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88
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작성
23.05.28 17:51
조회
30
추천
1
글자
11쪽

초록색 호박

DUMMY

- 타닥 탁. 타다.


다크우드 숲에 넘실대던 화염이 진정되고 홍염의 들판은 까만 물감을 짜낸 듯 까맣게 그을린 채 한층 가라앉아 있었다.


“이거 보세요!”


타버린 다크우드들의 시체 사이에서 카메라를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던 세나가 초록의 들판에 앉아 있던 건한과 동환에게 소리쳤다.

세나의 손에 들린 무언가가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세나가 손에 든 반짝이는 물건을 들고 건한과 동환에게 뛰어 왔다.

얼굴이 깜장이 된 세나.


“이거 보시라구요! 고목나무의 수액이에요! 이게 아마 섭취한 사람의 정신 능력을 강화시켜 준다고 했나? 아니다. 각성할 확률을 높여 준다고 했나?”


세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건한이 고목나무의 수액을 낚아채려고 손을 뻗었다.


“어딜! 이건 우리 구독자분들에게 댓글 이벤트로 드리는 선물로 킵!”

“아니 왜 우리가 같이 사냥해서 받은 보상템을 너가 혼자 독차지하는 거야.”

“심지어 다크우드 사냥에 혁혁한 공을 세운 건 저라구요.”


건한의 말에 동환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죠. 파밍도 노력이 필요한 거라구요. 에헴. 억울들 하시면 저기 가서 더 찾아보세요. 아마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더 귀한 아이템들이···”


세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건한과 동환이 이미 온몸이 깜장이 되어 다크우드들의 잔해를 뒤적이고 있었다.


“잠깐만! 나도 같이 찾아요!”


세나가 고목나무의 수액을 가방에 넣으며 잿더미의 현장으로 뛰어갔다.



* * *



“찾았다!”


건한이 잿더미에서 검은 뿌리를 뽑아내며 외쳤다.


“세나야 이거 아까 너가 보여준 다크우드의 뿌리 맞지?”

“오 맞아요. 다크우드의 뿌리, 섭취한 자에게 짧은 시간 각성의 효과를 나타낸다. 맞아요. 도감에 적혀 있어요.”

“자양강장제 같은 건가? 뭐 좋아. 이거 재밌네? 이래서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몬스터를 잡는 구만. 나는 그동안 고기만 팔고 뭘 했던가. 하.”

“저는 암만 찾아도 이 이상의 아이템은 못 찾겠네요···.”


양손에 다크우드의 뿌리를 든 동환이 바닥에서 허리를 펴며 말했다.


“풉. 아니 일부러 칠해도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은데. 동환님 어차피 얼굴 구분도 안 되는데 영상으로 좀 담아도 되나요? 크크큭.”

“세나씨도 만만치 않거든요? 영상은 사양입니다.”

“자 그럼 우리 이제 뭘하지··· ?”

“뭘 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여기는 해가 순식간에 지거든요. 숲에 밤이 찾아오면 낮보다 더욱 위험한 곳이 될 겁니다. 대충 이 주변에서 야영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동환의 말대로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네 그게 좋겠습니다.”

“오예! 야박 콘텐츠! 좋아요!”



* * *



- 타닥. 탁.


장작에 몽글몽글 피어난 불이 숲의 밤공기를 은은하게 데우고 있었다.

건한과 세나가 장작의 군불 앞에 앉아 있다. 둘의 뒤로 동환이 누워 잠들어 있다.

숲에 어둠이 찾아오자 낮에는 들을 수 없었던 각종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야성이 깨어난 소리.


“조금 으스스 하네요. 라인을 좀 더 추가해야겠어. 「두들」”


건한 일행 주변으로 방진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거대한 거미줄과 같았다.


“아니 선생님 적당히 좀 하세요. 이거 무슨 표적 그려 놓은 것도 아니고 더 눈에 띄겠어.”

“이렇게 해도 지금 불안하단 말이에요. 콘텐츠 각 잡다가 몬스터들한테 봉변당하면 어떡해요. 으악! 「두들! 두들!」”


거대한 나방과 잠자리 등 곤충형 몬스터들이 세나에게 달려들자 세나가 모기장 치듯 방진을 마구잡이로 그려 넣는다.


“어 그렇긴 해. 나도 곤충들은 좀···”


건한이 방진에 쏘드를 대자 얇은 얼음 막이 형성되며 돔처럼 방진 전체를 덮었다.


“이제야 살겠네.”

“오 아늑하고 좋은데요?”

“···저 사람. 난 아직 잘 모르겠어.”


건한이 목소리를 낮추며 세나에게 말했다.


“엥? 이쯤 되면 확실해진 거 아니에요?”

“뭔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 같단 말이지.”

“숨길 게 뭐가 있어요. 이 징그러운 다크우드 때문에 죽을 위기에서도 같이 극복하고 그랬는데도요?”

“죽을 위기는 무슨. 그깟 장작더미들. 언제부터 이 스테이지에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난 저렇게 태연한 것도 마음에 안 들어.”

“결국 그거네요. 마음에 안 드는 거. 단지 그 뿐이네.”

“뭐 그건 인정. 근데 괜히 그러는 게 아니야. 이 느낌이란 게 있어. 넌 몰라 아직 어려서.”

“아이고 네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그러하다면 그런 거겠지요? 웃기시네.”

“하여간 난 그래. 난 그렇다고. 이제 그만 눈 좀 붙여. 나는 아무래도 밤을 새워야 할 거 같아. 저 자식이 뭔가 해꼬지라도 하면 어떡해. 그냥 우리 포털 열고 돌아갈까?”

“아니 오라버니 오바하지 마시고 그냥 주무십시오. 네? 칼을 뺐으면 끝을 봐야지 가긴 어딜 가요. 남자가 왜 그래요?”

“그래. 남자가 칼을 빼들었는데. 그래. 너는 일단 잘 자. 그래도 유사시 내가 너를 지켜야 할 거 아니야. 아이 괜히 같이 다니자고 해서.”

“아휴 나도 몰라. 전 잡니다. 빠염.”



* * *



“드르렁 컥. 음음. 이게 바로 정육기술이다. 컥. 이 자식아. 드르렁.”

“사장님, 일어나 봐요.”

“음음. 아뇨. 오크는 더 없슴다 드르렁.”

“사장님! 일어나 보시라고요!”

“어? 어 내가 잠깐 졸았나 보다. 세나야. 어, 왜.”

“그 아저씨 없어요.”


건한이 일어나 보니 세나의 방진이 모두 뜯겨져 있었다.

날이 밝아 있었다.


“내가 말했지. 나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세나야 소지품 확인해 봐. 아 고목나무 수액, 가져간 거 아니야? 너 구독자 준다고 한 거. 어제 그거 하나 찾은 건데. 아 이 개자식.”

“잘들 주무셨습니까?”


동환이 반갑게 인사했다. 어깨에 토끼 몇 마리를 들쳐 매고 있다.


“어? 안 보이시길래 그냥 가신 줄 알았어요! 우와 사장님 이거 봐요. 이거 토끼 맞죠? 엄청 크네.”

“아 제가 갈 데가 어디 있어요. 하핫. 이거 어제 다들 고생했는데 아침에 빈 속으로 다니면 힘들 것 같아서 조금 일찍 일어나서 잡아 왔습니다. 하하.”

“···그거는 구워 먹는 거죠? 장작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크흠.”


건한이 쏘드를 챙겨 숲으로 향했다.


“아이고 쪽팔려. 시발. 시발. 들은 건 아니겠지. 그래. 무슨 일을 벌이려면 벌이고도 남았겠지. 아 이놈의 의심병. 난 이걸 고쳐야 돼. 그래야 대성한다. 건한아 명심해. 어?”


건한이 혼잣말을 하며 잔가지들을 줍고 있다.


- 끼익 끽.


이블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건한을 보며 소리를 냈다.


“시끄러워. 난 그냥 건자재들 주우러 온 거고, 이것만 줍고 조용히 내 갈 길 갈 거야.”


-끼익 끽끽. 끼익.


어디선가 이블 몇 마리가 더 오더니 더욱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숫자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이블들이 건한이 서 있는 위치의 나무 위를 지나쳤다.


“뭔데?”


이블들은 모두 같은 곳에서 와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디 쫓기기라도 하는 듯 보였다.


- 쿵 쿵 쿵


멀지 않은 숲에서 커다란 울림이 들려 왔다.


-짹. 짹짹.


근처에 있던 새들이 어지러이 날아갔다.

이블들이 온 곳과 같은 방향에서 이블들이 간 곳과 같은 방향으로.


“뭐냐 또. 올 거면 와라.”


건한이 등에서 쏘드를 빼 들고 가만히 기다렸다.


「우웅. 우웅.」


-쿵 쿵 쿵


꿀꺽.


‘왔다.’


-푸석


마침내 관엽수림이 몇 번 흔들리더니 몬스터 한 마리가 나왔다.


“에게? 너야?”


작은 코뿔소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에 달린 두 개의 뿔에서는 작은 불꽃이 불을 뿜고 있었다.


-킁


코뿔소가 숨을 뿜으니 콧구멍에서 작은 화염이 일었다.


“괜히 쫄았잖아. 너 같은 덩치들은 양은 좋은데 질이 별로더라. 이리 오렴. 귀여운 촵스테이크야. 안 올거야? 그럼 내가 갈게.”


건한이 코뿔소에게 다가가는데


-푸스륵 푸석 쿵. 쿵.


나무가 부러지며 거대한 코뿔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한이 거의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큰 코뿔소, 숨을 뿜으니 콧구멍에서 커다란 화염이 방사기처럼 뿜어져 나와 주변에 관목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어··· 어머니시구나? 아, 어쩐지. 그럼 그렇지.”


- 컹. 커어어엉.


건한의 쏘드가 빛에 한 번 반짝였다.

그 반짝이는 모습에 어미 코뿔소가 흥분하여 건한에게 달려 들었다.


“으아아악!”


건한이 냅다 뛰어 세나와 동환이 있는 평원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 쿵. 쿵.


성난 코뿔소가 숲의 관목들을 마구잡이로 짓밟으며 건한을 쫓아왔다.

평원이 나오고 건한이 뒤돌아서서 코뿔소를 맞이했다.


“무서워서 도망가는 줄 알았지? 산지 직송. 이렇게 직접 운송되어 와주니 업자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고. 정육 기술 「골절骨折」”


건한의 쏘드가 허공을 갈랐다.

대기가 울며 충격파가 코뿔소의 뿔에 가 닿았다.


- 썩둑.

- 꾸에에에엑.


두 개의 거대한 뿔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그와 함께 코뿔소의 돌진도 멈춰섰다.

잘려나간 코뿔소의 뿔에서 연기와 함께 피가 샘솟았다.


“마무리다. 「빙결, 저온숙···」”


건한의 눈에 숲속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 코뿔소가 눈에 띄었다.


“그만하자.”


건한이 쏘드를 등에 메자 뿔이 잘린 어미 코뿔소가 몇 번 숨을 크게 몰아쉬더니 숲으로 돌아서서 도망쳤다.

건한 역시 숲으로 사라지는 두 코뿔소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평원으로 걸어갔다.

이블 수십 마리가 평원에 앉아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건한이 걸어가자 홍해가 갈라지듯 양쪽으로 갈라졌다.


“몬스터에게 환대받는 헌터라···. 나쁘지 않은데? 훗.”


- 우끼긱.


이블 한 마리가 건한의 앞으로 무언가를 던졌다.

건한이 주워보니 초록색의 호박이었다.


‘이거 노란 프레리독 때도 받았던 호박···?’


건한은 노란 프레리독이 자신에게 주었던 호박과 비슷한 것임을 단박에 알아챘다.

건한이 익숙한 듯 초록색 호박을 쏘드에 갖다 대었다.


-슈우웅. 챙.


초록색 호박이 크로스 가드 측면에 붙더니 초록빛을 발산하며 크로스 가드 안으로 박혀 들어갔다.

쏘드에서 초록색의 마나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좋아. 기운이 느껴져. 무슨 능력인지는 너도 쓰면서 알게 되겠지.”


건한이 흥얼거리며 방진 텐트로 향했다.

방진 텐트 뒤편에서 모닥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 준비가 다 됐나? 세나야, 동환씨.”


건한이 찢겨져 너덜너덜해진 방진을 제끼고 텐트 안으로 들어서는데

텐트 안에 아무도 없다.


“세나야!”


건한이 방진 텐트 뒤편으로 가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씨.”


건한이 자신이 온 길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

멀리 푸른 평원이 끝나고 초목의 스텝지형이 보였다.

워낙 숲을 등지고 넓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라 어디로 향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건한이 다시 방진 텐트로 돌아와 남아있는 흔적을 살피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궈져 있는 마나스 하나.

급하게 이동하면서 흘리고 간 것이 분명했다.


“어!”


그때 건한의 눈에 세나의 영상 촬영용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비축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욕심에 일요일 업로드 해봅니다.


내일, 29일 월요일은 오후 시간대에 업로드 하겠습니다.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마무리 잘 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철기사 23.06.03 22 1 12쪽
23 상점(3) 23.06.02 17 1 12쪽
22 상점(2) +2 23.06.01 25 2 12쪽
21 상점 23.05.31 26 1 12쪽
20 국가헌터연구원(2) 23.05.30 25 1 12쪽
19 섹션2, 버려진 사원은 클로징 된다 23.05.29 26 1 12쪽
» 초록색 호박 23.05.28 31 1 11쪽
17 다크우드 23.05.27 29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4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0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0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39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7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6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5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5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4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6 5 11쪽
5 위성규 23.05.16 128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1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2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4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78 1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