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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2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1 19:39
조회
91
추천
6
글자
10쪽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DUMMY

타다다닥-!


지하철역 내부를 울리는 4명의 발소리.


신혁을 비롯한 일행들이 각자 하나씩 짐을 품에 안고서 역을 달리는 소리였다.


‘진풍경이군. 다 큰 성인들이 우비 입고 뛰어다니는 모습이라니.’


이들은 9번 출구를 향하고 있었다.


목적지인 ‘아모드 가든(Amod Garden)’ 호텔과 가장 가까운 출구였으니까.


‘버스 타고 다닐 때, 구경만 했는데. 실제로 가게 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


특이한 디자인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


‘서교동’ 버스 정류장에서 불과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고층 호텔. 외관을 벽돌로 겹겹이 쌓아서 성이나 요새처럼 보였었지.


정말 요새가 되어주면 좋겠는데.


파앗-.


[곧 출구에 다다른다.]

[밖은 아직도 비가 내린다.]

[광인은 없다. 하지만 뭔가 흔적이 있다.]


‘흔적? 조사하라는 뜻이지? 알겠다고.’


또다시 뭔가가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타다닥!


신혁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단숨에 9번 출구 계단을 뛰어 올랐다.


***


쏴아아아아-!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여전히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옛말에 하늘이 노했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 틀림없으리라.


“후우, 지독하게 쏟아지네.”


강훈이 내뱉은 말에 신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아시다시피 광인은 좀비가 아닙니다. 감각기관이 전부 살아있어요. 우리가 느끼는 상황과 비슷할 겁니다.”

“우리를 찾기 힘들 거라는 소리죠?”


주희의 말대로다.


지하철역이라는 고정된 장소라면 모를까, 밖은 방향감각을 잃을 수준의 폭우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움직인다면, 광인의 습격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오딘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쉽게 알지 못할 거야. 설사 싸움이 일어나도 괜찮다.’


허리 뒤춤에서 느껴지는 리볼버의 묵직한 무게가 묘한 안정감을 가져다 줬다.


총 한 자루면 모두를 지키기 충분하리라.


거기다 이쪽은 인간흉기 서강훈이 있다.


상대가 인간이라면 질 자신이 없어!


“꺄아아악!”

“아오, 깜짝아!”


주희가 갑자기 소리를 내질렀다.


하필 출발 전에 간 떨어지게 하고 있어!


“야, 너! 후우! 또 뭔데!”

“저, 저거!”

“이크, 주희야! 저런 거 보지마라!”


주희가 가리킨 곳에는 시체가 있었다.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의 시체.


아마 자신과 같은 회사원이었겠지.


“시체가 왜? 역에서도 실컷 봤잖아.”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다고?


- [광인은 없다. 하지만 뭔가 흔적이 있다.]


어쩌면 흔적을 찾은 걸까?


신혁은 조심스럽게 바닥에 쓰러진 시체의 곁으로 다가갔다.


후두둑-!


우두두두!


하늘에서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가 우비를 난타하자, 딱딱한 소음이 전신을 울렸다.


“뭐가 이상하다는······ 뭐야?”


없었다.


하반신이 없었다.


다리라고 생각했던 실루엣은 뱃속에서부터 뽑아져 나온 내용물이었다.


“우, 우왓!”


두근! 두근!


여러 사태를 겪으며 칼도 맞고, 총도 맞고, 깡도 많아졌으나,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 시신이라니!


‘시, 시발! 뭐야? 드디어 좀비가 돼버린 건가? 어쩐지 곱게 미쳤다 싶었더니, 역시!’


광인의 전투방법은 어디까지나 분노를 매개로 한 폭력이다. 그 덕분에 대부분의 시체는 비교적 상태가 온전한 편이었다.


그래서 간신히 거북함을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 장기까지 쏟아진다고?


끔찍한 혐오감에 속이 뒤집혔으나,


끼이잉-!


‘컨디션이 회복됐다. 반지의 힘인가?’


새롭게 얻은 반지가 그를 살렸다.


“조, 좀비! 이거 좀비네! 그치?”

“어허, 덩치는 산만해서 호들갑 떨지 말게.”


우수는 강훈을 나무라며 신혁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조용히 시체를 살펴보다 입을 열었다.


“사람이 한 게 아닐세.”

“네?”

“사라진 하반신을 잘 보게.”


우수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찍혀있는 구멍들이 있었다.


“이 구멍들을 한 번 선으로 이어본다고 생각해보게. 어때? 길쭉허지? 헌데, 사람의 입은 둥글단 말이야.”

“짐승······의 짓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적어도 사람이 한 짓은 아닐세.”


역시 의사다운 명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단숨에 분위기를 정리하다니.


“야, 주희야. 저 분은 뭐하시는 분이냐?”

“최우수 할아버지요. 의사세요.”

“오오, 대단하신 분이구나! 크하하하! 좀 다쳐도 괜찮겠는데? 음, 잠깐만?”


뒤에서 호탕하게 웃던 강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거 위험한 상황 아니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세상이 망했다지만, 짐승이 사람을 막 사냥하고. 그게 말이 되나? 보통 반대 아니야?”


꿀꺽-.


신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강훈의 말대로다.


광인이 사람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럼 반대로, 동물이 사람을 씹어 먹으면?


오히려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니야?


강신혁, 정신 차려!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삐이이이이익-!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경보음.


이미 모두가 이 소리를 들은 적 있었다.


- [지구는 오늘부로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광인이 끓어 넘치는 지옥도가 펼쳐지지 않았던가?


설마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고?


‘어떻게 된 거야, 프로메테우스 형! 말을 해줬어야지! 시발! 예언 안 해?’


이것도 당신이 그리는 큰 그림입니까?


꽈득!


신혁은 이빨을 꽉 깨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생존자 모두가 독약을 마시는 듯 얼굴을 잔뜩 구기고서 스마트폰 액정으로 시선을 향했다.


[경의를 표합니다, 인류 여러분! 우리가 그대들을 우습게 봤습니다. 불신과 혐오로 얼룩진 시대에 신뢰와 사랑을 행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 못한 것이지요.]


“사람을 뭐로 아는 거야!”


주희가 미간을 구기며 분노를 터뜨렸다.


누구나 그녀와 같은 마음이리라.


이 문자를 보내는 것이 신이라면, 신은 악마의 탈을 쓴 괴물이 틀림없었다.


삐이이이이-!


[이는 우리에게 깊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과연 현재의 인류 중에도 시련에 맞설 가치 있는 자가 있을까? 이 질문은 크나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크나큰 파문?


그 의문에 답하듯 칼같이 문자가 전송됐다.


[기뻐하십시오, 인류여! 덕분에 인류 존속의 의지를 재확인할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최초 98%의 찬성의 여론이 변동하였으니 이를 정정하여 다시 선언합니다.]


부정적이던 지금까지의 문자와는 사뭇 다른 희망적인 메시지.


문자 한 통에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들다니, 신이라는 존재는 정말 제멋대로인 것 같다.


“우, 우리 살아나는 거야? 크하하!”

“아빠, 호들갑 떨지 마!”

“허허, 다행일세.”

“그러게요. 희망이 보이네요.”


삐이이이익-.


희망은 없었다.


[86%가 인류 절멸에 대하여 찬성했습니다. 지구에 독을 뿌린 인류는 멸망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절멸을 위해 다음 단계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이 개새끼들! 프로메테우스 형 말고는 믿을 새끼 하나도 없어!’


신이 피를 흘리는 존재라면 내 앞에 서라.


총으로 머리를 쏴 줄 테니까!


삐이이익-!


[우리가 언제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인류 여러분.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사람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메시지를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반지가 없었다면 진작 광인이 됐을 것이다.


“후우, 이동합시다.”

“그래, 그래야지. 주희야, 가자.”


강훈의 축 늘어진 주희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래도 나름 희망이 보이는구먼.”

“희망이요?”

“98%에서 12%나 줄지 않았나? 인간이 살아남기를 원하는 신들도 있는 걸세.”


살아온 인생의 굴곡이 다르다는 걸까?


우수의 말에 신혁은 피식 웃었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아군이 12%나 늘었다. 게다가 재투표도 한다는 걸 확인했잖아.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거기다 일거수일투족을 엿본다고 했지?


장난감으로 생각하든 뭐든 일단 좋다.


그들이 혹할 모습을 보여줘서 마음을 돌리면,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프로메테우스가 노리는 게 이건가? 흐음, 좋은 모습은 못 보여준 것 같은데?’


신화의 신들은 그 당시의 눈높이에서 봐도, 이해하기 힘든 기행을 펼치는 존재가 많았다.


의외로 쌍욕을 갈기고, 피터지게 구르는 신혁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거 그냥 변태 아니야?


첨벅-!


수상한 물소리에 신혁이 주위를 둘러봤다.


“자네, 왜 그러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어, 나도 들었어. 딸, 뛸 준비해.”


느슨해졌던 분위기가 다시 팽팽한 긴장감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파앗-!


[충격적인 문자에 화를 낼 시간도 없다. 문자가 말한 다음 단계가 그 전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짐승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짐승?


신혁의 시선이 뜯어 먹힌 시신으로 향했다.


십중팔구 시체를 뜯어먹은 놈이리라.


“일단 다들 조금씩 뒤로 이동하죠. 호텔과는 반대방향이지만, 조금 멀리 돌아서 가면 되니까요.”

“그래, 일단은 안전이 최우선이지. 아무리 의사가 있어도, 다쳐서는 안 돼. 대신 아파줄 수는 없으니까.”


역시 숱한 싸움을 거친 파이터답다.


파앗-!


[녀석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주 큰 개였다.]

[미친! 튀어! 빨리 도망쳐!]


첨벅!


폭우 속을 버티고 선 거대한 그림자.


사족보행을 걷는 짐승의 그것이었다.


‘저거? 개야? 아니, 늑대?’


신혁 일행의 앞을 막아선 검은 늑대.


그 위협적인 모습에 오금이 저려왔다.


털에 기름이라도 칠한 것인지, 빗물이 풍성하게 부푼 털가죽을 따라 흘러내렸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는 차가운 입김이 그 주변을 겉돌고, 번뜩이는 노란 눈동자 속에는 신혁의 얼굴이 감돈다.


영락없는 늑대의 모습이건만, 그런데 뭔가 비상식적으로 몸집이 크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시, 신혁 씨! 저거 맞아?”

“아니요. 아닌 거 같은데요?!”

“아, 아빠. 뛰어.”

“도, 도망치게!”


아무리 해도 이건 말이 안 되지.


어떻게 늑대가 승용차만할 수 있는데!


“아우우우우우우-!”


섬뜩한 짐승의 울부짖음이 추격전의 시작을 알렸다.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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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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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5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1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4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4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7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79 5 10쪽
»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7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1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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