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계동(季冬)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계동(季冬)
작품등록일 :
2022.10.28 15:19
최근연재일 :
2022.11.22 18: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97
추천수 :
172
글자수 :
89,985

작성
22.11.01 19:13
조회
301
추천
22
글자
12쪽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DUMMY

삐이이이익-!


버스 이곳저곳에서 울려대는 경고음에 주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씨, 시끄럽게! 이거 왜 안 꺼져!”

“해킹이나 당하고! 장하다! 우리나라! 응?”

“지구가 서비스를 종료해? 대박~! 이거 무슨 소설 도입부 같지 않음?”

“지랄한다, 병신. 상태창~! 상태창! 왜 안 나와? 로그아웃! 로그아웃! 안 되잖아~? 어휴, 오타쿠 새끼.”


바깥 역시 버스 안과 비슷한 반응들이었다.


창밖의 사람들 역시 뚫어지게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이게 무슨 일이야? 실화야? 동화야? 살다 보니 이런 해프닝을 다 겪네.’


장난을 칠 거면 그럴듯하게 칠 것이지.


게임도 아니고 서비스를 종료한다니, 차라리 북한이 쳐들어왔다면 다 믿었을 텐데.


‘아니지! 그건 진짜 위험한가? 하여간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장난을 치는 거야?’


신혁이 문자의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그때,


삐이이이이이익-!


두 번째 긴급 재난 문자가 울려 퍼졌다.


[사랑했던 지구의 인류에게 알립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대들을 지켜보며 수호해왔습니다. 인류의 행보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때론 감동케 했으며, 경의를 표하게 했습니다.]


“뭐야? 이번엔 장문이네?”


그나저나 사랑했던 지구의 인류? 수호?


‘컨셉 한 번 거지 같네. 무슨 신이냐? 중2병도 아니고. 그나저나 내용이 이게 끝은 아닐 거 같은데? 또 오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했던가?


삐이이이익-!


귀신 같은 타이밍이었다.


‘어디 보자. 이번에는 또 무슨······ 어?’


[그러나 동시에 크나큰 실망도 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거짓된 신을 창조해 우리의 영역을 모독했습니다. 또한 순수한 마음을 스스로 더럽히고, 우리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오만한 짐승이 되었습니다.]


아까보다 내용이 무겁고 불쾌하다.


‘장난질도 1절, 2절까지만 해야지.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 거야? 이거 빨리 못 막나?’


그러나 다음 문자가 왔을 때 알게 되었다.


이 메시지가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에 우리는 투표로 인류 존속의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98%가 찬성. 오늘부로 지구는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그동안 지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죽음되시길 바랍니다.]


끼이이이이익-!


“이, 이런 미친!”


상황은 급브레이크와 함께 시작됐다.


빠아아아앙! 빠앙!


끼이익-!


투쾅! 콰아앙!


도로 곳곳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전대미문의 추돌 사고들.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몇몇은 인도의 사람들을 덮쳤고,


쨍그랑-!


우당탕! 콰지지직-!


또 몇몇은 상가를 뚫고 들어가기까지 했다.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신혁이 탄 버스가 무사한 건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와! 식겁했네! 뒤지는 줄 알았다!’


버스 정류장이 방파제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버스가 구겨진 깡통처럼 변했을 테니까.


“누가 119! 119에 신고 좀 해봐요!”

“단체로 뭐야? 왜 이래? 진짜 종말이야?”

“메, 메시지의 내용이 사실이었어?!”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술렁이는 승객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혁의 예상대로 이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투둑-. 툭!


쏴아아아아아-!


방금까지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마치 거짓말이라도 되는 듯 장대비가 매섭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끄러운 빗소리를 뚫고,


“도보에서 자전거를 왜 타! 죽여 버린다!”

“아까부터 왜 쳐다봐! 죽고 싶어?!”

“개새끼가! 담배를 길에서 펴? 입 벌려! 폐 속에 담배를 꽂아버리게!”


사람들의 성난 괴성이 울려 퍼졌다.


‘다들 왜 저래? 싸울만한 상황이 아니잖아! 대체 왜 저딴 걸로 싸우는 거야? 잠깐만!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쫘악-!


힘껏 자기 뺨을 때린 신혁.


뇌까지 얼얼한 충격이 전해지는 것을 보니 이 지옥 같은 상황은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와, 이게 뭐냐? 좀비 바이러스 아니야? 막 그거 있잖아! 그거! 분노 바이러스! 그거!”

“넌 뭐가 그리 신났냐? 입 좀 닥쳐봐! 엄마한테 전화 좀 하게!”


이 오싹한 광경에 맨 뒤 좌석에서 농담을 주고받던 철없던 학생들도 겁을 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뉴, 뉴스! 이럴 때는 뉴스를 들어야지!”


버스 기사 아저씨가 라디오를 조작하자, 흥겹던 트로트 음악이 다급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돌변했다.


지지직-!


“기, 긴급사태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전 세계에 원인 모를 정신병이 발병 중입니다! 사람을 극도로 폭력적으로 만듦으로, 절대! 밖에서 타인과 접촉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불온한 눈빛으로 서로를 살피는 승객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못했다.


“저! 저 내릴게요! 문 열어주세요!”


노약자석에서 SNS를 염탐하던 아가씨.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기사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가씨, 진정해요! 지금 나가면 위험해요!”

“여기는 그럼 안전해요?! 빨리 문 열어요!”

“다른 승객도 위험하다니까!”

“으아아아아아아! 문 열어어어어!”


자신의 요구가 거절당하자, 그녀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앞문으로 다가갔다.


요금함 옆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서.


“무, 무슨 짓이야!”

“나갈 거라고!”


이후의 일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으리라.


쿵! 쿵! 콰직! 쨍그랑!


여자는 필사적으로 문을 내리쳤고, 버스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저, 저 사람! 눈이 빨개! 인터넷에서 그랬어요! 정신병이 발병하면 눈이 빨개진다고!”

“뭐, 뭐야?! 접촉해야 감염되는 게 아니야?! 공기로 전파되는 거냐고! 이런 시발!”

“버스 양반! 문 열어! 저거 빨리 내보내!”


꿀꺽-!


신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발병하면 눈이 빨갛게 된다고 했지?! 사람들 눈빛이 변했어. 눈이 붉게 변하고 있다고! 여, 여기서 도망쳐야 해!’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콰직-!



뭔가가 으깨지는 섬뜩한 소리.


“내 말이 우스워? 시발, 안 된다고. 개년아. 그리고 앞문으로 내리지 마! 사람 타는 곳이잖아! 기본도 없는 년이! 퉷!”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버스 기사 아저씨가 소화기를 들고 서 있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화기 아래에는 머리가 짓눌린 여자가 쓰러져있었다.


“아무도 못 나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살인 사건.


어떤 강심장이라도 겁을 먹을 법하건만,


“시발! 문 열어!”

“정류장에 사람이 뻔히 있어도 지나치는 새끼가! 뭐, 기본? 죽고 싶어?!”


정신병이 도진 이들은 거침없었다.


폭력적인 본능이 이성을 압도했으니까.


“전부 죽여 버릴 테다!”


누군가의 외침이 시발점이 되었다.


쿵! 쿠웅! 빠지익! 쾅!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몸싸움과 폭력의 광기 어린 현장.


‘여기에 있다간 나도 죽는다! 아니면 저 사람들처럼 변하거나! 탈출! 탈출해야 해! 하지만 어, 어떻게?!’


잔뜩 겁먹은 상태로 벽에 붙어 있던 신혁의 손가락 끝에 딱딱한 뭔가가 닿았다.


벽에 고정된 작은 망치.


비상 탈출용 망치였다.


꽈악-!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적 있어! 유리창 가장자리를 때리라고 했었지?’


위급한 상황에 떠오른 지식을 따라 신혁은 버스 창문 모서리를 세게 강타했다.


빠지직-!


쨍그랑!


거미줄처럼 금이 간 유리가 깨지는 것과 동시에 거친 빗줄기가 버스 내부를 흠뻑 적셨다.


좋아, 이제 이곳에서 탈출할 일만 남았다.


‘밖도 지옥이지만! 시발, 이곳보단 낫겠지! 탈출한다면 서로 싸우는 지금밖에 없어! 가자, 강신혁!’


서둘러 좁은 창틀에 구둣발을 올린 신혁.


그런 신혁의 어깨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이, 이런 망할!”


공격당하기 전에 선공해야 한다!


망치를 치켜든 신혁이 몸을 돌리자,


“도, 도와주게.”


눈물로 얼룩진 할아버지가 있었다.


신혁이 자리를 양보했던 그 노인이 말이다.


‘하필이면 이럴 때! 어, 어떡하지?’


뭘 어떻게 하겠는가?


굳이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도 없었다.


버스 밖도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뒹굴고 씹고 뜯고 비틀고 쫓고 쫓기고 죽이고 아주 단단히 지랄이 난 상황이다.


사람들이 구족도 모자라 십족까지 멸할 기세로 달려드는 산지옥을 오늘내일하는 노인과 함께 움직인다?


고증에 다소 논란이 있지만, 과거 마르틴 루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그건 분명 그가 종말을 덤덤히 받아들일 정도로 정신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혁은 나약한 일반인.


종말이 온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눈은 정상이야. 하지만 언제 변할지 몰라.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서로에게 너무 위험하다고!’


마음을 정한 신혁은 망설임 없이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죄송합니다!”


철퍽-!


다소 높이가 있었으나 무사히 착지한 신혁.


그는 피부를 찌르는 거센 빗줄기를 뚫으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내달렸다.


‘시발! 나더러 뭘 어떡하라고! ’


어떤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으리라.


갑자기 몰아닥친 홍수의 거친 물살을 어떻게 한낱 사람이 이겨보려 하겠는가?


순응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중간한 양심으로 움직이다가 괜히 일만 복잡하게 키운다는 사실을 이미 한 차례 몸소 겪었으니까!


타다다닷!


철퍽! 철퍽!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허억! 허억! 할아버지! 무사하세요?”


심장이 터지도록 뛰었건만 결국은 다시 버스 앞으로 돌아오고 말았으니까.


“저, 젊은이! 나 여기 있네!”

“제 손 잡고 빨리 거기서 나와요!”

“고, 고맙네! 정말 고마워!”


탁!


단단히 맞잡은 두 손.


낌새를 눈치챈 사람들이 손을 내뻗었으나,


“으익! 이, 이놈들아!”

“그냥 뛰어내려요! 제가 받을게요!”


간발의 차로 할아버지는 탈출할 수 있었다.


“끄아아아! 이리 와!”

“문으로 내려! 문! 이 늙은이가!”

“죽일 거야! 아무도 못 나가!”


서로가 좁은 창문에 얽히고설킨 승객들.


피 칠갑을 두르고 모습은 이미 사람이 아닌 지옥의 악귀 그 자체였다.


털썩-.


“허억! 허억!”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연거푸 내뱉는 할아버지를 신혁이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세요, 할아버지?”

“어, 어째서 다시 돌아왔나, 자네?”


강신혁은 이맛살을 구겼다.


사실 그냥 모른 척하고 도망가려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 소문 들었어? 대표님 폭행으로 체포된 거. 그거 찍어서 뉴스에 터뜨린 게, 신혁 씨래.

- 미쳤네, 강신혁? 동기가 맞았다고, 상사를 찔러? 병신이 개념이 없네?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고? 회사 이미지는?

- 아주 영웅 납셨다~! 보통은 사직서 내지 않나? 진짜 자존심만 겁나 쎄다니까.


이대로 도망치면 방관하고 입 닥치고 있던 쓰레기들과 내가 다를 게 과연 뭘까?


신혁은 할아버지를 외면했던 미안함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담아 대답했다.


“저도 종말에 사과나무 좀 심어보려고요.”


어차피 멸망한 세상.


그렇다면 좆대로 행동할 거다.


언제 뒤져도 후회가 없도록!


“사, 사과나무?”

“그런 게 있습니다. 빨리 움직이죠. 저것들 나오면 골치 아프니까.”


할아버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신혁.


그가 첫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


위이이이잉-.


[프로메테우스의 1차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첫 번째 능력, ‘예언 문자’가 발현됩니다.]


새로운 이변이 일어났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에 예언 문자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합니다 죄송합니다. 22.11.23 38 0 -
공지 제목을 바꿔볼까 합니다(바꿨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 좀 하겠습니다. 22.11.12 46 0 -
20 19화, B 와 D 사이에 C가 있다. (1) +2 22.11.22 31 5 9쪽
19 18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5) +2 22.11.21 32 4 9쪽
18 17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4) +1 22.11.19 36 4 9쪽
17 16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3) +1 22.11.18 40 5 10쪽
16 15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2) +1 22.11.17 46 4 9쪽
15 14화, 프로메테우스의 미래폭격기. (1) +5 22.11.16 52 4 9쪽
14 13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4) +1 22.11.15 57 4 9쪽
13 12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3) +3 22.11.14 69 7 10쪽
12 11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2) +4 22.11.12 81 5 10쪽
11 10화, 인류 멸망을 위한 2번째 플랜. (1) +3 22.11.11 93 6 10쪽
10 9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4) +3 22.11.10 91 5 11쪽
9 8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3) +2 22.11.09 95 5 12쪽
8 7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2) +1 22.11.08 99 8 10쪽
7 6화, 심었으면 지킬 책임이 있다. (1) 22.11.07 122 5 11쪽
6 5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4) +1 22.11.05 146 7 11쪽
5 4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3) +2 22.11.04 180 8 13쪽
4 3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2) +3 22.11.03 219 16 12쪽
3 2화, 미래를 예언하는 문자. (1) +1 22.11.02 279 20 11쪽
» 1화, 종말에 사과나무를 심다. +1 22.11.01 302 22 12쪽
1 프롤로그 +3 22.11.01 326 2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