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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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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9
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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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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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국가헌터연구원

DUMMY

- 치익 지지직


“도혜정입니다. 심리치료사이자 헌터 트레이너예요.”


혜정이 담배를 볼이 쏙 들어갈 정도로 크게 빨고는 하얀 연기를 뱉어 내며 말했다.

검은 전신 타이즈에 극명히 대비되는 새하얀 얼굴, 커다란 아몬드 같은 눈과 매혹적으로 끝이 올라가 있는 눈매, 작지만 오똑한 콧날과 과하지 않게 불거진 광대. 전형적인 서구형 미녀의 모습이다.

이 모든 것에 화룡점정은 길고 얇은 손가락과 빨갛게 칠해져 있는 네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어 있는 얇상한 담배 하나였다.


“와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훌륭한 일은 무슨.”


건한이 거의 박수를 칠 것처럼 두 손을 모으고 혜정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었다.

혜정은 그런 건한을 고개를 든 채 옆으로 흘깃 보고는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줌마, 아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셨지. 연세가 좀 있어 보이셔서. 여긴 왜 계신 거예요?”


세나가 혜정의 미소를 자르며 말했다.

혜정이 거슬리는 듯 미소가 싹 걷히며 세나를 쳐다봤다.


“아, 알겠다. 훗.”


- 치이이익


혜정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다시 킬힐로 담배를 비벼 껐다.


“여기는 지하 던전, 중세의 신전으로 가는 길, 그 어딘가쯤. 사실 나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지 뭐야. 근데 그게 더 좋았어. 길 위에서 정처 없이 시간을 버리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거든. 근데··· 나야말로 묻고 싶네. 너희들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어머 나 좀 봐. 딱 봐도 나보다 어려 보여서 말을 편하게 해버렸네. 그래도 되···죠?”

“네 누나. 좋아요.”


건한이 실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고 이쪽은 정육점 사장이에요. 둘 다 헌터고 우리는 S급 몬스터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또··· 아니다. 뭐 여기까지 소개하면 되겠죠?”


세나가 똑부러지게 말하고는 혜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 그래요. 근데 내 질문의 요지는 그게 아니잖아? 너희들이 여기를 어떻게 들어왔냐 하는 거지. 여기는 정부 허가 없이는 들어오기 힘든 곳이잖아? 뭐야. 설마 모르고 들어온 건 아니겠지?”

“아 누나 제가요 공간 이ㄷ···.”

“다 알죠. 알고 온 거죠. 맞다 여기가 거기였지.”


세나가 다급하게 건한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지만 혜정이 눈을 가늘게 뜨며 세나를 쳐다봤다.


“거기 귀여운 정육점 사장님,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아 귀엽구나. 내가 귀엽구나. 헤헤. 저는 강건한 이라고 해요 누나. 얼마 전에 S급 몬스터 청룡의 목에 상처 낸 사람이 바로 저라구요. 헤헤.”

“호오. 너 그런 능력도 있구나? 멋진데. 난 강한 사람이 멋있더라. 그래··· 아까 공간 이ㄷ 뭐라고 했는데 그게 뭐야? 건한아.”

“아니요. 우린 이제 갈 거예요. 싸장님 우리 가요. 이제.”


세나가 건한의 팔을 잡아당기며 혜정을 지나쳐 혜정이 걸어온 길로 나갔다.


“아니 왜, 사람이 얘기를 하는데 들어봐야지. 아아 아파! 왜 꼬집어!”

“쫌 가만히 좀 있어요 좀! 말 좀 들어 제발.”

“아아! 아! 아파!”


세나가 건한의 등을 두 손으로 떠밀며 걸어갔다.


「에고 인 미러」


갑자기 암벽이었던 통로가 온통 거울로 변했다.

순식간에 길을 잃은 두 사람.


“뭐··· 뭐야! 왜 이래 갑자기. 누나 여기 이상해요! 혜정 누나!”


건한이 사방에 비치는 자신들의 모습에 당황하여 허둥지둥 댄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라인워크, 블랙 앤 그레이」.”


세나의 주문과 함께 거울 속 온통 실금이 그려지더니


- 쨍그랑 와장창.


거울이 모두 깨지고 다시 통로 속 암벽이 나왔다.


“오. 너 방진 만들 줄 아는구나? 제법인데. 호오.”


혜정이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놀라 말했다.


“경고하는데요, 우리 가는 길 방해하지 마세요.”


「수퍼에고 인 마인드」


혜정이 세나의 말을 무시하고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방금 전 주문과는 달리 별다른 변화가 없다.


“사장님 가요. 재수 없네. 저 아줌마.”

“하지마··· 제발···”

“사장님! 뭐하냐고요. 빨리 여기서 나가요!”

“하지 말라고 씨발!”


건한의 외침에 세나가 놀라 뒤로 물러섰다.

건한이 뒤돌아 세나를 보고 쏘드를 들어 올렸다.


“사장니임···!”


세나의 음성은 떨렸고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정육기술··· 「연육臠肉」”


건한이 순식간에 세나에게 달려들었다.


“두들, 도화지 습작.”


찰나의 순간 건한의 쏘드가 세나의 눈앞에서 멈춰섰다.

거미줄처럼 온몸에 그림이 그려진 건한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세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으윽! 익!”


건한이 이를 꽉 깨물고 세나의 방진을 깨려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갑자기 왜 그래요! 나한테! 내가 무슨 잘못 했다고!”


세나가 눈물을 떨구며 건한에게 소리를 질러봤지만 건한의 눈빛은 더욱 사나워졌다.


“호오. 아가야, 너는 왜 멀쩡하니? 상처가 없는 거니? 아니면 순수한 거니? 그래 보이진 않다만···”


혜정이 세나를 훑어보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아줌마, 제가 경고했죠. 우리 가는 길 방해하지 말라고.”


세나가 울분에 잠긴 목소리로 혜정을 노려봤다.


“어머, 끝까지 아줌마라고 하네. 너는 뭐 나중에 아줌마 안 될 것 같아?”

“이레즈미, 도깨비 불놀이.”


세나가 펜을 들어 공중에 그림을 그리자 순식간에 그림이 형상화됐다.

도깨비가 나와 쥐불놀이처럼 화염을 돌리며 혜정에게 다가갔다.


“잔재주가 많구나. 몬스터 프레스.”


혜정이 주문을 외우고,

통로의 단면에 딱 맞는 동그란 흰색 원이 생겨났고 혜정이 팔을 뻗자 원이 채색하듯 지나간 자리는 모두 하얗게 물들었다.

흰색 원이 지나가자 도깨비는 사라지고 온통 하얀 공간에 건한과 세나, 혜정만 남았다.


“두들, 도화지 습작.”


세나가 재빠르게 주문을 외우자 혜정의 온몸에 거미줄처럼 검은 줄이 감겼다.


“어어···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네. 힐링하고자 온 곳에서 본의 아니게 이런 꼴을 당하니 말이야.”


세나의 방진으로 움직일을 봉쇄당한 혜정이 당황하여 끙끙대며 말했다.


“우리를 왜 가만히 보내주지 않는 거···”

“끄응.”


세나가 뒤돌아보자 건한이 방진 마법을 거의 다 끊어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건한이 몸에 감겨 있는 방진 마법들을 떼어내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왔다.

세나는 순간 울컥 차오르는 눈물에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선 채로 다가오는 건한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왜 그랬어! 엄마한테 왜 그랬냐고!”


건한이 세나를 향해 쏘드를 들었다.


「빙결, 콜드체인」


쏘드의 서늘한 냉기가 세나를 향했고 세나는 눈을 감았다.


“끼야악!”


-와장창.


건한의 기술인 얼음 조각 사슬들이 세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 뒤에 서 있던 혜정에게 적중했다.

혜정이 건한의 기술을 맞음과 동시에 흰색으로 칠해졌던 동굴이 또다시 유리 깨지듯 산산이 조각나고 원래의 통로로 돌아왔다.

세나의 눈 밑, 광대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미안, 미안해.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였어. 헉. 헉. 아무래도 저 누나···. 나랑은 잘 안 안 맞는 거 같은데···.”


혜정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전신 타이즈의 찢겨진 다리 부분을 보고 있었다.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S급 청룡을 상대했다더니 정말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네. 좋아.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더 방해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럴 능력도 안 될 것 같고. 너희들의 능력은 충분히 봤으니까. 다만 내가 어른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여기서 더 이상의 소란을 피우지 마. 이곳은 정부가 관리하는 구역 중 한 곳이거든. 그리고 너, 건한이라고 했지.”


건한이 말없이 살짝 고개만 까딱하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공간 이동 능력을 각성한 거 같은데. 지금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겠지? 여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니까. 하긴, 그 기술을 자유자재로 쓰는 각성자는 한 사람 빼고는 아직 보지 못했어. 그 능력을 얻게 된 많은 각성자들이 본의 아니게 레벨에 맞지 않는 몬스터 던전에서 죽음을 맞이했지.”

“저는 그럴 리 없어요. 제가 더 쎌거거든요.”


「우웅. 우웅.」


건한이 칼자루에 힘을 쥐며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뭐 아무래도 좋아, 죽음의 반은 자신의 선택이라고 보니까. 연.장.자.로서 팁을 하나 주지. 너희들이 괜한 헛수고를 줄일 수 있게 말이야.”


혜정이 ‘연장자’라는 단어를 말할 때 세나를 노려보며 힘을 주었다.

그리고 목을 가다듬고는 이어서 말했다.


“우리나라 지하 던전에는··· 더이상 S급 이상의 몬스터는 없어.”

“말도 안 돼!”

“아니, 사실이야.”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아요!”

“흠. 이걸 말해 말어.”

“됐어요. 사장님. 이제 우리 저 여자 말 믿지도 듣지도 말고 그냥 가요.”


세나가 중간에 끼어들며 말했다.


“너는 정말 어린 게 버릇이 못 쓰겠다. 저 여자라니. 내가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지?”

“언제 봤다고 언니래.”

“S급 몬스터가 없다는 말 어떻게 증명하실 거죠?”


건한이 전과 다르게 조금은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렇게 S급 몬스터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는데, 청룡의 목을 한 번 그었다고 해서 건한이 너가 S급 이상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야.”


발끈한 건한이 칼자루를 꽉 움켜쥐자 쏘드에서 하얀 냉기가 흘러내렸다.


“그것보다도··· 내가 왜 그걸 증명해줘야 하지?”

“누군가한테는 꿈일 수도 있으니까.”

“꿈? 훗. 귀엽네 건한이. 그래 꿈 좋지. 근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나라 던전에서 건한이 네 꿈을 펼치기는 힘들어졌어. 안타깝게도.”

“세나야 가자. 더이상 들을 필요 없어.”


건한이 냉기를 내뿜는 쏘드를 벽면에 긋고 포털의 틈을 만들었다.


“어디로 가는 건지는 알고 가는 거니?”


혜정이 냉소가 담긴 투로 물었다.


“어디든. 어디든 갑니다. 저희는.”


건한과 세나가 틈 사이로 들어가고 곧이어 틈이 메꾸어지며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 어린 애들이라 그런지 고집이 엄청 세네.”


혜정이 숨을 크게 내뱉으며 주저 앉았다.

그와 동시에 통로 전체가 수십 만개의 픽셀로 나뉘어 요란스럽게 번쩍이더니 최신 시설물의 복도로 변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달려 나와 혜정을 부축하며 말했다.

흰 가운의 팔에 새겨진 긴 장총 그림 위, 국가헌터연구원 이란 글씨가 적혀있다.


“괜찮아.”

“어우 그 친구들 각성 능력들이 장난이 아니던데요.”

“어, 그렇더라. 아까 그 건한이란 친구가 쓴 기술, 무의식에 잠겨 있었을 텐데도 하마터면 정말 위험했어.”

“팀장님 그냥 중지하시고 부르시지 그러셨어요?”

“아니야. 됐어. 가서 일 봐.”

“공간이동능력 그 능력이 미숙해서 그렇지 만약에 익힌다면 저희한테는 정말 큰 위협이 될 것 같은데요. 지금이라도 처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보아하니 능력을 구사하는 게 너무 허접해서. 뭐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닌 거 같아.”

“아니 그래도 만에 하나라도 팀장님···!”

“됐어. 가서 일이나 보라고.”

“알겠습니다. 솔직히 이해는 안 갑니다. 팀장님 지금 걔네 두둔하시는 거예요. 제가 느끼기에는요. 그럼.”


남자가 흰가운을 펄럭이며 복도 옆, 유리로 된 방에 들어갔다.

문에 보이는 ‘팀장실’ 간판, 그리고 그 안으로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악마같이 생긴 몬스터가 쓰러져 있고 그 뒤로 활짝 웃는 모습의 사람들.

그중 한 명, 혜정이었다.


“그냥··· 아직 좋을 때잖아.”


혜정이 한동안 다리에서 흐르는 피를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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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국가헌터연구원(2) 23.05.30 27 1 12쪽
19 섹션2, 버려진 사원은 클로징 된다 23.05.29 26 1 12쪽
18 초록색 호박 23.05.28 32 1 11쪽
17 다크우드 23.05.27 29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5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1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4 2 12쪽
»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43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8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7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7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6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4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8 5 11쪽
5 위성규 23.05.16 130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3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3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6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8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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