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빙의자 수집가들 (2)
「네. 맞습니다. 몽환시 쪽에 복사, 저장된 영상. 그 일부를 추출한 것이니, 이제 집중할 대상을 찾으십시오.
네. 개 모습의 그 정령이 맞습니다. 굳이 상세히 설명 드리자면,
처치그림, 이누가미 사이의 잡종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그'는 유능하긴 해도 좀 산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점 양해바랍니다.」
다만 그 정령을 통해 보는 영상은 꽤 조잡했다.
루아흐의 그 습합정령. 그 존재의 재능이 유독 규격 외였던 것이다.
그리고 곧 달짝지근한 흙먼지 냄새 사이로 말소리가 들려왔다.
「요정 갈아 만든 반죽이 진정 제···. 그 문제에 좋은 거 맞습니까?
먹기도 하고 바르기도 해봤는데 더 악화된 것 같습니다만···.」
「초자연 관련된 거로 효과를 보려면 믿음이 필수라 한 거 잊으셨습니까?
아무리 제 암시로 하나의 난관을 넘겼다 해도, 아직 장애물들이 더 남아 있습니다.
그럴 때, 당신의 쇠약한 정신, 거기서 나오는 불신이 그런 장애물들을 오히려 더 부풀리는 겁니다.
그래서 당신이 그 약효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겁니다.」
거기까지는 투쉬타의 음지. 그런 곳에서 들릴 만한, 그런 대화로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정령이 잠시 제 시야를 꼬리 쪽으로 돌렸을 때, 갑자기 뭔가 깨지고 박살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래서 정령이 놀라 고개를 그 방향으로 옮겼다.
그리고 현 뱀신 숭배자들이 탈피하듯, 체인질링이 종종 제 주위에 맞게 변화하듯.
대화중이던 존재 둘. 그 둘 중 하나가 변이한 것이 그 시야에 오롯이 담겼다.
그 하나가, 매우 아름답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변해 그 시선을 끌어당겼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수는 그 영상에서 큰 피곤함을 느끼고 말았다.
정령의 모든 감각이, 변이한 그 존재에 확 쏠려,
그 이외의 다른 것들. 그 대부분이 뭉개지고 뒤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 영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자, 샛별의 은총이 깃든 내 몸을 보시오. 불멸하는 미와 색채가 당신 속에도 있음을, 믿고 깨달으란 말이오.
몇몇 빙의자들 중, 제 신체 형상을 제멋대로 주물러대는 자들.
그 빙의자들의 힘은 그들만을 위한 이능력이 아니오.
오히려 그들은 그런 비의를 훔쳐 쓰는 것이외다.
그대도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나처럼 나찰들과 함께 극락을 엿보고 또 겪을 수도 있을 거요.」
「그런데···. 나찰이라면 그 락샤사들, 식인 악마들 아닙니까?
나 같은 인간이 그들과 어울렸다간 잡아먹힐 게 뻔합니다.」
「하지만 그대는 인간으로서의 금기를 이미 범하지 않았소?
그 자들이라면 그대를 볼 때, 그 뇌의 오염 수준을, 그 탁한 마기를 분명 꿰뚫어 볼 수 있을 거요.
동족을 먹은 인간이라면, 그들이 미리 알아보고 자신들과 같은 대우를 해 줄 거란 얘기요.」
「전···. 전 아직 의심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 믿음으로 약효란 게 생길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그, 깨달음이란 것은 아예 저와 더 동떨어진 지혜 같습니다. 그러니 전···.」
「엿보는 분들께도 말하리다. 인간의 혁명들이 사산한 시대.
그 시대의 사상과 이념들은, 국가들은 분명 그대들을 끔찍한 운명으로 옥죄어올 거요.
그 전에라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친구들을, 동족들을 먹어치우시오.
인간의 그 급증하는 수를 전쟁들로 지우시오. 그리하여 새로운 존재들로 거듭나시오.
신성한 왕권이나 천부인권의 시대. 그 인간만의 시대는 인간의 피조물답게 필멸할 게 분명하니 말이오.」
그 직후, 고통 섞인 신음과 함께, 현수의 눈앞에서 빛들이 튀었다.
그렇게 그 영상이 끝나자, 그 조정 위원회 측 손님이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 정령은 딱 죽기 직전까지만 고문당해, 저희 쪽에서 치료 받는 중입니다.
투쉬타 시정부가 의심스럽다는 정황은,
아까 보신 형태변이자를 심문하며 얻은 정보로, 적어도 저희들끼리 도출한 결과가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건 그렇고 역사 조정 위원회 쪽 사람으로서, 인간만의 시대. 그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외 지성체들이 발견된, 그 시점부터 저흰 실패했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그 존재 의의를 잃은 거죠.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는 그 장점을 우리가 아는 만큼 확산시키지도 못하고, 망할 게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저흰 그 끝을 최대한 유예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처지고요.」
「무운을 빌죠.」
「다만 이 정도면 업보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마음도 좀 있습니다.
생물, 종 단위에서 같은 인간인 우리들을, 이 세상 인간들, 그 대부분이 마족이라며 멸시했지 않습니까?
흠, 쓸데없이 말만 길게 했군요. 이젠 좀 중요한 얘기를 하죠.
헤르메스 숭배자들. 그 강약약강의 쓰레기들이 빙의자 납치범들과 관련 있다더군요.」
그때, 마침 구현수 쪽에 그 숭배자 관련해서 연락이 닿았다.
그가 지금 현실에 있지 않으니, 그 비의 숭배자들이 드디어 습격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 습격 성공으로 받을 상, 그 은총에 제 정신을 전부 몰두한 상태였다.
그래서 쓸데없는 그 집중 때문에 무척 엉성한 습격을 하게 되었다.
「비의 탐구자들, 잡종 흡혈귀들이 침입하려다 출입구 근처에서 전부 포획되는 중이에요.」
「안나 피어스인가?」
「둘 중 어느 쪽 같아요? 그건 그렇고 두 번째 습격에는 마족들도 온다 하더군요. 손님께도 말씀해주세요. 음, 지금 왔네요.」
그 순간, 루아흐의 본거지 건물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새 적들은, 그 건물이 순수 현상이 아닌 점을 공략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곧 그 시도는 너무도 빨리 실패했다.
한때 인간이었던 정령들. 그들이 자신 안의 현실성을 일깨운 채, 그 건물과의 일체화를 강화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락샤사계 마족들은, 고작 먹잇감이었던 것들. 그것들로 그렇게 된 상황에 분개했다.
그래서 락샤사들은 제 고혹적인 외형을 짓이기고, 그 안의 외골격형 몸을, 팔과 다리들을 쏟아냈다.
그러더니 그 형체들로 비행 후 건물 옥상에 추락. 그 허상을 수직 방향으로 압축하려 했다.
하지만 그 직전, 투사체형 오러가 그 악마들을 하나둘씩 격추시켜 버린다.
그렇게 울먼이 아이들을 숨긴 채, 보호자로서의 감정을 다시 오러에 담아 쏘아낸다.
동시에 피어스가 제 영력을, 결함이 보완된 제 힘을 그 자리에 해방한다.
뿌리와 바위와 늪과 산.
그녀는 곧 영력으로 그런 환영들을 품은 채, 거대한 제 그림자들을 손으로 삼아 박수를 한 번 쳤다.
그리고 그 단순한 동작에 강렬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 거대 손 사이에 낀 마족은 파리 터지듯 절명했으며,
피어스는 그 위력에,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착각 속에서도 본인이 한 일을 끝마치려 했다.
다만 경악이 퍼진 상황에서, 침착한 존재들도 있을 수 있는 법.
한 락샤사가 동물의 팔들을 소환.
그대로 그녀 쪽으로 날아들고, 사자의 앞발로 그녀를 공중으로 띄웠다.
그러더니 곰의 앞발로 그녀를 단번에 지상과 충돌하게 한다.
그 직후, 그것은 온갖 맹수들로 뒤엉킨 채 그 위로 낙하. 그녀를 즉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아래턱, 흉부에서 독충들을 쏟아내고, 팔들 대신 돋은, 맹수의 앞발들로 적을 핏물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그저 바위를 부수고, 나무뿌리를 헤집었음을 인식.
자신이 뭘 놓쳤는지 황급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빛의 상실을 파악하고 제 위를 올려다봤다.
그렇게 또 하나의 벌레가 터졌다.
그래서 그녀는 물, 비누나 수건이 어디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더러운 게 묻었으니 씻는 게 당연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모기가 그 손목에 달라붙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그 벌레를 땅바닥에 갈아버렸다.
그 빌어먹을 해충은 모든 지성체들의 원수라, 죽일 때 그 죄책감도 남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쯤 피어스는 오늘따라 벌레들이 너무 빨리, 잘 잡힌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녀가 그런 생각에 빠져들 찰나, 그녀를 잠깐 놓쳤던 잠이, 다시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날 것 그대로의 자신에, 그만 지쳐버리고 만 것이었다.
-
한편, 구현수는 자신 주위의, 그 틈을 열어 제 본체 쪽에 다가갔다.
그의, 라이프배슬 겸 본체. 그것에 도전하는 자는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에 맞춰, 올피의 지의류 분체들이, 포유동물 흉내를 내며 그 쪽으로 기어왔다.
그래서 그는 올피가 뭔가 장난을 한다고 판단하고, 그 분체가 가장 많이 쌓인 곳을 직시했다.
「이번엔 뭘 하려고?」
「연습. 이 분체 몸들로 가능한 한, 여러 속도들로, 다양한 움직임을 해보려는 거야.」
바보 같아 보이는 행동이긴 했지만, 그는 그것이 장난이 아닌 이상, 그저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먼 훗날, 그녀가 한 순혈 마족의 시조로 여겨지는 이상,
지금의 그 독특한 행동도,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 정도로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올피의 그 연습은, 그곳 너머에서 날아온 불덩이에 곧바로 잿가루로 전락했다.
또한 그 공격은 한낱 인사에 불과했는지, 그 방화범은 히죽 웃더니 곧 선전포고했다.
「나는 마르과. 경계와 지평선, 길. 그 옛 이름을 이어받은 자.
지금까지의 어린 락샤사 중, 유일무이하게 신위를 이어받은 자로다.
그러니 시몬 마구스의 업을 침탈한 자여. 나 마르과, 젊은 뿌리로서 널 상대하겠다.」
「신위 그거 가짜잖아. 그래서 너 지금 신의 위엄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잖아.
뭔 애새끼가 어릴 때부터 꼰대 노릇이야.」
「빙의자와 놀아나더니 그만큼 돌아버린 년이군. 좋다. 너 역시도 나와 맞서 싸운다!」
「락샤사면서 오거들, 오크들 같이 굴고 자빠졌네. 너희들 매혹의 기예는 죄다 어따 팔아먹었냐?」
마르과는 그 질문에 제 살가죽을 뜯어 버리는 것으로 답을 보였다.
그렇게 예전 가죽은 탈피하듯 벗겨지고,
그 안에서 무수한 어인들의, 흡혈귀들의 머리가 비명을 내지르며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는 허상의 창공을 향해 오싹한 귀곡성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곧바로 지성체 둘 쪽으로 미끄러지듯 달렸다.
동시에 번들거리는 두 팔로 자해. 제 심장 하나를 터뜨려 제 앞길의 허상 하나를 깨트렸다.
현수가 주술들로 그곳을 완전히 장악한 것. 또한 그 인식이 힘들게 한 것.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알아챈 것이다.
뒤이어 그 깨짐에 열선들이 반응하자, 두 번째 심장을 섭취. 전신을 흑백의 오러로 감쌌다.
그렇게 발굽의 추락 한 번에 머리 하나, 돌팔매질 한 번에 눈 하나, 애기살에 그 손가락 하나.
마르과는 그런 식으로 제 신체를 하나하나 손수 떼어 내버렸다.
그리고 마르과의 선조는, 그 죽었음에도 산, 한 창조신은 수행을, 그 고행을 기꺼이 여겨,
절대성의 파편을 그 잘린 목에 흘리니, 그건 과연, 한 죽은 마왕의 현신과도 같았다.
치명적인 약점. 그 하나만 숨긴다면, 그 어떤 존재도 패배시킬 수 있는 절대자.
이계신들도 종종 귀찮아하는, 그 락샤사의 초월성 하나가, 그 자리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무한한 머리가 제각각 주문을 외고,
무수한 팔들, 다리들이 소용돌이치며 핏빛 에테르를, 그 인과윤회의 일부분을 힘으로써 발산했다
하지만 마르과는 자신의 두 적이 자신이 그렇게 될 때까지, 그저 기다려줬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가 성장한 만큼, 다른 것 역시도 강대해진 일을 놓친 것이다.
비대해진 자아에 걸맞은, 우둔함을 갖춘 방심이라 볼 수 있었다.
물론, 마르과는 그럴 만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상대가 포식자, 피식자 동일화의 주술.
그 기예로 자신의 존재를 흉내 낸, 다른 존재를 급히 만든 걸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르과의 피. 그것으로 빚어진, 그 암염빛 분신은, 지금 그 지나친 힘에 자멸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그래서 그 분신은 자폭하기 전에 마르과 쪽과 충돌. 본체가 불탈 정도의 폭발을 일으켰다.
뒤이어 본체가 뿌리를 뻗어 그 분신을 집어삼키고, 마르과는 그 개입에 칼날 같은 손톱들을 들이밀었다.
그 직후, 그 자리에 불티만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래서 그는 귀곡성을 내지르더니 그 입들로 뿌리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잘리지 않고 씹히지도 않는다.
또한 주문, 에테르, 우박, 별빛. 모든 걸 동원해도 피해 입지 않는다.
뿌리가 그 분신과 일체화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너머에서, 두 존재가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아니, 그저 그의 눈에 그렇게 보였던 것뿐. 두 존재는 지금 한없이 침착했다.
「비겁자들이여! 난공불락의 성채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인가?」
하지만 두 존재는 그곳뿐만 아니라, 그곳 틈새 너머에서 루아흐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마르과는 비겁자들이 무시까지 한다고 판단. 제 나름의 금기에 손을 대고 말았다.
자신이 그처럼 무시 받을 수도 있는, 미물이란 사실. 그 점에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전기 신호 형태로 봉인된 소신격체.
그 금속 조각이, 그의 인도에 따라 그의 송과체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존재감, 격의 상승에, 본체 나무가 크게 떨렸다.
그러더니 나무는 지금의 식물 몸을 머리 삼아,
뿌리와 흙, 피조물들을 새 몸 삼아, 점차 거신의 형체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거신은 제 몸 전체에 황동빛 불길을 퍼뜨리고, 머리 위로는 검푸른 은하빛을 그려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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