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1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22 18:05
조회
30
추천
5
글자
9쪽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DUMMY

전복되거나 부서진 자동차가 엉망으로 뒤섞여 있는 횡단보도 위를 신혁이 천천히 걸어갔다.


덜컥. 덜컥.


걸을 때마다 온 몸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쓰라린 통증.


하나, 신혁은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호텔까지는 일직선이다.


앞만 보고 걸어가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했을까? 모르겠다. 가보면 알게 되겠지.’


건너편으로 넘어온 신혁은 주변을 살폈다.


움직이는 물체는 보이지 않는다.


‘여긴 원래부터 사람이 적긴 했지.’


특이하게도 홍대라는 곳은 인구의 밀도차가 극심한 장소였다.


불과 한 블록 너머에는 각종 음식점과 매장으로 둘러싸인 좁은 골목길이 있는데, 그쪽은 연말연시 인파가 줄질 않는다.


더 나아가면, 홍대의 랜드마크인 노래방 빌딩을 비롯해 클럽이 밀집한 유흥지대.


그에 비해, 이런 골목길은 학원과 음식점이 몇 개 있을 뿐, 오락을 즐기기에는 매력적인 장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행이야.’


그래도 방심은 하지 않겠다.


홍대 최대의 인구밀집 구역과 그리 멀지 않았으므로.


신혁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스마트폰을 꽉 붙들고서 앞으로 나아갔다.


처벅. 처벅.


얼마나 걸어갔을까?


신발 매장 앞을 지나가는 신혁의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포착됐다.


부아아아앙!


오토바이 엔진 배기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역설적으로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체 누가 타고 있는 거지?


‘광인이겠지, 뭐!’


파앗-!


[오토바이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한 손에는 쇠파이프를 손에 쥐고 있다.]

[놈은 나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적이로구나.


신혁은 체념한 얼굴로 자세를 낮췄다.


부아아앙-!


시끄러운 배기음을 몰며 빗속에서 일렁이는 흐릿한 불빛이 점점 또렷해진다.


실루엣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을 때, 오토바이에 탄 헬멧 쓴 남자가 쇠파이프를 들어올렸다.


“오! 광인 발견! 파밍! 파밍!”


신혁은 한숨을 쉬며 몸을 옆으로 내던졌다.


촤아아악!


쇠파이프가 허공을 갈랐다.


“오, 시발! 뭐야? 사람이야? 이걸 피해?”


끼이이익-!


촤라락!


물을 흩뿌리며 정지한 바이크.


팅! 탕!


헬멧을 쓴 남자는 쇠파이프를 바닥에 내리치며 헬멧의 바이저를 올렸다.


“와, 뭐야? 눈이 하얗네? 진짜 사람이야?”


신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광인이다. 그것도 자아가 있는. 쯧, 이제 보니까 애새끼잖아?’


바이저 안에 드러난 붉은 눈.


헬멧을 쓰고 있어 얼마나 어린지는 모르겠으나,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10대 청소년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너 뭐냐? 아무리 세상이 멸망해도 그렇지, 다짜고짜 사람을 공격해?”

“뭐래, 병신이. 이봐요, 아저씨. 가진 거 다 내놔. 그러면 안 아프게 보내줄게.”


탁! 탁!


바이크에서 내린 소년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신혁에게 다가왔다.


“꼬라지 보니까 어디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온 것 같은데, 나는 뚝배기 박살내다가 왔거든? 아저씨, 진짜 좆됐다. 그치?”


신혁은 콧김을 내뱉으며 이마를 짚었다.


“야, 됐고. 뭐 좀 물어보자. 너 혹시 오딘이라고 아냐?”

“어?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아? 존나 병신 같던데. 그 새끼, 아저씨 친구야?”

“아까부터 자꾸 거슬리네. 아무튼 넌 그 새끼 명령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거지?”


소년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내가 왜? 이제야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중인데? 시발, 진짜 천국이야.”

“천국이라고?”

“급식이라고 무시하는 새끼들 대가리 박살내고! 우리한테 싸가지 없게 대하던 새끼들도 줘 패버리고! 캬! 좋아! 좋아!”


예상은 했지만 제정신이 아니구나.


모든 청소년이 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일부는 이런 위험한 사상을 지니고 있단 것 아닌가?


‘머릿속에서 회사 인간들을 몇 번이나 조각내던 내가 할 생각은 아닌가?’


신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크흐흐, 그래도 말이야. 역시 살아서 꿈틀대는 거를 죽여야 재미있단 말이지.”

“너 삼류악당 같은 말을 지껄이네? 그런 애들 최후가 어떻게 되는 줄 아냐?”


철컥-.


신혁은 리볼버를 꺼내 겨눴다.


“어, 어? 시발?”

“놀랐어? 찐따 같은 아저씨가 잡몹이 아니라서? 너 어떡해? 내가 사실은 전투력이 많이 높아. 개처럼 구르다가 왔거든.”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말.


삶과 죽음을 선택해온 신혁은 어느새 21세기 회색도시의 전사가 되어있었다.


괴한의 습격에도 느긋하게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시, 시발! 그거 장난감 총이지? 참나! 내가 그딴 헛수작에 속을 것 같아?!”

“하아, 세 발 밖에 못 만드는 데. 아깝게.”


창조로 미리 만든 총알은 두 발.


창조는 무한히 물체를 생산하는 그리 형편 좋은 능력은 아니었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물체는 3개.


이미 프레키에게 한 발을 쐈고,


타앙!!


“으아아악! 내, 내 무릎! 끄아악!”


지금 이 놈 왼쪽 무릎을 걸레로 만들었으니 창조로 만든 총알은 이제 1발 남았다.


탁.


“오? 이거 좋은데? 잘 쓸게?”


광인이 놓친 쇠파이프를 습득한 신혁.


그는 쇠파이프를 한쪽 어깨에 기대더니, 소년의 구멍 뚫린 무릎을 잘근잘근 짓밟았다.


“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몰라서 그랬어요! 제발!”


태세 전환하는 것 보소?


신혁은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그럼 살려준다. 알겠지?”

“으윽, 네!”


탁! 다그닥.


신혁은 소년의 헬멧을 벗겨 내동댕이쳤다.


철컥-.


“으으으!”


차가운 권총의 총구를 따라 흐르는 빗물이 소년 광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간 순서대로 가자. 너 뭐하는 새끼야? 멸망 문자 받았을 때, 뭐하고 있었어?”

“그, 그냥 학생이요! 게임센터에서 친구들하고 놀고 있었어요! 진짜에요!”

“그냥 학생 맞아? 오토바이 타고 아리랑 치기 하는 폼을 보면 좀 놀던 놈 같은데?”

“이, 일진이요.”


그럴 줄 알았다, 임마.


“좋아, 일진아. 문자 받고 주변 사람들 다 미쳐 날뛰었지? 넌 어떻게 살아남았어?”

“고, 공격을 안 받았으니까 살았죠! 그 새끼들 우리는 공격 안 해요!”

“우리?”


생각해보면 아까부터 ‘우리’라는 말을 계속 내뱉지 않았던가?


그 말은 자아를 가진 광인이 이놈 말고 더 있으며, 어느 정도 친분을 쌓은 관계라는 반증이었다.


“너 친구들하고 있다고 그랬지? 그 새끼들도 너처럼 자아를 갖고 행동하냐?”

“저, 전부는 아니에요! 5명이요.”

“5명? 꽤 많네? 너네 혹시 나쁜 짓 많이 했냐? 세상이 이렇게 망가지기 전에.”

“오, 오토바이랑 차 좀 훔치고, 패싸움 좀 한 것 말고는 없는데요?”

“하? 미친 새끼네? 야, 더 말해봐. 숨기는 거 없어? 있을 것 같은데?”


자아를 가진 광인이 되는 조건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렴풋이 본인의 정신이 광기에 먹히지 않을 정도로 강해야한다는 것만 알 뿐.


그런데 청소년이 인생의 단맛 쓴맛 짠맛 똥맛까지 다 겪어본 어른들보다 멘탈이 단단하다면 많이 수상하지 않은가?


쿠직-.


총구로 관자놀이를 짓누르자, 공포에 사로잡힌 광인이 모든 것을 실토했다.


“사, 사람! 사람도 죽였어요! 어쩌다가 재수 없게 술 마시고 오토바이 타다가! 실수에요! 진짜로! 반성해요!”

“시발 새끼가.”


빠득-.


신혁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어떻게 너 같은 새끼들이 버젓이 사회를 기어다닐 수가 있지? 야, 지껄여 봐.”

“몰라요! 시발! 법이 그렇다는데!”

“후우, 하아! 야, 계속하자. 그래, 오딘한테 들은 거 없냐? 뭐라 안 했어?”

“자, 자기 명령대로 움직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꺼지라고 했고요! 인원에 쫄았는지, 바로 그냥 떠났어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떠났다고?


마치 실제로 오딘을 본 것처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설마, 너 오딘 얼굴 봤냐? 만났어?”

“네! 봤어요! 야, 양복 입은 아저씨였어요!”

“······ 지금 어디 있어?”

“크, 클럽이요! 거기에 정신병 도진 새끼들 전부 모아두고 있어요!”


클럽이라?


왜 거기에 광인을 모아두는 거지?


‘그건 오딘과 만나면 알게 되겠지.’


철컥-.


신혁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아저씨! 왜요! 하지 마! 나 말해줬잖아!”

“너 게임 센터에서 왔다고 했지? 그럼 거기 주변부터 뒤져야겠네? 고맙다.”

“시발! 시발 새끼야! 하지마!”


쿵!


발버둥치는 광인의 목을 힘껏 눌렀다.


“그냥 받아들여. 네 논리대로면 약해보이는 새끼 건드렸는데, 운이 나빴던 거 아니야?”

“무슨 개같은 소리야!”


신혁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다가 재수 없게 총 좀 맞을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아, 아아.”


타앙!


신혁은 광인의 시체를 버려두고 비틀거리며 호텔을 향해 걸었다.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합니다 죄송합니다. 22.11.23 36 0 -
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5 0 -
»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1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4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4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7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79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1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7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1 2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