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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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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33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19 06:50
조회
245
추천
5
글자
11쪽

찾아야 할 사람들 3

DUMMY

레너 왕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놈들의 계획은 분명 실패했다. 하지만 어째서 실패했지?’


직접 현장에 갈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러나 왕이 되어서 위험을 무릅쓸순 없었기에 그 점이 아쉬운 점이었다.

듣기로는 몇몇 이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거대하디 거대한, 그야말로 ‘절망’혹은 ‘죽음’그 자체를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레너 왕으로써는 그저 대단한 어느 존재가 있었다, 정도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어째서 실패했는가.”


볼드 남작령의 참사.

악마신봉자들이 일으킨 그 악랄하고 끔찍한 참사는 분명 실패했다. 하지만 왕국측은 한 일이 없었다. 신전측이 일을 끝낸건가? 했지만 그들은 꾹 입을 다물며 자신들은 모른다고만 말하고 있었다.


‘분명 뭔가를 알고있을텐데···’


옥좌에 몸을 뉘이며 레너 왕을 턱을 괴었다.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툭툭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간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건 확실해보이지만···”


네크로맨서들을 생포해 입을 열게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테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이미 수 없이 시도해봤던 일이다. 그들은 특정 단어나 어떤 일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면 마치 실 끊긴 꼭두각시처럼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그 동안 레너 왕과 모렉 공작이 악마신봉자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어째서 그만한 언데드가 스러졌지?”


신전은 갑자기 언데드가 모조리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 개입한 사실은 왕국측도 알고있지만, 그녀 혼자서 그만한 언데드를 돌려보낼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툭툭. 툭툭툭.

팔걸이를 두드리는 레너 왕의 움직임이 빨라져간다. 그와 함께 레너 왕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어째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강대한 존재. 계획의 실패.

잠깐 레너 왕의 머릿속으로 어느 성기사가 스쳐지나갔다. 그 성기사는 언데드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느 악마를 무찌르는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목숨을 잃었다.


‘설마···’


그 날, 그 성기사는 분명 죽었을 터. 그럴리가 없었다. 하지만···


“하하하···”


그 성기사에게는 제자가 있었을 터다. 그 제자라면? 그 제자가 그 성기사만큼 강해진 거라면? 아니,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아직 그 아이는 성인도 되지 않았을 터. 분명 다른 요인이 있을것이다. 더욱이 그 아이는 지금 이 나라엔 없을 터다.


“전하!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어보지 않아도 레너 왕은 그게 모렉 공작임을 알 수 있었다. 잠깐 상념을 접어두기로 했다.


“들어오시오.”


어전의 문이 열리고 건장한 체격의 노인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러고보니 이 모렉 공작도 그 성기사와 비견될만한 사람이었지.


“무슨 일이오? 모렉 공작.”


“신전의 주교가 한 가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신전에서 말이오?”


의아해하는 레너 왕을 보며 모렉 공작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왕에게 하는 행동으로서는 불경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레너 왕도 모렉 공작도 그런걸 따지지 않았다.


“예. 돌아왔다고 합니다.”


“···돌아왔다라?”


“왕께서 신경쓰시던 아이···”


모렉 공작은 한 차례의 텀을 두고 말했다.


“하쉬의 제자, 리드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우연인가? 혹은 필연인가? 이 순간 레너 왕은 알 수 없는 연결고리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후후.”


자연스레 웃음이 튀어나온다. 억누를 수 없을만큼 즐거운 감정이 되었다. 미소짓는 자신의 왕을 보며 모렉 공작은 눈을 감았다.


“그래. 그렇군. 고맙소. 이제 좀 실마리가 잡힌 것 같군.”


“···그 아이.”


모렉 공작은 아직 할 말이 더 남아있었다.


“신경쓰인다면 제가 한번 시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시험이라. 모렉 공작이 직접 한다면 확실하겠지. 레너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렉 공작으로 하여금 그 소년을 가늠해본다면.

그 소년이 볼드 남작령의 참사를 멈췄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생각을 접거나 확신하게 해줄 수 있겠지.


“부탁하겠소.”


“걱정마십시오.”


어떻게 그 소년, 리드를 꾀어낼것인가? 같은 말은 레너 왕도 하지 않았고 모렉 공작도 하지 않았다. 그럴 방법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말도 꺼내지 않았을테지.


‘주교가 이미 보내주었으니까.’


모렉 공작은 눈가를 꿈틀거렸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곳에서 주교가 뜻밖의 협력을 보낸 것이다. 뭐, 어떤 꿍꿍이인지는 예상이 가지만. 그 아이를 자신의 영지, 모렉 공작령으로 보낸것만 해도···

그것과는 별개로 그 아이에게 흥미와 관심이 있는건 사실이었지만.


‘하쉬라···’


아쉽게도 그 사내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제자로 하여금 가늠해볼수는 있겠지. 그리고 레너 왕이 그렇게까지 신경쓰는 아이라···

모렉 공작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




“으아아아···”


비명과 절규로 가득차있다. 통한과 슬픔이 그 가득찬 감정을 한번 더 메운다. 그 무엇도 이 공기를 바꾸진 못하리라.


“죽기 싫어···”


쇠약해질대로 쇠약해 비쩍 말라버린 남자가 땅을 긁었다. 지면에 엎드린채 기어가는 그에게 이미 죽음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검버섯이 잔뜩 피어오른 얼굴. 흙먼지에 더러워지고 그 아래로 옅지만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근육은 잔뜩 혹사했는지 푸르게 멍들어 있었고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크으으···”


그런데도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살 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살아야한다는 강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죽고싶지 않아···”


숨을 한번 들이쉬면 폐가 들썩였다. 그러나 들이마신건 신선한 공기가 아니라 지독한 역병 뿐이었다.


“으흐흐흐, 어딜 가느냐?”


그의 위에서 지팡이가 그의 손을 찍었다.


“아아악!”


강한 고통에 한 차례 더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지팡이는 일말의 자비 없이 그의 손을 잘근잘근 짓눌렀다.


“도망칠 수 없다. 도망칠 수 없어!”


손을 짓누른 지팡이의 주인은 네크로맨서. 바로 그 네크로맨서였다.


“클클클. 그 빌어먹을 꼬맹이가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되지 않았을거다. 날 원망하지 말고 그 꼬맹이를 원망하거라. 클클!”


네크로맨서는 또 일을 획책하고 있었다. 악몽마Nightmare를 타고 코펜하임 농업지까지 왔었던 이유였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클클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네크로맨서는 중얼거리며 남자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방금까지 살 수 있을거란 희망으로 반짝이던 남자의 눈빛이 죽은 생선처럼 썩어문드러져간다.


“사, 살려줘!”


네크로맨서는 이빨을 부딪혔다.


“···불가!”




***




“이제 금방이군요.”


어느새 마셸과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은 샨드레 자작령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샨드레 자작령이라 함은 코펜하임 농업지에 가장 가까운 영지. 이젠 거의 코앞까지 왔다.


“벌써부터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가능하면 서두르고 싶지만···.”


성자는 지난 경험들로 알고 있었다. 서두르는건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최대한 준비를 하고 가야했다. 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않은가?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겠습니다. 성자님. 필요한 물품을 불러주시겠습니까?”


신전에서 충분할 만큼의 자금을 확보한만큼 넉넉하게 사가도 될 터. 에르네스 메르실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대고 생각한걸 말했다.


“붕대···는 많을수록 좋겠네요. 아트라포 풀과 네기시우스 꽃잎. 그리고··· 아! 깨끗한 천과 물이 필요하겠어요. 여분의 음식도 있으면 좋겠는걸요.”


“···그렇게 말하셔도 약초에 대한건 전혀 모릅니다. 여분의 음식과 천, 물같은건 제가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잠시 후, 물품을 원하는만큼 챙겼다고 생각한 에르네스 메르실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요.”


“···가방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만족스럽게 미소짓는 그녀의 가련한 몸매와는 정반대로 가방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보통 가방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인데 저런 가방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놀라웠다. 어쩌면 직접 만든걸지도.


“하지만 이 정도는 필요한걸요.”


“···제가 들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셸은 잠깐 가방을 들어볼려했다가 표정을 구기고 말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엄청난 무게였다. 어깨가 단숨에 뻐근해진다.

성인 서너명이 어깨위에 올라탄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말 이걸 들고 가시는겁니까?!”


“네? 물론이에요.”


그걸 어렵지 않게 드는 성자. 이제와 생각하는거지만 신성을 제하고서라도 그녀는 어지간한 강체술사들은 우습게 제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강체력을 사용해야하지 않습니까?”


“후후. 저에겐 별 의미가 없는걸요.”


가만 생각해보니 그랬다. 오히려 그녀이기에 할 수 있는 일. 강체를 익히고서 강체에 의지하지 않고 대부분 신성을 사용하는 그녀이기에.


“···그래도 제가 들겠습니다.”


효율이고 나발이고, 성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앞에서 짐을 드는 꼴을 독실한 신자인 마셸은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잘 부탁해요.”


에르네스 메르실은 거절하지 않고 미소지었다.




***




“아직은 힘들겠구나.”


가면의 사내, 네임리스는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었다.


“어떠하냐? 너희의 생각은.”


여전히 그는 아무도 없는데 말을 걸었다. 아무런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음에도 네임리스는 끄덕인다.


“그래그래. 부족하지. 아직은 부족하지. 아직은 닿지않지. 그러나 머지 않았노라. 그것만은 짐이 장담하마.”


무엇이 멀지 않았다는 것일까? 아쉬운 표정으로 네임리스는 한숨쉬었다.


“고마만 아니었더라면 이 세계는 이미 산산이 부숴졌을것을··· 우리는 그 오래전, 그 날에 이미 승리했을것을···”


그 한숨이 정말로 안타까워보였다. 깊은 회한을 담고 있고 아쉬움을 품고 있었다. 도대체 그 고마라는 자가 어떤 자이기에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조차 일말의 승기를 찾아볼 수 없었던 네임리스를 고뇌하게 만드는걸까?


“그래. 그는 강하지. 그야말로 이 세계의 최강자라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는 고독하노라. 따라서··· 으응? 수호자가 있지 않느냐고?”


재밌다는 듯이 네임리스는 웃었다.


“후후. 글쎄··· 어떨까? 이미 수호자는 그의 의지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노라.”


연극을 하는것처럼 과장된 동작. 네임리스는 활짝 팔을 펼쳤다. 마치 관객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광대처럼.


“자,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고마’를 타도하기 위해! 이 세계를 끝내기 위한 장대하고 원대하며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계획이!”


그 계획의 첫발은 코펜하임 농업지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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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사투는 벌어지고 6 18.05.14 22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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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야 할 사람들 3 18.04.19 24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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