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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9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7 20:18
조회
44
추천
4
글자
9쪽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DUMMY

“프로메테우스, 지금 뭐하자는 거지?”

“굴러가는 꼴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한 마디 하려고 하오.”


화를 잔뜩 머금은 제우스의 말에 프로메테우스는 여유롭게 답했다.


“올림포스를 모욕할 셈인가?”

“설마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올림포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소.”


타닥!


자리를 박차고 뛰어오른 프로메테우스.


‘피지컬 장난 아니네.’


그는 헤르메스의 옆에 착지했다.


“다들, 내가 누군지는 아리라 믿습니다. 난 올림포스의 예언자, 프로메테우스요.”

“미쳤나? 갑자기 왜 저래?”

“하여간, 분위기 초치는 데는 뭐 있다니까.”


수군거리는 신들의 목소리를 엿들은 프로메테우스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지켜보고 있으려니 참을 수가 없더군. 불균형적인 정보를 흘리고 투표를 하라니! 이건 너무 악의적이지 않은가?”


그의 일갈에 주변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분명 인류는 우리의 뜻과는 달리 잔인하고 냉소적인 존재가 되었소.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짜악-!


지지직-.


그가 박수를 치자 스크린의 화면이 변했다.


[서둘러! 사람이 있어! 빨리 구해야 해!]


화재가 난 건물에서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


[경찰입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위험에 빠진 시민을 구하는 경찰.


[빨리 이동해! 살릴 수 있어!]


큰 부상을 입은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


하나 같이 남을 돕고 살리는 의인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투영되고 있었다.


“저것도 결국 돈 때문이잖아.”


어디선가 들려온 거슬리는 말 한마디.


프로메테우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 돈이라고 했나? 맞소.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이들의 직업이지. 그리고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고.”

“뭐야, 인정하는 거야?”

“물론, 인정하지! 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건 다들 어떻게 보시오?”


지지직-!


[할머니, 괜찮으세요? 누가 신고해줘요!]

[들어 올려요! 애부터 차에서 꺼내!]

[사람이 물에 빠졌어! 기다려요!]


성별과 나이에 관련 없이, 지나가던 일반인이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고 있었다.


“대가나 혜택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돕는 이들도 있지. 그중 몇 명은 목숨을 잃기도 하오. 이건 어떻게 설명하겠소?”


장내에 침묵이 깔렸다.


‘소피스트네.’


과거 그리스 로마에는 혀를 갈고 닦은 웅변가, 소피스트가 있었다고 한다.


토론과 논쟁을 폭력처럼 휘둘러, 사람의 멘탈을 박살내는 이른바 궤변론자들.


현대로 치자면,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목숨 걸고 공부한 ‘키보드 워리어’ 정도가 될까?


“부디 신들은 우리가 인류에게 제공한 서비스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쇠를 긁는 것처럼 거슬리는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 점으로 모였다.


양 어깨에 까마귀를 하나씩 올려둔, 챙이 넓은 모자로 외눈을 숨긴 노인.


그의 정체를 모르는 이는 없으리라.


“오딘.”


신혁은 침을 삼켰다.


대한민국을 광인이 넘치는 지옥으로 만든 북유럽 최고신, 오딘이 눈앞에 있었다.


“인류가 모든 걸 망치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지구가 망가질 거다. 그리고 다음은 우주로 넘어가겠지.”

“인류가 독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독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천 년 전에 넘어섰어. 지금은 독이 아니라, 새로운 재앙이다.”


프로메테우스와 오딘이 눈싸움을 벌이자, 팽팽한 긴장감이 장내를 웃돌았다.


“그렇다고 인류를 몰살시키자는 것은 너무 난폭한 사상이지 않습니까?”

“그 난폭한 사상을 나만 가진 건 아닌 것 같군. 98%가 동의하고 있지 않나.”


스윽-.


자리에서 일어난 오딘.


그는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를 번갈아 보며 말문을 이어나갔다.


“올림포스가 인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저 프로메테우스는 불까지 훔쳐서 주지 않았나? 덕분에 끔찍한 형벌도 받고 말이야.”


오딘의 하나 남은 눈이 제우스를 담았다.


“나였다면 더 지독한 벌을 줬을 거야, 제우스. 프로메테우스가 권위에 대들지 못하도록! 저 자의 예언이 그토록 두려웠나?”

“입을 조심하는 게 좋겠군, 오딘! 원한다면, 라그나로크를 재현해줄 수도 있다.”


신화 속에 묘사되는 제우스 그대로다.


끓는점이 낮아서 일단 화가 나면 행동으로 옮기는 난동꾼!


라그나로크에 활약이 없었던 오딘이었으니,


“선전포고를 하는 건가?”


이를 언급한다는 것은 그의 역린을 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 그래도 괜찮습니까?”


신혁은 놀란 눈으로 프로메테우스를 바라봤다.


그걸 왜 당신이 말해?


“미친 소리 마라, 프로메테우스!”

“흐음.”


제우스와 오딘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예상치 못한 폭탄발언에 당황한 제우스, 반대로 오딘은 깊은 고민을 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구나. 받아들이겠다.”

“오딘!”


드디어 터졌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싶더니,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혹시 이게 원흉인가? 올림포스와 북유럽 사이의 다툼이 원인이 돼서! 프로메테우스, 당신 뭘 생각하는 거야!?’


프로메테우스가 오딘의 말에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지간히 올림포스가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이로군요.”

“신계에 태양은 하나면 충분하다. 올림포스가 사라지면 더 깨끗한 신계가 될지니. 지금만 봐도 그렇다.”


오딘이 팔을 펼치며 외쳤다.


“98%가 하나가 된 신계! 하나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이 상황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프로메테우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운명을 걸고 게임을 한 번 해보겠소?”

“아, 아이고! 이제 다 죽었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에 헤르메스가 사색이 되어 주저앉았다.


“프로메테우스!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


콰광-!


사방에서 번개가 내리치며 격분한 제우스가 단상으로 단숨에 뛰어내렸다.


“오늘 너를 세상에서 지워······!”

“이게 옳은 길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올림포스가 신계의 주인이 되는 단 하나뿐인 루트입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오.”

“······!”

“그리고 제우스. 당신도 인류 존속에 투표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다 압니다.”

“하아.”


제우스가 성난 한숨을 내쉬며 손을 휘휘 저었다.


“제우스와 의견이 정리됐나?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물론이오! 이곳에 계신 신들이 맹세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좋다! 그러면 당장······!”

“잠깐! 왜 그렇게 성급하시오? 게임을 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딘이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게임? 어떤 게임을 하자는 것이더냐?”

“아주 간단한 게임입니다. 인류의 멸망을 두고 게임을 하도록 하죠!”

“흐흐, 재미있구나.”


프로메테우스는 검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스가르드는 인류의 멸망을 위해 움직이시오. 우리는 인류의 존속을 위해 움직일 테니! 기한은 일주일! 어떻소?”

“좋다!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자세한 룰은 서로 합의를 통해 정하도록 합시다. 그래도 괜찮겠소?”

“물론. 하지만 그 전에!”


오딘의 안광이 번뜩이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모든 풍경이 물감을 묻히듯 하얗게 물들어 갔다.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프로메테우스?”


신혁이 뒤로 고개를 돌리자, 프로메테우스가 뒷짐을 지고 서있었다.


“당신! 인류를 갖고 장난을! 쳤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이거 밖에 없었던 겁니까?”

“상황판단이 빨라서 좋군.”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대결 구도.


그것이 인류의 멸망을 막아낼 수 있는 미래이자, 신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명분이었던 것이겠지.


“이런 건 좀 빨리 말해줄 수 있잖아요. 퇴근길에 아포칼립스가 터지는 게 어디 있어! 준비할 시간은 줬어야지!”

“이것저것 확인하다보니 늦었다.”

“뭘 확인했는데요?”


프로메테우스는 무심한 얼굴로 신혁의 미간을 찔렀다.


“너 때문이다.”

“네?”

“내가 살면서 너처럼 흉악한 인간은 처음 봤다. 태산과 같은 고뇌가 앞길을 막았다고 생각해다오.”


이건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저처럼 착한 사람이 또 어디에 있다고.”


아닌가?


가끔 회사 인간들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상상은 하지만, 그 정도는 해도 되잖아?


“그래서 이걸 보여준 이유가 뭡니까? 그리고 도와줄 거면, 그냥 전부 다 보여주시죠? 아주 먼 미래의 일까지요!”


날이 잔뜩 선 신혁의 외침에 프로메테우스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일단 오른쪽 눈을 뽑아라. 왼팔도 하나 자르고. 어때? 할 수 있겠지?”


살벌한 말에 신혁은 고개를 저었다.


“뭐요? 미치셨습니까?”

“바로 이게 문제다. 결과만 알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과정도 중요하지. 이게 바로 너에게 먼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 이유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묻는다면, 신혁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엇도 포기하기 싫었으니까.


“욕심이 많은 인간이구나.”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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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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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지합니다 죄송합니다. 22.11.23 37 0 -
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6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5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5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8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0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2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8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2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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