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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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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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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21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2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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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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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모여드는 사람들 2

DUMMY

비루는 토르벤 백작령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개 같은 새끼들!’


이곳에선 맘 편히 쉴 수 있을까? 아마 기대하기 어렵겠지. 놈들의 지독함은 잘 알고있다. 어디까지든 쫒아오리라.

여관 하나를 잡고 쉬고 있는데 바깥이 이상하게 소란스러웠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창문을 들어 밖을 살피니 병사들이 열을 맞추어 행진하고 있었다.


“뭐지?”


타 영지에서 침공이라도 해온건가? 아니 그럴리는 없겠지. 레너 왕이 권력을 쥐고 있는 이 시국에 귀족들끼리 물어뜯을리가 없었다.


‘그럼 몬스터라도?’


그 의문은 금방 해결되었다. 목청껏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펜하임 농업지를 향한다! 역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리라!”


‘목청 한번···’


와이번 화통을 삶아먹었나. 비루는 눈쌀을 찌푸렸다. 앞에 있었다면 시끄럽다고 드잡이질을 했을지도 모를 목청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귀 기울이지 않고도 이렇듯 잘 들리니 불평만 할 수는 없겠지.


“현재 코펜하임 농업지는 언데드와 역병이 창궐하고 주민들이 고통받고있다! 우리의 영주, 토르벤 백작 각하께서는···”


한참을 떠들어대지만 첫줄 이후에는 쓸모없는 개소리였다. 토르벤 백작이 얼마나 청렴하니 얼마나 대단하니 얼마나 정의로우시니.


‘코펜하임 농업지란말이지···’


여전히 비루의 안색은 창백했고 지쳐있었다. 모렉 공작과 악마신봉자들을 사냥하던 비루였다면 그들을 물어뜯으려 코펜하임 농업지로 향하는걸 망설이지 않았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비루는 혼자.

뒤를 봐줄 사람도 없고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목숨에 지장이 있는 상처는 없었지만 함부로 움직일만큼 쉬운 상황도 아니다.


‘토르벤 백작령이라면 한동안은 안전하겠지만···’


어떻게할까.


“이번엔 왕께서 직접 친정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존귀하신 그분께서 직접 자신들의 백성을 돌보러 일어나신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 고민을 단번에 날려주는 소리였다. 다시 한번 그 남자의 목소리가 크다는것에 비루는 감사했다.


‘···그 왕이 말이지?’


레너 왕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직접 친정한다고 말한다. 비루는 알고 있었다. 왕은 이능이나 전투능력같은건 전무했다. 정말로 일반인수준이지만 그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전장의 전황은 뒤바뀌리라.

왕으로써의 모든 재능이 다른자들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그야말로 왕으로 태어난 사내. 어떤 지휘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적들을 몰아붙일지··· 상대가 불쌍해지기만 한다.


‘하지만 이건 둘도없을 기회다!’


복수할 기회가 이리도 빨리 찾아왔다. 비루는 창 한자루를 구하기 위해 찌뿌둥한 몸을 움직였다.




***




한때 마탑의 천재라고 불렸던 중년인은 이제 다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세상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지도 않았다. 그저 은둔해 자신의 두 번째 삶을 조용히 살아가려했다.


‘그런데···’


아내와 자식이 병들어 누워버렸다. 힘을 잃었다고 지식이 사라진건 아니었기에 최대한 병세를 늦추려했지만 역병은 나날이 독해져만간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각혈하고 토혈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코펜하임 농업지 근처 산맥에 있는 동굴으로 겨우 몸을 숨겼건만, 언데드는 따라오지 못했으되 역병은 그들을 따라온것이다.


“모, 모던 씨. 제 아이가··· 약은 아직입니까?”


“···재료가 없소.”


다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역병은 물론 강력했지만, 치료하지 못할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재료가 없는건 어쩔 수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는 법이다.


“큿··· 차라리 내가 나가서 약재를 구해오겠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도망칠 순 있었지만 맨몸으로 도망치는데 바빠 가져올 수 있었던게 없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 이백명 남짓. 식량도 이제 바닥나고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 되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왕국의 구원은 아직 멀었단말인가.”


“······.”


모던은 그 말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코펜하임 농업지를 버릴리 없다 생각했건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는건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미 버려진걸지도···


“내가, 내가 재료를 구해오겠소.”


“너무 위험합니다. 놈들이 뒤를 밟을지도 몰라요. 들키면 죽는건 확정이라고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 역병에 다 죽겠냐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다가 들키면 뒷감당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은 삶을 포기한 눈빛을 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몇몇은 꼭 살아남고 말겠다는 의지를 굳게 다지고 있었다.


‘······.’


안타까웠다. 만약 그 누명을 쓰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이전처럼 힘이 있었더라면. 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저 밖의 언데드들따위 이전의 자신이라면 너무도 쉽게 처리할 수 있을텐데.

병든 아내와 굶주린 자식들. 괴로워하는 동향 사람들의 표정을 바꾸어 줄 수 있었을텐데. 잃어버린 힘이 이제와서 그리워졌다.


“내가 나가겠소.”


모던은 그리 말했다.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그건 안 됩니다. 모던 씨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을 지식을 가진 사람. 당신이 당하면 끝이에요!”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몸상태가 좋은건 나요. 평소의 여러분들이라면 언데드들따위 따돌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오.”


농업지의 사람들은 평생 농사만 지어온 사람들. 언데드들을 따돌려? 한 두마리라면 모르되 지금 농업지의 언데드들의 숫자를 보면 그럴리가 없었다. 모던이 하는말은 그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말일 뿐이다.


“그리고 약초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진것도 나요. 내가 가야겠소.”


“···하지만.”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말릴 명분을 찾았지만, 내심 모던이 가주는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모던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리드···’


그 아이가 화촌에 왔을때랑 비슷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차마 말로하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가 주길 원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된 상황.

소년은 뭐라고 했더라.


‘그래요. 나는 성기사의··· 제자니까요.’


웃으며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한참 어린 그 소년의 미소가 어찌 그렇게 떳떳해 보일 수 있었는지. 그저 은둔해 연명하기만 하던 모던은 리드라는 소년과 하쉬라는 성기사에 의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괜찮소. 내가 가지 않으면 누가 가겠소?”


자신이 가겠다 말하던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있었다. 모던은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한번이라도 그런 용기를 직접 입밖으로 꺼내준것에 감사했다. 모던은 주섬주섬 가죽주머니를 챙겼다.


‘이게 사람인거겠지. 너도 이랬겠지.’


어린 소년의 등을 떠밀었던 과거의 자신이 한번 더 부끄러워졌다. 왜 그때 자신이 간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이건 어쩌면 뒤늦은 벌일지도 모른다.

아니었다.


“저, 저도 가겠습니다. 혼자보다 여럿인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 모던. 자네는 우리 식구라고.”


사람들은 그저 모던에게 고마워 잠깐동안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분분히 그들은 모던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혼자서 약초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겠냐는 말이오. 병에 걸렸어도 내 근육은 건재하니까! 모던 당신같은 말라깽이보다 내가 더 많이 가져올 수 있을거요!”


코끝이 찡해져왔다. 사람들의 눈빛속에 불이 켜지고 있었다.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




“성자님! 역시 이곳엔 아무도 없는것 같습니다.”


마을 곳곳을 수색한 끝에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은 농업지에는 더 이상 사람이 남아있지 않단걸 알았다. 이미 어딘가로 피신했거나···


“크르르륵!”


역겨운 소리를 내며 언데드가 비틀거렸다. 그래. 저들이 되었겠지. 에르네스 메르실은 왕국에서 자꾸만 일어나는 참사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가능하면 막고싶지만, 그 네임리스와 네크로맨서를 떠올리면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나 에르네스 메르실은 고개를 휘휘 저어 약한 자신의 마음을 떨쳐냈다.

성자라고 불리는 이상 뭇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야했으니까.


“마셸 경. 아무래도 사람들은 어딘가로 피난한 것 같네요. 찾아봐요. 이만한 사람들이 사라졌다면 아무리 주의를 기울였다고해도 흔적이 남았을거에요.”


그리고 그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건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뿐만은 아닐거다.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그들이 위험해진다.


“알겠습니다. 일단 다시 한번 마을을 수색해보죠.”


“···그래요.”


여전히 커다란 가방을 진채 마셸이 주변을 맴돌았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성자聖者. 고귀한 이름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그녀 자신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떠돌아다니는 떠돌이. 그 이름에서 상상할 수 있는 고귀한 생활 따위 누리지 않는다. 그녀는 절대 어설프지 않고 어수룩하지 않았다.


‘생각해야해.’


역지사지로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았다. 피난을 했다면 어디로 했을까? 이 마을을 버리고 어디로 이동했을까?


‘주변 영지? 아니야. 그럴리가 없는걸.’


역병이 창궐한 곳의 사람들을 순순히 받아줄리가 없다. 오히려 다가오면 화살을 쏴서 죽여버렸을지도 모르지. 분명 주민들은 이 근처에 있을것이다. 다만, 마을이 아니고···


‘···쉽게 찾을 수 없는 장소.’


에르네스 메르실의 눈에 메마른 산맥이 눈에 들어왔다.


“성자님. 사람들은 아무래도 저 산맥으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마셸을 보며 에르네스 메르실이 끄덕였다.


“제 생각도 같아요. 한시가 급해요. 마셸 경. 가방은 제가 짊어지겠어요. 경은 빨리 흔적을 찾아주길 바래요.”


“···알겠습니다.”


한사코 자기가 매겠다며 말하던 마셸이 군말없이 가방을 넘겼다.




***




“역시 그런가.”


용병 협회에 들러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비루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었다. 팔 년전에 흐르는 모래가 그렇게 되고, 폐인이 되다시피한 비루. 모든 용병들이 그에 대해서 관심을 끊었다고 한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지 몰라도 한번 떨어지고 재기한 경우는 없다시피하니까. 큰 기대를 하고온건 아니었지만, 아쉬웠다. 비루가 어디있는지를 아는건 결국 아무도 없단말인가.


‘어떻게 해야?’


큰 기대를 하고 온게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게 유일한 방법이기는 했다. 제기랄. 방법이 없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라. 뭔가 방법이···


“야. 꼬마야.”


의심하고 생각한다면 방법이 떠오를거다. 아무런 수단이 없을리가 없다. 비루라면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니, 그러고보면 모렉 공작의 말은 조금 이상하지 않았나? 모렉 공작은 분명히 비루와···


“거기 꼬마!”


“아?”


누군가가 나를 불러서 상념이 깨어지고 말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더라? 제기랄. 까먹었다. 나는 짜증을 가득 담아서 뒤를 돌아봤다.


“너 비루를 찾고있니?”


언뜻 봤을때는 서른쯤으로 보이지 않을까? 미인이었다. 다만 자세히 본다면 그녀의 나이가 그것보단 많다는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아는 사람이었다. 더 정확히는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때 옷가게에서 봤던 사람?”


5년 전. 교국에 막 도착했을때 옷가게를 하던 주인 아주머니··· 도대체 왜 여기있는거지?


“음? 날 알고있니?”


반대로 그녀는 날 완전히 잊은듯했지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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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사투는 벌어지고 2 18.05.08 22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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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여드는 사람들 2 18.04.26 26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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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모렉 공작과의 대련 18.04.23 24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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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찾아야 할 사람들 3 18.04.19 24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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