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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80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0 21:56
조회
90
추천
5
글자
11쪽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DUMMY

2차 시험이라고?


예상지도 못한 문자에 신혁은 당황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신청한 기억도 없던 1차 시험에 합격 문자를 통보받았으니, 당연히 2차 시험도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야지!


‘그렇다고는 해도 실시간 테스트는 정말 생각도 못했네. 혹시 지금도 3차 시험 도중인가? 이거 몇 차까지 있는 거야?’


의문에 답해주길 바랬으나, 스마트폰의 예언 문자는 거기까지였다.


“쿨럭! 으, 흐흐.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살아있었냐?”


경찰 광인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희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 발할라. 난 발할라로 간다.”

“영화 찍냐? 내가 기억해줄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죽기 전에 내가 묻는 거나 대답해 봐. 그분이 누구냐? 넌 어떻게 광인을 통솔하는 거지? 아바타는 또 뭔데! 대답해!”

“너도······ 전사가 돼라.”


경찰 광인은 그 말을 끝으로 숨을 거뒀다.


그러나 알아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스슥! 탓!


경관의 바지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


잠금이 걸려있었으나 손가락을 가져가자 쉽게 풀리며 액정에 빛이 들어왔다.


‘이놈도 똑같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어플은 전부 사라졌어. 새로 깔린 어플도 없고. 그렇다면 문자는 어떨까?’


파앗-!


[배터리 전원 부족. 남은 배터리: 20%]


배터리 알람이 뜨는 것과 동시에 화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켰을 때는 60% 남아있었잖아! 내가 똑똑히 봤다고!’


기종에 따라 배터리가 소모되는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40%가 뚝 떨어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정도면 기기결함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젠장! 빨리! 메시지!”


19, 18, 17······ 계속 줄어드는 배터리의 숫자를 세며 신혁은 메시지 어플을 열었다.


어플에는 내역이 남아있었다.


저번 회 차에 경찰 광인이 보여줬던 메시지의 송신자, ‘그분’에게 받은 메시지들이!


‘젠장! 뭐가 이렇게 많아! 대부분 지령들이잖아! 어디로 가라! 여기서 뭘 해라! 하나하나 읽기에는 시간이 없어!’


파앗-!


[벌써 5%까지 배터리가 줄어들었다.]

[전부 확인할 수 없다면 선택과 집중이다.]

[어디에 가장 많은 정보가 있을까?]


직감적으로 떠올랐다.


- [프로메테우스의 1차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분이라는 자가 이 광인을 이끌었다면, 처음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까?


타닷!


빠르게 메시지를 위로 올린 신혁.


남은 배터리가 1%가 되는 순간, 스크롤바가 멈추며 처음의 메시지에 도달했다.


[분노보다 강한 자아를 가진 자여, 너는 나의 전사로 선택받았다. 나의 이름은, ‘오딘’. 올바른 낙원, 발할라가 너를 기다린다.]


지직-.


전조도 없이 꺼져버린 스마트폰.


검은 액정에 신혁의 얼굴이 비쳤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혁이!


‘오딘? 발할라? 낙원? 젠장, 머리가 복잡해.’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


그는 지혜부터 시, 계약, 문예, 죽음, 전쟁까지 다양한 분야를 주관하는 신이다.


그러나 가장 원초적인 분야는 ‘광기’이리라.


먼 옛날 오딘을 숭배하던 바이킹은 광전사가 되어 전장을 누볐다고 하던가?


죽어서 영원한 낙원인 발할라에 가기 위해!


그야말로 광기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 모든 광인의 탄생에 정말로 광기의 신인 오딘이 연관되어 있다면?


‘코즈믹 호러가 따로 없네.’


상상한 것보다 엄청난 일인 것 같다.


한낱 인간인 신혁으로는 감히 어떻게 대응할 수 없는 세상의 악의가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 [만물의 모든 것이 너를 억지로 깎아내리려 해도, 그대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프로메테우스가 보내온 메시지.


그는 ‘오직 우리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꽈악-.


신혁은 주먹을 쥐었다.


‘세상을 구한다는 의미가 뭔지는 정확히 모른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걸까? 아니면, 사태를 안정시키고 이 미친 세상을 그냥 살아가는 걸까?’


안다고 해도 의미는 없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생존'이었으니까.


오딘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신이 광인을 부려 생존자를 죽이고, 안 그래도 개판 5분 전인 지구를 깽판 1분 전으로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저항해야지! 살아야지!


신의 뜻이고 나발이고 알 게 뭐냐?


끝까지 살아남아서 왜 인간이 지구 생태계 최고의 독종인지 확실히 알려주겠다.


파앗-!


[가까이서 발소리가 들린다.]

[주희의 아버지, 서강훈이었다.]

[그에게 주희가 있다는 걸 알려주자.]


예언 문자도 그런 의미로 준 것이리라.


타다다닥-!


다급한 발소리를 이끌고 나타난 것은 문자의 예언대로, 서강훈이었다.


“후욱, 후욱. 주희야! 주희!”

“안녕하세요, 강훈 님.”

“광인?!”


손까지 흔들면서 인사했건만, 운동선수의 반사 신경일까? 강훈은 눈을 번뜩이며 신혁에게 발을 휘둘렀다.


“으아아악! 자, 잠깐! 나 사람이야! 사람!”


통상적으로 다리 힘이 팔 힘보다 몇 배는 쌔다는데, 이 아저씨는 주먹으로 사람 머리를 박살내는 괴물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발차기를 때린다고?


이거 스쳐도 즉사다.


알아도 절대 못 막습니다, 이거.


“살, 살려주세요! 주, 주희! 저기 있어요!”


간절한 목소리가 닿은 것일까?


날카로운 강훈의 발차기가 신혁의 관자놀이에서 옆에서 멈췄다.


“지금 뭐라고?”

“주희! 주희요! 탈의실! 탈의실에 있어요! 안전합니다! 잘 지켰어요! 확인해보세요!”


그제야 강훈은 한층 누그러진 표정으로 지으며 탈의실을 향해 달려갔다.


“주희! 주희야!”

“어? 아빠? 아빠야?”


꽈득!


끼이익-!


강훈이 탈의실 손잡이를 잡고 돌리자 문고리가 떨어져 나가며 문이 열렸다.


“아빠!”

“주희야!”


주희를 얼싸안은 강훈의 뒷모습을 보며 신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게 사람이냐, 괴물이냐? 주희 으스러지는 거 아니야? 사람이 총 보다 더 무섭네. 아, 맞다. 총!’


비틀거리며 일어선 신혁은 경찰이 던졌던 리볼버를 옷이 가득한 행거 밑에서 찾았다.


‘혹시 탄환도 있을까?’


있었다.


죽은 광인의 시체에서 찾아낸 6발의 총알.


‘리볼버는 한 번도 안 쏴봤는데. 그래도 챙겨두는 편이 좋겠지?’


총은 현대의 사회를 만든 최강의 무기 중 하나다.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모르니, 얻을 수 있다면 얻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손가락만 당기면 어린이도 어른을 죽일 수 있는 무기니까.


딸깍-.


총알을 바지 주머니에 넣던 신혁의 손끝에 딱딱한 물체가 닿았다.


“이게 뭐지? 반지?”


손바닥 위에 놓인 검은 반지.


표면은 빛을 반사할 정도로 매끈하지만,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았다.


파앗-.


[2차 시험 합격에 대한 보상입니다.]


[코카서스 바위산의 반지 - 프로메테우스의 저항정신이 담긴 반지입니다. 착용하면 그의 마음가짐과 권능의 일부, ‘창조’를 얻습니다.]


대박이다!


고마워요, 프로메테우스 형!


오른손 검지에 반지를 낀 신혁.


슈우웃-.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신혁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앙금처럼 남아있던 불쾌한 저체온증의 한기는 물론, 머릿속을 괴롭히던 오딘을 향한 불안감도 모두 사라졌다.


게임으로 따지면 상태이상 면역 아이템이 이런 것이 아닐까?


역시 3만년 동안, 제우스의 괴롭힘을 이겨낸 존버왕의 정신력은 남달랐다.


“아저씨!”


주희가 미간을 구기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진짜 미쳤어요? 왜 문을 닫아요!”


가장 귀찮은 문제가 남았구나.


이걸 어떻게 해명해야 하지?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제가 같이 싸우자고 했잖아요! 죽으면 어떡하려고요?!”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본다.


- 야, 대표잖아. 건드려서 이길 자신 있어?

- 사회가 다 그런 거 아니야? 싫은 것도 견뎌내야지. 다들 허튼 생각 꿈도 꾸지 마.

- 눈치껏 행동해. 괜히 분위기 박살내지 말고. 허리 숙이고 사는 거야. 그래야 산다.


가까운 곳에 있던 이들은 대부분 도망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얘는 아직 무서운 게 없는 나이인지 싸우겠다고 하네.


“어휴, 맹꽁아. 너하나 있다고 뭐가 바뀌겠냐? 결과를 봐. 아무도 안 다치고 잘 끝났으면 된 거 아니야? 나도 승산이 있으니까 싸운 거야.”

“뭐라고요?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말을!”

“됐고, 편의점이나 가자. 어르신 기다리신다. 저기, 주희 아버님? 서강훈 선수님?”

“편하게 부르십쇼, 크하하하! 내 딸의 은인인데! 어휴, 그런데 초면에 무례한 짓을 저질러서 어떡하지? 미안합니다, 크하하!”


실제로 ‘크하하’하고 웃는 사람 처음 봤다.


무협지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괜찮습니다. 누가봐도 오해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앞으로 선생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투뷰로 신세도 졌고, 앞으로 이것저것 배울 게 많을 테니까.


전직 세계 최강의 파이터, 서강훈.


헤라클레스라 불리던 그가 새로운 동료가 되었다.


***


끼이익-.


편의점의 문이 열리며 말끔히 옷을 갈아입은 우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음, 좋구먼. 딱 맞아.”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신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새삼 우수의 생존력에 감탄했다.


‘비닐봉투에 온수를 채워서 체온을 올릴 줄이야. 나도 나중에 써먹어야지.’


반지가 있으니 쓸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이야.”


강훈의 혼잣말에 신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시체가 가득한 지하철역이라니 과연 누가 떠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밖은 이것보다 더 심각하리라.


‘하지만 떠나야지. 이곳에 있으면 우리를 노리고 광인이 계속 나타날 거야.’


어디로 떠나야 하지?


안전한 곳이 어디 없을까?


“저, 선생님. 그런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호텔.”

“네?”

“뭐, 뭐라고? 아빠!”


강훈이 목덜미를 긁적였다.


“오해들 하지 말라고! 출발 장소는 우리 체육관이니까. 오다가 사람들이 있어서 도와줬을 뿐이야.”

“그럼 호텔에 생존자가 있는 겁니까?”

“그래. 눈도 하얗고 다들 제정신이야.”


신혁은 턱을 매만졌다.


‘생존자끼리 뭉쳐있는 편이 좋나? 이 분이 도와줬다고 말하는 걸 보니까, 안전은 확보된 모양인데?’


그럼 그 호텔로 이동하는 편이 좋을까?


파앗-!


[위치가 노출된 이상, 역을 벗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식량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은 충분하다. 어디로 이동해볼까?]


[1. 호텔로 이동한다. - 위험도 8 ~ 12]


[2. 다른 피난처를 찾자. - 위험도 5 ~ 23]


망설일 것이 없는 선택지였다.


‘1번으로 간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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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5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5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8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0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1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8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2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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