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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70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16 21:43
조회
50
추천
4
글자
9쪽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DUMMY

좌석이 빼곡하게 배치된 원형의 건축물.


흡사 축구 구장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관람객이 아니었으며, 동시에 스포츠와는 접점이 하나도 없는 장소였다.


“잠시 후, 회의가 진행됩니다. 부디 자리에 착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이곳은 신들의 회의장이었으니까.


‘엄청나게 많다. 사람 같지 않은 신도 있잖아? 지구에는 이렇게 많은 신이 있었구나.’


회의장을 둘러보던 신혁은 감탄했다.


지구의 역사가 약 46억년이라면, 현생 인류의 역사는 고작 20만 년이라고 한다.


그 억겁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신앙이 뿌리를 내렸을까? 그리고 사라져 갔을까?


알 수 없는 경외심과 동시에 배신감이 신혁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래서 여기 있는 신들이 지구를 없애는 데 동의한 거란 말이지? 씁쓸하군.’


아무리 인간이 싫어도 그렇지.


지켜만 보다가 갑자기 직접 나서다니!


적어도 멸망에 대비할 시간은 줬어야지.


탁! 탁! 탁!


괘씸한 마음에 신혁은 신들의 면상을 향해 열심히 주먹 감자를 날렸다.


뒷일은 무섭지 않았다.


어차피 이 모든 건 꿈이었으므로.


그 증거로 보라!


스윽-.


신혁의 몸을 프로메테우스의 팔꿈치가 관통하고 있지 않은가?


그는 투명 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이 특권을 누려야하지 않겠는가?


살아서 욕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두자!


‘그런데 일거수일투족 본다고 하지 않았나? 어? 내 꿈속도 볼 수 있는 건가?’


아, 모르겠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지르련다.


“헤르메스가 신났군요.”

“남들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놈이니까.”


헤르메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던 전령의 신?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대화를 엿들은 신혁의 시선이 회의장 한 가운데로 향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유명한 날개 달린 모자를 쓴 남자.


단상 위의 신은 헤르메스가 틀림없었다.


“이렇게 많은 신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헤르메스가 고개를 숙이자, 어수선하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본 회의의 시작이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두는 회의장에 입장하시기 전, 본 회의의 주제가 ‘인류 존속 여부’에 대한 것임을 통보받으셨을 겁니다.”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다수의 의견은 세 가지로 나눠질 겁니다. 하나, 인류는 멸망해야 한다. 둘, 인류는 살려둘 가치가 있다. 셋, 관심 없다. 모두 이해합니다. 우리의 관점은 제각각이니까요.”


스윽-.


헤르메스는 검지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적어도 인류가 일선을 넘기 전까지는!”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헤르메스는 기세를 몰아 연설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인류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지구를 통해 그들의 존속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지나쳤던 탓이겠죠?”


씁쓸한 목소리로 헤르메스가 입을 열었다.


“인류의 자립을 멀리서 지켜보자던, 우리 신들의 맹세를 끝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무자비한 어른으로 커버렸기 때문입니다.”


까득-.


신혁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헛소리 하고 있네! 사랑? 서비스? 신들이 뭘 해줬는데? 진짜, 짜증나게 하고 있어!”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기술력이 발전한 현대에도 신을 찾는 이는 많다.


쓸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다 쓰고도 여전히 벼랑 끝이라면, 마지막으로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기적을 바랄 수밖에.


하지만 신혁의 경험상, 귀를 기울여주는 신은 단 한 위(位)도 없었다.


그러니까 신은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왜 깽판이야?


왜 인류가 멸망해야 하는 건데!


“이를 보십시오.”


딱-!


헤르메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을 거대한 스크린이 뒤덮었다.


타다다다다!


퍼어어엉!


스크린이 보여준 건 전쟁터였다.


총화기에서 불이 꺼지지 않고, 폭탄으로 비명이 끊이지 않으며, 사방에 참혹한 시체가 널려 있었다.


“존중과 사랑을 외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젠 서로를 증오하며 학살을 일으키는 혐오의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딱!


다시 바뀐 스크린의 배경.


바이오해저드 마크가 덕지덕지 붙은 연구소의 내부가 그 주인공이었다.


“인류는 자신의 존재를 고뇌하고 연구한 끝에 높은 생물학적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지구는 병들어 죽을 것입니다.”


신혁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타당한 이유군.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해결할 문제야.’


인류의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다.


애초에 대화도 없이 벌부터 주려는 건 신이라도 지나치게 폭력적이지 않은가?


짜악-!


헤르메스는 두 손을 마주쳤다.


그러다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충혈된 눈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거북목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며, 화면 너머에 공감하고 격분하는 인간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것입니다. 인류는 진실 대신 허상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을 망각한 괴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파앗-!


[사람을 도와줘도 아무런 쓸모없다. 돌아오는 건 선의가 아닌 악의야. 좋은 새끼 하나도 없으니까 누구도 돕지 마라.]


인간 혐오.


[내가 생각해봤는데, 신은 없는 게 맞다. 왜 나쁜 놈들만 떵떵 거리면서 잘 사는데? 돈 없고 뒷배 없으면 죽어야 함?]


사회 비판.


[지구 멸망 안 하나? 종말은 언제 와? 인간이 사라지는 게 지구를 위한 길 아닌가?]


인류 비난.


스크린에 끝도 없이 떠오르는 아찔한 글들에 신혁은 절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심각하군요.”

“짐승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구에 남아야 했다니까?”


조용하던 신들도 격분을 감추지 않았다.


“설명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으셨겠죠? 이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분노로 술렁이는 회의장에 헤르메스는 기름을 들이부었다.


“지구를 망가뜨리는 이 악성 존재를 과연 살려두어야 할까요? 우리는 투표를 해야 합니다. 인류 존속의 의지를 재확인합시다!”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를 바라보는 신혁은 착잡할 뿐이었다.


“모두 미쳤군. 지금 투표하면 제대로 결과가 나올 거 같아? 조작하지 말라고!”


신도 인간과 마찬가지였다.


감정에 쉽게 휘둘리고, 분위기에 휩쓸린다.


지구의 멸망이 이렇게 시작됐다니!


분노가 신혁의 가슴 속에서 치밀었다.


“지금부터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마음속으로 인류 존속에 대해 확답을 내려주십시오!”


헤르메스는 신이 난 듯 외쳤다.


파앗!


마음속에 상태창이라도 뜨는 걸까?


스크린에 나타난 ‘인류 존속 투표’의 숫자 비율이 실시간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신혁이 알고 있던 그대로, 98%가 반대라는 압도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98%가 반대하셨군요. 좋습니다. 그럼, 투표 결과에 따라서! 인류는 절멸하는 것으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혹시나 해서 물어보겠습니다.”


헤르메스는 건치를 보이며 웃었다.


“찬성하시는 분들 중에 도저히 납득하실 수 없다. 그런 분 혹시 계십니까? 지금이라도 손들고 이야기하신다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변론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시발 새끼가!


신혁은 얼굴을 구겼다.


절로 욕이 나오는 상황이다.


선심 쓰는 듯 말하고 있지만, 대체 어떤 누가 이들 앞에서 대놓고 반박하겠는가?


- 병신이네.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니? 어휴, 강 대리. 내 말이 틀린 것 같아?

- 네? 아 그거야 당연히······.


꿀꺽-.


원하는 대답을 하고 맞장구치고 기어라.


권력자에게 반박하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로는 해낼 수 없는 무서운 일이었다.


신혁도 맞서자고 결심하기까지 몇 번이나 굴복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한 위 정도는 있으리라.


“나다, 아가야. 몹시 꼽다.”


신혁에게 힘을 준 프로메테우스!


그가 손을 번쩍 들었다.


‘하긴, 프로메테우스는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를 외치는 신이었지.’


나쁘게 말하면, 유아독존.


좋게 말하면, 대인배.


그것이 인간에게 불을 나눠준 프로메테우스라는 인류의 아버지였다.


“프로메테우스? 저 늙다리가? 내분났어?”

“옆에 제우스님도 계신데, 이러다 또 일 나는 거 아니야? 서로 상의는 한 거야?”

“아닌 거 같은데? 제우스님 열 받았다.”


신들 사이에서도 프로메테우스는 높은 인지도를 지닌 모양이었다.


그의 등장에 이렇게나 술렁이다니.


곳곳에서 커지는 불협화음에 제우스의 얼굴이 점점 새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이 의외로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프로메테우스 님, 이게 무슨 뜻이죠?”

“나는 인류 존속에 찬성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투표도 그렇게 했고. 이제 변론할 시간 좀 다오.”

“하지만 그건!”


프로메테우스가 말없이 헤르메스를 노려봤다.


“넌 진행자로 있는 것이지 않더냐. 본심을 드러낸 순간부터 그 자격을 박탈당했다. 끔찍한 미래를 듣고 싶지 않거든, 입 다물어.”

“어, 어휴. 물론이죠! 하하하! 어서 말씀하시죠!”


미래폭격기의 협박은 효과가 굉장했다!


작가의말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ha******
    작성일
    22.11.16 22:53
    No. 1

    잼 있어요. 운명의 세 여신도 못당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티나토노트
    작성일
    22.11.17 12:08
    No. 2

    궁금한데 어제부로 인구가 80억이 됐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 환경파괴, 자원고갈, 강대국은 자국만 살려고 신보호주의 강화, 인종갈등 지역이기주의..등등 이문제들 해결방법이 있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계동(季冬)
    작성일
    22.11.17 15:16
    No. 3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말씀드릴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서... 다만, 살면서 느낀 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들은 답이 나온 것들이 꽤 있습니다. 대신 그 답이 몇 가지나 되고, 얻고 잃는 게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잘 계산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고, 결과적으로 좋은 해결 방안이었다, 이런 식으로 포장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티나토노트
    작성일
    22.11.17 16:48
    No. 4

    혹시 댓글이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현재 전세계 정치인들이 하는게 해결방안보단 미래세대에게 해결하라고 미루고 너무 방만하게 살아 가는거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글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좋은글 부탁 드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K조로
    작성일
    22.11.21 20:00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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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합니다 죄송합니다. 22.11.23 36 0 -
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5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0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1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4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4 4 9쪽
»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5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7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79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1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0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4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79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7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1 2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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