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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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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32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5.28 07:47
조회
246
추천
4
글자
12쪽

움직여야 할 시간 3

DUMMY

“왜 실패했지?”


네임리스의 가면이 요동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눈앞에 있는 네크로맨서를 찢어발길 기세였지만, 그럴 수 없음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드릴 말씀이 없나이다.”


“그런 대답을 원한게 아니다! 왜 실패했느냐! 다른 놈들이라면, 다른 꼭두각시들이라면 모르되 너라면 잘 알지않느냐!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너라면 알 줄 알았노라!”


다른 꼭두각시들이라면 모르되 너라면 알거라고. 네임리스는 네크로맨서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여전히 분노의 시선을 지우지 않은 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하였느냐?”


네임리스는 자신의 어깨쯤을 쓰다듬었다. 어깨를 털었다던가하는게 아니고 거기에 마치 무언가가 있는듯했다.


“알고 있다는것이 그런 실수를 해?”


목소리는 가라앉았지만, 가라앉은 그 목소리가 더 두렵게 들려왔다. 네크로맨서는 몸을 움찔 떨었다.


“네 심장이 회복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걸릴까?”


네크로맨서의 심장은 마력의 결정체다. 이번에 그 심장이 크게 손상되었는데, 언제쯤 다시 심장이 복구될지 모른다. 완전한 복구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적게잡아도 수십년은 걸릴 터.


“······마음같아서는 내 너를 갈기갈기 찢어놨겠지만 그럴 수 없단게 아쉬울 뿐이노라.”


그래. 네임리스는 네크로맨서를 결코 죽일 수 없었다.


“고마, 이것도 그 고마 때문이노라! 고마의 타도를 위해 그 오랜 세월을 기다린건 너도 마찬가지였을텐데! 언제까지 여기 머무를 생각이더냐!”


“드릴 말씀이 없나이다. 없나이다.”


네크로맨서는 마치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제 풀에 지친것처럼 네임리스의 고개가 꺽였다.


“···영락할대로 영락했다지만, 고마는 고마. 내가 움직이면 그 또한 움직일 터. 네 역할의 중요함을 잊어선 아니될 것이노라.”


네임리스가 움직이면 고마는 움직인다. 이미 세계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을 돌렸다고는 하지만 마魔에 대한 증오심은 남아있을것이다.

따라서 네임리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하수인을 사용했는데, 그가 네크로맨서라는 소리다. 네크로맨서만한 하수인이 없는 한 네임리스는 움직일 수 없다.


“헌데··· 마력을 소실했으니 이를 어쩐다?”


그 하수인조차 약해진 상황. 마력의 절반 가까이를 소실했지만, 여전히 양으로 치자면 왕국의 수호자인 모렉 공작보다도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왕국을 상대로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양이다.


“···금방 채울 수 있습니다.”


“채울 수 있다라?”


네임리스가 고개를 갸웃하자 네크로맨서는 자신의 심장어림을 메만진다.


“···수호자를 죽인다면 분명 채울 수 있을것입니다.”


그 말에 네임리스는 눈쌀을 찌푸렸고,


“네가 수호자를 죽인다고?”


코웃음친다.


“짐 또한 수호자를 상대하는데 애를 먹는데 네가 죽이겠다고? 하물며 마력까지 잃어버린 지금?”


입버릇처럼 어리석은 수호자라고 말해왔지만, 수호자의 힘은 결코 만만치않았다. 네크로맨서가 네임리스의 앞잡이라면 수호자는 고마의 앞잡이라고 할 수 있었다. 푸른 악마의 봉인지를 지키는게 주된 역할이지만, 세계를 수호한다는 개념 안에서 수호자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행하곤했다.

그런 수호자를 네크로맨서가 죽이겠다는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호자를 죽이면 분명!”


“네 눈이 흐려진것이노라.”


단호한 목소리로 네임리스는 단언했다.


“그래. 수호자를 죽이면 분명 마력을 회복할 수 있겠지. 어디 회복뿐이겠느냐? 새로운 경지로 발을 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가 죽일수도 없거니와 만약 수호자를 죽인다면 고마가 멍청하게 누워있기만할거라 생각하느냐?”


이미 영락한 고마라도 수호자가 죽었는데 가만히있을거라 생각하긴 어려웠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이 모든 계획과 일은 고마가 움직이지 않기에 가능한 일.

고마가 움직이면 모두 끝장인 파도 앞의 모래성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그를 깨우는게 더 빠르겠지.”


볼드 남작령의 일만명과 코펜하임 농업지의 이천여명. 푸른 악마의 부활까지는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오년간 조심조심 모아두었던 87000의 영혼을 더해 앞으로 일천명의 목숨만 있다면 푸른 악마는 부활할 수 있을 터.


“다시 준비해라. 고작 일천명이다. 반쪽이 난 네 마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터.”


“···알겠습니다.”


푸른 악마가 부활하기까지 1000.




***




모던 씨를 안으로 옮겨두고 나는 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아줌마에게 그를 부탁하고 마셸 형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래. 알겠어.”


그에게 받았던 교은화중에서 30장을 빼고 나머지 모두를 돌려주었다. 상식적으로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이 많은 돈인지 나도 느끼고 있으니까. 아마 마셸 형이 그동안 모은 돈의 대부분일거라 생각한다.


“그럼 먼저 갈게.”


마셸 형과 아줌마는 비루를 데리고 벤자민 씨와 신전측의 인물들과 함께 신전으로 복귀하기로했다. 모던 씨가 함께가지 못한다고 말한이상 마셸 형과 가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혼자 움직여야 할 모양이다.


‘일단 수도로.’


방향은 수도로 정했다. 레너 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원래 모렉 공작을 먼저 만나려고했지만, 지금 모렉 공작은 수도에 있다는듯했다. 따라서 모렉 공작령에 들릴 필요없이 수도로 향하면 된다. 나는 말의 고삐를 당겨 말을 무릎꿇리게 한 다음, 그 위에 올라탔다.


“잘 있어.”


말의 배아래를 차자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놀랐고, 마셸 형이 잘가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에 섞여 잘 들리진 않았지만.


‘아무리 잡아도 일주일은 걸릴 거리야.’


시간이 걸릴만큼 네크로맨서가 회복할테지. 놈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지는 몰라도 부디 그게 일주일 이내는 아니기를 빌었고, 그렇게 달리기를 엿새.


“···허무할만큼 아무일도 없었네.”


내 심정을 반영하듯, 너무 어이없게 도착하고 말았다. 성벽 아래로 버젓이 보이는 게시판에는 이곳이 아르미안 왕국의 수도임을 버젓이 드러내고 있었다. 틀림없이 수도겠지. 적게잡아도 일주일은 걸리리라 생각했거늘 엿새만에 도착하고 말았던것이다.


‘자, 레너 왕을 만나려면 어떻게해야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냥 무대뽀로 왕궁에 직행하는것인데 미친놈 소리듣기 딱 좋았다.


‘이건 기각이네.’


결국 모렉 공작을 만나야한단 소린데 이러면 딜레마가 되어버린다. 왕궁에 쳐들어가는건 미친짓이다. 그런데 모렉 공작은 왕궁에 있을터였다. 왕궁에 갈 수 없는데, 왕궁에 가야한다는 딜레마가 생겨버린것이다.


“에휴. 한번 생각해봐야겠네.”


일단 배부터 채워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여관을 잡기로 했다. 방도 잡고, 배도 채우고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여관에 들어서자 젊은 여성 종업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서오세요. 촌뜨기의 첫걸음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촌뜨기의 첫걸음? 아, 아무래도 여관의 이름인 모양이다. 여관이란것만 보고 확인하지 않고 들어왔는데··· 네이밍센스 한번 괴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번듯한것을 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었다.

아, 그런건가?

수도의 분위기에 내가 따라가지 못한다던가? 최신 유행에 뒤쳐졌다던가?


“일단··· 숙박 하루만 부탁할게요. 식사는 매끼니 추가로.”


“58쿠링, 혹은 실링 반쪽이 되겠습니다.”


전에는 50쿠링이 실링 반쪽이었는데 은의 값어치가 오른걸까? 하긴 이상한것도 아니다. 아무리 소식을 통제했다더라도 볼드 남작령의 참사를 언제까지 숨길 수도 없었다. 언데드가 한 일이란게 밝혀지면 언데드에게 효과가 있는 은의 값어치는 당연 오르겠지.


‘그나저나 곤란하네.’


저렇게 말은해도 내가 가지고있는건 교은화뿐인데.


“죄송하지만 교은화와 실링의 교환비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는순간 호구잡히는건 확정일거다. 그렇다고 되돌아가긴 좀 그렇단말이지. 저렇게 친절한 인사까지 받았는데 아 돈이 없네요! 라고하면 그 표정이 심히 궁금해진다.

아니, 안봐도 알겠지만.


“그런가요···”


그래서 얼버무리면서.


“괜찮겠네요. 그럼 교은화 1장만큼 숙박과 식사를 부탁해요.”


“교은화 1장 말씀이십니까?”


젊은 여종업원이 놀란것처럼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펼쳐 손가락으로 두드리는것같은 제스처를 취하고 약 십초가 지났을 무렵, 계산을 끝냈는지.


“숙박 나흘간 매끼니 제공··· 네. 이 정도가 되겠네요. 괜찮으시겠어요?”


그녀의 말을 따라 나도 검산해보았다.

교은화 1장에 숙박 나흘간이라. 하루의 숙박이 58쿠링, 혹은 실링 반쪽이었다. 실링 한장의 값은 숙박 2일치나 116쿠링이라는 소리였고, 숙박 나흘치인 교은화는 실링 2장에 해당하는 값이나 232쿠링정도라는 소리였다.

종업원의 말일 뿐이므로 확실한 환율은 아니겠지만 얼추 맞을것이다.


‘아직 감은 안잡히지만 쿠링의 230배, 실링의 2배쯤 되는것같네.’


나는 교은화를 건네주며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교은화가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눈치더니 판별을 마쳤는지 환한 미소를 띄었다.

나흘이라··· 어차피 한동안 모렉 공작을 만날때까진 이곳에 머물러야할테니 나흘은 있게될거다. 처음 하루로 숙박하려했던건 환율을 떠보거나 혹은 이곳 여관이 괜찮은지 하루 자고 판단하려했던건데··· 별 문제는 없겠지. 내부 인테리어도 제법 번듯하니까.


“알겠습니다. 방은 2층에 올라가셔서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이에요.”


들고있는 짐도 없어서 나는 2층에 올라가 방을 확인만하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내게 장부를 작성하기 위해 이름을 말해달라고했고 나는 리드라고 답했다.


“감사합니다!”


종업원의 인사를 받으며 나는 문 밖으로 나섰다. 나서기는 했다만, 막상 가려니 갈 곳이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왕성이나 한번 보러 가야겠다싶어 사람들에게 어딘지 묻고 물어서 왕성이 있는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는데.


“···되게크네.”


예상대로 왕성은 컸다. 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그것은 말 그대로 성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렸다. 영주성은 사실 성이면서도 집같은 느낌이 드는데 저건 말 그대로 성이었는데, 먼저 성벽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수도에 출입했을때 있던 성벽이 외벽이라면 왕성을 둘러싸고 있는 벽은 내벽일것이다.

내벽이 십 미터는 넘어보이는데 왕성이 가볍게 보일 정도로 크다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까? 물론 이건 높이일뿐이고 넓이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침입은 무리겠지.”


이대로 손가락이나 빨고있어야할까? 놈이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데 그건 정말 병신같은 짓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수를 강구하지 않으면.


‘일단···’


곰곰히 아는 사람을 생각해봤다.

마셸 형, 지금 신전으로 가고있을것이다. 기각.

벤자민씨와 아줌마도 마찬가지 이유로 기각.

모던 씨, 수도에 아는사람이 있어도 아는체를 못할테니 기각.

스스로의 인맥이 빈약하다못해 눈물이 날 정도로 좁다는것을 실감하고 나는 한숨만 푹 내쉬었다.


‘진짜 기다려야하나?’


언제 나오는지도 모른다. 일단 시간이라도 떼울 겸 나는 중앙도서관에 들리기로했다. 보통 일국에서 중앙도서관이라고 불리는 곳은 수도에 있는데, 왕국 최대의 도서관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책에 흥미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시간을 그냥 보낼 생각은 없었다.

혹시 중앙 도서관이라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수호자라는 이름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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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사투는 벌어지고 3 18.05.09 231 5 12쪽
101 사투는 벌어지고 2 18.05.08 22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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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모여드는 사람들 4 18.04.30 239 4 11쪽
94 모여드는 사람들 3 18.04.27 257 4 13쪽
93 모여드는 사람들 2 18.04.26 261 6 12쪽
92 모여드는 사람들 18.04.25 245 4 13쪽
91 모렉 공작과의 대련 2 18.04.24 227 5 12쪽
90 모렉 공작과의 대련 18.04.23 24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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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찾아야 할 사람들 3 18.04.19 24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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