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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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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80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5.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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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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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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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투는 벌어지고 13

DUMMY

“하, 하하.”


허탈하게 레너 왕이 웃었다. 저 가증스러운 네크로맨서를 처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방해가 들어와 또 실패하고 말았다.


“······.”


저 조그마한 악마신봉자가 그를 살린것이다. 문외한의 눈으로 보더라도 그 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애초 첫합으로 베테랑 성기사인 벤자민의 검을 빼앗은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더욱이 실력을 증명하듯이 아홉명의 성기사의 참격을 한손으로 막아내지 않았는가?

되려 이 자리에서 몰살당하는건 자신들이 아닐까 싶을 불안감이 밀려올 정도였다.


“저 자는 놓치지마시오. 결코!”


하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이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다. 일천의 기사와 서른의 마법사 전부를 네크로맨서를 상대하게끔 보낸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네크로맨서가 도망치도록 압박했던 것이다.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도망칠테고, 도망친다면 분명 도주로를 예측할 수 있을테지.

실제로 레너 왕은 도주로를 예측했고 포위하는데 성공했으니까.


“그렇게까지 치밀했던 작전이···”


레너 왕에게 이번 전투는 백성들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모렉 공작의 시험이기도 했다. 정말로 네가 왕에 걸맞은 인물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달라는.


“도주할 수 있을거라 생각지마라!”


아무런 수확도 없이 끝낼수는 없다. 반드시 저 악마신봉자만큼은 사로잡아야했다.


“······.”


어지간히 과묵한 성격인지 아니면 할 말이 없는건지 작은 인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그저 멍하니 레너 왕을 바라본다.


“후우. 검 좀 빌려주겠나?”


벤자민은 근처에 있던 병사에게 가서 무기를 요구했다. 병사는 잠깐 망설였지만 주위의 시선과 어쩌면 무기를 건네준다면 자신은 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욕망에 순순히 검을 내주었다.


“고맙네.”


지급받은 무기일 뿐이지만. 병사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벤자민 경. 뒤늦게 미안하지만, 자신있소?”


라는 눈빛으로 레너 왕이 벤자민과 눈을 마주쳤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레너 왕은 알겠다는듯이 끄덕인다.


‘자신이 없더라도 괜찮지. 그들이 가만히있지는 않을테니까.’


네크로맨서가 도망쳤다고 아 그러십니까? 하고 멍청하게 놓아줄리는 없다. 놓칠걸 알면서도 쫒기야 하겠지. 슬슬 도착할 때가 됐으니 시간만 끌어줄 수 있다면 말이다.


“괜찮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벤자민은 이리저리 칼을 휘둘러보았다. 검의 무게차이나 형태차이등을 익히기 위해 살짝 휘둘러 감을 잡아본것이다. 몇번 휘두르는 동안에도 작은 인영은 여전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성기사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 그건 아닌것 같았다. 작은 인영은 싸울 생각자체가 없어보였다.


“싸우지 않을텐가?”


벤자민이 그리 묻는 말에도 작은 인영은 반응하지 않았다. 여전히 벤자민의 검을 들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들고만 있었다.


“그럴 생각은 없는가보군. 싸우지 않는다면 인도적으로 포박함을 약속하지. 물론, 자네가 아는건 털어놔줘야겠지만 말일세.”


“······.”


벤자민은 그 말을 하면서 힐끗 레너 왕을 쳐다보았지만, 레너 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포박하면 그 이후는 문제없다는걸까? 제아무리 악마신봉자라지만 눈앞의 작은 인영에게선 어떠한 투기도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알 수 있는건.


“흠. 자네는 리빙데드인가?”


이미 죽어있단것 정도.


“리, 리빙데드?”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그들도 리빙데드의 이름정도는 알고있었다. 언데드의 정점에 서 있다는 지성을 가지고 있는 불사의 괴물! 눈앞의 저 작은 인영이 바로 그 리빙데드라는 말인가?


“···맞는것 같아.”


작은 인영의 수긍에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병사들이 술렁이자 레너 왕이 손을들어 그들을 진정시킨다.


“정숙하라.”


모두가 침묵하자 레너 왕이 작은 인영에게 물었다.


“지금 순순히 질문에 대답하는건 포박당할 용의가 있다는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약간의 자비정도는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레너 왕은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끝에 죽음이 찾아오는건 정해진 일이지만.


“···모르겠어.”


약간의 침묵뒤에 작은 인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그 답안에 모두의 정신이 혼미해졌을무렵,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오고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란 분명 네크로맨서를 쫒은 무리일터. 레너 왕의 생각대로 팔백에 달하는 기사들이 열을 맞추어 뒤늦게 도착하고 있었다. 부상자, 혹은 사상자. 또는 그들을 부축할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도착한 것이다.

이백명 가량이 없어져있는건 여전했지만, 레너 왕은 그러한 사정을 일순에 짐작하고 피해가 경미하다는것에 만족했다.


“모르겠다고? 그럼 순순히 포박당하는걸 추천하지.”


레너 왕이 그렇게 말할즈음, 기사들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작은 인영이 탈출할 수 있을 확률이 낮아지고 있었다.


“······.”


작은 인영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가 않았다. 그 정도가 아니라 숨 쉬기도 곤란할정도로 마비시키고 있었다. 극독이 아니란건 알겠지만, 극심한 마비독이었다. 그런 독을 피 속에 품고 있다는건 언데드 계열이 아니라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

내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


시원하게 육두문자나 뱉어볼랬더니 이제는 입도 움직이지 않았다. 점점 숨 쉬기가 힘들어지는것이 진짜로 질식사하는건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다.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보니 내 몸이 보라색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뭐야? 마비독 아니었어?’


아니면 피가 흐르지 않을만큼 강한 마비독이라는건가? 어느쪽이던 죽는건 마찬가지일것이다. 마셸 형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휴. 고마워.”


마셸 형 개인도 신성을 수련했기에 완치는 못 시키더라도 완화는 시킬 수 있었다.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고 혈색이 돌아온 나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 네크로맨서의 피가 독이라는걸 알고 있었던 사람은 없었잖아?”


“···저번엔 아닌 것 같았는데.”


붉은 숲에서 단검으로 찔렀을때는 아니었다싶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때는 피가 몸에 닿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 동안 새롭게 방법을 강구한것일까?


“아무튼 이번엔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마셸 형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말이었다. 이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다행일리가 없지 않은가.


“몇 명이나··· 살았어?”


몇 명이나 죽었느냐 물어보려다가 살았느냐로 바꾸었다.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함께 있던 곳에서만 천 명 가까이. 전체 인구는 사천명 남짓이야.”


사천명 중에서 천 명은 확실히 살았단거군. 반대로 말하자면 삼천명 가까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거고.


“더 이상 가만히 있을수는 없겠어.”


나는 먼저 나서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뻐근한 손목을 억지로 돌려서 힘을 준다.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해.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돼.”


우리는 계속해서 놈에게 휘둘려왔다. 처음 시작인 화촌에서 그랬고, 붉은 숲에서도 그랬고, 볼드 남작령과 이곳 코펜하임 농업지에서도 그랬다.


“이제 멍청하게 기다리지만은 않을거야.”


기다리지 않고 행동하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의식이 멀어졌다.




***




작은 인영이 갑작스레 뛰어오른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기사들은 이미 지근거리까지 다가왔고 병사들의 포위망 또한 건제했다. 무엇보다 성기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던 상황. 어느 누가 보더라도 포기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경계가 느슨해져있던 한 순간.


“······!”


뛰어오른 작은 인영을 잡으려 성기사들도 마주 뛰어올랐지만 전혀 달랐다. 무엇이 다르냐고 하냐면 뛰어오른 높이의 단위가 전혀 달랐다.


“무슨! 벼룩이라도 된단 말인가!”


성기사들은 3,4미터를 뛰어올랐는데 작은 인영은 7,8미터 가까이를 무릎도 굽히지 않고 뛰어오른것이다. 신체능력의 차이가 농담도 되지 않는다.


“놓쳐선 안 된다!”


어차피 뛰어올랐다면 언젠가는 내려올 터.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말마따나 거기 모인 인원 전부가 작은 인영을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공중에 발판이라도 있는건가? 아니다. 어이없게도 타이밍 좋게 나타난 무언가가 작은 인영을 낚아채고 말았다.


“놓치지 마시오!”


아직 어두운지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새? 같았다.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던건 저 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거란 말인가!


“마법사들!”


레너 왕의 외침에 마법사들은 공중으로 마법을 난사했다. 몇몇은 준비하고 있었지만, 멍하게 있던 몇몇은 미처 준비하지 못해 뒤늦게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즉시 날아간 마법의 갯수만 십수개. 그러나 대부분의 마법은 허공만 휘저었을 뿐이고 두개밖에 적중하질 않았다.

하나는 새의 날개를 꿰뚫었고, 하나는 아슬아슬히 스쳐지나간다.


“잘 했소!”


벤자민이 크게 외치며 뛰쳐나갔다. 그 속도는 달려가는 사람들 중 발군이라 금세 선두를 차지했다.

새의 날개가 꿰뚫린 이상, 추락하는것은 자명한 일. 실제로 속도를 잃고 고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는 하지만 한쪽 날개로 난다는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


현재 고도 약 십 오미터. 짧은 시간에 용케도 거기까지 올라갔다싶었지만, 이제 곧 추락한다. 벤자민은 닭 쫒는 개. 그야말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며 새가 추락할거라 생각되는 위치로 달린다.




***




“하. 비루···”


안젤라는 치료받는 비루를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겨우 만났건만 여기서 뭘 하고 있단말인가.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때마다 안젤라는 땀을 닦아주는 정도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한심하게도 말이다.


‘한심해!’


도움이 된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성자는 어떻게든 비루를 살려보려고 노력하는데 자신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의학적 지식도 없고, 신성을 익힌것도 아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되려 성자에게 방해만 될까봐 움직일 수도 없었고 혹시 몰라서 떠나지도 못한다.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이곳좀 잡아주시겠어요?”


그런 그녀의 심정을 이해한건지 아니면 그냥 도움이 필요했던건진 모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안젤라에겐 그 말이 참 고마웠다.


“아, 네!”


안젤라가 서둘러 비루의 팔을 강하게 억눌렀다. 이미 정신을 잃었는데 몸이 꿈틀거리고 있는것이다.


“너무 강하게 누르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나름 용병으로 살아온 기간도 있고, 교국에서도 오래 지냈다. 나이도 나이인데 풋내기 시절로 되돌아간듯한 기분이었다.


“네? 죄송할건 없는데··· 고마워요. 혹시 근처에서 사람좀 불러와주시겠어요?”


비루를 옮겨야한다며 에르네스 메르실은 안젤라에게 부탁했다. 안젤라는 두말할 것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


“아, 알겠어요. 금방 불러올게요!”


멍청하게 있을 시간이 없다. 안젤라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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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찾아야 할 사람들 3 18.04.19 24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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