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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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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466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07 20:35
조회
127
추천
5
글자
11쪽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DUMMY

신중히 생각해라, 강신혁.


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다.


성공할 때까지 그 구간을 반복할 뿐!


‘1번은 숙적과의 조우.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만 한다. 나만이 아니라, 주희나 어르신도 위험해질 거야.’


숙적이라는 자가 누군지는 모른다.


애초에 사람인지, 광인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광인을 통솔한다는 초능력자일지도 모르리라.


‘중요한 건 위험도다. 무한대는 처음 봤어.’


신혁이 추측하건대, 프로메테우스에게 받은 예지능력은 ‘경험치’가 필요했다.


즉, 성장을 전제로 하는 불완전한 능력!


그 근거는 실시간 예지 능력이었다.


- [실시간 예지 기능이 개방됩니다.]


주희를 구했을 때 ‘보상’으로 능력을 얻지 않았던가?


선택지로 생겨난 사건을 ‘퀘스트’라고 가정한다면, 이를 해결하고 능력이 강화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


그렇다면 능력이 완벽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과연 무한대의 위협을 타파할 수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하고 싶지는 않았다.


신혁은 야수의 심장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면 2번과 3번 중에 골라야 한다. 우선 2번을 다시 살펴볼까?’


[2번. 최악의 첫인상, 그리고 실수 - 광인이 폭포처럼 밀려듭니다. 정체불명의 협력자가 합류하기 전까지, 주희와 함께 1분 동안 광인 무리를 막아야 할 것입니다. - 위험도 10]


신혁은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내용을 보니까 대충은 감이 오는군.


2번을 선택하게 되면 정체불명의 협력자와 함께 광인을 쓰러뜨리는 전개가 되리라.


문제는 주희와 둘이서 다수의 광인을 상대로 버텨야 하는데, 어디 그게 말처럼 쉽나?


그것도 1분 동안 말이야.


‘그래도 3번 보다는 낫나?’


[3번. 협객의 등장 - 광인이 홍수처럼 쏟아집니다. 위기의 순간, 한 명의 협력자가 바람처럼 나타납니다. 하지만 당신은 혼자서 30초를 버텨야 합니다. - 위험도 10]


혼자서 30초를 버틴다?


당연히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메바 수준의 저질 몸뚱어리인 신혁 홀로 다수와 싸운다는 건, 상상으로도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었으니까.


신혁이 다수면 모를까.


‘2번으로 가야 하나? 그런데 선택지 이름이 찝찝해. 최악의 첫인상, 그리고 실수라?’


마음에 걸리는 건 하나 더 있다.


2번과 3번은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분명 협력자는 동일인이고, 사건의 흐름도 비슷한데 왜 선택지가 나눠지는 걸까?


혹시 다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인가?


똑똑-.


신혁은 자신의 이마를 두드리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번과 3번의 차이점은 주희다. 이 맹꽁이가 있고 없고가 새로운 협력자와의 관계에 변수가 되는 건 아닐까?’


만약에 주희의 남자 친구나 지인, 혹은 가족이 협력자고, 주희가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그러다 실수로 크게 다치거나······ 죽으면?


그거야, 당연히 최악의 첫인상이 되겠지.


“나도 남의 집 귀한 아들인데 말이지. 후우, 그래도 생각보다 30초가 짧아서 다행이야.”


남은 시간을 확인한 신혁.


[상황을 선택하십시오. - 제한 시간 28초]


한참을 고민했건만 1분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래, 죽기살기오기로 버텨보자.


30초! 30초만 버티면 된다고!


그러면 협력자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한 명이라는 문구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믿어보자. 예언 문자는 거짓을 전하진 않잖아? 아무리 개떡 같은 시련을 줘도, 내가 살아날 길은 맞을 거야. 아마도.’


그러기를 바라야지.


부디 협력자가 인간흉기이기를!


“3번! 3번으로 가즈아아아!”


파아앗!


[3번을 선택하셨습니다.]


[멀리서 지저분한 발소리를 들었다. 광인! 광인의 무리가 역으로 들어왔다! 지금부터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강신혁!]


[최종 목표 : 30초를 버티고 생존한다.]


슈르륵-.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저체온증으로 얼어붙었던 심장이 격전을 눈앞에 두고 뜨겁게 요동쳤다.


타다다닥-!


두두두두두!


심장 박동의 빈 박자를 메우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불길한 발소리.


광인.


그들이 오고 있었다.


파앗-!


[목숨을 건 디펜스가 시작된다. 광인의 습격까지 정확히 10초 남았다. 전략을 세우자. 여럿을 상대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저기, 아저씨? 이상한 소리 안 들려요?”


위기를 감지한 주희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으나, 신혁은 이에 답해 줄 시간이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 해! 어떻게 버티지?’


분명 우투브에서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봤던 것 같은데?


- 소수가 다수에 맞서는 최고의 방법은 도망치는 겁니다. 아니면 우리 머릿수를 늘려서 눌러버리죠! 군단이 되면 두려울 게 없어요.


아니, 이거 말고!


-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세요. 최대한 일대일로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 이거다!


“야! 서주희! 주희야!”

“네, 네! 왜요!”

“탈의실로 들어가! 빨리!”


옷 가게에서 일대일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좁은 공간이 어디에 있을까?


신혁이 내린 답은 탈의실이었다.


탁!


신혁은 주희의 손목을 잡더니 인정사정 없이 그녀를 탈의실로 밀어 넣었다.


“아팟! 아저씨! 왜 그래요! 혹시, 광인? 맞죠?! 그들이 몰려오는 거죠?”

“그래, 그런 것 같아.”


신혁은 속이 꽉 찬 더플백을 탈의실에 밀어 넣더니, 골프채를 빼앗아 손에 쥐었다.


꿀꺽-.


매서운 눈빛으로 입구를 노려보는 결연한 신혁의 모습에 주희는 마른침을 삼켰다.


‘왜 안 도망가지? 설마 싸우려고?’


다다다다다!


옷 가게 바로 옆에서 들리는 발소리들.


주희는 직감했다.


탈출은 이미 늦었구나.


그렇다면 맞서 싸워야지!


“저도! 저도 싸울게요! 길 뚫으면 바로 편의점까지 달리는 거예요! 아셨죠?”

“아니, 내가 미쳤냐?”

“네?”


쿵!


철컥!


신혁은 탈의실 문을 잠갔다.


“너 존버라고 들어 봤냐?”


탈의실을 떠올린 순간, 신혁의 뇌리에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30초를 버티라고만 했지, 직접 싸우라고는 안 했잖아? 이거 반칙 아니지?’


치사하다고 하지 마, 프로메테우스 형.


오늘까지 일반인이었던 사람이 미래를 알게 됐다고 전사가 되는 건 아니니까.


처음 상대했던 광인 역시 한 번의 목숨을 희생해서 간신히 처리하지 않았던가?


그마저도 운이 좋아서 기지가 통했던 것이지, 다음에도 상황이 좋게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야. 괜히 나대다가 아까운 기회만 잃을 거야.’


아직도 가슴을 관통했던 식칼의 시린 감촉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죽음의 고통.


그때보다 더 위험해졌으니, 상식적으로 어떻게 하면 30초를 버틸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쪽이 더 현명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탈의실은 버티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문만 잠그면 요새가 되니까.


물론, 30초 전부는 무리겠지.


‘그러면 골프채로 머리통을 터뜨려야지! 어차피 문이 좁아서 한 명씩 들어와야 해. 차례대로 들어와라! 박살 내주마!’


꽈악-.


‘여차하면 빼앗은 ’식칼‘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야.’


등허리에 숨겨둔 식칼의 손잡이를 매만지며 신혁은 이를 악물었다.


쿠당탕!


"찾아! 찾아! 빨리 찾아서 죽여!“

“죽이라고 했어! 찾으라고 했어!”


쨍그랑! 덜그럭!


굳게 잠긴 탈의실 문틈새로, 물건이 쓰러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놈들이!”


텁!


신혁은 주희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침묵하라는 손가락 제스처를 선보였다.


[광인이 들어왔다.]

[놈들이 매장을 들쑤시며 우리를 찾았다.]

[30초. 최대한 버텨보자.]


다행이었다.


이 정도 융통성은 있구나.


- [당신은 혼자서 30초를 버텨야 합니다.]


주희와 한 공간에 있어 판정이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이 정도는 허용하는 모양이다.


전략이 성공했다고 확신한 순간,


“탈의실 닫혔잖아, 병신들아. 저기부터 부수란 말이야!”


밖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광인을 통솔하는 자가 있다! 누구지?’


설마 그 초능력자인가?


명령을 내린 누군가의 등장으로,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으아아아아!”


쿵! 쿵! 쾅!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탈의실 문에 몸을 부딪쳐오는 광인들!


콰직! 콰지직!


문이 조금씩 비틀리더니 급기야 광인이 휘두른 주먹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헉! 손, 손이!”

“이런 시발!”


신혁은 욕을 내뱉으며 골프채를 창처럼 집어 광인의 손을 거칠게 내려찍었다.


퍽! 퍽! 쿠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축 늘어진 손목.


“끄아아아!”


광인이 비명과 함께 팔을 거뒀다.


‘얼마나!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야 하지?’


하지만 그건 의미 없는 고민이었다.


파앗-!


[문을 관통한 총알이 주희를 꿰뚫었다.]

[주희가 머리에 맞았다. 즉사했다.]

[하지만 아직 30초는 지나지 않았다.]


‘총? 그게 갑자기 왜 나와?’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쿵.


“주, 주희야?”


주희가 스르륵 벽을 타고 쓰러졌다.


미간에 구멍을 새긴 체로.


두근-. 두근!


아직 30초는 지나지 않았다?


‘예언을 너무 늦게 확인했다.’


목표는 아직 건재하다는 건가?


‘주희를 혼자 탈의실에 뒀어야 했나?’


그렇다면 버텨야지! 악착같이 살아야지!


‘내가 밖에서 놈들과 싸워야 했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다.


여기는 지옥이다.


그리고 신혁은 사과나무를 심으려 했다.


이건 빼앗고, 부수고, 찢고, 죽이는 지옥의 질서와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각오도 있어야지.


사과나무를 벌목하려는 쓰레기가 많다면, 그런 놈들은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신혁은 그게 부족했다.


자신이 심은 나무를 지킬 책임이.


‘기회 하나 날리자, 신혁아. 이대로는 좆 같아서 안 되겠다.’


여기서 아득바득 30초를 버텨서 산다고 해도, 평생토록 느낄 패배감은 누가 죽여주지?


투둑-.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파앗-.


[머릿속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기분이 아주 좋다. 폭력적이고 난폭한 감정이 전신을 지배한다. 나는 광인이 되었다.]


쿠웅!


콰드득!


탈의실 문을 박차고 나온 신혁.


부서진 문짝을 맞고 광인 하나가 쓰러졌다.


파앗-!


[문밖에는 7명의 광인이 있다.]

[직감했다. 경찰복을 입은 광인이 리더다.]

[저 자가 주희를 죽였음이 틀림없었다.]


가게를 둘러싼 7명의 광인들.


그들 중 한 명은 예언 문자의 글귀처럼 경찰복을 입고 있었다.


종말엔 정의도 타락하는구나.


신혁의 새빨간 눈이 그를 담았다.


“신의 목소리대로다! 은총을 받아라!”


리볼버를 신혁에게 겨눈 광인.


신혁은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 앞에서 신 찾지 마라.”


민중의 지팡이도 곰팡이가 폈는데, 나 같은 놈팡이의 인성도 곰팡이 좀 필수 있잖아?


“너 신 찾다가 시신 된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총 모델은 S&W M10을 염두하고 썼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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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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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4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3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9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2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50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5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61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72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3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5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5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9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102 8 10쪽
»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8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8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84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24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83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5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33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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