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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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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7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9 21:32
조회
34
추천
4
글자
9쪽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DUMMY

‘앞으로 얼마나 버텨야 하지? 버티면 그 끝엔 뭐가 있는 거지?’


위험을 이겨내자,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피로감에 신혁은 눈 밑을 문질렀다.


“아가씨, 괜찮나?”

“으윽, 여, 옆구리가.”


프레키에게 공격당했던 주희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부상자 2명, 실종자 1명. 최악이야.’


하지만 진짜 최악은 이제부터였다.


파앗-.


[불규칙한 다수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비상구를 열고 나타난 것은 광인들이었다.]

[그들은 게리에게 쫓기고 있었다.]


게리?


강훈이 당했다는 의미인가?


‘프레키는 주희를 공격했어. 죽지 않을 정도는 건들 수 있는지도 모르지. 아니면, 게리나 프레키가 별종이던가. 문제는 광인들이야.’


어디서 다수의 광인이 나타난 거지?


강훈이 신혁의 말을 실행에 옮긴 것일까?


“나비효과 미쳤군. 환장하겠네.”


타다닥!


쿵! 쿠당탕!


비상구가 열리며 빗물에 흠뻑 젖은 광인들이 필사적으로 신혁이 있는 방을 향해 뛰어왔다.


“과, 광인들이!”

“하아.”


철컥-.


통로를 가득 메운 광인과 그들을 뒤에서 먹어치우는 게리. 이 답이 없는 광경에 신혁은 미뤄뒀던 일을 행하기로 결심했다.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


신혁은 자신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눴다.


그 모습을 발견한 우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포기해서는 안 돼!”

“포기 안 합니다. 이것도 과정이죠.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끼이익-.


신혁은 후련한 얼굴로 방아쇠를 당겼다.


***


정지한 세상이 다시 신혁을 반겼다.


‘악몽을 꾼 기분이야.’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불쾌하고 텁텁한 감각.


하지만 아직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상황을 선택하십시오. - 제한 시간 33초.]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할 시간이었으므로.


“그래도 다행이로군.”


굳게 닫혀 있던 3번의 선택지.


얼마나 중요하고 충격적인 선택지이기에, 그 정체를 꽁꽁 싸매고 있나 싶었다.


‘내용을 보니까 이해되네. 절대로 내가 선택할만한 선택지가 아니야.’


[3번. 자신을 희생한다. - 때로는 결과를 위해 희생을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잠시 모두와 헤어지도록 하자. 위험도 - 8.]


만약 신혁이 처음부터 이 선택지를 봤다면, 프로메테우스를 욕하면서 거들떠도 안 봤을 것이다.


그러나 1번과 2번을 모두 겪으며 죽음을 통해 경험과 지식을 쌓은 지금은 다르다.


‘짐승은 아군이다. 나는 맑은 눈의 광인이다. 프레키는 건물 안에 있다. 게리와 프레키는 광인을 우선적으로 공격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이 겪은 사실을 곱씹으며, 신혁은 리볼버에 탄환을 밀어 넣었다.


“요컨대, 게리만 따로 떼어놓으면 된다 이거잖아? 쥐떼도 나오던데, 그 녀석들은 어떻게 하지? 우리 일행들은 괜찮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 욕심이 많은 인간이구나.


맞아요, 프로메테우스.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손해보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누구나 그렇잖아요? 실패의 굴욕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 결과만 알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과정도 중요하지. 이게 바로 너에게 먼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 이유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내려주기 위해 자신의 희생 역시 결과를 위한 정당한 과정의 일부분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그의 힘을 가진 신혁도 그처럼 행동하는 편이 좋겠지.


“위험도도 딱 알맞게 낮아졌네. 하아, 까짓것 한 번 해봅시다. 3번으로 가죠.”


[3번을 선택하셨습니다.]


[때로는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모든 일을 해결하자.]


[최종 목표 :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게리를 유인한다. 그리고 게리를 제거하고 생존한다.]


목표 한 번 마음에 드네.


쏴아아아아-!


빗줄기가 새로운 선택지의 시작을 알렸다.


“먼저 호텔로 가세요. 저 놈은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도중에 광인을 만나도 선생님 정도면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


철컥-.


신혁은 리볼버를 게리에게 겨눴다.


“신혁 씨!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입니다. 타이틀 하나 따고 가겠습니다. 도중에 다른 동물친구들 만나도 너무 무서워하지는 마세요.”


신혁은 그 말을 끝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닷!


게리의 앞발을 아슬아슬하게 스친 탄환.


타다다닷!


녀석은 신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신혁 역시 게리에게 달려갔다.


“꼭! 돌아가겠습니다!”


촤르르륵-!


빗길에 몸을 던진 신혁.


마치 도루를 하는 야구선수처럼 바닥을 미끄러지는 그의 머리 위를 게리의 몸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지나갔다.


“크르르!”

“따라와, 이 새끼야!”


첨벅! 첨벅!


“젊은이!”

“아저씨!”

“신혁 씨!”


각자의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는 일행을 두고, 신혁은 서둘러 빗속을 뛰어갔다.


***


오피스텔 건물 옆길로 뛰어간 신혁.


건물 뒤편과 이어진 골목길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신혁은 리볼버를 허공을 향해 쐈다.


타아앙-!


“친구들아! 여기에 모여라!”


그의 총성에 이끌린 오피스텔 뒤편의 광인들이 신혁을 향해 달려왔다.


“시끄럽게 뭐하는 짓이야!”

“개새끼가! 여긴 버스킹 하는 곳 아니야!”


좋아, 개미떼처럼 몰려드는구나!


“크르릉!”


뒤를 바짝 쫓은 게리가 신혁의 머리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콰직!


삐이이! 삐이이! 삐이이!


몸을 굴러 피하자, 앞발의 위력으로 찌그러진 자동차에서 경보음이 터져 나왔다.


“오히려 좋아.”


몰려드는 광인들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신혁은 서둘러 몸을 일으키더니, 광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비켜라! 비켜! 폭격기 나가신다!”

“뭐야, 미친 새끼······ 끄아아악!”


콰지직-!


신혁을 가로막던 광인이 게리의 턱에 잡혀 머리가 터져나갔다.


“꺼져! 다 꺼져! 안 꺼져? 불 맛 좀 볼래?!”


타앙-!


신혁의 앞을 가로막은 거구의 광인이 총을 맞고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바닥을 굴렀다.


신혁은 광인을 짓밟으며 앞으로 달렸다.


“겁나 많네!”


홍대 거리에 도달한 신혁.


시체가 나뒹구는 홍대 거리 너머로, 건물 사이사이에서 비를 피하거나, 서로 다투고 있는 광인이 보였다.


‘여기가 클라이막스다.’


신혁의 옆에 ‘여울마당로. 차 없는 거리’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였으나, 천박한 농담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지천에 버려진 차들이 널려 있었으니까.


타앙-!


자동차를 겨냥하고 발사한 총알.


보닛에 구멍이 뚫린 자동차에서 경보음이 터지고, 그 경보음은 잠들어있던 주변의 다른 차들을 깨우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시끄럽잖아!”

“죽여 버릴 거야!”


광인의 무수한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신혁.


그를 향해 성난 광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남은 2발! 이건 저 녀석한테 쏴야 해!’


신혁은 게리를 노려봤다.


자신을 둘러싼 광인을 찢어발기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맹수. 그 위압감에 짓눌린 광인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너네는 다 여기서 죽는다.”


신혁은 입꼬리를 올렸다.


광인 친구들이 모였으니, 이제 동물 친구들이 모일 차례지.


퍼어어엉-!


퍼어엉!


맨홀 뚜껑이 하늘로 치솟으며 하수도에 숨어있던 쥐떼들이 바퀴벌레처럼 튀어나와 광인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물론, 신혁도 예외는 아니었다.


“꺼져!”


콰드득!


달려드는 쥐들을 밟아 터뜨렸으나, 역시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오! 끝도 없네!”


타다닥!


쿵!


쥐의 시체와 광인의 시신을 사다리처럼 밟으며 올라선 자동차. 그의 발아래에는 굳게 닫힌 선루프가 있었다.


‘하아, 하아! 위에 올라왔으니까 조금은 버틸 수 있겠지? 광인하고 얽혀 있을 때, 빨리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해!’


첨벅! 첨벅!


“그르르.”


그렇지만 한눈을 팔 여유는 없었다.


게리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이 위기를 넘길 방법이 없을까!


파앗-!


[먹구름 사이로 폭발음이 들린다.]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제 곧 신벌이 떨어지리라!]


신벌?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후우, 시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쿠직! 콰지직! 챙그랑!


권총의 손잡이를 도끼처럼 휘둘러 썬루프를 박살낸 신혁.


그는 유리창이 떨어져 나간 텅 빈 공간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쿠당탕!


“크르르릉!”


쿠웅! 콰지직!


게리가 자동차에 몸을 부딪치자, 프레임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삐걱댔다.


“이런, 시발!”


쿵! 쿵!


신혁이 탄 자동차 루프에 올라선 게리.


녀석은 썬루프가 있던 틈으로 자신의 머리를 집어넣으며 톱날 같은 이빨로 신혁을 위협했다.


“시발! 꺼져! 안 꺼져?!”


퍽! 퍼억!


게리의 머리를 걷어찼지만,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난 얼굴로 차를 흔드는 것이 아닌가?


‘빌어먹을! 언제야! 언제 신벌이라는 게 터지는 건데! 빨리! 빨리 좀 터져라!’


쿠르르릉! 쿠궁!


지천을 울리는 하늘의 노한 목소리.


번쩍!


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떨어지더니,


콰아아앙!


일순간 홍대에 침묵이 찾아왔다.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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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6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5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4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7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0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8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2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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