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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4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21 19:55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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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DUMMY

삐이이이이이이-.


이명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하얗게 물든 시야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신혁의 정신 역시 제자리를 찾지 못해 비틀거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자동차 밖이 순백으로 물들더니 이내, 빗소리로 가릴 수 없는 폭발음이 뒤따랐다.


설마 차라도 폭발한 건가 싶었으나, 아직 사지 멀쩡하게 살아있는 걸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게리는? 광인은? 쥐떼는?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신혁은 지끈거리는 머리통을 붙잡고, 침침한 시야를 되돌리기 위해 눈을 꽉 감았다 떴다.


그것을 몇 번 반복하니 잔상처럼 일렁이던 하얀 빛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물의 윤곽과 색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신혁의 시야에 게리의 형상이 들어왔다.


“하! 어디서 노릇노릇한 고기 냄새가 난다 싶더니. 너였냐?”


썬루프 구멍에 머리를 내민 상태 그대로 미동도 없이 축 늘어진 게리.


털은 밤송이 가시처럼 삐죽하게 치솟고, 혀는 축 늘어져 걸쭉한 침을 떨어뜨렸다.


게리의 몸에서 풍기는 탄내와 고약한 비린내에 신혁은 얼굴을 찌푸렸다.


“신벌의 정체가 낙뢰였군.”


전기가 현태 인류 사회의 새로운 불로 자리 잡기 전까지, 인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둥번개를 신벌이라며 두려워했다.


땅을 울리는 폭음과 그 치명적인 파괴력은 공포의 상징이 되기 충분했으니까.


툭툭.


찌릿-.


혹시 몰라 신혁은 게리를 몇 번 건드려봤으나, 정전기로 손만 따끔할 뿐이었다.


파앗-!


[목표를 완수했습니다.]


[보상으로 기회 2회를 획득합니다.]


게리가 죽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메시지.


신혁은 헛웃음이 나왔다.


‘괴물인 줄 알았더니, 너도 미물이구나.’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리에게 쫓기며 신혁은 막을 수 없는 자연의 분노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은 인간이었다.


패러데이 새장 효과.


새장에 전기가 흘러도 새는 멀쩡한 것처럼, 외부의 전도체를 따라 전류가 퍼지는 현상.


대부분 금속으로 이루어진 자동차가 전류를 밖으로 흘리는, 벙커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신혁은 무사할 수 있었다.


“이 주변에 번개가 떨어진 것 같은데, 밖은 그럼 어떻게 됐지?”


덜컥-.


문을 연 신혁은 조심스럽게 지면에 발을 디뎠다.


쏴아아아-.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로 산처럼 쌓인 시체.


광인은 물론이고 쥐들마저 하얗게 익어버린 눈을 까뒤집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전기 자극에 의한 반작용이리라.


‘싹 다 죽었네?’


코를 찌르는 고약하고 시큼한 냄새를 무시하며 신혁은 서둘러 시체 사이사이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번개의 위력이 어찌나 컸던지, 광인은 고사하고 움직이는 동물 한 마리도 안 보인다.


혹시 번개의 공포에 질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쥐들한테 공격당해 대부분 죽었거나,


쨍그랑-!


“찌직! 찍!”

“크아아아!”


쿠직-!


건물에서 사투를 벌이는 중일 지도 모른다.


‘이틈에 어서 움직이자.’


타다닥!


신혁은 빗속을 내달렸다.


피로 얼룩진 거리를 정신없이 달리던 그는 뭔가를 깨닫고 급히 발걸음을 멈췄다.


타닥! 타닥!


신혁의 것과 겹쳐 들리던 또 다른 발소리. 이는 사람의 것이 아닌 짐승의 것이었다.


파앗-.


[프레키가 나의 뒤를 쫓고 있다.]

[이대로는 금방 따라 잡힐 것이다.]

[처리하자.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케륵. 케르르.”

“후우, 쉽지가 않네.”


철컥-.


신혁은 권총의 손잡이를 꽉 붙잡으며 프레키를 노려봤다.


‘게리한테 쏘려고 남겨뒀던 2발. 이걸로 프레키를 죽일 수 있을까? 차라리 총알이라도 넉넉했다면!’


꽈악-.


저절로 스마트폰을 쥔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다 문득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 [코카서스 바위산의 반지]

- [권능의 일부, ‘창조’를 얻습니다.]


인간을 창조한 프로메테우스는 원래 헤파이스토스도 존경하는 장인신이었다고 한다.


뛰어난 창의력과 손재주로 인간을 창조한 그의 힘을 빌리는 거라면, 총알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파앗-.


[창조를 발동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창조할 물체를 생각하면 됐다.]

[손으로 감쌀 수 있는 크기만 가능했다.]


고맙다, 미래의 나.


신혁이 총알을 떠올리자, 쥐고 있는 스마트폰 뒤로 서늘한 금속의 감각이 느껴졌다.


총알이 틀림없었다.


‘몇 개까지 만들 수 있지? 제한이 없나?’


그것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첨벅. 첨벅.


프레키가 원을 그리며 주위를 맴돌았다. 신혁을 습격할 틈을 노리는 것이리라.


터벅터벅-.


신혁도 프레키와 거리를 유지하며 원을 만들어 걷기 시작했다.


“그르르르-!”

“왜? 인간님의 불 맛 좀 보고 싶냐?”


꿀꺽-.


신혁을 마른침을 삼키며 스마트폰과 프레키를 번갈아가며 확인했다.


‘초기 대처에 실패하면 끝이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상대이기에, 프레키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방심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케르르!”


프레키는 의외의 행동을 펼쳤다.


타닥. 타다다다!


뒷걸음질로 신혁과 거리를 벌리더니, 그대로 모습을 감춰 사라져 버렸다.


“뭐야? 왜 도망쳐?”


뭔가 위기라도 느낀 건가?


짐승은 인간의 비루한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영역까지 알 수 있다고 들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프레키는 신혁을 위험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 동안은 나타나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기도 잠시,


파앗-!


[프레키가 돌아왔다.]

[놈은 광인의 시체를 입에 물고 있었다.]

[큰일이다! 달려드는 녀석을 막을 수 없어!]


프레키의 습격이 이어졌다.


타다다다!


빗속을 뚫고 다시 나타난 프레키.


녀석이 물고 있는 광인의 시체가 아스팔트 바닥을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사냥감을 포기할 리가 없잖아, 맞지? 그런데 챙겨온 게 고작 그거냐!”


타앙-!


놈의 몸을 노리고 쏜 총알.


푸슉-!


적중했다!


“케케! 크르르.”


녀석이 물고 있던 광인의 몸에!


“시발! 너 진짜 동물 맞냐!?”


녀석의 의도를 파악한 신혁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총이 발사되자 프레키는 광인의 시체를 휘둘러 자신의 몸통에 둘렀다.


맙소사, 시체를 방패처럼 활용하다니!


몇 번 생각했지만, 게리보다 머리가 뛰어났다. 아니, 어쩌면 어지간한 사람보다 똑똑한 거 아닐까?


“피지컬에, 머리까지 갖췄으면 사기잖아!”


타다다다-!


신혁은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승산이 없다면 우선은 도망치는 거다. 사람 하나의 무게를 더 얹었으니, 속도는 그만큼 더 느려졌겠지.


그래야만 하잖아?


“헥! 헥!”


프레키는 월등한 속도로 단숨에 신혁의 뒤를 따라잡았다.


“이런 미친!”


퍼억!


촤아악! 쿠당탕!


프레키가 옆에서 들이박은 충격에 신혁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짐승한테 당한 게 아니라 오토바이에 치인 것 같았다.


거기다 하필이면 날아간 곳이 버스킹 공연을 하는 위치였다.


계단 두 개 정도의 낙차가 있는 만큼, 날아간 충격이 더 컸다.


“끄아악!”


등골까지 울리는 끔찍한 고통에 신혁이 울부짖었으나, 다가오는 프레키를 보자 아픔이 싹 날아갔다.


‘시발, 이거 어떻게 잡지?’


두근! 두근!


파앗-!


액정에 금이 간 스마트폰.


하지만 글을 읽는 데는 문제없었다.


[일발 역전의 기회는 남아있었다.]

[위를 보지 말고 총구를 하늘로 향하자.]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위를 보지 말고 총구를 하늘로?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바라본 신혁은 희미하게 웃으며 총구를 하늘로 향했다.


“먹고 싶지? 덤벼 새끼야.”

“케르륵!”


투욱-.


물고 있는 시체를 버리고 프레키가 신혁에게 달려들었다.


타앙!!


신혁이 발사한 탄환은 하늘로 치솟았고,


팅! 끼이익!


콰직!


무언가를 쏘아 떨어뜨렸다.


“케에에엥!”


쿠직!


덜컹-.


프레키의 육중한 몸을 바닥에 껌딱지처럼 들어붙게 만든 물체의 정체.


『홍대 앞 전설의 삼겹살집.』


간판이었다.


‘이런 식으로 돌파구가 생기다니.’


한창 홍대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대학교 새내기 시절부터 난잡하게 달려있는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싫었다.


흉물스럽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그렇지.


역시 건물에는 간판이 달려 있어야지.


철컥-.


후두둑.


신혁은 지친 얼굴로 실린더에서 탄피를 쏟아냈다.


“당해보니까, 어때?”


탁. 철컥.


“미래한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은? 정신 못 차리겠지? 나도 그래. 항상 휘둘리고 있지.”


창조로 만든 총알을 약실에 넣고, 간판에 깔린 프레키의 미간에 총구를 가져갔다.


“케엥. 켕!”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참 좋아. 당해왔던 걸 되돌려줄 수 있으니까. 폭격기. 그래, 미래폭격기라도 된 기분이야.”


타앙-!


예리한 총성이 날카롭게 울려퍼지며 프레키의 머리를 꿰뚫었다.


눈이 반쯤 튀어나온 프레키의 시체를 뒤로하고 신혁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가자.”


자신을 다독이며.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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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6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4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4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7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0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7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1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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