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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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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23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5.01 07:58
조회
264
추천
4
글자
12쪽

모여드는 사람들 5

DUMMY

“고마가 보내던가?”


네임리스의 가면이 일그러지며 웃는 표정이 되었다. 무엇이 재밌는것일까? 알 수 없지만, 반대편에 있는 인영, 수호자는 말 없이 팔을 들어올렸다. 싸움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듯 하지만 네임리스는 신경쓰지 않고 대답을 재촉한다.


“대답하라. 수호자여.”


“······아니.”


가면 위로 어쩜 저렇게 표정이 풍부할 수 있을까? 네임리스는 예상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고마가 보냈을리가 없지. 이미 고마의 눈에 인간들의 목숨따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텐데.


“허면 독단이라는 것이구나. 괜찮겠느냐? 너는 고마의 꼭두각시가 아니더냐?”


“······.”


아무렇지도 않게 네임리스는 그런 말을 했다.

상당히 모욕적인 발언임에도 수호자는 네임리스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 자신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지금이라도 돌아가는건 어떠하느냐? 아아, 하기사 상관없겠구나. 고마는 ‘너희 인간들’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을테니.”


“···그렇진.”


“그렇진 않다고? 하지만 고마는 이미 두 번이나 무시하고 있노라. 고마가 정말로 인간들을 위해 나섰더라면 우리가 이런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그게 그 증거가 아니겠느냐?”


“······.”


“후후. 수호자야. 너는 모르겠지만 고마는 그 오랜 세월을 지내오며 영락했다. 과거의 신념따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지.”


네임리스는 어린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어른처럼 수호자를 조용히 타일렀다. 수호자는 듣기 싫다는듯이 고개를 흔들었지만 네임리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전에도 말했지 않더냐? 수호자가 인세의 일에 끼어들어서 무얼하겠다는 것이냐? 그저 고마처럼 신경쓰지 않고 지내는게 낫지 않겠더냐? 후후···”


“난 그러지 못해.”


“오호라! 고마의 꼭두각시가 말도 잘 하는군. 그래서 어쩌겠다는것이냐? 했던말을 또 하게 하는구나. ‘죽은자는 되살릴 수 없다.’”


“이번엔 반드시 막을거야. 그리고 당신이 말했듯이···”


수호자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네임리스를 겨냥한 수호자의 두 손 앞으로 금빛으로 휘황찬란히 빛나는 고리가 몇겹이고 겹쳐 황금의 구를 만들어냈다.


“···나도 인간이야.”


네임리스의 가면 그 입가가 더욱 길게 찢어졌다. 마치 광인이 웃음짓는것같은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


“후후, 후후, 후후후! 좋다. 그렇다면 내 친히 놀아주마.”


밝았던 일대가, 한순간에 어두워졌다.


“오너라. 위선자야.”




***




“성자님.”


가다말고 마셸이 손을 들어올렸다. 정지신호를 보내자 에르네스 메르실과 자신을 폴이라고 밝힌 주민이 흠칫 멈춰섰다.

그걸 보고는 마셸은 목소리를 낮췄다.


“언데드가 있습니다. 배회하고 있는것 같은데···”


“무시하고 갈 수 있을까요?”


“으음···”


성자와 마셸 둘만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폴이 있다면 어려워보였다. 마셸은 눈짓으로 폴에게 다른 우회로는 없냐고 물었지만 폴은 고개만 휘휘 저었다.


“알겠습니다. 가능한 조용히 처리하는게 좋겠지만···”


“언데드를 처리하면 네크로맨서가 알아챌거에요.”


그렇게 셋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언데드는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말뚝에라도 박힌것처럼.


“잠시 가방좀 빌려주시겠습니까?”


마셸이 방법이 떠올랐는지 에르네스 메르실에게 가방을 빌려달라 요구했고 그녀는 조심스레 가방을 내려놓았다.


“분명···”


가방을 뒤지던 마셸이 꺼낸것은 밧줄이었다. 마셸은 혼자 끄덕거리고 밧줄을 이리저리 묶꺼나 매듭을 지어보기도 하며 만족스런 표정이 되고 웃기도 했다.


“···마셸 경. 괜찮나요?”


그 꼴을 성자가 차마 못 보겠다는듯이 손을 펼쳐 마셸의 눈 앞으로 흔들자 마셸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아, 괜찮습니다. 처리하는게 안 된다면 묶어두는건 어떨까했을 뿐입니다.”


“괜찮은 생각이네요. 저도 도와드릴까요?”


“감사하지만 이런일에 굳이 성자님의 손을 빌릴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마셸은 그녀의 도움을 거절하며 발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언데드의 곁으로 다가갔다. 능숙하게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마셸의 모습에서 경험과 여유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읏차!”


약간의 시간이 경과한 후, 언데드를 구속하는데 멋지게 성공한 마셸이 이마를 쓸었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크로맨서가 보지 않는 이상 들키지는 않겠죠.”


“수고하셨어요.”


“수, 수고했습니다.”


에르네스 메르실과 폴이 마셸에게 인사를 건넸고, 일행은 다시금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폴의 안색이 밝아졌다.


“저쪽입니다. 저 동굴입니다!”


어디서 그런힘이 솟았는지 방금까지만해도 숨을 헐떡이던 폴은 울퉁불퉁한 길을 잘도 뛰어갔다.


“성자님. 저희도.”


“네.”


그녀가 앞장서걷자 마셸은 그녀를 호위하겠다는듯이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기감에는 잡히는게 없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았다.


“이, 이상해!”


먼저 들어갔던 폴이 당황스레 외치며 동굴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은 무슨일인가싶어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폴의 말을 듣고서야 동굴로 뛰쳐들어갔다.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분명 여기가, 분명 여기가 맞는데!”


급히 동굴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폴의 말대로 아무도 없었다. 한 두명이라면 모르되 폴의 말대로라면 이백명에 달하는 사람이 있다고했다. 그런데 그만한 사람들이 몸을 숨길 수 있을까?


‘기감에도 잡히는게 없던 이유가···’


사람이 없으니까 잡힐리가 없겠지. 이미 그들은 떠났다는 소리였다.


“어딘가로 간 것 같네요.”


에르네스 메르실이 동굴 밖의 바닥 한곳을 가리켰다. 그을음이 남아있는 나뭇가지들이 장작으로 쓰인 흔적이 있었다. 불을 피웠다는 소리였다. 그야 동굴안에서 불을 피우면 좋은꼴은 보지 못하겠지. 사냥당하는 너구리 꼴이 났을것이다.


“아직 따뜻합니다.”


나뭇가지들은 아직 다 식지 않았다. 얼마 멀리가지 못했으리라. 하물며 평범한 사람에 역병이 걸린 일행들이 이백에 달한다면 더더욱.


“빨, 빨리 찾아봐야합니다. 우, 우리 좀 도와주십시오.”


“걱정마세요. 그럴 생각으로 왔으니까요.”


떠났을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폴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약간의 공포심과 두려움도 엿보이는것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뻔했다. 마셸은 굳이 그 점을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다. 뭐라고 말한들 그의 상상은 멈추지 않을테니까.


“성자님.”


마셸은 조용히 성자를 불렀다. 폴이 잠깐동안 동굴을 헤집는사이 마셸은 성자에게 말했다.


“이상합니다. 그만한 수가 움직였다면··· 무언가 흔적이 남을겁니다. 하지만 그런 흔적이 전혀 없어요. 어쩌면 폴이라는 저 사람의 말이 거짓일수도 있습니다.”


“흔적이라면요?”


“사람이 움직이면 반드시 그 길엔 어떤 흔적이 남습니다. 발자국이나 혹은 온기··· 예. 겨울이니만큼 온기는 식을 수 있다지만, 발자국 하나 찾기가 어렵군요. 훈련받은 군인들이나 병사라면 모르되 평범한 주민들이 그것도 이백명이나 움직였는데 발자국이 없단건 이상합니다.”


“······.”


에르네스 메르실은 마셸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굴의 밖은 바위와 나무들이 많긴 했지만 흙이나 모래도 제법 깔려있었다. 마셸의 말대로 발자국이 찍혀있는게 전혀 없었다.


“그렇군요.”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흔적도 없이 이동할 수 있는걸까? 아니, 정말로 그들이 이동한게 맞긴한걸까?

마셸과 에르네스 메르실은 잠시간 머리를 맞대었다.




***




동굴의 여론은 결국 ‘이동해야한다.’로 기울었다. 기다리지 않고 이동하겠단 이유는 폴이라는 사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는 의견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것이기도 했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서로 친인이었기 때문이기도했다. 폴의 가족들은 폴이 비난받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출발하자고 했고, 정작 그 가족들이 출발하자고 하는데 뭘 어쩌겠는가? 물론 그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겠지만.


“그나저나 이건 대단하군. 모던, 자네는 역시 범상치않아.”


“그저 별거아닌 재주요.”


약초꾼이나 사냥꾼으로 산을 누비던 자들이 가능한 흔적이 남지 않는 위치로 사람들을 유도하고 있었고, 모던은 머리를 써 주변의 큰 나뭇잎을 마치 빗자루처럼 사용해 발자국을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온기는 겨울철이니 지워질테고 냄새는 마찬가지로 거센 겨울바람에 밀려날테니 발자국만 지운다면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터. 어설프기는 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것보다 빨리 은신할만한 곳을 찾아야하오. 이백명이나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저 동굴말고 또 있을지는 모르겠소만.”


겨울날씨 덕분에 흔적이 지워졌지만, 겨울날씨로 인해서 노숙을 할 순 없었다. 뭣도 모르고 노숙했다가 그 다음날에 얼어죽을게 뻔했다.


“어디 몸 둘 곳 없으려고? 걱정 마. 저런 동굴이 서너개는 더 있으니까.”


“믿겠소.”


그들이 이동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사냥꾼과 심마니 등등 산좀 돌아봤다하는 사람들이 모조리 저런 동굴이 몇개는 더 있다고 했으니까.


“암, 걱정마시라구요.”


저리 어린 아이까지 호언장담하는데 어찌 믿지 않을까? 모던은 안심하고 있을 수 있었다.




***




“후우!”


비루는 마침내 샨드레 자작령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코펜하임 농업지는 코앞이었다.


‘차라리 여기서 기다릴까?’


비루가 관심있는건 코펜하임 농업지의 참사따위가 아니라 왕의 목이었다.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왕이 샨드레 자작령을 지날건 분명···


‘아니지. 샨드레 자작령이 아니라 제스티 남작령으로 갈지도 모르지. 젠장, 어느쪽이던 코펜하임 농업지로 가야한다는건데···’


코펜하임 농업지. 지금 역병이 돌고있다는 그 땅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강체력을 익혔다고 무적인것은 아니다. 역병이 돌았다면 비루 자신이 감염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젠장! 그래도 가야지!”


안가고 어쩌겠는가?

그건그렇고 마셸한테 편지를 보냈었는데 어찌 감감무소식인지. 내용을 잘 적어 보냈을텐데···


‘하쉬의 죽음의 진상을 알아냈다고 했는데··· 음?’


그제서야 비루는 자신이 편지에 자신의 행선지나 위치따위를 적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에이! 머리에 피가 쏠려서 생각을 못했구만!”


할 수 있는게 없는만큼 코펜하임 농업지로 가는수밖에 없겠지.




***




“흔적이 없는곳을 쫒아간다라···”


에르네스 메르실의 말이었다. 흔적이 하나도 없어서 쫒아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흔적이 아예 보이지도 않는곳만을 따라간다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백명이나 동굴에서 있었다면 곳곳에 발자국이 찍혀있고 흔적이 남아있을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언데드들이 맴돌아 발자국이 나타나있을것이다.

그런데 발자국조차 없이 깨끗한 곳. 에르네스 메르실은 그들이 지운 흔적이 오히려 흔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곳을 따라 이동하자는 생각을 했던것이다.


“대단하십니다. 성자님.”


“고마워요. 하지만 지금은 걸음을 재촉할때에요. 폴, 괜찮으신가요?”


단순히 걷는 정도로 둘의 체력이 지칠리는 없었지만, 평범한 주민인 폴은 달랐다. 폴은 숨을 할딱이면서도 손을 내저었다.


“거, 걱정마십시오! 여긴 우리네 뒷산이라구!”


뒷산치고는 너무 지쳐있는데··· 마셸은 잠깐이지만 차라리 그를 업고갈까 생각했다.


“힘들어지면 말하십시오. 제가 업어드리겠습니다.”


“남정네 둘이서 업히면 꼴이 말이 아니잖습니까. 헉헉!”


마셸은 힘들어하는 폴을 배려해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어차피 머지 않아서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것이니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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