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97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5.17 07:32
조회
238
추천
4
글자
11쪽

사투는 벌어지고 9

DUMMY

네우스 백작은 소년에게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왕을 지키는게 자신의 의무라는걸 알고 있어도 자신이 영주이고 귀족임을 알고 있더라도, 그 이전에 네우스 백작은 강체력을 수련한 기사였다.

뒤에 있는 비루보다도 앞에 있는 네크로맨서보다도 옆에 서 있는 소년에게 흥미를 느낀다.


“뭘 하는진 모르겠지만, 시간은 벌어주겠소.”


그래서 소년에게 시간을 벌어준다고 말했다. 소년이 무엇을 할지 궁금했기때문에.


“이리와라. 뼈가시야!”


네크로맨서가 입을 열어 저승에서 들릴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우스 백작은 뼈가시라는 이름에서 몇가지 상상을 해보았지만, 땅을 뚫고 드러낸건 전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뼈가시?”


뼈가시라더니 모습을 드러낸건 뱀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놈이었다. 뼈만 남았다는건 아니었고, 비늘과 눈동자까지 똑바로 있는데 왜 뼈가시라는 이름이지?


‘언데드는 아닌것 같군.’


어딜봐도 살아있었다. 츄릅츄릅거리며 혀를 낼름거리는 뼈가시가 세로로 찢어진 금색 눈동자를 흉흉하게 빛냈다.


“가라!”


네크로맨서가 손을 휘젓자 뼈가시가 이빨을 드러냈다. 그제서야 네우스 백작은 놈이 뼈가시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허어···”


녀석의 입천장과 바닥이 모조리 이빨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 하나하나가 모조리 송곳니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이빨이 하얗게 빛나자 이름 그대로 가시처럼 보였다.


“차라리 쇠가시라고 불러도 괜찮겠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대충 굵기만 어지간한 성인남성 허리통만한데 길이는 네우스 백작의 다섯배는 되어보였다.


“쇠가시라! 나쁘진 않구나. 클클!”


네우스 백작의 상대는 뼈가시로 충분하다는 듯이 네크로맨서는 네우스 백작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스스로를 기사이자 무인으로써 인식하고있는 네우스 백작은 불쾌함에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뼈가시의 날렵한 움직임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생물이 있었을줄이야.’


겉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빠르기였다. 이능이 없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는 네우스 백작의 시야에서 일순 사라졌을 정도였다. 뼈가시가 혀를 낼름거리는것이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것처럼 느껴졌다.


‘으음··· 시간을 끌어줘야하는데.’


아무래도 뼈가시를 지나칠 수 있을것 같지가 않았다. 의도치않게 허언을 하게 된 셈인지라 기분이 영 좋지 못했지만, 눈앞의 놈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당할지도 모른다.


“미안하오! 시간을 끌지 못할 것 같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쇄도하는 뼈가시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다. 지면을 지그재그로 미끄러지며 다가오던 뼈가시는 네우스 백작이 뛰어오르자 몸을 튕기며 솟아오른다. 자기 키보다도 높이 뛰어오른 네우스 백작이지만, 뼈가시의 몸길이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흡!”


네우스 백작은 공중에서 자신의 발등을 밟고 한 차례 더 뛰어올랐다. 말도 안 되는 동작이었지만, 실제로 해냈으니만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뼈가시의 추격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샤아아!”


턱이 쩌억 벌어지자 이빨이 가득한 입천장이 드러난다. 당장이라도 놈의 턱에 물려버릴것 같자 네우스 백작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적절한 타이밍에 발을 뒤로 뻗었다.

적절한 타이밍이라고는 했지만 뼈가시가 네우스 백작을 삼키려 접근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최적의 타이밍이기는 하나 조금만 늦었더라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지면을 두 바퀴 구르고서 네우스 백작은 균형을 잡고 일어났다. 사람이 턱을 벌렸다 닫아서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의 백 배쯤 될법한 큰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허.”


네우스 백작은 헛웃음을 터뜨리고 뒤로 돌았다. 빙글 돌아서자 어느새 뼈가시가 다시 한번 육박해와있었다. 검을 세워 놈의 턱주가리 사이로 끼워넣으려다 제아무리 강철 검이라하나 놈의 이빨에 견딜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기에 옆으로 한 바퀴 더 굴렀다.

흙을 잔뜩 뒤집어써 더러워진 몰골이 된 네우스 백작이 바람같이 달려가 뼈가시의 목 어림을 강하게 내리쳤지만, 잠깐 경직되는듯 하지만 큰 충격을 느끼진 못한듯 싶었다.


‘뭐가 이렇게 단단?!’


반사적으로 검을 가로로 들었지만 꼬리는 유연한 움직임으로 네우스 백작의 등 뒤로 돌았고, 그러자 허리가 양단되는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크윽!”


네우스 백작은 신음을 억지로 참아냈다. 예상 이상으로 빠르고 강하며 단단하다. 과연 언데드가 아닌데도 네크로맨서가 굳이 부릴만큼 대단한 면이 있었다. 자칫하면 당해버리는건 이쪽이 될지 모른다.


“샤아아악!”


뼈가시가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네우스 백작의 동태를 살피는듯 혀를 낼름거린다. 네우스 백작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고통에 몸서리쳤지만 눈은 똑바로 녀석을 직시했다. 뼈가시를 내리쳤던 강철검의 이가 조금 빠져있었다. 하지만 성과가 없는건 아니었다.


‘부숴졌구나!’


목 어림의 비늘이 깨져서 살점이 드러나있었다. 한번 더 같은 부분을 내리친다면 뼈가시의 목을 자를 수 있을지도. 결국 서로 한번씩 주고받은 셈이었다.


“샤아아···!”


“······.”


한번씩 주고받았으니만큼 서로에게 방심은 없었다. 서로의 속도와 힘을 알았고 위험성을 알게 되었다. 이제 탐색전은 끝났다는 소리였다.


“핫!”


이번에 선공을 취한것은 네우스 백작이었다. 땅을 박차고 상체를 숙였다. 상대가 땅을 기는 뱀이니만큼 상체가 위를 향한다고 좋을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뼈가시는 다가오는 네우스 백작을 피하지 않고 도려 달려간다. 서로를 향해 부딪힐것 같은 기세로 달려가다가 뼈가시는 왼쪽으로, 네우스 백작은 오른쪽으로 돌았다.


“샤아아앗!”


“핫!”


뼈가시의 이빨과 강철검이 부딪히자 이 빠진 강철검이 부서져나갔다. 뼈가시가 아니라 역시 쇠가시가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그런데도 네우스 백작의 표정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두동강이 난 강철검을 잡고 재빨리 뼈가시의 목을 내리찍었다.


“키, 키아아악!”


몸부림치는 뼈가시에게 네우스 백작은 멈추지 않고 내리찍고, 내리찍고 또 내리찍었다. 몇번이나 더 내리찍자 뼈가시가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후우!”


네우스 백작은 이마에서부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빠르고 강력했지만, 결국은 짐승인지라 패턴이 너무 단순했다.


“힘들군.”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네우스 백작은 고개를 들어 소년쪽을 쳐다보았다.


“······!”




***




“제길.”


네우스 백작이 뼈가시라는 것에게 발이 묶여버리자 전신세포의 강체술을 사용할 시간이 부족했다. 맨몸으로 놈에게 덤비는건 자살행위라는걸 잘 알고있는데.


“맡겨.”


듬직하게, 비루가 내 앞으로 나섰다.


“···지쳤잖아요.”


아무리 봐도 비루가 시간을 벌어주는건 무리였다. 지치다 못해 차갑게 식어버려서 땀 한방울 흐르지 않는 비루. 하물며 근육은 경련하고 창은 두동강이 나기 직전인데.


“짜식. 걱정말고 해라. 얼마나 걸리냐?”


“···십 초만.”


원래는 삼십초는 필요했다. 하지만 사람은 발전하는 법. 지금의 나라면 십초 이내에 전신세포의 강체술을 사용할 자신이 있었다.


“젠장. 그럼 그냥 하지그랬냐! 말 할 시간에 했으면 끝냈겠다!”


“······.”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를 믿기로 했다. 이미 해본길을 더 따라가는것 뿐이다. 하물며 지금의 몸상태는 최상을 넘어선 극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몇번이나 가본길을 외우지 못할리는 없었다.

저번처럼 조심스럽지 않게 폭팔시키듯이 강체력을 뻗어나갔다.


“큿!”


비루가 신음성을 흘린다. 네크로맨서가 뭘 했나 싶었지만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느끼자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 여유가 있으면 조금 더 빨리!

귀끝을 스치고 섬뜩한것이 지나갔다.


“큭!”


집중이 흐드러질뻔했다. 앞으로 삼 초만 있으면 된다.

가슴을 기준으로 전신에 강체력을 뻗고, 또 뻗는다. 하나하나 세포로 흘려내는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 폭팔시키는 느낌이었다.

아니, 폭팔이라기보단 파도였다. 파도가 휩쓸고 그 자리에 있던 종이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신세포로 강체력이 깃들었다.

그 하나하나를 유지시킨다.

앞으로 일초만 있으면 끝나는 시점에 따듯한 무언가가 내 얼굴로 튀었다.


“끄으으···!”


일초 후, 눈을 뜬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싶은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비루의 복부가 커다랗게 뚫려있었으니까.




***




할 수 있다며 큰소리 뻥뻥쳤지만, 자신은 없었다. 비루는 외팔로 창을 빙빙 돌렸다. 창이던 자신이던 이미 한계가 찾아와있었다. 네크로맨서에게 말을 걸어서 시간을 벌어볼까? 싶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말을 받아줄 분위기는 아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도와줄 사람이 없나 싶었지만, 레너 왕에게 종종 붙어있던 네우스 백작이라는 저 젊은 놈은 뼈가시? 그런 이름의 생물에게 붙들려있었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미노타우루스들과 와이번때문에 이쪽을 도와줄 수 있을것 같지가 않았다.

상황파악 끝. 일 초는 지났을테니, 구 초 정도 남은걸까? 일일이 시간을 세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샤악- 하고 쳐올린 창이 마력을 절단했다. 하지만 비루는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분명 마력을 잘랐을텐데!


“몇번이나 당할 성 싶으냐!”


무슨 짓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네크로맨서의 마력을 자르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심지어 막아야할 뼈 창은 두개나 되었다.


“클클, 이번엔 특제다. 특제야!”


두 개의 뼈창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그래. 팔이 두개라면. 하나는 창을 비틀어서 어떻게 막아냈지만, 허벅지에 창이 꽂히고 말았다.


“끅···”


비명을 참으려고 억지로 고통을 참고 소리를 억눌른 비루는 슬쩍 눈만 돌려서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못들은 모양이다.


“클클!”


네크로맨서가 손을 휘두른다, 라는 느낌이 있었다. 눈이 벌게지고 고통에 시야가 흐려졌지만, 비루는 오직 직감 하나만으로 그걸 알아챈 것이다.


“······!”


하지만 그게 막을 수 있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미 비루는 진작에 한계를 넘어섰다. 방금 한번이라도 막아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끄아아아아!”


막지는 못하더라도 피할 수는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리드가 뒤에 있는이상 비루에게 피한다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걸 네크로맨서도 알고있었기에 비루와 리드가 일직선에 놓이게끔 마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실로 교활하고, 비열하다.


“끝···났냐?”


어느새 등 뒤에서 소년의 준비가 끝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비루의 의식은 거기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6 움직여야 할 시간 4 18.05.29 227 5 11쪽
115 움직여야 할 시간 3 18.05.28 246 4 12쪽
114 움직여야 할 시간 2 18.05.25 217 4 11쪽
113 움직여야 할 시간 18.05.24 241 5 13쪽
112 사투는 벌어지고 13 18.05.23 249 4 12쪽
111 사투는 벌어지고 12 18.05.22 237 4 12쪽
110 사투는 벌어지고 11 18.05.21 260 4 13쪽
109 사투는 벌어지고 10 18.05.18 236 4 12쪽
» 사투는 벌어지고 9 18.05.17 239 4 11쪽
107 사투는 벌어지고 8 18.05.16 243 4 13쪽
106 사투는 벌어지고 7 18.05.15 239 4 12쪽
105 사투는 벌어지고 6 18.05.14 222 4 13쪽
104 사투는 벌어지고 5 18.05.11 239 4 18쪽
103 사투는 벌어지고 4 18.05.10 224 4 13쪽
102 사투는 벌어지고 3 18.05.09 230 5 12쪽
101 사투는 벌어지고 2 18.05.08 226 4 13쪽
100 사투는 벌어지고 18.05.07 236 4 11쪽
99 모여드는 사람들 8 18.05.04 288 6 16쪽
98 모여드는 사람들 7 18.05.03 260 4 11쪽
97 모여드는 사람들 6 18.05.02 242 5 12쪽
96 모여드는 사람들 5 18.05.01 264 4 12쪽
95 모여드는 사람들 4 18.04.30 239 4 11쪽
94 모여드는 사람들 3 18.04.27 257 4 13쪽
93 모여드는 사람들 2 18.04.26 260 6 12쪽
92 모여드는 사람들 18.04.25 244 4 13쪽
91 모렉 공작과의 대련 2 18.04.24 227 5 12쪽
90 모렉 공작과의 대련 18.04.23 247 5 12쪽
89 찾아야 할 사람들 4 18.04.20 257 4 13쪽
88 찾아야 할 사람들 3 18.04.19 245 5 11쪽
87 찾아야 할 사람들 2 18.04.18 250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