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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87
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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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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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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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극복해야 할 것(2)

DUMMY

- 드르르렁 컹 드르렁


그 남자였다.

건한이 어린 시절 살던 주택가의 어두운 골목길, 집안에서 흉기 강도를 저지르고 도망치던 그 남자의 이목구비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그 날 애석하게도 엄마의 비명은 천둥에 묻히고 말았고 그 바람에 주변의 신고도 늦어져 엄마는 과다 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고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이 새끼 때문에···”


건한이 방안을 둘러 봤다.


『봉오리 부녀자 강도 살인미수 사건, 미궁 속에 빠진 수사···』

『범인은 지금 어디에··· 봉오리 부녀자 78일째 의식 못 찾아』

『봉오리 부녀자 강도 사건 7년째, 사실상 수사 포기, 이대로 묻히나』


누렇게 바랜 신문 기사들이 한쪽 벽면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건한은 차오르는 분노로 당장에라도 범인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드르릉 컹」


“이 봐 아저씨.”


건한이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남자의 등을 발로 툭툭 밀었다.


“뭐야. 아이 돈 없어!”

“일어나.”

“아이 돈 없다니까! 나중에 줄게 이 년아!”


건한이 쏘드를 들어 남자의 목 밑에 들이댔다.

쏘드가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에 남자가 고통스러워 하며 눈을 떴다.


“너 뭐··· 뭐야!”

“기억나? 12년 전 봉오리 부녀자 강도 사건. 니가 우리 엄마, 아빠를 죽였지.”

“무··· 무슨 소리야!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지난 12년 동안 난 단 한 번도 그날을 잊은 적이 없어. 당신을 잡는 날을 꿈꾸면서.”

“그··· 그래! 내가 그랬다. 근데 내가 니 엄마를 죽인 게 아닌 건 너도 알 텐데? 그건 니 아빠 짓이지 내가 한 짓이 아니야!”


그때 벽면에 붙어 있는 기사 한 토막이 눈에 띄었다.


『봉오리 부녀자 강도 사건 남편, 아내 살해하고 비극적 선택···』


쏘드가 남자의 살을 파고 들었다.

쏘드의 날 끝으로 빨간 피가 흘러 내렸다.


“크악! 경찰 불러! 사람 살려!”


「끼익」


벽면 한쪽 작은 문이 열리더니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여자가 기어 나왔다.


“아빠! 나쁜 사람! 안 돼!”

“안 돼! 넌 들어가 있어!”


여자가 앙상한 두 팔로 건한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우리 아빠! 우리 아빠!”


건한이 여자의 팔을 떼어내려는데


「독침술!」


어느샌가 일어난 남자가 건한의 팔목에 독침 공격을 했다.


“키히히. 내가 이래 봬도 헌터청에 등록이 되어 있는 공식 헌터다. 보아하니 너도 각성자 같은데. 나 역시 그렇다고. 하늘은 참 무심하지. 나처럼 나쁜 짓 하는 악당에게 이런 능력을 주다니. 키히히.”


건한은 팔목에 통증이 오더니 점차 감각이 없어짐을 느꼈다.


“그건 마비독이야. 너 얼른 가서 독성 전문 힐러 찾지 않으면 그거 영영 못 쓴다?”

“넌 진짜 악마야.”


「우웅. 우웅.」


건한이 남자에게 쏘드를 휘둘렀다.

남자는 그래도 헌터답게 쏘드를 간신히 피했다.

남자가 서있던 자리에 공간의 틈이 벌어졌다.


“정육 기술 「골절骨折」”


“컥!”


그러나 건한의 스킬을 피하기에는 급수가 한참 달리는 헌터였다.

건한의 간단한 공격에 남자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건한이 남자를 들쳐 엎고 포털의 틈으로 들어갔다.


“아빠 안 돼! 안 돼!”


방안에 남아있는 여자가 포털의 틈에 손을 넣으려고 할 때 틈은 사라지고 누런 기사가 붙어 있는 벽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 * *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끼기긱 끼잇」


벌써 36마리째였다.

C+등급의 성스러운 몽키의 사체들이 풀섶 위에 가지런히 쌓여 있다.


“고민중이야.”

“뭐 사실 지하 던전이 치외법권이긴 해요. 헌터 관리청에서 그 모든 던전을 관리할 리 만무하고···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이 있을 지도 의문이고.”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속 건한이 단순한 반복 동작으로 달려드는 성스러운 몽키 사냥을 하고 있었다.

세나는 그 옆 나무 둥치에 앉아 그런 건한을 지켜보고 있었다.

건한이 12년 전 자신의 집에 침입해 강도짓을 저지른 허태수를 잡아 가두어 놓은 지 나흘이 지났다.

나흘 전 그날 건한이 허태수의 방에서 홧김에 포털의 틈을 벌려 허태수를 집어 던졌지만 건한이 허태수와 함께 다시 정직 축산으로 돌아오기까지는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마저도 세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한이 허태수를 데리고 수없이 많은 포털의 틈을 벌려 봤지만 원하는 곳으로의 공간은 열리지 않았다.

건한과 허태수 모두 지쳐 있을 무렵, 이곳 악령의 숲에서 콘텐츠 촬영을 하고 있던 세나를 만날 수 있었다.

세나는 악령의 숲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건한에게 알려주었고 건한은 허태수를 정직 축산 냉장창고에 가둬 둘 수 있었다.


- 차라리 날 그냥 죽이라고!

- 그보다 더한 거 해줄 거니까 걱정 마.

- 이 개새끼의 개새끼야!


건한에게 달려드는 성스러운 몽키가 더는 없게 됐을 때, 건한이 세나에게 말했다.


“그 콘텐츠 촬영에 내 얼굴도 나오는 건 아니지?”

“음··· 희귀 몬스터 촬영이 주목적이니까 뭐 그렇죠?”

“오케이. 한번 해보자고. 세나 너가 던전도 많이 다녀봤고 또 도둑고양이처럼 길을 잘 아니까.”

“같은 말을 해도 디지게 무드가 없네. 좋아요.”

“대신 조건, 가끔 바쁠 때 우리 정직 축산에서 알바하기.”

“왜요?”

“일도 도우면서 홍보도 해주면 좋잖아.”

“그건 생각해 볼게요.”

“아 이제 입장이 바뀐 건가? 협조적으로 나오는 게 좋을 거야.”


세나가 말없이 입을 삐죽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이제 방법을 알려줘.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흠. 그건 크게 어렵지 않아요. 마냥 쉽지도 않지만. 자 집중.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지금? 음··· 에그타르트. 포르투갈 장인이 만든 에그타르트.”

“자 좋아요. 그럼 그 에그타르트를 상상해봐요. 했어요?”

“어어. 군침이 싹 도는데.”

“그럼 그 쏘드를 여기 벽이나 바닥 아무 데나 적당한 곳에 찔러 넣어요.”


건한이 세나의 말대로 쏘드를 벽에 박아 넣었다.


“이 틈 맞아요? 확실해? 한 번 들어가 봐요.”

“아니 이게 무슨 가르침이야. 이 정도는 그냥 나도 평소에 해왔던 거라고. 집중하고 찌르고 열고 들어가고.”

“집중해요! 들어갈 때도 집중하란 말이야. 얼른 가 봐요.”


건한이 포털의 틈을 벌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따르르릉」


돌담으로 된 좁은 골목길 자전거를 탄 백발의 할아버지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욕을 하며

지나간다.


「쿵 쿵 쿵」


땅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골목길 안으로 들려왔다.

이어 몸통만한 굵은 뿔을 가진 빨간 눈의 들소형 몬스터 한 마리가 건한이 서 있는 골목으로 뛰어 들어왔다.

코에서는 하얀 증기가 증기기관처럼 뿜어져 나왔고 발굽으로는 땅을 긁을 때마다 붉은 불꽃이 튀었다.


- 거기 맞아요?


닫히지 않은 틈으로 세나가 외쳤다.


“글쎄 근데 여기 재밌는 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거.”


들소가 허연 증기를 뿌리며 건한에게로 달려들었다.


「우웅. 우웅.」


“이런 건 내가 전문이지. 정육 기술 「발골拔骨」”


「쿠웅-」


건한에게 달려든 들소가 건한의 몸통만큼 두꺼웠던 뿔이 깔끔하게 잘리며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발굽에서 불꽃만 튈 뿐 힘을 쓰지 못했다.

건한이 입맛을 다시며 들소에게 다가갔다.


“이야 육질만큼은 A+ 등급 되겠는데? 힘줄이 너무 질기려나?”


- 쓸데없는 짓 말고 나와요! 틈 벌리는 방진이 곧 깨진다구요!


“세나씨, 나는 천성이 백정인 가봐. 고기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겠거든. 썰어버려야 속이 시원하거든.”


건한이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들소 앞에 서서 쏘드를 높게 들었다.


「우웅. 우웅.」


“헤이 게레로! 텐 뀌다도![Guerrero ten cuidado]”


누군가의 외침에 건한이 뒤돌아서자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을 드리우고 있었다.

도깨비 방망이를 든 미노타우로스였다!


“어··· 너 친구니? 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아니 일부러 한 거긴 한데.”

“요우맛떼레”


미노타우로스가 매우 낮은 저음의 음성으로 웅얼거렸다.


“뭐? 뭐라고? 몬스터가 말도 하네.”


미노타우로스가 철방망이를 휘둘렀다.


「챙-」


건한이 거의 세 걸음은 밀리며 공격을 막아냈다.


“아니 너 친구 일은 유감이야. 유감인데···”


「챙- 챙-」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이 연달아 이어졌다.


“힘이 장난이 아닌데 적어도 B급은 되겠어. 너 자꾸 이러면 축산업자로서 가만두지 않는다?”


「후우우옹」


미노타우로스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한 때문에 화가 치미는지 목젖을 하늘 위로 쭉 내빼고 울부짖었다.


「쿵 쿵 쿵 쿵」


지천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들소 수십 마리가 몰려들었다.


“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

“아이 진짜! 뭐하고 있어요! 꺄악-”


세나가 좁아진 틈으로 몸을 불편하게 빼내며 나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고 소리를 질렀다.


“세나씨 스페인인가에서 이런 축제 있지 않아요?”

“꺄악-”

“아니 진정하고 일단은··· 그래 너희들도 진정 좀 해. 이게 뭐 그렇게 심각한 일이니? 내가 너 친구 거세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뿔을 조금 다듬어 준 거라고 생각해.”

“꺄악-”

“으어어어! 요우맛떼레”


미노타우로스가 소리를 내지르며 건한을 공격했다.

그와 동시에 들소들이 바닥을 녹일 듯 불을 뿜으며 건한과 세나에게 달려들었다.


“곤란하게 이거··· 그래 다 도축해주마. 정육기술 육···억!”


건한이 기술을 쓰려고 할 때 골목의 바닥과 벽면에 까만 줄이 그어지며 건한과 미노타우로스 그리고 들소들까지 모든 동작이 멈추었다.

찰나의 순간 세상이 멈춰 액자 속 그림이 된 것 같았다.


「두들」


세나의 방진 마법이었다.


“휴. 싸장님. 풀어줄 건데. 지금 풀어줄 건데, 약속을 해요. 더 일을 벌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저 틈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건한이 눈을 끔뻑였다.


“그 입도 좀 가만히 있어요. 알겠어요?”

“음머머움”


세나가 건한을 째려보자 건한이 입을 다물었다.


“자 천천히 움직여보세요.”


세나가 건한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건한의 바닥과 몸에 새겨진 검은 줄이 사라지며 건한이 쏘드를 휘두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자 얼른 이리로 와요. 이제.”


건한이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자 바로 앞에 미노타우로스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건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온몸에 검은 줄이 그어진 미노타우로스는 미동도 없었다.


“야 너는 힘줄이 너무 많아서 못 쓰겠다. 그냥 육수용으로 끓여 삶아 버려야지.”

“사장니임-?”

“아 가요 가. 정말. 너 운이 좋은 줄 알아. 스페인산 스테이크 한 번 맛보나 했는데.”


건한이 돌아서서 세나가 어깨로 벌리고 있는 틈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세나가 틈으로 들어가고,

건한이 세나가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다시 미노타우로스에게 갔다.


“이게 정육기술인데··· 「골절骨折」”


건한이 사뿐히 뛰어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잘라냈다.


“면세점도 못 가는데 이 정도는 챙겨야지.”


-뭐해요!


“아 가, 이제 진짜 가.”


건한이 더욱 좁혀진 틈으로 간신히 몸을 집어넣었다.

틈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마법이 풀린 들소들이 관성으로 서로 뿔을 들이받으며 충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틈 사이로 미노타우로스의 두터운 손가락이 들어왔다.

미노타우로스가 틈을 벌려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건한의 모습을 기억이라도 해두려는지 시뻘건 눈으로 틈 안을 들여다 봤다.

건한과 마주치는 눈.


“바보들 훗.”


틈이 닫히고, 건한과 세나는 다시 정직 축산 창고로 돌아와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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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초록색 호박 23.05.28 30 1 11쪽
17 다크우드 23.05.27 29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4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0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0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39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7 2 12쪽
»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6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5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5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4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6 5 11쪽
5 위성규 23.05.16 128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1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2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4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78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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