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88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09 19:27
조회
94
추천
5
글자
12쪽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DUMMY

신혁의 독한 결심에 반응하듯, 한 통의 예언 문자가 전송됐다.


파앗-!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무엇이 실패의 원인이었는지 생각해보기 전에, 예언 문자가 어째서 존재하는지 되새겨보자. 도로의 이정표는 멋으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니까.]


곱씹을 필요도 없이 이미 알고 있다.


‘자기 실현적 예언이로군.’


그리스 신화식 예언이라고도 불리는 이론으로, 예언을 피하기 위해 행한 결과가 결국 원래의 형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 [최종 목표 : 30초를 버티고 생존한다.]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머리를 잔뜩 굴린 결과가 신혁을 파멸로 이끌었다.


- 30초를 버티라고만 했지, 직접 싸우라고는 안 했잖아? 이거 반칙 아니지?


아니, 반칙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첫 단추부터 틀렸다.


‘예언 문자에는 신호가 있다.’


사람의 행동을 은연중에 유도하는 ‘넛지’의 흔적을 몇 번이나 봐왔지 않았던가?


- [운명적인 만남이 기다릴지도?]

- [도착한 역이 여기보다 안전할까?]

- [함께 움직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에 반해, 정확한 행동이 필요한 구간은 명확한 문장으로 끝마치고 있다.


- [당신은 혼자서 30초를 버텨야 합니다.]


그래, 이번에는 격리가 필요했다.


주희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는 것이, 이번 선택지의 포인트가 틀림없으리라.


수수께끼의 협객이 그 유명한 파이터, ‘헤라클레스’ 서강훈이었으니까!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인지는 모르지만, 그 난리를 뚫고 맨몸으로 달려온 괴물이야.’


꿀꺽-.


두개골에 남아있는 환지통을 느끼며 신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주희 털끝 하나라도 다치면 내가 죽는다!


하지만 반대로 지켜낸다면, 말도 안 되게 든든한 동료가 생기는 건 기정사실이겠지.


‘대충 알겠어, 프로메테우스 형. 당신이 생각한 큰 그림이 있는 거지? 그럼 같이 걸작 한 번 만들어보자.’


그럼 이제 움직이자!


파앗-!


[다시 디펜스를 해야 한다. 광인의 습격까지 10초 남았다. 주희를 떼어놓고, 여럿을 상대할 방법을 찾자.]


알고 있다고!


탁!


신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희를 서둘러 탈의실에 밀어 넣었다.


“아얏! 무, 무슨 짓이에요!”

“야, 너 이거 갖고 있어. 무기 주고.”


골프채 3자루를 빼앗은 신혁.


그는 주희의 팔에 더플백을 밀어 넣었다.


“으! 아, 좀! 왜요! 뭔데요!”

“시끄럽고, 맹꽁아. 잘 들어. 조용히 있어라, 제발. 부탁이다.”


심각한 신혁의 얼굴을 읽은 것일까?


주희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다다다닥!


“발소리! 광인! 광인이죠?”

“그래, 그러니까 조용해.”


쾅!


신혁은 주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탈의실 문을 닫아버렸다.


“이거 뭐예요! 열어요! 같이 싸워요! 아니면 도망치던가!”


쿵! 쿠웅! 팡!


주희가 난동을 부리며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 밖에도 자물쇠 있어요? 이게 왜 안 열리지? 이것 좀 열어봐요! 빨리요!”


이건 놀랍군.


신혁은 탈의실과 떨어진 곳에 있었다.


잠금장치?


디지털 도어락이면 모를까, 저건 안에서 잠그는 구조의 탈의실이다.


문 밖에 잠금장치가 설치될 이유가 없었다.


파앗-.


[주희는 문과 씨름하고 있다.]

[하지만 강철 문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도 예언 문자의 힘일까?]


가능성은 있었다.


절대적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예언의 내용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일종의 강제력이 생기는 구조라면?


- [주의만 성공적으로 끌 수 있다면, 나의 작전은 멋지게 먹혀들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영웅적인 행보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었다.


‘게임으로 따지면 행동에 ’보정‘이 붙는 거구나.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게 나오네.’


팁을 알아두는 건 좋다.


생존률이 확연히 올라갈 테니까.


파앗!


[광인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접근하는 적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원거리?


- 야, 주머니에 넣은 박스는 뭐냐?

- 골프공이요.


그래! 그거다!


‘무시해서 미안하다, 주희야! 굿굿!’


신혁은 마네킹 옆에 있는 박스로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새하얀 골프공이 3개씩 들어있는 작은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투둑! 찌직!


신혁은 미친 속도로 골프공 상자의 포장을 찢어발기며 상자 안을 공으로 채워나갔다.


두두두두두!


“크아아아!”

“끄아아! 찾아! 찾아라!”


10상자를 뜯고 이제 11상자로 넘어갔을 때, 매장 코앞에서 광인들의 괴성이 들렸다.


투욱!


바닥에 골프공 하나를 내려놓은 신혁.


그는 아이언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이렇게 보여도! 어? 내가 말이야! 회사에서 배신자로 찍히기 전에는! 이런저런 높은 사람들하고 필드 따라다니고 그랬어!’


나름 사회생활 잘하는 엘리트였다고!


꽈악-!


원수의 목을 잡듯이 그립을 꽉 잡았다.


혹시 그거 아는가?


골프든, 테니스든, 야구든, 검도든!


도구가 필요한 스포츠는 죽이고 싶은 상대를 떠올리면 치는 힘이 쌔진다는 사실을!


- 넌 스윙 폼이 왜 그 따위야?

- 그것도 못 치냐? 참, 환장하겠네.

- 캬! 90타가 사람 새끼냐?


빠득-!


이를 악 문 신혁의 앞에 타깃이 나타났다.


“그분의 목소리다! 저 새끼, 죽여 버려!”


신혁을 향해 총구를 겨눈 경찰 광인!


그분이라는 정체모를 작자하고 비밀 친구나 맺고 있는 정신병자다. 그리고 신혁이 반드시 제거해야할 복수의 대상!


“야, 내가 말했지?”


스윽-.


신혁은 가볍게 허리를 돌렸다.


“너 시신 된다고.”


슈우우우욱!


빠악!


신혁이 있는 힘껏 클럽을 휘두르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골프공이 날아갔다.


짜릿한 느낌이 손끝부터 퍼진다.


자세도 좋았고 힘도 좋았다.


거기다 달려드는 광인들 사이사이를 기가 막히게 지나가는 골프공이란!


이것도 행동에 보정이 붙었기 때문일까?


인생 최고의 베스트 샷이 틀림없었다.


파앙!


“끄아아아아악! 내, 내 눈! 으아아악!”


눈을 터뜨리고 안공에 안착한 골프공!


“크! 나이스샷! 홀인원이다! 만세!”


저번 회 차의 실패가 남긴 광기의 여운 때문일까? 아니면, 산전, 수전, 칼전, 총전까지 다 겪으면서 강해진 정신 때문일까?


끔찍한 광경에도 기세가 전혀 죽지 않았다.


마치 분노에 내성이라도 생긴 것처럼!


“개, 개새끼! 죽어! 죽어!”


경찰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방아쇠를 당겼으나, 한 쪽 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팔이 하나 불구가 됐다지만, 두 눈 멀쩡할 때도 사람 하나 못 죽인 놈 아니던가?


탕! 탕! 타앙!


“끄아악!”

“커억!”


이런 걸 팀킬이라고 하던가?


탄환이 발사될 때마다 광인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제 보니까, 너 폐급이구나?”

“끄으윽! 이, 이 새끼! 넌 내가 죽인다!”

“내가 너냐? 두 번 죽게! 병신아!”


신혁의 코앞까지 다가온 3명의 광인.


뻐엉!


그들을 향해 신혁은 골프공이 들어있는 박스를 거칠게 걷어찼다.


토독! 토도도독! 와르르르!


박스에서 사방팔방으로 쏟아지는 골프공.


사면팔방에서 광인의 발아래를 위협하더니,


쿵! 우당탕!


“으억!”


공을 밟은 광인들이 사각팔방으로 팔다리를 흔들며 바닥에 넘어졌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리라!


“이거나 쳐 먹어라!”


콰직! 쿵!


다시 일어서는 광인을 향해 정신없이 골프채를 휘두르는 신혁.


“골프를 배워두길 잘했어!”


클럽의 헤드가 부서지면 다른 클럽으로 바꿔 쥐며 집요하게 머리만 노렸다.


그렇게 모든 골프채가 기묘하게 꺾여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움직임을 보이는 광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들을 통솔하던 경찰 광인을 제외하고.


“시발! 뭣들 하고 있어! 일어나!”


경찰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리볼버를 쥔 체, 쓰러진 광인들을 향해 악을 내질렀다.


“야, 그냥 둬. 애들 피곤하대. 좋은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지.”

“이, 이 시발! 미친 새끼가! 다들 일어나라고! 병신들아! 저 놈 하나도 못 잡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냐? 가만히 보고 있다가 왜 지랄인데? 네가 무능한 걸 밑에 사람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피투성이가 된 경찰 광인의 얼굴.


하나 남은 눈에 감도는 눈빛은 공포였고, 그의 붉은 눈이 비추는 것은 신혁이었다.


“또 쫄았냐? 패션 광기는 이래서 안 돼. 그 총 장식이냐? 어? 장난감이야?”

“씨발! 너 뭐야? 뭐냐고! 뭐하는 새끼야!”

“나? 왜? 그분이 그건 안 알려주디?”


스르륵-.


신혁은 허리 뒤춤에서 식칼을 꺼내 들었다.


“헬조선! 좆소기업! 29살! 평범한 회사원!”


파앗-!


[놈에게 접근해야 제압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개울을 건널 준비는 됐나?]

[머리, 가슴, 왼 다리. 총탄의 비를 피해라.]


“강신혁이다.”


신혁은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이 새끼가! 진짜 돌았냐! 나 총 있어!”


경찰 광인이 리볼버를 신혁에게 겨눴다.


‘멍청한 새끼! 언제 뛰어오려고? 크크, 네가 깔아놓은 난장판에 죽게 생겼네?’


골프공 범벅이 된 바닥을 보라.


저 놈도 미끄러져서 쓰러질 거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지!


그래야만 하잖아.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너 회사원 아니지?”


적어도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리라.


팍! 퍽!


쓰러진 광인을 징검다리처럼 짓밟으며 다가오는 또라이가 같은 한국인이라고는 생각하기 싫었으니까!


“시발! 종말이라고 별의별 새끼가 다 나오고 지랄이야!”


탕!


“머리.”


고개 숙인 신혁의 정수리를 탄환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탕!


“가슴.”


발판으로 삼을 다음 광인으로 넘어가며, 신혁은 상체를 대각선으로 기울였다.


슈슉!


가슴 위를 지나친 총알이 바람막이를 찢었지만, 어차피 내 돈으로 산 것도 아닌데 알 바냐?


“왼쪽 다리.”


경찰의 총구가 왼쪽 정강이를 조준했다.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신혁은 무릎을 굽혀 발을 뒤로 내뺐다.


탕!


푸슉!


목표를 잃은 오발탄이 쓰러진 광인의 뒤통수를 산산조각내고, 피를 물감삼아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으으! 너 뭐야! 뭐하는 새끼냐고! 오지 마!”


광인이 되면 분노의 영향으로 신체능력이 상승한다. 하지만 신혁은 하얀 눈. 어떻게 미래라도 본 것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시발, 평범한 회사원이 어떻게 총을 피해!”


공포에 질린 외침을 내뱉는 경찰 광인.


철컥! 철컥!


그의 손가락이 기계처럼 방아쇠를 당겼으나, 리볼버에 들어갔던 6발의 탄알은 이미 전부 소진된 지 오래였다.


“끄, 끄아아아!”


슈우욱!


신혁은 광인이 던진 리볼버를 피하며 그에게 칼날을 세워 돌진했다.


‘앞으로 한 발자국!’


타닥!


드디어 지면을 디뎠다.


푸슈욱!


그리고 식칼이 갈비뼈 사이를 관통하며 경찰 광인의 폐에 바람구멍을 만들었다.


“허, 허억! 헉! 흡!”


털썩!


고통을 이기지 못한 경찰 광인이 쓰러져 입에서 연신 피거품을 내뱉었다.


“하아아아.”


신혁은 꾹 참았던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실하네. 씁.”


파앗-!


[제한시간 30초 이내, 적대적 존재를 모두 제거 및 목표를 완수했습니다.]


[보상으로 기회 3회를 획득합니다.]


[프로메테우스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그 수상한 어플을 실행할 수 있게 되나?


‘좋은 건지는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 그것보다 우선은 기회 3회! 크, 보너스 좋았다? 프로메테우스 형?’


그러나 보상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파앗-!


[사람을 구하려는 자는 신에게 미움 받을 용기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만물의 모든 것이 너를 억지로 깎아내리려 해도, 그대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오직 우리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걸작을 함께 그려보자, 강신혁.]


파앗!


[프로메테우스의 2차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합니다 죄송합니다. 22.11.23 37 0 -
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6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6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5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1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7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8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1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3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1 5 11쪽
»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5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80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9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2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0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2 2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