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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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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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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82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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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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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사투는 벌어지고 6

DUMMY




“전하···”


그랬나. 일반인인 레너 왕조차도 산이 소란스럽다고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기사들이라면 모를수가 없겠지. 레너 왕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벽이 나타났다고? 그런가.”


갑작스레 솟아올랐다는 뼈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벽. 그게 악마신봉자의 소행이란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그런 더럽고 추접스럽고 역겨운 벽을 세우는 놈들 따위가 세상에 달리 있으리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레너 왕은 네우스 백작에게 명령해 기사들과 마법사로 하여금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대기시켜 두었다. 기백을 넘는 기사들과 서른에 달하는 마법사들.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전력戰力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영지 하나쯤은 금세 밀어버릴 수 있을만한 강자들이다.

기사들이라함은 전원이 강체력을 수련한 자들이었고, 마법사라함은 그 일생을 마도를 걸어온 자들이었다.


“진격하라!”


길게 생각하지 않고 레너 왕은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많은 병사들이 산맥을 탐색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흩어진 병사들은 언데드들을 처리하고 있겠지. 여기에 아마 가장 수상하리라 여겨지는 그 벽으로 기사와 마법사들을 보낸다면.


‘어떨지 모르지만, 쉽게 당하진 않겠지.’


냉철하게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저울에 이리저리 많은것을 올리고 내리며 서로를 비교한다.레너 왕은 그림자처럼 자신에게 붙어있는 네우스 백작에게 말했다.


“백작. 그대가 이끌게. 다만, 위험하다면 곧 돌아오도록. 알겠나?”


“···하지만.”


네우스 백작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불보듯 뻔했다. 그가 말했듯이 레너 왕 자신에게 붙어있을 심산이겠지. 레너 왕은 그의 젊은 충성에 쓰게 웃었다.


“고맙지만, 필요없을것 같군.”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아직 일만의 병사들이 주변에 산재해있었다. 레너 왕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허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렇게 생각한다면 끝도 없네. 아니면 내가 직접 이 발로 저 벽까지 걸어가야 만족하겠나?”


약간 협박같은 말에 네우스 백작은 입술을 씹었다.


“···알겠습니다.”


레너 왕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없자 네우스 백작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게 말했다.


“오라! 전하의 명을 수행하러 움직여야한다!”


젊은 백작을 기사와 마법사들이 뒤따른다. 그리고 그 즈음, 리드가 벤터스 아르쿠잔을 끝장냈을 시점이었다.




***




패잔병 처리.

굳이 말하자면 그렇게 부를 수 있겠지. 언데드 미노타우루스가 있다곤하나, 언데드라는게 약점이었다. 네크로맨서들이 조종하는것이 언데드. 자연 발생한 언데드가 아닌 이상에야 네크로맨서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저 미노타우루스도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면 유지되지 못하겠지.


‘어느쪽이지?’


미노타우루스를 조종하고 있는건 어느쪽인가. 언데드 네크로맨서쪽인가? 아니면 사람인 네크로맨서 쪽인가? 아니, 아니구나.

언데드 네크로맨서는 골통이 부숴짐과 동시에 흙으로 되돌아갔을 터. 그렇다면 남은 네크로맨서는 하나였다.


“하아!”


탄성을 내지르며 놈을 쫒는다. 일전에 내 어깨에 부딪혀 땅을 굴렀던 놈은 처절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금세 따라잡아 그 숨통을 끊었다.


“커···흐, 커흑!”


손이 온통 검붉게 변해있었다. 벤터스 아르쿠잔의 검은 피와 이 네크로맨서의 붉은 피가 뒤섞였다.


“······.”


눈이 침침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육신은 아직도 움직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정신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지쳐있었다.

모든 네크로맨서를 처치하자 쓰러질것만 같은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동시에 일전의 싸움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아마도.’


벤터스 아르쿠잔은 언데드가 되었기에 내게 패배했다. 공백기? 기술의 퇴보? 놈의 진정한 패인은 그런게 아니었다.

그저···


‘언데드가 되어서 강체력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렉 공작에 비견되는 강자라면 강체력을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그 싸움은 당연히 내 패배였을것이다. 상대조차 되지 않았겠지.

그러나 리빙데드가 된 벤터스 아르쿠잔은 강체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신체능력은 모렉 공작을 훨씬 웃돌았을지 몰라도 강체력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 퇴보하고 감각이 녹슬어버린 놈을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물며 비슷한 싸움을 얼마전에 경험한 나로써는.


“후우우···”


길게 숨을 쉬며 육신을 안정시켰다. 검붉게 물든 주먹이 내게 호소하고 있었다. 조금 더 싸우라고.

도대체 모던은 내게 뭘 줬단말인가.


“···하지만 잘 됐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아직 싸워야할 적이 남아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리드!”


당장에라도 쓰러질것만 같은 목소리로 마셸 형의 목소리가 내 걸음을 멈춰세웠다.


“난 가야겠어. 뒤는 부탁해.”


“···알겠어.”


이야기는 나중으로. 성자 아줌마가 보이지 않는건 신경쓰였지만, 마셸 형이 아무말도 하지 않는걸보면 별 이상없는거겠지.

뒤늦게 안젤라씨가 이쪽으로 달려오는게 느껴졌다. 이제서야 왔나. 늦었단말이다. 하기사, 왔더라도 별 도움은 안됐을테지만.

나는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




“역겨운 자식!”


비루의 창날이 번개같이 휘둘러졌다. 마력이 흘러가는 그 흐름을 확실하게 끊어내고, 또 절단한다. 허나 그 끝에 결국 파탄은 찾아오리라.


“놀랍다.”


지금까지 마력과 마법을 난사하던 네크로맨서가 우뚝 멈췄다. 잠깐의 틈 사이에 비루는 거칠게 호흡을 골랐다. 흐드러진 호흡을 들키고 싶진 않았지만, 그런걸 따질만큼 여유있지가 않았다.


“놀랍다. 놀라워!”


네크로맨서가 박수를 친다. 살점하나 없는 뼈밖에 남지 않은 양팔로 박수를 쳐보지만, 들려오는건 따닥거리는 불쾌한 소음뿐이다. 아주 약간의 시간을 두고 네크로맨서가 다시금 말한다.


“너 정도의 감을 가진자는 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짐승이구나! 짐승이야!”


개자식이 욕을 할거면 욕을 하던가 칭찬을 할거면 칭찬을 하지. 뭘 헷갈리게 떠벌리고 난리야?


“하지만 그것도 여기서 끝이다. 네 육신의 한계가 여기서 찾아왔구나.”


그래. 놈의 말이 맞았다. 비루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경련하는 팔은 앞으로 몇차례나 창을 휘두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는 이미 한 걸음도 걷기 어려울만큼 지쳐있었다.

서 있는걸로 한계. 네크로맨서의 공격을 앞으로 한 두차례 막으면 끝이라는 소리였다.


“으흐흐.”


반대로 네크로맨서에게 그런것은 없다. 리빙데드가 되어 육신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이로운 장점만을 취한 어쩌면 인간 이상의 생물이다. 아니, 생물은 아니던가.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한들, 네크로맨서는 조금도 지칠 수 없겠지.


“······.”


서로 뻔히아는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비루는 헐거워진 주먹을 억지로 쥐었다. 창대가 삐걱거리는걸 느끼고 있었다.

상황은 최악, 그 이상이다. 슬쩍 뒤를 돌아봤다.

애초에 덜덜 떨고있는 폴 일행이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불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이길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얼마든지 시간은 끌 수 있었을것이다.


“젠장.”


다시 한번 스스로가 변했음을 알았다.


“따라서, 제안하겠다.”


네크로맨서는 그런 말을 꺼냈다. 제안? 무슨 제안이란말인가?


“네 몸뚱아리는 이제 늙어가고만 있을 터. 어떠냐? 그 육신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나는것은?”


“······?”


“우리와 함께하라. 너는 그럴이유가 있지 않느냐?”


네크로맨서가 손을 뻗어 비루를 부르는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너의 용병단을 몰살시킬 그 계획을 세운것은 누구였느냐?”


······.


“또 그 성기사 하쉬를 죽일 계획을 짜낸것은 누구였느냐?”


정곡을 찌르는 것처럼 네크로맨서는 웃었다. 그 웃음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는 우리의 수 많은 동료를 죽여왔지만, 네가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 죄는 묻지 않으마. 늙어가는 육신을 집어던지고 복수를 꿈꾸어라. 너라면 리빙데드가 되어 그들을 단죄할 자격이 있지않느냐? 오직 너만이 그럴 자격이 있지않느냐! 너를 기만하고 속인 그들을 모조리 죽일 자격이 있지않느냐!”


“······.”


비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 네크로맨서는 만족했다. 지금까지 네크로맨서가 무슨 말을해도 욕을 하며 개소리라 지껄이던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는건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일테니까.


“너도 알고있을것이다. 리빙데드가 되면 얼마만큼의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처음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번 걸어갔던 길을 또 걷지못할 이유가 없지않느냐?”


유혹의 목소리는 너무나 달콤하다.


“시간이 걸린다고? 걱정마라. 오래 걸리지도 않을거다. 앞으로 영원을 살아갈 네가 그런 짧은 순간에 집착할 필요가 있겠느냐? 충분히 힘을 쌓을 시간과 그 힘을 내가 부여하마. 부여하고 말고!”


확실히. 네크로맨서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루가 리빙데드가 된다면 그 짐승같은 감각과 집념은 큰 힘이 될것이다. 복수에의 일념은 레너 왕을 찢어발길 가장 강력한 이빨이되겠지.

이렇게까지 궁지로 몰아넣고 헛소리를 할리도 없다. 이 손을 잡으면 레너 왕에게 확실히 복수할 수 있겠지.


“어떠하냐? 어떠해?!”


비루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썩 마음에 드는 소리이지 않은가? 리빙데드가 되어 육신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영생을 살며 복수 또한 이뤄진다니!

아마 일생에서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을 받은적이 있을까?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아가리. 닥쳐. 병신 해골바가지새끼야.”


다만, 그 하쉬를 직접 죽인 것은 누구였는가.

다만, 자신의 동료들을 직접 몰살시켰던것은 누구였는가?

리빙데드가 더럽니마네 하는것은 둘째였다. 영락하니마네하는것은 둘째였다. 단순히 자신의 동료와 하쉬의 죽음에 연관되어있는 잡것들이 자비를 베푼다는듯이 지껄이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이 비루의 반골에 불을 지폈다.


“여기서 봐주겠다고? 죄를 묻지 않겠다고? 지껄이지마. 씨발새끼야. 나는 너희들도 모조리 몰살시킬 생각이니까.”


대화를 하는 도중에 조금이지만 체력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는 뻔하다. 승률은 여전히 제로였다.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쯔쯔.”


네크로맨서는 있지도 않은 혀를 찬다. 이제 끝이 다가왔다. 비루의 죽음이 눈앞까지 다가와버린 이 순간에, 이변이 발생했다.

쿠웅! 쿠웅! 쿠웅!

무언가가 거세게 벽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아마 네크로맨서에게 안색이 있었더라면 확 변하지 않았을까? 비루는 씩 웃음을 흘렸다.




***




“여기입니다.”


네우스 백작을 선두로 한 기사와 마법사들은 금세 병사들이 보고했던 거대한 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앞에서 네우스 백작은 잠깐 말을 잃었다.


‘이렇게 거대한 벽이라니···’


하물며 그 모습은 불길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누가 이런벽을 세울 수 있었을까? 살점으로 뒤덮이고 뼈로 이루어진.


“백작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네우스 백작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왕에게 실망을 안겨줄순 없다. 네우스 백작은 지시를 내렸다.


“이 벽에 출입구가 있는지 살피고, 없다면 파괴하라. 마법사들은 마법을 준비해두고, 기사들은 자리를 지키고 대기하라.”


한바퀴를 돌았음에도 출구따위는 없었다. 기사들의 보고에 네우스 백작은 끄덕였다.


“마법사들. 주문은 준비되었나? 기사들은 조금 물러나고, 마법사들은 발포하라!”


이어진 주문. 영창을 끝낸 마법사들은 주문을 내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네우스 백작의 호령과 동시에 서른개나 되는 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마법들이 벽을 향해 내쏘아진다.

불, 물, 얼음, 바위··· 온갖 마법이 부딪힌다. 불로써 살점을 태우고, 물로써 높아진 온도를 낮춘다. 얼음은 얼리고 바위는 얼려진것들을 부숴낸다.

수많은 색깔이 조화를 이루고 벽의 일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


하지만 애초 네크로맨서가 세워올린 벽은 몇겹이나 되는 것. 그 한번으로 부숴낼만큼 어설프지 않았다.


“계속하라!”


다시한번 마법사들이 주문을 영창한다. 기사들은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부수겠다는 듯이 무기를 휘두른다. 그들은 착실하게 벽을 부숴내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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