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88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5.03 07:29
조회
259
추천
4
글자
11쪽

모여드는 사람들 7

DUMMY

“이제 충분하지 않더냐?”


나무가 쓰러지고 주변을 불살랐고 대지가 깊게 파였다. 일대에 살아있는것은 이미 없었고 산은 스러져 흙과 바위로 나뉘어졌다. 그 위에서 네임리스는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너는 짐을 이기지 못한다. 수호자여.”


네임리스는 그렇게 싸움의 결과를 고한다.

그 앞에 수호자는 처참히 쓰러져있었다. 수호자의 주변으로 흩뿌려진 피는 아마도 수호자 자신의 것일 터. 네임리스에 맞서 싸웠으나, 수호자는 끝내 패배하고 말았다.


“···읏.”


숨이 쉬어지지 않는것일까? 수호자는 자신의 목 어림을 잡고 고통스레 쿨럭였다. 그런데도 수호자의 눈빛은 오롯이 네임리스에게로 향해있었다.

패배하기는 했지만, 네임리스도 피해가 없는건 아니었다. 묘한 가면은 금이 가 있었고, 정장은 이곳저곳이 더러워져있었다.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지만 다분히 지친 기색이었다.


“후후후. 너를 막는건 몰라도 너를 죽이면 제아무리 고마라도 방관하진 않겠지. 이쯤에서 물러나는게 좋겠구나. 허나 기억하라. 너는 고마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것을.”


네임리스는 어깨를 툭툭 털어냈다. 묻어있는 흙먼지가 떨어졌지만, 원래의 빛깔이 되지는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이 혀를 차고는 뚜벅뚜벅 수호자에게서 멀어져갔다. 수호자는 손을 뻗어보지만, 닿지 않는다.


‘안 돼···’




***




“마셸 경. 괜찮나요?”


“덕분에··· 괜찮아졌습니다.”


성자라는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는지 일으킨 신성만으로 역병을 몰아내었다. 그래도 피로가 사라지는건 아니었기에 마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가방은 미리 숨겨둔게 다행이군요.”


그 큰 가방을 지고 싸울 생각은 없었기에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은 폴과 헤어졌던 그 장소에 가방을 두고 갔다. 평범한 가방이라면 폴에게 부탁했겠지만, 도저히 일반인이 들 수 있을 무게는 아니었다.


“산짐승이 들고간다던가···. 그럴리는 없겠죠.”


설령 멧돼지라도 가능할까? 큰엄니멧돼지라면 모르겠지만 어지간해서 그 가방을 옮기는건 힘들것이다.


“후후. 약초냄새가 풀풀 풍기는 가방을 들고갈린 없을테니··· 다행입니다.”


“마지막에 검을 놓은건 좋았어요. 리빙데드가 아니라면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돌려말하자면 리빙데드인 네크로맨서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소리였다. 상황이 암담함을 알 수 있었다. 제법 떠들던 둘의 대화가 뚝 끊겼다. 무언가 상황이 변해서는 아니었고 할 얘기가 떨어져서였다.

마셸은 화제를 변경했다.


“그건 그렇고 성자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죠?”


에르네스 메르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마셸이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색하진 않고 있었지만 체력이 부족한 듯 싶다.


“그 네크로맨서··· 그만한 힘을 가졌는데 숨어버린 사람들을 찾지 못한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찾고 있었잖아요?”


“아니요. 그런게 아닙니다. 그만한 마력을 가졌더라면 그저 마력을 기감처럼 사용하기만 했어도 사람들을 찾는건 일도 아니었을겁니다.”


“······.”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마셸은 한 차례 숨을 골랐다. 목이 칼칼한것이 물 한잔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물을 마실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 네크로맨서의 마력이···”


그 네크로맨서는 이상할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자라 칭송받는 에르네스 메르실의 신성력에 상극인 마력으로 그녀를 짓누를만큼의 마력!

모든 힘에는 대가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가를 바쳐 얻은 힘이라면?”


에르네스 메르실은 마셸의 말을 듣고는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과연 그랬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진 알 수 없지만 차라리 그 쪽이 타당성이 있어보였다. 아무런 대가없이 저런 힘을 가질 수 있단건···


“그래요. 탐지할 수 없는건 그 대가라는 소리인가요?”


“대가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런 대가같은게 없을지도 모르지요. 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놈의 마력은 그런 생각이 들 만큼이나 이상합니다.”


이 많은 언데드를 부리고 역병을 퍼뜨리면서도 성자에게 위축되지 않는 마력량이다. 그런게 아무런 대가없이 가능하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게 가능한건 오로지 악마뿐일테니까.


“그렇군요. 어쩌면 그에게 의외의 약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대가···”


턱에 손을 가져다대며 에르네스 메르실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도 혹 네크로맨서가 쫒아올까 걸음은 늦추지 않았다.


‘약점. 약점···’


마셸은 마치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오 년전의 기억이 또 한번 되살아났던것이다. 마셸은 이전에 조사대의 일원으로서 네크로맨서의 뒤를 쫓았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네크로맨서가 되려 반격했더라면 몰살당했을테지만.

아무튼 놈의 언데드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놈의 언데드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었어.’


아직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도 혼자만의 착각일수도 있었다. 기억에 혼선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만약에 그렇다면.


‘···놈이 바친 ‘대가’는 분명 존재한다는 소리겠지.’


그 대가가 무엇인지 찾아낸다면 싸움의 결과는 뒤바뀌리라.




***




“슬슬인가.”


보통이라면 있을 수 없을만큼 빠르게 레너 왕은 데이젠 후작령을 지나 제스티 남작령까지 도착했다. 이제 코펜하임 농업지는 코앞인 상황이었다.


“매 영지마다 용마를 교체했으니 그만큼 빨리올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네우스 백작의 말대로 마차를 타고서도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용마란 질주석疾走?의 피를 강하게 이어받은 종이었다. 보통의 말에 비해 유난히 빠르고 유난히도 체력이 좋으며 영리한 말이었다.

지금은 멸종한 용에 비견된다하여 용마龍馬.

일반인들이나 상인들이 가질 수는 없고 각 영지의 영주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모든 영주가 가질 수 있는건 아니었지만 데이젠 후작령에는 분명 용마가 있었다.


“제스티 남작령을 비롯, 타 영지들의 준비는 어떠한가?”


레너 왕이 묻자 네우스 백작은 목례하듯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제스티 남작령, 샨드레 자작령, 데이젠 후작령이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다만, 토르벤 백작령의 준비가 조금 늦어지는 듯 합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듣던 레너 왕의 고개가 기울었다.


“토르벤 백작령의 준비가 늦어진다라··· 그럴 이유가 있는가?”


“붉은 숲에서 움직임이 있어 함부로 출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준비가 늦어진다고는 했지만, 전 병력의 준비이며 대기병력을 제외한 토르벤 백작령의 전 병력중 절반 가까이는 이미 샨드레 자작령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알겠네. 그리고 변동 사항은 없는가?”


붉은 숲의 준동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코펜하임 농업지를 되찾고자 이리 모였지만, 그걸 되찾자고해서 멀쩡한 영지를 하나 괴멸당하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아, 아르미안 마탑에서 서른 명의 마법사를 지원해주었습니다. 아마 샨드레 자작령에서 대기중일겁니다. 또한 교국, 신전의 몇몇 사제들이 오는 중이라는군요. 듣기로는 그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라는 성자가 이미 코펜하임 농업지에 있다고 합니다.”


“성자가? ···알겠네. 그럼 슬슬 시작해보지.”


“알겠습니다.”


총 병력 삼만.

일천의 기사. 서른의 마법사. 삼만에 가까운 병사. 코펜하임 농업지 전체 인구인 사천명의 몇배나 되는 대규모의 인원이었다. 하지만 레너 왕의 표정에서 여유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의 적은 형체 있는 언데드만이 아니라 형체 없는 역병이기도 했으니까.




***




우글우글 몰려드는 언데드들. 그리고 그걸 막는 한 사내. 자연스레 욕이 나올만한 상황에서 사내는 아니나다를까 욕부터 지껄였다.


“씨발! 이건 뭐 개판이 따로없네.”


비루는 마구 창을 휘둘러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차단’했다. 토르벤 백작령에서 구한 창은 제법 좋은 대장장이가 만들었는지 튼튼하면서도 가벼웠다.


“콜록!”


비루는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었다. 그에게 팔이 두개 있었더라면 입이라도 가렸을테지만, 아쉽게도 그는 외팔이었다. 그 한쪽팔은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밀쳐내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젠장··· 평소였으면 역병이고 나발이고!”


몸 상태가 정상이었으면 비루 정도로 강체를 수련한 사람이 쉬이 역병에 걸릴리는 없을테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악마신봉자들의 추격과 리치와의 교전은 그의 몸은 지치고 피로해져있었다. 그 피로를 나타내는 듯 다크서클이 눈 아래부터 내려와 광대뼈 전체를 뒤덮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언데드들은 비루에게 찰과상 하나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 추격과 교전으로 인해 비루의 몸은 상했지만, 그의 경험과 기술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나 누군가의 가르침없이 홀로 왕국 최고의 용병단을 꾸릴 정도의 재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아아악!”


얼굴이 짓뭉개진 좀비가 그래도 덤벼들었다. 무게가 가벼워서 휘두르는건 편했지만 반대로 위력은 그만큼 감소한 것이다. 비루는 마음에 안든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채로 창대를 잡고 회전을 넣어서 그대로 휘둘렀다. 옆에서부터 관자놀이가 짓뭉개지며 좀비는 데굴데굴 지면을 세 바퀴나 굴렀다.


“큭···”


비루는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언데드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다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런것들과 싸워서 이득은 없다. 그저 피하는게 상책이다.


“흐아!”


비루는 창을 쥔채로 어깨위로 팔을 들어올렸다. 투창을 하는듯한 자세. 하지만, 창을 내던진다던가 더 싸울 생각이 있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후우웅!

창의 촉이 지면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비루가 하반신 전체로 땅을 찬다. 창대를 타고 올라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것처럼 비루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지면에 박혔던 창날은 비루의 꽉 쥔 손에 의해서 지면과 이별한다.

좋은 동작으로 사 미터는 족히 될 법한 지붕 위로 올라선것이다. 이 높이라면 저 멍청한 언데드놈들이 쉽게 올라오진 못할 터.


“하아··· 준비좀 하고 올걸 그랬다고.”


지붕위에 털썩 주저앉은 비루는 등에 맨 작은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빵과 물을 가볍게 챙겨왔지만, 과연 얼마나갈까?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온 모양이었다.

단순한 역병이 아니라··· 이런 개 같은 상황이라니. 언데드와 역병이라니. 너무 전형적인것 아닌가?

하기사 그 전형적인 것도 생각못한 멍청한 놈도 있는데.


“모던··· 그 자식도 이 영지에 있을텐데.”


혹시라도 이미 언데드가 된건 아니겠지? 비루는 약간 불안한 마음에 바닥에 널린 언데드들의 시체를 하나하나 훑었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6 움직여야 할 시간 4 18.05.29 227 5 11쪽
115 움직여야 할 시간 3 18.05.28 246 4 12쪽
114 움직여야 할 시간 2 18.05.25 217 4 11쪽
113 움직여야 할 시간 18.05.24 241 5 13쪽
112 사투는 벌어지고 13 18.05.23 249 4 12쪽
111 사투는 벌어지고 12 18.05.22 237 4 12쪽
110 사투는 벌어지고 11 18.05.21 260 4 13쪽
109 사투는 벌어지고 10 18.05.18 236 4 12쪽
108 사투는 벌어지고 9 18.05.17 238 4 11쪽
107 사투는 벌어지고 8 18.05.16 242 4 13쪽
106 사투는 벌어지고 7 18.05.15 239 4 12쪽
105 사투는 벌어지고 6 18.05.14 222 4 13쪽
104 사투는 벌어지고 5 18.05.11 239 4 18쪽
103 사투는 벌어지고 4 18.05.10 224 4 13쪽
102 사투는 벌어지고 3 18.05.09 230 5 12쪽
101 사투는 벌어지고 2 18.05.08 226 4 13쪽
100 사투는 벌어지고 18.05.07 236 4 11쪽
99 모여드는 사람들 8 18.05.04 288 6 16쪽
» 모여드는 사람들 7 18.05.03 260 4 11쪽
97 모여드는 사람들 6 18.05.02 242 5 12쪽
96 모여드는 사람들 5 18.05.01 264 4 12쪽
95 모여드는 사람들 4 18.04.30 239 4 11쪽
94 모여드는 사람들 3 18.04.27 257 4 13쪽
93 모여드는 사람들 2 18.04.26 260 6 12쪽
92 모여드는 사람들 18.04.25 244 4 13쪽
91 모렉 공작과의 대련 2 18.04.24 227 5 12쪽
90 모렉 공작과의 대련 18.04.23 247 5 12쪽
89 찾아야 할 사람들 4 18.04.20 257 4 13쪽
88 찾아야 할 사람들 3 18.04.19 245 5 11쪽
87 찾아야 할 사람들 2 18.04.18 250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