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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3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2 20:36
조회
79
추천
5
글자
10쪽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DUMMY

타다다닥!


정신없이 뛰기 시작한 일행.


투둑! 후두득!


허둥지둥 달리다보니 애써 챙겨놓은 물품 몇 가지가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목숨.


목숨이 위험하다!


“크르르르!”


첨벙! 첨벙!


늑대의 발불록살이 빗물에 적셔진 바닥을 짓누르며 앞을 향해 뛰쳐나왔다.


“미, 미친! 무슨 속도가!”


고작 몇 걸음 안 뗐는데도, 순식간에 뒤를 따라잡히다니!


인터넷에 나돌던 논쟁이 떠올랐다.


만약 곤충이 사람만큼 커졌다면, 지구의 지배자는 바뀌었을까?


몸을 가눌 수 없을 것이란 의견과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진화해 생존에 불리하단 의견.


만약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했을 때는 최강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이를 동물로 치환하면 어떻게 될까?


‘단순하게 생각해서 개가 사자가 되고! 고양이가 호랑이가 되겠지! 사기잖아!’


모든 동물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월등한 피지컬을 갖고서 태어난다.


튼튼한 가죽과 강력한 교합력, 압도적인 신체능력과 자신을 보호할 천성의 무기를!


그런데 동물이 사람처럼 커졌다?


당장 덩치가 사람만한 맹수인 곰만 하더라도, 산탄총을 맞고도 움직이며 발을 휘둘러 사람을 찢어버리는 괴물이다.


이걸 인간이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무슨 더킹을 피하고 백초크로 잡는다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 있지만, 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결국 무력한 존재였다.


“헉! 허억! 따라잡혔어! 안 되겠다! 신혁 씨! 이것 좀 받아! 한 대 치고 가자!”

“네?”


그래야만 하는데?


“크르릉!”


타닥! 탁!


크게 도약한 늑대가 정사각형이 기묘하게 연결된 전시물을 발판삼아, 입을 한껏 열고 신혁에게 달려들었다.


“숙여!”

“우, 우아앗!”


대처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


하지만 강훈은 해냈다.


뻐어어억!


“캐깽!”


쿠우웅!


발차기에 머리를 걷어차인 늑대가 빗물을 타고 쭉 미끄러지다 가로수 나무에 등을 부딪쳤다.


‘미쳤다. 인간의 격투기 대단해!’


사실 대단한 건 격투기가 아니다.


강훈이 굉장한 거지!


크으! 이 맛에 동료를 만드는 거지!


“이틈에 어서 도망가죠!”

“아니, 신혁 씨. 나는 싸워야 한다고 봐.”

“네?”


이 양반이 지금 뭐라는 거야?


“저 놈 달리는 거 봤지? 우리가 백날 도망쳐도 금방 따라잡혀. 차라리 여기서 무력화시키고 이동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제정신이십니까? 이길 수 있겠어요?!”


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발차기 들어갔을 때, 느낌이 파박! 하고 왔어. 이길 수 있겠더라. 다칠 건 각오해야겠지만. 어떡할래?”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케르륵!”


늑대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정말로 강훈의 일격이 통했던 모양이다.


정말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쏴아아아-!


두. 두두둑.


시간이 멈추고 어김없이 문자가 날아왔다.


파앗-!


[상황을 선택하십시오. - 제한 시간 33초.]


믿고 있었다고!


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었지!


[1번. 쓰러뜨리자. - 무기도 있고, 인간흉기도 있다. 주변에 광인도 보이지 않으니, 이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위험도 12.]


[2번. 건물로 도망가자. - 아무리 생각해도 역부족이다. 차라리 주변 건물로 들어가서 녀석을 따돌리거나 맞서 보자. 위험도 - 12]


[3번. ??? - 아직은 선택할 수 없다. 위험도 - 10.]


신혁은 이맛살을 구겼다.


“뭐하자는 거야, 프로메테우스 형? 누가 봐도 3번을 선택해야 하잖아! 왜 막아놨는데!”


이것도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그냥 그만 좀 굴리고, 속 시원하게 다 말해주면 안 될까?


프로메테우스를 실제로 만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반드시 면상에 이렇게 말해주리라.


상남자처럼 행동하라고!


“진정하자, 신혁아.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운 상태야. 겁먹을 필요 없다고.”


신혁은 3번의 기회를 갖고 있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3번 정도는 죽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느긋하게 모든 선택지를 한 번씩 체험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지.


‘하지만 3번이 너무 마음에 걸려. 아직은 선택할 수 없다고? 그러면 조건이 있다는 거잖아.’


얼마나 대단한 선택지이기에 꽁꽁 숨겨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선택할 수 없다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한 번 선택을 하면 바꿀 수 없으니까.


‘머리를 굴리자, 신혁아.’


1번은 자연과 인간의 대결이다.


강훈과 함께 저 늑대를 제거해야 한다. 가능성은 솔직히 말해서 없지는 않다고 본다.


강훈의 공격이 통한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신혁이 가진 총의 힘이 더해지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전에 찢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2번은 어떨까?’


신혁은 고개를 돌렸다.


주변 건물은 옆의 빌딩을 말하는 거겠지.


‘여기 뭐하는 건물이었지? 오피스텔이었나?’


상가가 잔뜩 붙은 오피스텔 빌딩이라?


100% 확률로 광인들이 득실거리겠군.


늑대의 추격을 피하며 광인의 습격까지 대비해야 한다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하리라.


철컥-.


허리 뒤춤에서 꺼낸 리볼버.


탄창 멈치를 앞으로 밀자, 전 주인이 쐈던 탄피가 후두둑 바닥에 쏟아졌다.


설마 우튜브로 얻은 잡지식이 쓸모가 있을 줄이야. 이래서 사람은 뭐든 배워야 한다.


철컥!


탄환을 채운 리볼버를 늑대에게 겨눴다.


“시간은 아껴서 효율적으로 써야지. 1번으로 갑시다. 빨리 끝내고 떠나게.”


[1번을 선택하셨습니다.]


[전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놈을 쓰러뜨리고, 어서 목적지를 향해 가자.]


[최종 목표 : 게리를 쓰러뜨리고 생존한다.]


‘게리? 참나, 늑대한테 이름도 있냐? 나름 네이밍 몬스터라 이거지? 좋다, 이거야! 덤벼 봐라! 지금 난 자신감 최고거든!’


툭. 투둑.


쏴아아아아!


멈췄던 세상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보게, 자네들! 안 도망가나!”

“아빠! 아저씨! 안 가요?”


신혁은 늑대를 노려보며 외쳤다.


“주희야! 할아버지 모시고 숨어있어! 선생님! 저 녀석 해치우고 갑시다!”

“초, 총? 뭐야, 그건 언제 챙겼어?”

“잡담할 시간 없어요. 옵니다!”


첨벙! 타다다닥!


화가 잔뜩 났는지,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신혁을 향해 돌진해왔다.


‘이 새끼, 총이 위험한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건가? 아까부터 왜 나만 노려?’


신혁은 이를 악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당연하게도 빗나갔다.


대한민국 남자면 한 번씩 품는 연인인 돌격소총이면 모를까, 처음 쏘는 권총은 생각보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크르릉!”


기회를 포착한 늑대가 아가리를 벌리고 신혁에게 달려들었다.


“조심해!”


퍼억!


강훈이 내지른 주먹이 늑대의 머리에 적중했으나,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혁에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이 거리면 못 맞추진 않겠지!”


목덜미를 물려는 녀석을 향해 신혁은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게 인류의 힘이다! 먹이사슬 최정점한테 개기지 말란 말이야!”


탕! 탕! 탕!


늑대의 턱 아래를 겨누고 쏜 리볼버.


푸슉! 푹!


한 발은 빗나갔으나, 두 발은 정확히 놈의 턱을 꿰뚫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콰득!


우드득!


“끄아아악!”


늑대는 신혁의 목을 물었고, 강력한 교합력을 앞세워 신혁의 숨통을 조였다.


“젠장! 신혁 씨! 정신 차려!”


강훈이 늑대의 목을 팔로 휘감더니,


“놔! 이 새끼야!”


엄청난 괴력으로 목을 졸랐다.


우득! 우드득!


“카르륵! 켁흑!”


나무조차 뽑아버릴 기세로 강훈이 목을 조르자, 늑대가 침을 질질 흘리며 신혁의 목에서 입을 뗐다.


“아저씨!”

“젊은이!”


상황을 지켜보던 주희와 우수가 얼른 신혁에게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어떡해! 괜찮아요?!”

“지혈! 지혈부터 해야 해!”


아니, 이미 늦었어.


이미 몇 번이나 만났던 절친, 죽음이 그의 곁에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역시 대단하다, 서강훈.’


신화 속 헤라클레스는 네메아 계곡의 사자를 목 졸라 죽였다고 한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


그 말도 안 되는 신화의 결말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흐읍!”


뚜드드드득!


뼈와 뼈가 비틀리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늑대의 두 눈알이 부풀어 올랐다.


투욱.


그걸로 끝이었다.


맹수는 혓바닥을 축 늘어뜨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신혁 씨! 괜찮아!?”

“아니요.”


뜨뜻한 피가 빗물에 섞여 미지근한 온도로 신혁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이 정도 출혈이면 죽는 건 확정이다.


거기다 목뼈도 부서졌는지, 목 아래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염병할! 차라리 나한테 달려들지! 왜 신혁 씨만 노리냐는 말이야!”

“허억. 허억. 그, 그러게요.”


모두가 신혁을 안쓰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괴로운 거였나? 차라리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쿵! 퍼엉!


“뭐야! 또 뭐냐고!”

“맨홀 뚜껑이 날아갔어요!”

“뭔가가 나오고 있네! 저, 저건? 쥐!?”


세상에.


죽기 전에 헛것을 보는 거라 믿고 싶다.


맨홀에서 생쥐 떼가 뛰쳐나오고 있다.


그 늑대가 그랬듯,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저 정도 크기면 생쥐가 아니라 뉴트리아나 카피바라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런데 왜 또 나한테 오냐?


“저리 꺼져!”

“이것들 떼어내게! 빨리!”


우득! 콰득! 지직!


“찍! 지직!”

“아, 훈장이 또 늘겠네.”


칼에 맞아 죽고.


총에 맞아 죽고.


늑대한테 물려 죽고.


이젠 쥐한테 먹혀서 죽네.


쥐떼에게 뒤덮이는 끔찍한 순간을 기억하며, 신혁은 두 눈을 감았다.


***


다시 과거로 돌아온 신혁.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주변의 시간이 여전히 멈춰있었다.


파앗-!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절대적 예지를 위해 시간을 되돌립니다.]


[남은 기회 2번.]


[프로메테우스 시스템, 세이브 로드 실행.]


[가장 가까운 분기점으로 이동합니다.]


“그 어플의 정체가 이거였구나.”


[상황을 선택하십시오. - 제한 시간 33초.]


엿볼 수 있는 미래의 가지 수가 늘어났다.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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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1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4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4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7 7 10쪽
»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0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7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1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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