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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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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82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5 20:28
조회
55
추천
4
글자
9쪽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DUMMY

타다닥!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던 신혁 일행.


그들의 행군은 8층에서 멈췄다.


“허억, 허억!”


털썩-.


우수가 박스를 내려놓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괜찮으세요?”

“허억, 허억! 이, 이렇게까지 뛰어본 건 오랜만이야. 체, 체력을 키워둬야 했어!”


그의 의견에는 신혁도 동감했다.


“아저씨, 8층에서 자리 잡는 게 어때요? 더 올라가면 내려올 때, 위험할 수도 있어요.”


파앗-.


[주희의 의견에 나는 동조했다.]

[높이 올라가도 기다리는 건 옥상이다.]

[8층에서 휴식을 취하며 강훈을 기다리자.]


문자를 확인한 신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모두 제 뒤에 있어요.”


철컥-.


신혁은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초, 총?! 그거 어디서 났어요?”

“지하철에서 죽은 광인한테.”


능숙하게 약실을 탄환으로 채운 신혁은 리볼버를 다시금 허리 뒤춤에 꽂아 넣었다.


“총성을 걱정하는 겐가?”

“예, 맞습니다. 총성을 듣고 광인이 몰려들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입니다.”


총알도 6발이 끝이니 최대한 아껴야 한다.


아직 프레키라는 미지의 적도 있으니까.


“우선 안전한지 확인하고 들어가죠.”


끼이익-.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신혁이 살며시 비상구를 열어 틈새를 살폈다.


새하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배치된 문들.


당연하지만, 이곳에도 시체는 있었다.


“어때요?”

“여기도 한바탕 난리가 났었군. 열려 있는 문이 있으니까 저기로 들어가자.”


덜컹-!


비상구 철문을 열어젖힌 신혁.


생각보다 큰 소음에 반응을 살폈으나, 8층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잘 따라오세요. 아, 주희야. 문에 표시 좀 해둬. 아버지가 알아볼 수 있게.”

“알았어요.”


주희는 상자에서 초코바 몇 개를 꺼내 비상구 앞에 두었다.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다다다닷.


허리를 숙이고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 신혁.


그의 뒤를 우수와 주희가 바짝 붙었다.


‘여기는 입주자가 별로 없는 건가?’


늦은 밤인 만큼, 사무용으로 쓰는 방은 사람이 다 빠진 걸지도 모르지.


어찌 되었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방심은 안 한다.’


[열려있는 문으로 향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들어가자.]

[부스럭 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저 방에 뭔가 있습니다. 제가 먼저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여차할 때는 도와주세요.”


신혁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맴돌았다.


“갑니다.”


타닥!


재빨리 실내로 들어간 신혁.


내부는 원룸과 거의 흡사했다.


벽 하나를 두고 화장실과 거주공간이 나눠지는 구조. 신혁은 벽에 등을 기댄 체, 슬쩍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침대 너머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찌직-.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


그런 것치고는 찐득한 잡음이 섞여 있다.


찹! 찹!


흡사 생선회나 육회를 씹는 것처럼 이 꾸덕꾸덕한 소리의 정체는 뭐지?


“미야오옹!”


꿀꺽-.


신혁은 침을 삼켰다.


소음의 발신원은 삼색털 고양이었다.


아니, 고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표범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크기와 더불어 입가에 잔뜩 묻은 붉은 피!


‘미치겠네! 진짜 맹수가 됐잖아!’


파앗-.


[거대해진 고양이가 나를 찾고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녀석의 귀가 멈췄다.]

[무기가 필요하다! 벽 너머로 이동해라!]


타다닥!


신혁은 망설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에에에엥! 캬하악!”


침입자를 발견한 고양이가 난폭한 울음소리와 함께 신혁에게 달려들었다.


찌지직!


아슬아슬하게 발톱을 피한 신혁 대신에, 벽지가 찢어지며 걸레조각처럼 흩어졌다.


“흉기가 따로 없네, 진짜!”


탁!


신혁은 싱크대 위에 놓인 칼꽂이에서 식칼을 꺼내 잡았다.


“으에에옹!”


쿠당탕!


바닥에 쓰러진 신혁을 짓누르며 고양이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젠장, 작을 때는 귀엽기라도 하지! 커지니까 영락없는 괴수잖아!’


신혁은 식칼을 고양이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고양이가 어떤 생물인가?


“에오옹!”


타악! 뗑그랑!


고양이가 미친 반사 신경으로 손을 후려치자, 그 반동으로 쥐고 있던 식칼이 손에서 탈출하고 말았다.


콰직-!


신혁의 왼팔을 물은 고양이.


쿠드득-.


근육과 뼈가 맞물리는 끔찍한 소리가 몸을 타고 올라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끄으아아악!”

“아저씨!”


주희였다.


그녀는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식칼을 주워 고양이의 몸통에 쑤셔 박았다.


푸욱!


“크에에오옹!”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질렀으나, 녀석의 관심은 여전히 신혁뿐이었다.


“케에에옹!”


갈고리처럼 굽은 발톱을 꺼내며 신혁에게 휘두르는 고양이. 신혁은 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놈에게 꽂힌 식칼을 뽑아 쥐었다.


“너무 원망하지는 마.”


동물은 좋아한다.


그 이유를 열거하면 100가지는 넘으리라.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원망할 거면 이 망할 세상을 저주해라.


그런 구차한 변명을 대서라도, 나는 생존을 정당화할 테니까!


푸슉-.


신혁은 가슴에 식칼을 박아 넣었다.


“에옹······.”


쿵!


피를 한 움큼 토해내더니 고양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자네, 괜찮나!”


신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끄덕였다.


철컹-.


현관문을 잠그고 안으로 들어온 우수.


그는 난장판이 바닥에 쓰러진 괴생물체를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이, 이거 혹시 고양이인가?”

“네, 말도 안 되는 크기지만요.”


신혁의 추측은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 고양이의 주인이 동물확대범이 아닌 이상, 동물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현상이 문자가 말하던 다음 단계의 정체일 것이다.


“잠깐만, 주인? 이 새끼, 설마!”


신혁은 침대 근처로 다가갔다.


역시 있었다.


난잡하게 뜯어 먹힌 사람의 시신이!


“사, 살벌하구먼.”

“마음 같아서는 다 포기하고 싶네요.”


끼이잉-.


하지만 이 반지가 있는 한, 마음이 꺾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주희가 풀썩 주저앉았다.


“괜찮냐, 맹꽁아?”

“모르겠어요. 아빠 보고 싶어요.”

“그 분은 무사하실 거야. 넌 모르겠지만, 맨손으로 맹수도 터뜨리는 분이야.”

“거짓말 하지 마세요.”


신혁의 말이 위로가 된 걸까?


넋이 나갔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아왔다.


그런데 주희야,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야.


‘종종 상태를 살펴야겠군. 어쩐지 나처럼 아이템이나 능력도 없는 애가 멘탈이 튼튼하다 싶었어.’


그렇다면, 우수는 어떨까?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네. 의사로 활동할 시절에는 이보다 심한 것도 많이 봤어.”


역시 백전노장은 다르군.


덕분에 케어해줄 사람이 한 명 줄었다.


“나는 젊은이가 걱정되는구먼.”


신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렇고말고요.”


하지만 말과는 반대로 몸은 솔직했다.


몇 번이나 생과 사의 기로를 건넌 육신.


반복되는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정신.


신혁이 가진 모든 것이 한계에 달했다.


“어, 아저씨!”

“이보게!”


결국 균형이 무너졌다.


신혁은 질척한 심연 속으로 추락하는 정신을 지금이라도 잡으려고 했으나, 내뻗은 손은 허공에 흩날릴 뿐이었다.


쿠당탕-!


바닥에 쓰러진 신혁.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달콤한 수마가 그의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다.


‘안 돼. 지금 정신 차려. 지금은······ 안 돼.’


***


“오셨군요.”


낯선 중저음의 목소리에 신혁은 눈을 번쩍 떴다.


“뭐야, 당신! 누구야!”


멋들어지게 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자가 신혁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의 복장이 수상하다.


흐느적거리는 천으로 몸을 감싸는 의상.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끔 봤던 것 같은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 사람 누구야? 여긴 또 어디고? 동굴? 아니, 굴다리?’


중세시대의 건물이 이런 느낌일까?


큼지막한 벽돌을 쌓아 만든 아치형의 통로. 그곳에 신혁과 남자가 서있었다.


“이봐요! 당신 누굽니까? 여긴 어디고요!”

“나를 기다리고 있었군.”


답한 것은 남자가 아니었다.


신혁의 뒤에서 들린 다른 남성의 목소리.


그가 고개를 돌리자, 통로 끝에서 걸어오는 거구의 남자가 있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강훈을 가볍게 뛰어넘는 신장과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 태양처럼 빛나는 금발 장발의 사나이!


신혁은 이 외국인을 본 적이 없었으나, 그의 위용을 묘사한 예술작품을 수도 없이 봐왔다.


설마 이토록 이미지가 비슷할 줄이야.


‘제우스! 제우스다!’


신혁의 눈은 옳았다.


“제우스 님.”


그의 옆에 있던 남자가 증명했으니까.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지? 설마!’


터벅터벅-.


신혁과 남자의 앞에 선 제우스.


그는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프로메테우스,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그는 신혁에게 시련을 주고 시험에 들게 한 자, 프로메테우스였다.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목 바꿨어요! 문의하니까 해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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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6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5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5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6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8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0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1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80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8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2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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