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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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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
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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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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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상점(2)

DUMMY

- 후오오옥!


오크의 방망이가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내 아들··· 내 친아들 지훈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사장이 지훈의 팔목에 스톤으로 만든 팔찌를 채우며 말했다.

흥분해서 금방이라도 상점을 무너뜨릴 것 같던 오크, 아니 사장의 아들 지훈이 금방 얌전해졌다.


“예?”


건한과 세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간보다 두 배에서 세 배는 크고 근력은 무려 5배에서 8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저 흉폭한 오크가 아들이라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금방이라도 뼈가 부러질 것처럼 앙상한 체형인 노령의 사장이 부지불식간에 우람한 근육질의 몸으로 부풀어 올라 지훈의 팔뚝과 비교해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거대한 팔뚝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일순 모두가 말없이 분위기를 살폈다.

지훈의 아래턱에서 솟은 두 개의 송곳니가 번득였다.


“헌터 양반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은···. 이 아이는 엄연히 내 아이요. 혹여나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벌일 생각이 있다면, 더 미안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오.”


건한이 쏘드를 등 뒤로 돌려 맸다.


“고맙소. 자세한 설명이 듣고 싶겠지···. 그래 다 말하겠소. 잠시만···. 쿨럭. 쿨럭.”


부풀어 올랐던 노인의 근육이 바람 빠지듯 다시 원래의 왜소한 사장으로 돌아왔다.


“이것도 설명 드리지···. 먼저 지훈이는··· 그래, 이 아이는 정말 착한 아이였소. 저 망할 거대 녹색 행성이 머리 위에 나타나기 전까진···. 지훈이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법학도였어. 미래가 창창했지. 군대도 다녀 와서 졸업을 앞둔 상태였지. 알겠지만, 저 거대한 녹색 행성이 지구 위로 처음 나타났을 때, 그날도 어김이 없었어. 이 아이는 그저··· 그저 배달을 나가고 있을 뿐이었어. 내가 그때도 가게를 했거든. 물론 지금이랑은 다르지만. 학교를 마치고 나를 도와준다고 나온 거였지.”


건한과 세나는 무언가 홀린 듯 집중하여 사장의 말을 숨죽이며 듣고 있었다.

지훈 역시 가끔 불편한 듯 두꺼운 송곳니를 앞으로 쑥 내밀기만 할 뿐 얌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가 놀라서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군···. 나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네. 우리 가게 안에는 이미. 이미 괴물들이 들어와 있었으니···. 나는 거의 죽을 뻔했지. 그때 이 녀석이 들어와 날 살렸지. 얘가 날 살린 거야···. 우리는 서둘러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경과를 지켜봤어. 몇날 며칠이 흘렀지. 어느 순간부터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우리는 두려운 마음을 안고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버텼던 거야. 어둠과 공포 속에서···.”


사장이 그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짓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훈 역시 그르릉 하고 소리를 냈다.


“참다 못한 아이가 나가 보겠다 했지···. 난 반대했어. 하지만 아이가 그러더군.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고. 난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마침내 아이가 밖으로 나갔지. 몇 시간 만인지, 며칠만인지 아니 몇 달만인지 모를 그런 아득한 시간이었어. 그러나 지훈이가 나가서 들어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분명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어. 정말 금방 돌아 왔거든.”


오래 말을 하느냐고 호흡이 고르지 못한 사장이 마디를 끊고 숨을 고르는데 건한과 세나는 어서 다음 얘기가 듣고 싶은 눈치였다.

사장의 입에 시선이 집중해 있었다.


“이놈이 그러더군. ‘아버지! 세상이 변했어요!’ 아니 그래서 내가 어떻게 변했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했지···. 그랬더니 ‘아버지 세상이 드디어 공평해졌다구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에요!’···. 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까지 또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지.”


- 따각 따각 따각 히이이잉.

- 워허억!


상점 밖에서 말굽 소리가 들려오자 얌전하게 있던 지훈이 사나운 눈빛으로 바깥을 쳐다봤다.


“오 내 정신 좀 봐. 손님들 미안한데···. 괜찮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나도 모처럼 속 얘기를 하니···. 풀리는 게 생겼다네. 내 스톤값은 후하게 쳐줄게···. 지훈아 들어가야 된다. 시간이 됐어.”


사장이 밖에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에 경계 하며 지훈이를 달래서 안쪽 공간으로 들어갔다.


“사장니임-. 이거 왠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데요.”


세나가 건한을 보고 조용히 속삭였다.


“어, 나도 좀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하게 되네.”


사장이 싸구려 구슬이 알알이 매달려 있는 비즈커튼을 두 손으로 가르며 다시 나왔다.


“어디··· 까지 얘기했더라···. 아 그래, 밖에 저 소리는 말이지···. 말을 타고 다니며 괴물들을 찾아내고 사냥하지···. 무서운 놈들이야.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난 아니야. 지훈이는 괴물이 아니니까···.”


사장이 진열대 밖으로 나와 가게 문을 닫고 셔터를 내렸다.


- 따각 따각 히힝


말발굽 소리가 신경에 거슬리게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래 그러더군. 세상이 평등해졌다고. 그날 이후로 그 아이는 학교에 다니는 걸 그만두었어···. 이제 세상에 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지. 난 설득해야만 했어.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세상은 모든 게 그대로였어. 간혹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지만···. 그마저도 곧 원래대로 돌아왔지. 각성자들이 늘어나면서 말이야···.”


고령의 사장은 말을 이어가며 목을 겨누기 힘든지 간헐적으로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세상이 변했든, 또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든 어찌 됐든 우리는 거대 녹색 행성이 나타나기 전처럼 함께 힘을 합쳐 살아가게 됐어···. 쿨럭. 쿨럭.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내 잠깐 목 좀 축이고.”

“네 어르신, 천천히 하십시오. 어차피 저희 시간 많습니다.”

“사장님 저 조금 있으면 라이브방송 켜야 하는 시간이에요!”


세나가 건한의 귀에 대고 말했다.


“스톤 팔면 그거 해피벌룬으로 쏠게. 좀 잠자코 있어 봐 좀.”


건한이 눈을 부릅뜨며 세나에게 말했다.


“흠···. 이 상점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어.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오더군···.”


사장은 그날을 회상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손님이 아니라 괴물이었지.”


사장이 감정에 북받치는지 손수건을 꺼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각성한 능력을 가지고 협박을 하더군. 눈앞에 뾰족한 가시를 들이대면서 말이야···. 아, 나한테 미안하다고는 했어. 지도 자식이 있다고. 얼마간 사냥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 배가 고프다고. 그래서 나는 따듯한 밥을 좀 주겠다고 했지. 그놈도 수락했어. 대신 상점의 문을··· 닫으라고 했지.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내 아들 녀석까지 여기에 휘말릴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내가 해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놈은 밥을 다 먹고는 다시 내 눈앞에 날이 선 가시를 들이밀더군···. ‘주인장 정말 미안하게 됐지만, 며칠째 사냥에 실패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소. 값진 걸 주어야겠소.’ 나는 말했지. ‘정말 미안하지만 나에게도 자식 놈이 있소. 딱하게 여기고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겠소?’ 놈은 대답했어. ‘그럼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소. 다른 선택을 하시오.’ 허허···.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 나는 각성자에게 맞서 죽음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지.”

“우와 그럼 결국엔 할아버지가 이기신 거네요? 이렇게 멀쩡하신 걸 보니.”


세나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며 말했다.


“허허···. 그렇지. 따지자면 그런 거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지만 말이야. 내가 피를 철철 흘리며 마지막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이었어···. 닫았던 가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지. 아, 참고로 지훈이는 아니었어. 그 남자의 얼굴은 말이야···.”


- 또각 또각. 히이잉


말발굽 소리가 상점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뭐랄까···. 사람이 아니었어.”

“몬스터··· 아니 괴물이었나요?”

“아니···. 사람이었어. 분명히 사람이었어. 왜냐하면···. 나에게 말을 걸었거든. 가게 문이 열리고 무언가 순식간에 번쩍이더니 내 목을 찌르려던 놈은 순식간에 거리 밖으로 나자빠져 있더군···. 그리곤 움직임이 없었어···. 나중에 경찰들이 와서 그 놈이 죽었다고 해서야 알았지. 하여간··· 그 남자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숨 한 번 몰아쉼 없이 너무나 태연하게 나에게 자신이 찾는 물건이 있는지 물었지···.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며 말이야.”

“아니-이! 할아버지 사람이 아닌 얼굴이면서 분명히 사람이라고 하는 건 무슨 말이에요?”


세나가 사장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지만, 이번엔 건한도 잠자코 사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콜록. 콜록. 나는 그 남자가 찾는 물건이 없다고 했어. 남자는 알았다고 하고 그대로 사라졌지···. 물론 그 후로 한 번도 그 남자를 본 적은 없어···.”

“아니 할아버지이! 그래서 그 남자가 사람이에요 몬스터에요!”

“사람이었어. 개의 얼굴을 한···. 그래 검은 늑대의 얼굴이었지.”

“검은 늑대요?!”


세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검은 늑대···!’


건한의 머릿속을 스치는 검은 늑대단.

건한은 검은 늑대단의 리더 구대표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장님, 혹시 그 남자에게 일행은 없었나요?”

“콜록. 아니. 그 남자 혼자였어.”


건한은 검은 늑대단과 검은 늑대단의 리더 구대표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조직과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사장님, 그럼 그 남자가 찾던 물건은 무엇이었나요?”

“뭐였더라···. 달빛곰의 달조각과 다이아 스톤이였었나? 그 물건들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지. 사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도 아직 직접 본 적은 없는 물건들이야···. 그러나 그 남자는 자루 포대에 그것들이 가득 들어있었지···. 그 찬란하게 반짝이던 모습···.”

“오 저 그거 알아요. 들어봤어요. 완전 레어템인데. 최소 A-급 이상의 몬스터를 잡아야 얻을 수 있을걸요? 그 남자 엄청나게 강한 사람인가 보네.”


- 또각 또각 히이이이잉! 탁탁탁.


그때 말발굽 소리가 건한 일행이 있는 상점 앞에 멈춰 서더니 셔터를 두드렸다.


“오 안 돼···. 제발.”


바깥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란 사장이 상점 안의 불을 모두 끄고 침묵을 끌어안았다.

한동안 조용한 바깥.

건한과 세나는 묘한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바깥을 살폈다.


-탁탁탁. 탁탁! 퍽! 퍽!


잠시 찾아온 침묵이 깨지며 사장은 패닉에 빠진 듯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싸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 후오오옥!


한동안 얌전히 있던 지훈이 몹시 흥분하여 방 안에서 뛰쳐 나왔다.

그 바람에 비즈커튼의 구슬들이 모두 뜯어져 바닥에 굴렀다.


“오 안 돼! 지훈아···! 안 된다. 안 돼! 제발···.”


사장이 품에서 물약을 꺼내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극심하게 떨리는 손 때문에 물약이 바닥에 떨어지며 쨍그랑 깨지고 말았다.


“오··· 제발···. 안 돼!”


사장이 엎드려 흐느꼈다.


「우웅. 우웅.」


건한의 쏘드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세나야, 준비해.”


건한이 세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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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철기사 23.06.03 22 1 12쪽
23 상점(3) 23.06.02 17 1 12쪽
» 상점(2) +2 23.06.01 26 2 12쪽
21 상점 23.05.31 26 1 12쪽
20 국가헌터연구원(2) 23.05.30 25 1 12쪽
19 섹션2, 버려진 사원은 클로징 된다 23.05.29 26 1 12쪽
18 초록색 호박 23.05.28 32 1 11쪽
17 다크우드 23.05.27 29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4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0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1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41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7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7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6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5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4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6 5 11쪽
5 위성규 23.05.16 128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2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2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5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82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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