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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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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30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5.22 00:21
조회
237
추천
4
글자
12쪽

사투는 벌어지고 12

DUMMY

“그래. 이 상황에서는 내 패색이 짙다. 내 패색이 짙어!”


네크로맨서가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 손모양을 따라 벽이 솟아 오른다. 솟아오른 벽은 확실하게 우리들과 놈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허나 이 상황에서 날 잡지 못한다면 결국 나는 너희 모두를 죽이리라!”


저주를 퍼부으며 네크로맨서의 곁으로 말 한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도 말발굽소리는 확실하게 들린다. 그게 무엇인지는 잘 알고있다. 바로 악몽마Nightmare라 불리는 고위 네크로맨서들의 이동수단이었다. 리치나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만큼 어지간한 말과는 비교하기 미안할만큼 빠르며 지치지 않는 언데드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대륙 최고의 이동수단이라 할 수 있었다.


“와라! 악몽마야!”


놈은 이 자리에서의 불리함을 인정하고 도주를 택했다. 그 때쯤, 마지막 언데드 미노타우루스가 쓰러진다.


“그를 쫒아야해요!”


멍청하게 보고 놓칠 생각은 없었다. 제아무리 강하다한들 네크로맨서, 시체팔이였다. 전신세포의 강체술을 사용하고있는 나보다 빠를 리가 없다. 나는 벽을 뛰어올랐고 네우스 백작과 마셸 형을 비롯한 기사들이 내 뒤를 따른다.


“놓치지마라!”


악몽마가 놈에게 도착하는것보다 내가 조금 더 빨랐다. 나는 주먹을 휘둘렀고 네크로맨서는 피했지만 애초에 놈을 공격하려 휘두른게 아니었다.


“이히히힝!”


목적은 악몽마였다. 놈이 피하자 그 뒤에 있었던 악몽마의 머리뼈가 쩌적거리며 금이 간다. 평범한 말이었더라면 그걸로 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악몽마는 이동수단으로서 인식되고는 있지만 그 자신도 상급 언데드였다.


“노옴!”


격노하며 네크로맨서가 내 뺨을 후려쳤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인지 네크로맨서,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손을 쓴다.

끄드득.

제법 강하기는하지만 그 정도에 밀려날거라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다.


“주먹은 이렇게 치는거라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놈의 가슴께를 후려쳤다. 만약 놈에게 표정이 있었더라면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을 지었을것이다. 가슴께를 후려치자 축축하게 파고 들었다.


‘······?!’


놈이 리빙데드라는건 알고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보통 주먹으로 후려쳤다고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가 있나?


“크흐, 크흐흐!”


고통은 전해졌을텐데도 웃는다. 어느새 마셸 형과 네우스 백작도 장애물을 뛰어넘어 접근해왔다. 분명 놈에게는 절체절명의 상황일 터. 도대체 어디에 웃을 구석이 있단 말인가?


“그래. 그래.”


아이를 달래는듯한 말투다. 나는 이어서 공격하려다가 섬짓한 느낌을 받았다.


‘제길. 쳐! 치란 말이야!’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리하다. 여기서 놓칠 수 없는데 주먹이 나가지 않는다. 왜 나는 움직일 수 없단 말인가?


“크흐흐···”


이윽고 놈이 내 팔을 잡고 자신의 가슴께에서 밀어냈다. 놈의 가슴을 파고 들었던 내 손이 시커멓게 물들어있었다.


‘독?!’


독이었다. 놈의 피는 평범한 피가 아니라 지독한 마비독, 혹은 극독을 포함하고 있었다!


“내 마지막 밑천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몰아붙여진건 처음이다. 처음이야!”


움직일 수 없는 나를 뒤로하고 놈은 악몽마에 올라탔다. 시야는 또렷하고 정신도 말짱한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 그걸 멀뚱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네우스 백작과 마셸 형이 네크로맨서를 향해 쇄도했지만, 아직 쓰러지지 않은 언데드 와이번이 기사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육탄으로 밀어붙여 짧은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은 네크로맨서가 도주하기에 충분했다.


“제기!”


제아무리 강체력을 익혔다고하지만 악몽마의 속도는 따라갈 수 없다. 마셸 형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검을 던졌다.


“···커흑!”


그런데 의외로 그게 적중했다. 안타깝게도 낙마하지는 않았지만 심장의 정중앙에 틀어박혔던 것이다.


“···사람이었다면 죽었을텐데. 아쉽게도 죽진 않겠죠?”


리빙데드만 아니었더라면 확실히 죽었을지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독 때문에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도망친건 열불이 뻗쳤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지금은 내 걱정을 해야할 때였다. 아무래도 정신은 또렷한걸 보니 강한 마비독인것 같긴한데··· 혹시 영원히 지속되는건 아니겠지?

놈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해지고 말았다.




***




“커흐, 커흐흐. 크흐흐흐!”


네크로맨서는 각혈하며 웃었다. 온몸을 엄습하는 이 고통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였으니. 비록 거짓된 생이더라도 이렇게, 끝까지 살아남아야했다.


“나는 죽을 수 없다··· 죽을 수 없어!”


그 집요함과 악랄함의 근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네크로맨서는 가슴 정중앙에 틀어박힌 마셸의 검을 뽑기위해 손잡이를 쥐었지만, 뼈만 남은 그 손이 마치 흙더미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신성이 담겼구나!’


마셸이 던진 검은 마구잡이로 던진게 아니라 신성을 담아 확실히 끝장내겠다는 일념을 담았던 것이다. 네크로맨서는 이를 갈며 억지로 검을 뽑아들었다. 덕분에 손 하나가 완전히 떨어져나갔지만, 어차피 다시 만들어 붙이면 된다.

이곳만 탈출한다면 얼마든지 또 시작할 수 있다. 오래 기다려왔지 않은가? 그 오랜 세월을 기다렸는데 몇년이고 기다릴 수 있다.

그래. 여기만, 여기만 탈출한다면!


“그렇게 쉽게 생각했나?”


숲을 가르고 등장한것은 일련의 병사들이었다. 일천을 헤아리는 병사들이 네크로맨서를 둘러싸고 있었던것이다.


“허허. 정말이었군요.”


뒤늦게 도착한 신전의 병력, 그 중에는 벤자민도 있었다. 원래는 안정을 취하려 했지만, 워낙에 급하게 받은 호출인데다가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만큼 벤자민도 출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후후. 자, 그럼 부탁하겠소.”


신전의 병력,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평소라면 모르되 지금의 네크로맨서는 열 명의 성기사와 여섯 명의 사제를 감당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 성기사중에는 베테랑중의 베테랑인 벤자민조차 끼어있었으니.


“몇번이나 본 사이군. 그렇지않나?”


벤자민이야말로 네크로맨서와 번번히 마주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처음 화촌을 습격했던 네크로맨서를 쫒은 조사대에 참가했고, 또 붉은 숲에서 네크로맨서를 직접 본 사람은 리드와 벤자민 뿐이었으며 이후 볼드 남작령에서도 네크로맨서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아마 마지막이 될테지만, 이곳 코펜하임 농업지에서도 마주치고 말았다.


“늙은 성기사야, 늙은 성기사야! 네놈을 내 저승으로 보냈어야했다!”


붉은 숲에서 벤자민을 죽이지 못했음에 네크로맨서는 뒤늦게 후회했다. 마력은 까마득할정도로 남아있다. 그러나 사용하는게 문제였다.


‘하필 혈석血石에 적중했느냐!’


마셸이 던진 신성이 담긴 검은 가슴의 정중앙, 붉은 숲에서도 리드에 의해 한번 드러난적이 있었던 네크로맨서의 급소에 적중했던 것이다. 그 혈석이야말로 네크로맨서의 마력의 정수라고 할 수 있었다.

개인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마력의 비밀이 바로 그 혈석에 있었던것인데, 마셸의 검은 혈석을 손상시켜 네크로맨서의 마력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크흐흐흐! 하지만 네놈들이 정말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한 팔이 없고 가슴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혈석이 반토막이 났음에도 네크로맨서는 그리 말했다. 명백한 허세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알 수 있을리가 없다. 벤자민의 표정이 약하게 굳었다.


“내가 도망친건 어디까지나 그 많은 기사놈들때문이었다. 똑같이 천에 달하는 숫자라 하더라도 기사와 병사는 전혀 다르지! 전혀 다르고말고!”


기사는 강체를 수련하는게 전제였지만, 병사들은 굳이 강체를 수련하지 않았다. 간혹 강체력의 소유자가 있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드물었고 그 수준 또한 낮다. 네크로맨서의 말은 일견 타당하기는 했다.


“네 걱정을 해라. 더럽고 역겨운 시체팔이. 이 병사들은 네가 도망치지 못하게 발을 묶을 역할일 뿐이니까.”


평소답지 않게 레너왕은 무척이나 차가운 어조로 네크로맨서를 쏘아보았다.


“널 끝장내는건 벤자민 경을 비롯한 신전의 인물들이지.”


그랬다. 네크로맨서의 말이 타당하기는 했지만 성립할 수 없는 이유는 신전의 인물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흐···”


상황의 어려움을 알고 네크로맨서는 주위를 곁눈질했다. 레너 왕의 말마따나 어느새 병사들이 자신이 도망치지 못하게끔 주위를 원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제아무리 악몽마라도 저 진열을 뚫고 도주하기는 어려웠다.


“포기한다면 고통없이 죽여주지. 그게 네놈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자비다.”


레너 왕의 굳은 표정 사이로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실제로 이제 네크로맨서에게 남은 방법이란 없었다.

비장의 수로 준비해뒀던 언데드 미노타우루스들은 모조리 소멸했고, 언데드 와이번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코펜하임 농업지를 침공했던 악마신봉자들은 되려 전멸해버렸고, 수많은 기사들에 의해 네크로맨서 자신도 이런 꼴이었다.


“크흐흐···”


그럼에도 네크로맨서는 웃는다. 이제 남은 언데드라곤 악몽마 하나 뿐이다.


“뭐가 그리 우습나?”


벤자민과 성기사들이 칼을 뽑아들었고 사제들은 뒤에서 신성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라고? 크흐흐! 여기서 끝일리가 있느냐!’


그 오랜 세월은 무엇때문에 감내했는가. 그 세월이 억울해서라도 지금은 못 간다. 이 비원을 끝내고 말겠다.

벤자민이 성큼성큼 네크로맨서에게 다가간다. 네크로맨서는 그 한걸음 한걸음에 죽음이 다가온다는걸 느끼고 있었다.

마침내 그 칼이 네크로맨서의 머리를 부숴버리려할때.


“크흐흐. 이제야 왔느냐.”


음침하게 웃는 네크로맨서. 여전히 심장에서부터 마나가 유출되고 있었고 최악의 상황이란건 변하지 않는데도 네크로맨서의 앞에 선 짙은 남색 로브의 누군가가 왔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네크로맨서는 자신의 생존을 확신했다.


“넌 누구냐?”


작은 체구. 하지만 짙은 남색 로브에서 그 신분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악마신봉자일 터. 벤자민과 레너 왕의 표정이 경직되간다.


“······.”


작은 인영은 답하지 않는다. 다만 네크로맨서를 들춰업을 뿐이었다. 그걸 벤자민과 성기사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턱이 없다.


“이히히힝!”


악몽마가 작은 인영의 후면을 막았다. 그리고 정면에서 닥쳐오는 공격을 그 한순간의 교차로 벤자민에게서 빼앗은 검을 휘둘렀다.

크게 휘둘러진 검은 성기사 여덟의 공격을 모조리 쳐냈다. 한명이 여덟명의 공격을 누군가를 업은채 한손으로 막아낸 것이다.


“가!”


악몽마의 위로 네크로맨서를 업히고서 작은 인영이 악몽마의 엉덩이를 쳤다. 악몽마는 맹렬한 기세로 투레질을 하며 땅을 밟았고.


“이히히힝!”


정면으로 튀어나갔다. 그러나 사방은 막혀있을 터. 하지만···


“가!”


놀랍게도 작은 인영은 악몽마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단 한번의 휘두름만으로 병사들을 물러나게하고 포위망을 옅게 만들었다.

일순간 병사들이 물러나자 악몽마가 그를 뚫는건 쉬웠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악몽마는 상위 언데드였으니까.


“물러서지 마라!”


레너 왕이 외쳤지만 그게 쉽게 됐다면 처음부터 물러나지 않았을거다. 결국 악몽마는 저 너머로 네크로맨서를 태운채로 사라지고 말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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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사투는 벌어지고 2 18.05.08 22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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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모여드는 사람들 5 18.05.01 26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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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모여드는 사람들 3 18.04.27 257 4 13쪽
93 모여드는 사람들 2 18.04.26 261 6 12쪽
92 모여드는 사람들 18.04.25 24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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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모렉 공작과의 대련 18.04.23 24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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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찾아야 할 사람들 3 18.04.19 24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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