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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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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37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23 07:32
조회
247
추천
5
글자
12쪽

모렉 공작과의 대련

DUMMY

“용케도 도망치지 않았구나.”


모렉 공작은 즐겁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이전과는 달리 목검이 아니라 진검이었다. 정말로 제대로 싸워보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 기세가 목검을 들던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도망칠리가 없잖아요?”


잠깐 숨을 고르고 이렇게 말한다.


“시작은 당신이 했어도 끝은 내가 낼거에요.”


“호오! 패기는 좋다만 정말 할 수 있겠느냐?”


“······.”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싸움은 단기결전으로 가야했다. 노인과 싸우는거니 체력승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는 나이를 먹었을 뿐, 육체의 나이는 여전히 젊었다. 그가 검술을 쓸 새도 없이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승리해야한다.

마치 하이에나처럼.


“흐으음···”


그는 침음을 흘리곤 있었지만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 사실에 고마웠다. 지금 당장 덤빈다면 손도 쓰지 못하고 당했을지도 모르니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전신의 부분 부분 강체력을 사용한다라··· 재밌는 방법이로다. 이 몸도 그런 방법은 생각질 못했다. 아니, 생각은 했더라도 감히 시도할 엄두는 내지 못했지. 그래. 그게 네 비장의 수더냐?”


부분 부분이라고? 저 여유로움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보겠다. 내가 한 것은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에 강체력을 때려박는 것이었다. 벤터스 아르쿠잔에게도 시도했던 방법이다. 이렇게하면 순간적으로 나는 압도적인 속도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모렉 공작과 호각 그 이상으로 싸울수도 있겠지.

그러나.


“얼마나 가더냐?”


모렉 공작은 단번에 꿰뚫어보았다.


“그렇게 강체력을 물쓰듯 사용하면 과연 얼마나 사용할 수 있더냐? 십분? 아니 그보다도 짧겠구나. 오 분은 가더냐?”


···그랬다. 이 방법은 강체력을 너무나 소모한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즉, 양날의 검이라는 소리다.


“상관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사를 건 결투가 아니다. 그저 대련일 뿐. 내가 쓰러지기 전에 모렉 공작을 제압하면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오 분도 길었다.

우웅. 우웅. 우웅!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


세포 하나하나에 강체력이 담기는 순간 확실하게 모렉 공작의 표정이 굳었다.


“프, 프하하, 프하하하하!”


어이없다는듯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고개까지 꺾고 한참을 웃다가 내 준비가 끝마쳐졌을즘에 그는 눈빛을 빛냈다.


“···와라!”




***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

모렉 공작의 눈앞에 있던 소년이 갑작스레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그건 시신경이 소년의 움직임을 쫒을 수 없었을 뿐이다. 소년은 사라진게 아니었다.

‘눈에 비치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다.’그것뿐이다.


“···여기냐!”


소리로는 소년을 찾을 수 없다. 소리보다 빠른 소년을 잡아야한다. 소리는 따라오지 못하므로 소리를 들은 뒤에는 이미 늦었다.

눈에도 비치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런데도 모렉 공작은 소년의 공격을 정확하게 막아냈다.

카앙- 하고 뒤늦게 소년이 땅을 짚고 물러나있었다.


‘마찰음이라···’


소년은 무기를 들고 있는게 아니었다. 분명 맨손이었다. 칼등이라고는 하나 모렉 공작의 진검과 맞부딪혀 그런 소리를 낸 것이다.

잠시 멈춘 소년의 손이 터질듯이 부풀어있었다.


‘세포에 강체력을 사용하다니!’


처음에는 그저 전신의 부분부분 강체력을 꼼꼼하게 박아넣는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년은 세포 하나하나를 강체로써 사용하고 있었다.

강체强體.

그 시초는 동대륙에서 온 어느 무인이 퍼뜨린 무술이었다. 무인이 퍼뜨린 무술은 오랜 세월이 지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서서히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동대륙의 사람보다 서대륙의 사람에게 적합하도록.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정교하게, 더 쉽게. 이윽고 강체는 가장 위대한 힘으로써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지게 되었고, 강체력을 가진 사람은 어딜 가도 환영받고 어딜 가도 존중받게 되었다.

그런게 강체다.

그리고 그 강체의 정점에 서 있는자가 바로 모렉 공작. 대륙의 누구보다 강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대륙의 누구보다 강체를 잘 다룬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 소년이 한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잘 알고있었다.


‘불가능하다.’


그러나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부정할 순 없었다. 전신 세포로 강체력을 사용하고 있는것만해도 믿기 힘든 일인데!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단건 그 모든 세포를 컨트롤 하고 있다는 소리다! 동시에 강체력을 조절하고 있단 소리다!’


전신 세포 하나하나를 모조리 컨트롤하고 있다. 마치 세포 하나하나가 의지를 가진것처럼. 그게 가능한 일인가?

단언한다. 불가능하다.

그런데 소년은 하고 있단말이다!


“푸하하하하하!”


모렉 공작은 또 다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소년의 움직임을 잡아챘다. 한참이나 늦게 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신 세포 하나하나의 컨트롤? 말도 안 되는!

모든 사람은 강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강체를 사용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강체는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걸을수는 없는 결코 쉽지 않은 이능이었다.

절대로 성인도 안 된 꼬맹이가 새로운 길을 열어갈만큼 어설픈게 아니다.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모렉 공작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경험과 직감으로 막는것도 한계가 있다. 힘은 호각일지 몰라도 속도에서는 밀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승부의 행방은 불보듯 뻔하다.




***




모렉 공작은 분명 눈을 감고있다. 그런데 내 공격방향과 궤도를 모조리 알고있는것처럼 쳐내고 막아내고 있었다.


‘어떻게?’


뻔하잖아! 직감과 경험에 의한 상상이다. 수십년에 걸친 오랜 경험은 내가 공격할 방법을 모두 생각하고 그 짧은 시간에 천부적인 ‘직감’으로 그 방법중에서 내가 어떻게 공격할지 골라내고 있다.

그리고 적합한 방어를 취한다.

웃음도 안 나올만큼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그건 예지잖아!’


점쟁이들의 미신같은게 아니라 진짜 예지. 오랜 노력과 시간이 빚어낸 예술품.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에게 허락된 영역이 아니었다.


“제기랄!”


잠깐이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모렉 공작이 눈을 감은 순간부터는 말이다. 하지만 터무니없었다. 눈을 감고 그는 모든 공격을 쳐내고 막아내고 있었다. 검술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그 모든게 검술에 의한 것이었다.

‘검술’은 가능한 많은 방향을 막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검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란건 내 착각이었다. 모렉 공작의 검술이란 그의 경험이 녹아든 모든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처음의 작전대로 간다. 나는 모렉 공작의 오른쪽으로 회전했다. 갑작스레 움직임을 바꾼 나에게 모렉 공작이 한 차례 늦게 반응했다. 나는 그 즉시 모렉 공작의 오른쪽 어깨를 내리찍었다.

그러나 실패다. 신경세포를 타고 울리는 것 같은 충격만이 전해져왔다. 그는 어느새 오른쪽 어깨에 검을 가져다대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흐르는듯한 움직임으로 내 팔을 타고 겨드랑이를 베려고 했다.


‘······!’


소름이 돋을만큼 너무나 자연스레 내 팔을 타고 올라오는 칼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자연스런 칼의 궤도에 일순 그게 당연한거라 생각해 반응이 늦었던 것이다.


“칫!”


“이젠 조금 적응이 되었다.”


단기결전으로 빠르게 끝내려했던 내 생각과 달리 모렉 공작은 점점 내 움직임을 따라오고 있었다. 감았던 눈도 뜬 채다. 이제는 내 움직임이 보인다는걸까?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나는 점점 느려질테고 모렉 공작에게 유리해져가겠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하다.


“늦었다고요!”


아직은 내 쪽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나는 모렉 공작의 어깨를 완벽하게 잡아챘다. 잡아챈 그대로 손을 쥐어짰다.


“큭! 제법이다만.”


제법?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콰작.


“크아악!”


이전의 결전에서 내가 모렉 공작의 주먹을 착각했던 것처럼 이번엔 모렉 공작이 내 힘을 착각하고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모렉 공작의 그 강건한 어깨를 악력만으로 부순다는건 힘든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드득, 드드득, 뚝!

가루로 만들수도 있겠지만 생사결도 아닌 대련에서 그러지는 않았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과했다. 확실히 승기를 잡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크으으으···”


용케도 그만한 고통에 참아냈다. 모렉 공작의 두 눈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맨정신으로 참아낸것이다. 무슨 정신력이란말인가.


“이 노오오옴!”


모렉 공작의 명치를 치려는 순간, 나는 내가 한 차례 느려졌음을 깨달았다. 강체력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일순간의 틈이 모렉 공작에게 기회를 주었다.

휘익! 하고 가볍게 휘두른 일격이 내 뺨 한치 옆을 베고 지나갔다. 조금만 잘못했다면 머리가 잘렸을 일격이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움츠러들고 말았다. 따라서 모렉 공작의 명치를 두드리려던 주먹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살의는 없지만!’


살의가 없는데도 이랬다. 진심의 모렉 공작이 어떨지는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날뛰는것도 거기까지다.”


강체력이 줄어들었다. 전신세포에서 회수한 강체력들이 조금 위안이 되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나는 상처는 없지만 강체력이 부족한 상태. 반대로 모렉 공작은 오른팔을 쓸 수 없어.’


어깨가 완전히 아작났는데 오른팔을 쓴다는건 말도 안 된다. 즉, 이제와서 외팔이 검사와 싸우게 됐다.


‘외팔이라···’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전혀 다른 사람.


“포기하세요. 그 상처로 계속 하면 좋은꼴은 못보실텐데요.”


“···프하하하하! 그렇구나. 확실히. 확실히 그렇다!”


귀청이 떨어질만큼 큰 소리였다. 여전히 눈은 붉었지만 위압감이 살아있었다. 고통 따위는 느끼지도 못한다는듯이.


“그렇지만 그건 네가 평소 상태였을때지. 지금의 너는 강체력이 바닥난 상태일텐데.”


“······.”


일개 대련에 상대의 어깨를 아작낸 나도 나지만 그렇게 되어서도 계속 하려는 모렉 공작도 참 어지간했다. 포기를 모르는건지 아니면 지고싶지 않은건지.

단순히 날 가늠해보겠다, 라는 처음의 목표와는 완전 달라졌지않은가.


“그리고··· 난 아직 두 발로 이렇게 서 있다. 애송아. 겨우 이 정도 상처로 싸움을 끝낼수는 없지않느냐?”


‘싸움이라고 분명히 말했지. 지금?’


“덤벼라! 이 몸을 꺾어보아라! 하쉬의 제자, 리드!”


아직 상황은 내게 유리했다. 어깨가 아작난것보단 강체력이 바닥난게 낫다. 왼팔이 아작났다면 모르되 오른팔은 모렉 공작이 검을 잡는 쪽의 손이었으니까.


‘단기? 단기로 밀어붙여야하나? 아니면 도망치면서 강체력이 회복될 시간을 벌어볼까?’


전자는 그렇다쳐도 후자는 가망성이 없었다. 강체력이 회복되려면 적어도 하루는 필요할테니까.


‘반의 반도 안 남은 강체력으로 어디까지 싸울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자꾸 나를 사로잡았지만··· 승부는 단기결전. 그것밖에는 없다.




***




‘저리는군.’


모렉 공작은 리드가 보지 못할만큼 미약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작난 어깨 말고도 팔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리드의 주먹과 부딪힌 자신의 칼에 조금이지만 금이 가 있었다. 무슨 힘이란 말인가.


‘오래는 못 쓰겠어. 꼴을 보아하니···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좋은꼴은 못 보겠군.’


차라리 생사결이라면 목숨을 걸고 장기전으로 끌고갔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련이었다. 그 대련에 어깨를 망설임없이 아작낸 저 소년도 보통은 아니다.

좋던 싫던 승부는 단기결전이 되어야한다.

저 애송이도 분명 그리 생각하고 있겠지.


‘···어디 네놈의 끝을 보여봐라! 애송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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