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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8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4 21:14
조회
67
추천
7
글자
10쪽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DUMMY

다시 한 번 돌아온 선택의 순간이다.


‘그래, 이런 걸 원했다고.’


상황을 고르면 번복할 수 없다.


만약 답이 없는 미래를 선택했다면?


몇 번을 죽어도 고칠 수 없는 최후라면?


그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지 않은가.


“이럴 줄 알았으면, 프로메테우스 시스템을 좀 살펴보고 출발할걸 그랬어.”


스스로 오딘을 자칭하는 정체불명의 적.


그에게 위치가 발각됐다는 생각에 성급하게 움직인 것을 신혁은 조금 후회했다.


‘지금이라도 살펴보자. 나한테 필요한 정보가 있을 지도 몰라!’


탁! 타닷!


신혁의 엄지가 액정 위에서 춤췄다.


눈을 형상화한 어플의 아이콘.


신혁은 프로메테우스 시스템을 실행했다.


파앗-!


“형, 프로그래밍도 짤 줄 알아?”


맙소사, 홀로그램이다!


신혁이 기억하기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이런 기능은 없었다. 아마도 현존 스마트폰 중에 홀로그램이 들어간 기종은 없을 테지.


이래서야 정말 상태창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신혁을 반긴 것은 마인드맵.


그가 지나쳐온 그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기록된 것은 물론, 포기해야만 했던 선택지에 대한 행적 역시 표시돼 있었다.


흡사 나무의 뿌리처럼 뻗어있는 분기점들.


그렇다면 마지막에는 열매가 있으리라.


어느 종류의 과일일지, 어떤 형태의 과실일지, 언제쯤 과실이 결실을 맺을지, 그 과물(果物)이 어떤 맛을 낼지 확인해야만 한다.


하나, 현 시점 이후의 미래는 검은 장막이 벽을 세워 컨닝을 막고 있었다.


이미 겪어본 1번 선택지를 제외하고, 검은 벽에 가로 막힌 2번과 3번의 결과.


‘확인할 수 있는 건 지난 과거뿐인가?’


툭-.


최초의 선택지로 돌아간 신혁.


[3번. 폭군의 첫걸음.]


그는 계속 신경 쓰이던 3번의 선택지를 꾹 눌렀다. 만약 이걸 골랐다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을까?


파앗-!


[카이로스를 1회 소모합니까?]


카이로스? 이건 또 뭐야?


밑줄이 그어진 카이로스라는 단어를 누르자, 간략한 설명이 떠올랐다.


[카이로스 코인 - 기회 1개를 교환하여 코인으로 바꾼다. 코인으로는 경험하지 못한 분기점의 내용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사용처가 있으니 신중히 쓰자.]


신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명을 봐서는 좋은 기능이기는 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판국에 기회를 소모해 지나간 과거의 기억을 습득한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상황을 선택하십시오. - 제한 시간 13초.]


미래를 선택할 시간이 다가왔으니까.


‘1번은 잘못된 루트야. 늑대를 처리해도 쥐떼가 문제라고. 왜 나만 노리는 거야?’


동물애호가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보다는 좋아하던 신혁이다.


정작 동물은 그의 손길을 외면했었지만.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무수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니 무서워서 죽을 것만 같다.


‘이번에는 2번으로 가자. 어차피 3번은 선택할 수 없······ 위험도가 달라졌어?’


[3번. ??? - 아직은 선택할 수 없다. 위험도 - 9]


어째서 난이도가 하락한 거지?


머리를 굴릴 시간은 없었다.


제한 시간이 0초에 가까워졌으므로.


‘정신 차려, 강신혁! 선택 못하는 건 버려! 지금 집중할 건 2번 이후의 행동이야!’


파앗-!


[2번을 선택하셨습니다.]


[죽음으로 배웠다. 저 괴물은 당신을 노린다는 사실을. 우선은 몸을 숨기고, 상황을 타파할 전략을 짜보자.]


[최종 목표 : 게리와 프레키를 처리하거나, 30분 동안 놈들에게서 생존한다.]


당연하게도 선택에 따라 목표는 변했다.


그런데 프레키라고?



설마 한 마리가 더 있는 건가?!


지뢰를 밟았다고 후회할 시간도 없었다.


투둑! 후두둑!


쏴아아아-!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므로.


꽈악-!


신혁은 스마트폰을 움켜쥐며 강훈에게 외쳤다.


“이동합시다! 지금 저거 못 잡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잖아!”

“모두가 선생님처럼 강한 사람은 아닙니다. 주희도 위험해질 거예요.”


사실 가장 위험한 건 신혁이었지만.


그래도 딸을 이용한 회유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 맞는 말이야.”


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앗-!


[게리가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목덜미다. 공격을 피하고 오피스텔 건물로 들어가 몸을 숨기자.]


“건물로 들어가죠! 여기보다는 좁은 곳이 상대하기도! 도망치기도 유리할 겁니다!”


신혁이 보여준 행동들 때문일까?


그의 지휘를 무시하는 자는 없었다.


“여기! 여기 빌딩으로 들어가요!”

“다들 서두르게!”


주희와 우수가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강훈이 뒤따랐다.


“신혁 씨! 왜 안 와!”

“처리할 게 있어서요.”


첨벅! 타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언이 실현됐다.


게리가 육중한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쏜살같이 신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르르르!”


신혁을 물어뜯기 위해 입을 벌린 게리.


“내 목이 그렇게 갖고 싶냐!”


촤르륵!


공격하는 곳을 미리 알고 있다면, 이에 대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법!


바닥을 구르며 게리의 이빨을 피한 신혁.


흙탕물이 잔뜩 튀어 꼴이 말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체면을 챙길 때가 아니었다.


‘후우! 후우! 피했다!’


예언 문자는 철저히 지키자.


언제 어디서 미래가 꼬일지 모르니까.


쿠당탕-!


“켕! 케겡!”


의외의 움직임 때문이었을까?


착지에 실패한 게리의 다리가 서로 뒤엉키며 지면을 나뒹굴었다.


“좋았어!”


역시 예언 문자야.


성능 확실하구만!


타닥!


틈을 포착한 신혁이 단숨에 돌계단을 뛰어 올라 오피스텔 입구에 몸을 날렸다.


철컥-!


신혁이 무사히 들어오자, 강훈이 재빨리 입구의 문을 걸어 잠갔다.


“유리문이라 오래 못 버틸 거야! 어서 이동해야 해! 신혁 씨, 일어날 수 있어?”

“예, 괜찮습니다. 하아, 하아.”


호흡을 고르며 신혁은 주변을 살폈다.


피가 덕지덕지 묻은 것만 빼면, 전형적인 오피스텔 프론트의 모습이다.


정문 입구를 기준으로 통로가 십(十)자 형태로 뻗어있었다.


왼쪽으로 가면 엘리베이터가 있고, 정면에는 건물 뒤편으로 이어진 후문, 오른쪽에는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어디로 가야하지?’


파앗-!


[모든 엘리베이터는 ‘고장’ 문구가 떠있다.]

[후문 밖에선 다수의 광인이 모여 들었다.]

[비상계단에는 광인의 시체가 가득하다.]


신혁은 얼굴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계단으로 올라갑시다.”

“올라가자고요?”


주희의 말에 신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후문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지 않나?”

“그건 힘듭니다, 어르신. 포위당했어요.”


쿵! 쿵!


광인의 무리.


신혁 일행을 발견한 광인들이 뒷문에 몸을 던지며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누군가 뒷문을 잠가두지 않았다면, 진즉에 밀고 들어와 사투가 시작됐으리라.


‘건물에 들어오는 것이 악수가 될 줄이야.’


쓴웃음을 지으며 신혁은 입을 열었다.


“일단 위로 올라가서 숨어 있도록 하죠. 분명 열려있는 방이 있을 겁니다.”


콰앙!


수류탄이 터진 줄 알았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게리가 신혁을 노려보며 입맛을 다지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 내가 그렇게 먹고 싶냐? 이 사람들보다 맛있어 보여!? 사람을 차별하고 말이야! 내가 뭐가 다른······ 어?’


직감이 신혁의 머릿속을 관통했다.


- [광인은 없다. 하지만 뭔가 흔적이 있다.]


짐승에게 먹힌 광인의 사체.


- 아까부터 왜 나만 노려?


집요하게 신혁을 노리는 게리.


어쩌면 이 녀석은 광인을, 그 영역에 한 번이라도 닿은 자를 사냥하는 게 아닐까?


‘광인과 동물은 한 편이 아니라는 거야? 그럼 네 눈에는 내가 광인으로 보인다는 말이야?’


그 질문에 게리는 행동으로 대답했다.


쩌적-.


불길한 소리와 함께 게리의 앞발과 맞닿은 유리문에 균열이 생겼다.


쩌저적! 투둑!


균열은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며, 모두의 마음에 하나의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달려요! 빨리!”


신혁의 외침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모두가 비상계단을 향해 달려 나갔다.


단 한 사람, 강훈을 빼고.


“아빠! 빨리 와!”

“선생님! 어서 오세요!”

“먼저 가! 내가 시간을 벌 테니까!”


파앗-!


[무모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게리를 잡았던 강훈이었으니까.]

[우선은 모두를 이끌고 위로 올라갔다.]


이거 오케이 싸인이겠지?


여기서 헤어져도 괜찮다는 뜻이지?


“다들! 일단 위로 올라갑시다! 이틈에 빨리요!”

"하, 하지만!"

"우리 딸! 아빠 믿지? 타이틀 하나만 따고 갈게.”


사람이 어찌 저리 믿음직스럽지?


역시 운동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다른 건가?


저거 나중에 꼭 써먹어야지!


"가자, 주희야! 빨리!"

"아가씨, 우선 올라가세! 그리고 방법을 찾아보는 거야!"

“알겠어요.”


주희가 각오를 굳힌 얼굴로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그 뒤를 우수가 뒤따랐다.


‘믿어보겠습니다, 선생님.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계단을 오르는 신혁.


그는 떠나기 전, 강훈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선생님! 위험하면 뒷문 부셔버려요! 그게 더 안전할 수도 있어요!”


강훈은 말없이 엄지를 척 하고 내밀 뿐이었다.


'그럼, 있다가 꼭 다시 만나요. 두 사람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타다닥-!


신혁은 시체가 가득한 계단을 빠르게 뛰어 올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강훈은 크게 심호흡을 내뱉더니 매서운 눈으로 게리를 노려봤다.


“최영의 선생님은 말씀하셨지. 실천이 없으면 증명할 수 없고, 증명이 없으면 신용 받을 수 없고, 신용이 없으면 존경받을 수 없다!”


쿠직-!


쨍강! 촤르르륵!


기어코 문을 깨뜨리고 들어온 게리.


"항상 찝찝했지. 내가 헤라클레스라고 불릴 명분이 없어서 말이야. 오늘 타이틀 하나 받아가자. 괜찮지?"


강훈은 두려움 모르는 투사가 되어 게리의 앞을 맨몸으로 막아섰다.


멸망한 세상에서 사람을 지키기 위해.


***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빈약한 내용 살짝 수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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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5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4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8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0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8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2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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