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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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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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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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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2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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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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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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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모여드는 사람들

DUMMY

비루에 대한 질문을 한건 어영부영히 질문한게 아니었다. 모렉 공작이라면 어떻게든 알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 년 전.

그 날, 비루가 떠나던 날에 함께 떠났던 남자는 분명 한센 남작이었다. 내가 살고있던 그 빈민가가 있던 영지의 영주, 한센 남작이었다.

그가 어째서 비루를 데려갔는지, 비루가 어째서 그를 따라갔는지는 전혀 모른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물론 있을테지만, 내가 궁금한건 그게 아니었다.


‘한센 남작이 데려갔다면 어딘가에 쓸 일이 있었단거겠지. 모렉 공작이라면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몰라.’


나라고 멍청하게 교국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5 년 전에있었던 왕가의 참살. 레너 왕자가 직접 나서 일가를 모조리 참살했던 그 일을 도왔던건 모렉 공작과 한센 남작이었다.


“···당신은 알고있죠?”


모렉 공작과 한센 남작사이에 레너 왕이라는 이름으로 연결 고리가 있다면 모렉 공작이 비루에 대해서 모를리가 없겠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물은것이다. 모렉 공작은 어째서인지 이런 질문을 할걸 알고있었단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좋다. 질문에 답해주마. 그가 어디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가 무엇을 해왔는지는 알고있다.”


“······.”


“그래도 괜찮겠느냐? 그게 첫번째 질문으로도?”


끄덕끄덕.

나는 계속해달라는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그는 악마신봉자라는 자들과 싸워왔다. 그 이름을 너는 알고있느냐?”


악마신봉자?


“···그게뭐죠?”


“알고싶다면 두 번째 질문까지 써라. 첫 번째 질문은 이걸로 끝일터다. 애송아.”


생긴것과 다르게 깐깐하기는. 질문 하나를 써서 저거 하나 듣고 끝나는건 너무 아쉬웠기에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한번 더 끄덕였다.


“악마신봉자. 그것들의 목적이 뭔지는 모른다. 다만 놈들은 모두 짙은 남색로브를 입고있지. 대부분이 네크로맨서로 이루어진 자들이다. 왕국을 좀먹는 증오스러운 벌레같은 놈들이지.”


“···그리고요?”


“볼드 남작령의 참사. 네가 그곳에 있었다고 알고있는데··· 그게 놈들이 일으킨 짓이었다. 어느쪽이던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놈들이란 소리다. 그렇지않더냐?”


볼드 남작령의 참사를 일으킨게 악마신봉자라는 놈들이라고? 물론이다. 나는 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

아노와 아누를 위해서라도. 그곳에서 죽어간 수 많은 영혼과 그 영주 아라한 볼드를 위해서라도.


“놈들은 이 왕국 곳곳에서 일을 일으키고 있다. 나와 비루는 그놈들을 발로 뛰며 죽여나가고 있었지. 많은 놈들이 죽었다. 그러다 나와 비루가 떨어졌고, 놈들은 비루를 노리고있지.”


“······.”


“아직도 놈들은 이 왕국에서 암약하고있다.”


그렇다면 그 네크로맨서와 벤터스 아르쿠잔은 악마신봉자라는건가. 오년전의 일을 잠깐 떠올렸다. 푸른 악마···

네크로맨서는 푸른 악마를 부활시켰다. 악마신봉자라는 이름 그대로 악마를 믿는 자들이란 소리일까. 네크로맨서는 푸른 악마에 대해서 ‘그 분’이라고 말했다.

네크로맨서가 악마신봉자란건 확실해보이는군.

놈을 죽여야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났다. 그런 놈을 가만히 놔둘수는 없다.


“우리도 놈들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다. 이 정도가 전부지. 그래. 마지막 질문은 무엇이더냐?”


···마지막 질문이라.

뭘 물어볼지는 처음부터 정해져있었다. 문자 그대로 ‘처음부터’말이다.


“5 년 전에··· 레너 왕자님이 습격받은 일이 있었죠. 저는 레너 왕자님에게 도움을 줘서 결국 하쉬와 만나게 되었구요.”


“음!”


그 일이 계기가 되었고 하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하쉬는 나에게서 용기를 봤다 말했고 나는 그의 검동, 제자가 되었다.

그 일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 습격자··· 그 사람도 악마신봉자였나요?”


분명하게.

아직까지도 그 원통하다는 눈빛을 잊지 못한다. 증오로 가득차있는 그 눈빛은 아마 평생가도 잊지 못하겠지. 그리고 분명히 습격자는 짙은 남색 로브를 입고있었다.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 모렉 공작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는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흐으음··· 그렇다. 자세한건 대외비라서 말해주지 못하겠지만.”


그렇다. 인가.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악마신봉자로부터···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하쉬와 만날 일이 없었단건가.

그것만큼은 감사해야할지도.

무언가 커다란 돌덩이가 치워진것같은 기분이었다. 꽉 막혔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감사합니다.”




***




그건 그렇고 내가 쓰러진지 사흘이 지난건가. 어지간히 뻗어있었구나. 그럴만한 싸움이기는 했지만.

벤자민씨의 말대로 모렉 공작은 강했다. 하쉬와 비견된다라···


‘하쉬는 도대체 얼마나 강했던거야?’


가능하면 몬스터와는 싸우지 않는게 최선이라던 그 성기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만 생각해보면 화촌에서의 일도 그랬다.

화촌에서 그 강대했던 네크로맨서가 하쉬를 보고 꽁무니를 말지 않았는가. 하쉬는 분명 그때 ‘놓쳤다.’라고 말했다. 즉, 쫒는 쪽이 하쉬였다는 소리다. 이제 닿지 않았을까하고 어렴풋하게 생각했는데 새삼 멀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푸른 악마는?’


그 하쉬가 상대도 되지 않았던 놈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게 다시 부활하면 또 봉인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군대가 몰려가더라도 놈을 잡을 수 있기는 할까? 불가능하겠지. 모조리 전멸하고말거다.

그 하쉬나 비루의 공격에도 전혀 상처입지 않았으니까.


‘후우··· 모르겠다.’


나는 침대에 뻗듯이 누웠다. 사실 두번째로 하려던 질문은 ‘수호자에 대해서 알고있나요?’였다. 그렇지만 악마신봉자에 대해서 들었으니 손해본 기분은 아니다. 내 시작이 놈들의 계획에서부터 시작됐단것도 알았다.

모렉 공작에게도 말했었지.


“시작은 너희가 했을지몰라도··· 끝은 내가 내주겠어.”


다시 움직여야할때가 왔다. 비루가 무엇을 했는지는 들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용병협회에서 비루의 행방을 찾아야했다.

비루를 찾고, 하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아내자.

그 다음엔 악마신봉자들을···




***




“성자님. 괜찮으십니까?”


코펜하임 농업지로 들어온지 이틀이 지났다. 단순히 역병이 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은 전혀 달랐다.


“···마셸 경. 볼드 남작령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또 무언가 꾸미고 있는걸까요?”


“그 네크로맨서 말입니까?”


“맞아요. 리드가 싸웠던 네크로맨서.”


결국 져버렸다고 들었다. 리드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닿지 않았던걸까.


“하지만 지금은 성자님이 계시니만큼···”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라면 네크로맨서를 처치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에르네스 메르실은 곤란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장담하지 못하겠어요.”


“서, 성자님께서도 말입니까?”


마셸은 놀란 표정이 되고 말았다. 대륙 최고의 신성력을 가진 성자조차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대라니? 그 네크로맨서는 그렇게까지 거물이라는 소리인가?


“그 네크로맨서는 이상해요. 아무리 리빙데드라도 그렇게까지 마력을 쌓을 수 있을리가 없어요. 그건 마법사라기보단···”


에르네스 메르실의 말이 멈췄다. 그리고선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앞에 가져다댄다. 눈치 빠른 마셸이 그 표시를 모를리 없었고 주변이 잠잠해졌다.


‘왜?’


마셸은 성자가 침묵을 요구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약간 시간이 지나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됐어요. 착각했나봐요.”


“무슨 일이십니까?”


“잠깐 무언가가 스쳐간것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기분탓인가보네요.”


“성자님. 이제와서 말하는거지만 이 일은 저희 둘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단 물러났다가 사람들을 불러오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신전까지 갈 것도 없이 주변의 영지들이 나선다면 큰 도움이 될것이다. 볼드 남작령의 참사보다는 훨씬 덜했지만, 코펜하임 농업지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어디로갔는지 찾기가 힘들고 찾은건 시체들 뿐이었다. 핏자국같은건 적은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어딘가로 도망친 모양이었다.

사태를 파악하겠다는 에르네스 메르실의 말에 결국 이틀이나 지체하게 되었지만 둘은 아직도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


그리고 이전의 에르네스 메르실.

볼드 남작령의 참사를 겪지 않았던 에르네스 메르실이라면 일고의 가치도 없이 마셸의 제안을 거절했을것이다. 그 사이 누군가가 고통받을지도 모른다며 일분일초를 서두르려 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에르네스 메르실은 그 제안에 고민하게 되었다. 그건 그녀가 조금 바뀌었다는 소리다.

여전히 이상을 꿈꾸지만 조금은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알겠어요.”


결국 그 제안에 승낙한 성자를 보며 마셸은 속으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들어온 그녀의 성격이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기에.


“감사합니다. 일단 가까운 영지는 제스티 남작령과 샨드레 자작령입니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저와 성자님이 각각의 영지로 향하는걸로 하겠습니다. 가능한 빨리 병력을 데리고 코펜하임 농업지를···”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태를 모를리가 없는데?’


교국에 있던 에르네스 메르실조차 왕국에 역병이 일어났다고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바로 인근 영지인 샨드레 자작령과 제스티 남작령이 이 사태를 모를수가 있을까?

주변 영지에 역병이 났다면 통제하려고 안달을 내도 모자랐을텐데?


‘알고있다. 알고있다! 모를리가 없어!’


그 말인즉, 이 사태에 두 영지는 개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과 같았다.


‘어째서?!’


코펜하임 농업지는 왕국의 곡물 대부분을 생산해내는 중요한 곳이다. 버릴 수 있을 장소가 아니다. 왕실이라면 무슨 이유를 붙여서든 두 영지가 개입하도록 만들었을텐데?


‘하지만 아직 개입하지 않았지.’


“마셸 경?”


“성자님. 아무래도 상황이 우리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셸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그녀에게 설명했고, 에르네스 메르실은 먹구름이 낀 듯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일단 신전으로 물러나던지 아니면···”


“이 일을 둘이서 계속 파헤쳐보던지겠군요.”


“······.”




***




“그렇지. 코펜하임 농업지는 어찌 되었나? 아직도 움직임이 없나?”


왕의 물음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벌리지 못했다. 레너 왕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손만 휘휘 저었다.


“괜찮네. 말해보게.”


레너 왕은 이해한다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그네들에게 기대한적이 없었다. 여기있는 귀족들은 레너 왕 자신의 권력과 모렉 공작의 무력 앞에 무릎꿇은 송사리들. 진짜배기 귀족이 아니었다.

고귀하지도 않고, 굳세지도 않다. 또 다시 악마신봉자들이 이빨을 들이밀면 언제든 고개를 숙일 자들이다. 그런 자들에게 기대를 할 만큼 레너 왕은 무르지 않았다.


“송구하오나 현재 코펜하임 농업지는···”


그 상황을 견디다 못했는지 젊은 귀족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네우스 백작. 그래도 저 작자는 쓸모가 있지. 레너 왕은 자신이 예상했던것과 전혀 다를바 없는 현 상황에 속으로 한숨쉬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단 소리가 아닌가.


‘무능한 작자들···’


지시를 내려도 이행을 못하니 없는것만도 못하다.


“우린 코펜하임 농업지를 구해야만하네.”


귀족들이 한 차례 술렁였다. 그네들도 코펜하임 농업지의 중요성을 모르는게 아니다. 구해야한다는건 알고있을 터. 다만, 코펜하임 농업지를 탈환하는 와중에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는게 싫을 뿐이겠지.


“네우스 백작. 근처에 있는 영지들을 불러보게.”


“예. 폐하. 마을 혹은 부락을 제외하고 영지들은 제스티 남작령, 샨드레 작작령. 그리고 데이젠 후작령과 토르벤 백작령입니다.”


“······.”


네 개 영지인가. 레너 왕은 고심했다.

악마신봉자들이 날뛰기 시작한 이상, 이제 모든 영지에 주의를 기울여야했다. 이 순간에도 놈들은 어딜 침공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네 개 영지 병력을 모두 움직여도 되는것일까?


‘또 볼드 남작령처럼···’


아니다. 고민하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코펜하임 농업지를 포기한다라는 선택지는 없었던것이다.


“모렉 공작이 코펜하임 농업지로 향하게끔 전달하라. 네 개 영지는 모두 움직여야할 것이다!”


잠깐 숨을 고르고, 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내가 앞장서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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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모여드는 사람들 2 18.04.26 26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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