수가 없었다.


“이게 공간을 열어준다?”


건한이 호박을 하수도 벽면에 갖다 댔다.

놀랍게도 호박이 닿은 벽면에 그 호박 크기만큼의 구멍이 생겼다.

건한이 벽면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벌리자 힘을 주는 만큼 구멍이 생겨났다.

농구공 만한 구멍이 생기자 건한이 머리를 안으로 집어넣어 안을 살폈다.

이때 건한은 하마터면 구멍 밖(정확히 말하면 구멍 안이지만)으로 빨려 나갈 뻔했다.

건한이 살펴본 구멍 안은 수 천 미터 위 상공, 즉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의 창문 밖이었던 것이었다.


“흐억! 허업!”


건한이 내밀었던 얼굴을 간신히 원래 있던 하수도로 회수했다.


“헉, 헉 이거 뭐야”


「끽. 끼익.」


프레리독들이 거대 뱀의 사체를 작게 조각내 각자 한 덩이씩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대장 프레리독을 필두로 수 천마리의 프레리독이 공간이 없을 것 같던 벽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내 그 많던 프레리독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건한이 프레리독이 사라진 벽을 자세히 살폈는데 구멍이나 틈 따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고개를 내밀었던 벽면을 봐도 농구공 만한 구멍은 원래의 투둘투둘한 벽면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케이··· 이게 포털을 열어준다 이거지?”


건한이 심호흡을 하고 다시 벽면에 호박을 갖다 댔다.

역시 작은 블랙홀 같은 공간이 생기고, 건한이 그 틈을 벌리고 안을 살폈다.

건한에게 낯익은 광경··· 건한이 어릴 때 살던 주택집이었다.


“헉!”


건한 놀라며 고개를 빼고 잠자코 잠시 기다렸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건한이 다시 호박을 갖다 댔다.

다시 틈이 열리고··· 이번엔 시내의 어느 빵집이 보이고 빵집 유리창 밖으로 한쪽으로 다급하게 뛰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웅. 우웅.」


쏘드가 재촉하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후··· 오케이.”


건한이 야무지게 틈을 더 벌리고 호박을 주머니에 넣는데 쏘드와 호박 둘이 같은 박자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노란빛과 보랏빛이 어두운 지하수도 안에서 서로의 존재감을 밝혔다.


「우웅. 우웅.」


건한이 주머니에서 다시 호박을 꺼내 쏘드 옆에 대고 같이 보는데

그 순간, 호박이 강한 자성에 의해 ‘딱’ 하고 쏘드의 크로스가드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크로스가드에 공간의 틈이 생기듯 구멍이 생기더니 호박이 그대로 크로스가드 가운데에 자리 잡아 박혀버렸다.


「우웅. 우웅.」


“오. 뭐 장식으로 나쁘지 않은데? 그래 너같이 근사한 쏘드에 보석 장식 정도는 있어야지. 이제 가보자.”


건한이 벌려놓은 틈으로 들어가려고 머리를 집어넣었다.


“아!”


벌어진 틈이 금세 사라져 건한이 투둘투둘한 벽면에 머리를 박고 몹시 아파했다.


“아오! 쓰읍. 가만있어봐 이거 어떻게 다시 열어야 하나.”


건한이 쏘드에 박힌 호박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건한은 호박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싶어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웅. 우웅.」


쏘드 역시 그랬다.


“그래. 한 번 해보지 뭐. 자아. 간다. 흐읍!”


건한이 벽면에 쏘드를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리고 깊게 생긴 틈을 손으로 벌렸다.

틈 안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건한이 틈을 벌리고 보니 어두운 밤하늘이 보였다.

고개를 좀 더 내밀고 밑을 바라보니 5m 아래쯤 빌딩의 옥상 정원이 보였다.

그리고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아까 말로 듣던 S급 드래곤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형 용으로 긴 목과 커다란 날개, 두꺼운 네 발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드래곤은 간혹 입에서 검은색의 액체를 뱉어댔다.


“어. 독성계 드래곤인가 보네. 내가 독낭을 따줄게 기다려 봐. 후웁. 후웁.”


건한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벽면 안으로 들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로 뛰어들었다.


“으어어~ 으악~!”


잎이 뾰족한 침엽수 사이에 쳐박힌 건한이 발버둥을 치며 바닥으로 내려왔다.


“아이고 아이고. 아니 좀 교양있게, 근사하게 입장 안 되냐? 부탁 좀 하자. 호박아.”


건한이 몸을 툭툭 털며 일어나 빌딩 난간으로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

3명의 헌터가 한참 레이드 사냥중이었다.

그러나 위성규는 보이지 않았다.


“탱커 하나, 딜러 하나, 힐러 하나? 위성규 이새끼는 어딨지?”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야 말로 S급 몬스터를 자신의 몬스터 도감 목록에 리스트업 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뿐만 아니라 드래곤의 다진 날개 고기라면 부르는 게 값일 터였다.

돈과 명예 둘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세상이 다시 날 인정해주겠지? 가보자!”


건한이 힘차게 비상구 문을 열었다.


「쿠우웅」


건한이 빌딩 아래로 내려왔을 때 묵직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드래곤이 날개 중간에 달린 크고 뾰족한 발톱으로 탱커계 전사 헌터를 내리찍었고 탱커는 그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힐러가 쉬지 않고 힐을 넣어주고 있었지만 탱커의 기력이 점차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에 반해 마법계 헌터의 딜을 받는 드래곤은 별다른 타격이 없는 듯 탱커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쉬지 않고 달려온 건한이 마침내 현장에 도달했다.


“제가 도와줄게요!”


건한이 등에서 쏘드를 꺼내는데, 자신과 헌터들 사이에 아스팔트 도로가 갈라졌다.


“꺼져 이 멍청아!”


마법계 헌터가 건한을 보고 외친 말이었다.


“아니 지금 딱 봐도 상황 안 좋구만, 내가 도와준다니까요?”

“너 따위 무경력자 도움 필요 없어. A급 사냥해봤어? 보기는 해봤냐? 괜히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져. 저 새끼들처럼.”


헌터가 고갯짓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빌딩 뒤, 차 뒤로 몇몇 헌터들이 고개만 내밀고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


“A급은 없어서 못 잡아봤고 A-급은 혼자서도 잡아봤는데요. 아니 근데 내가 이걸 뭐하러 설명해. 아니 세상 몬스터가 다 너네꺼냐?”

“야 너 정말 기본도 안 된 똥멍청이인거냐? 저기 위에 초록색 원, 안 보여? 이런 것까지 설명해 줘야 돼?”


혼신의 힘을 다해 힐을 넣고 있던 헌터가 일그러진 얼굴로 건한에게 외쳤다.

건한이 드래곤 머리 위를 바라보니 초록색의 원이 엔젤링처럼 드래곤 머리 위에 계속 따라다녔다.


‘아 맞다. 하도 급이 낮은 몬스터들만 상대하다 보니 사냥 전 헌터 지정 법칙을 잊고 있었다.’


헌터청에서는 몬스터가 출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 사냥에 기초가 되는 기본법을 공표했다.

그중 하나가 처음 몬스터를 발견한 헌터가 몬스터를 사냥하기 전, 다른 헌터들이 해당 몬스터를 가로채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 헌터 자신의 고유 지정색을 몬스터에게 입히는 조항이었다.

보통 사냥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라, 건한처럼 잔바리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헌터들은 굳이 번거로운 지정 작업 없이 사냥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거기에 익숙해진 건한이 이 조항을 깜빡 잊고 있던 것이었다.


“아··· 맞네. 어 미안. 근데 너네 좀 힘들지 않냐? 지금 상황?”

“너같은 템빨 조무래기들한테··· 크윽. 그런 소리 들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 그만 방해하고 저리 짜져 있어. 윽.”


힐러계 헌터가 간신히 호흡을 조절하며 말했다.


“아닌 거 같은데. 약한 거 같은데. 뭐 일단 법이란 게 있고 우리가 또 문화시민으로서 그걸 지켜나가야···”


건한이 마지못해 뒤돌아 몇 발자국 걷는데,


「쿠르르릉. 쾅.」


번쩍.


엄청난 폭발음에 건한이 깜짝 놀라 튕겨 나가듯 앞으로 고꾸라졌다.

도심 전체가 울릴 어마 무시한 굉음이었다.


“어우씨 깜짝이야!”


건한이 뒤돌아보니 드래곤이 까맣게 탄 채 굳어 있었고, 드래곤의 날개 발톱을 막아내고 있던 탱커계 헌터 역시 까맣게 탄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이 번개는···!’


건한의 예상은 정확했다.

위성규가 앞에서 느긋이 걸어오고 있었다.

납작 엎드려 있던 건한은 얼른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순간 왠지 모를 위성규의 커다란 위압감 어쩌면 공포와 같은 감정에 굴복한 건지도 모를 거라 생각했다.

위성규가 건한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드래곤 앞으로 걸어갔다.


“역시 하나같이 그저 그런 놈들뿐이네. 그래서···헌터로 벌어 먹고 살겠어?”


위성규가 탱커계 헌터에게 다가가 바람을 후 불었다.

까만 그을음이 재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


그 순간 건한은 보았다.

위성규 입가에 비웃음이 번지는 것을.


위성규가 입가를 옷소매로 가리고 목을 몇 번 가다듬더니 탱커계 헌터 칼날 위에 맞닿아 있는 드래곤의 발톱을 몇 번 흔들어 뽑아냈다.


“그리고 이건 A급이 아니고 A-급이야. 허접들아.”


위성규가 그대로 드래곤의 전리품을 챙겨 다시 건한을 지나쳐 왔던 길로 걸어갔다.

건한이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마법계 헌터 둘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힐러가 소생 마법을 써봤지만 탱커는 이미 죽은 뒤였다.

건물과 차 뒤에 숨어있던 헌터들 열댓 명도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불자 재가 휘날렸다.

건한은 차라리 재로 자신의 존재가 가리워지는 게 덜 쪽팔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저 새끼 뒷모습을 보지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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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국가헌터연구원(2) 23.05.30 27 1 12쪽
19 섹션2, 버려진 사원은 클로징 된다 23.05.29 26 1 12쪽
18 초록색 호박 23.05.28 32 1 11쪽
17 다크우드 23.05.27 29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5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1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4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42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8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7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7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6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4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8 5 11쪽
» 위성규 23.05.16 130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3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2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5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8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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