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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약골체질 역대급 검술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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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1:51
최근연재일 :
2021.06.18 15:1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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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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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수 :
1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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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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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고귀함을 정의하는 것

DUMMY

덜컹-

비행선 내부에 있는 방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깡마르지만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을 가진 남자, 마티외 르 블랑 자작은 소파에 앉은 클레인을 내려다보았다.


르 블랑 자작의 시선이 조금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여러 화면이 펼쳐져 있었다. 미리 설치된 매개체가 비추는 모습을 투영해 보여주는 비전 마법이다.


“그리 좋은 취미 같지는 않습니다만, 클레인 특무대장.”

“아하하하, 그렇습니까?”


화면에서는 고군분투하는 페이지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것들을 바라보던 클레인은 옆에 놓인 모자를 다시 푹 눌러썼다.


“여기의 페이지들은 유독 재능이 넘치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난이도를 조금 올려봤습니다.”

“그냥 귀족 자제들을 괴롭히고 싶다고밖에는 안 보입니다만.”

“아니아니, 진심입니다. 전술전략의 가장 근본은 생존 전술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클레인의 눈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대치 중인 한 남녀의 화면, 그리고 몰려오는 크리처들로부터 소녀를 보호중인 소년의 화면이 있었다.


“천재란 건···위기에서 개화하는 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경험담입니까.”

“뭐, 그렇습죠. 지금 저 화면에 나오는 ‘진짜’들에 비하면 뭐···저 따위는 범재에 불과하지만.”

“호···그 흑색창부대 특무대장께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르 블랑 자작의 얼굴에는 한 치의 미동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르 블랑 자작의 무감정한 시선이 화면을 향했다.


그곳에는 이제 막 커다란 충돌이 일어나는 참이었다.


**


꿀꺽···.

라이너스가 만들어낸 황금빛 창을 보며 율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조금 전 날아왔던 창을 웃도는 위력을 품은 마나의 창이 열 자루.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마나량이다. 단순히 마나량으로만 따지자면 자신마저도 웃돈다.


‘힘의 크기가 전부가 아니다···.’


그것이 요 며칠간 그녀가 받은 루카의 가르침이었다.

루카가 가르쳐준 것은 검술, 그리고 힘의 집중이다. 아무리 거대한 힘이라 할지라도 집중되지 않는다면 허술한 모래성에 불과하다.


우우웅-

율리아는 검에 계속해서 마나를 불어넣고, 또 압축했다. 그리고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기습이라니, 이런 것이 공자가 생각하는 긍지입니까?”

“귀족 사이의 명예로운 결투에 앞서 지저분한 잡종을 치우려고 했을 뿐이다만.”


잔이 뛰쳐나간 것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드래곤의 날개와 팔다리를 드러낸 잔은 오른팔에 화염을 두르고 라이너스를 강타했다.


콰앙!

하지만 저번과 같다. 라이너스가 만들어낸 황금빛 방벽에 막힐 뿐이다. 라이너스를 짧게 혀를 차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위이잉-

황금빛 마나의 창이 일제히 잔을 노렸다. 자신에게서 비롯된 마나를 뜻대로 조종하는 라이너스의 고유 주문인 ‘마나 제어(Mana Control)’의 산물이다.


“역시 짐승은 짐승인가. 분노조차 다스리지 못하는군.”


잔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 흉포한 마나가 그녀를 감쌌다. 마나는 화염이 되어 그녀의 몸을 타고 흘렀고, 그것이 그녀의 입으로 모여들었다. 마나의 집중이 정점에 달했을 때,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빛내며 잔이 포효했다.


“크아아아-!”


콰아아앙!

잔의 입을 화구로 화염이 뿜어져나와 일직선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라이너스가 펼친 황금빛 방벽마저 불타 사라지고, 그녀가 브레스를 내뿜은 전방에는 커다란 통로가 생겨버렸다.


“크···윽!”


그 한가운데에 라이너스가 간신히 버티고 서있었다. 황금빛 창 10자루는 어느샌가 그의 전방에서 반쯤 불타버린 채 방패가 되어있었다. 가래가 끓는 듯한 으르렁거림이 라이너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짐승 따위가···.”

“···.”


분노하되 이성을 잃지 않는다.

혐오하되 부정하지 않는다.

잔은 눈을 감고 루카의 말을 떠올렸다.


‘왜 드래곤의 힘을 억누르고 있는 거죠?’

‘아뇨. 제가 보기에는 억누르고 있어요. 페이지 잔은 자신이 가진 힘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자신의 힘을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세요. 혐오하는 것과 이용하는 건 별개에요. 혐오해도 좋지만 결코 부정하지 않는 것. 그게 힘을 제어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천천히 검을 뽑는다. 루카가 가르쳐주기를, 검과 같은 무기는 힘을 다루고 집중시키기에 유용한 도구다.


“율리아. 제가 할게요.”

“조심해요, 언니.”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주고, 잔은 오른손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두쿵!두쿵!

드래곤에게서 받은 심장이 뛰며 방대한 마나를 전신에 공급한다. 그리고 그 마나는 드래곤의 눈동자를 통해 외부로 방출되었다.


“짐승이 발톱을 쓰는 법을 익혔다는 거로군···.”


다혈질처럼 보여도 라이너스 역시 기사가 되기 위해 가문에 있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온 엘리트다. 잔이 마나를 다스리는 시점부터 라이너스는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도마뱀 따위에게 다리를 벌린 네 어미에게 감사하도록 하라. 그러지 않았다면 이 몸이 진지하게 상대해주는 기회가 네년 따위에게 왔을 리 없으니.”

“···고마워. 덕분에, 율리아가 정말 고귀한 귀족이라는 걸 알았어.”

“뭐라?”


세로로 찢어진 동공에서부터 흘러나온 마나가 흉포하게 날뛴다. 그 운용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드래곤의 마나가 가지는 흉포함이 그 단점을 덮었다.


“고귀함이란 건, 핏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네가 직접 보여주고 있으니까!”


퍼엉!

날개의 추진력과 마나의 추진력을 합쳐 폭발적으로 잔이 돌진했다.


“그럼 이 몸이 손수 가르쳐주도록 하지. 고귀한 피라는 것이 무엇인지.”


라이너스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찰흙처럼 반죽되어 잔의 전신을 옭아매었다.


“크워어어-!”


그것을 드래곤의 마나로 불태운다. 그리고 다시 돌진하여 검을 내리쳤다.


콰앙!

가로막는 황금빛 장벽이 깨어진다. 그 뒤로부터 황금빛 창 십여 자루가 날아와 잔을 노렸다.


“이딴거!!”


잔이 다시금 브레스를 내뿜어 황금빛의 마창들을 녹여버렸다. 그 뒤를 이어 계속해서 날아오는 황금빛 마창들을 헤쳐내며 전진했다.


“하하하하하, 재주를 잘 부리는 짐승이로구나! 그럼 이건 어떠한가?”


웃음을 터뜨리며 라이너스는 마나를 조작했다. 마나로 이루어진 황금빛 손들이 뻗어나와 잔을 노렸다.


“크아아아아-!”


잔은 드래곤의 마나를 검에 싣고 휘두르는 것으로 그 손들의 상당수를 분쇄했다. 남은 두 개의 손이 잔의 팔 다리를 붙잡았으나, 그것을 전신에 화염을 흩뿌려 녹여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황금빛 마나의 사슬이 잔의 목을 휘감고 전신을 속박했다.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느새 허공으로 떠오른 황금빛 마나의 구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아와 잔의 전신을 타격했다.

꽈꽈꽈꽝!


“커흑···!”


잔의 전신에서 피가 튀었다. 아무리 그녀가 튼튼하다지만 라이너스가 자아낸 공격의 위력은 그녀의 내구도와 재생속도를 웃돌고 있었다.

라이너스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드디어 얌전해졌군. 역시 날뛰는 짐승은 묶어서 매로 다스리는 것이 도리인가.”“너···!”


잔의 온몸에서 다시금 드래곤의 마나가 뿜어졌다. 그녀를 옥죄는 사슬을 녹여버리기에 충분한 마나다. 그러나 라이너스는 그걸 두고 보지 않았다.


꽈꽈꽝!

다시금 날아온 마탄들이 그녀의 전신을 강타했다. 이번에야말로 잔은 힘을 잃고 축 늘어져버리고 말았다.


라이너스는 천천히 속박당한 잔에게 걸어갔다.


“이제 깨달았느냐? 고귀함이란 무엇인지.”

“···.”

“네년같은 천것들은 무슨 수를 써도 뒤집을 수 없는 태생적 차이. 그것을 뒤집으려 짐승에게 다리를 벌리는 추잡한 짓을 해도 닿지 못하는 하늘의 별과 같은 것. 그것이 바로 귀족이니라.”

“···윽.”

“그렇기에, 고귀한 푸른 피만이 고귀함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즐겁게 해줬으니 가르침을 하사하는 것이다. 감사히 생각하며···.”


위이이잉-

여느 때보다도 강대한 마나가 압축된 마창이 잔을 조준했다. 라이너스는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만, 눈을 감도록 하여라.”


쐐애애액!

마창이 쏘아졌다. 피할 방법도, 막을 방법도 없다. 잔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그녀의 귀에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양신 솔(Sol)께서 나를 가호하리니···!”


콰아아아앙!

태양빛이 날아오는 마창들을 지워냈다. 태양의 열기는 잔을 속박하던 황금빛 사슬마저 녹여내고, 그 힘을 내뿜는 당사자는 잔의 앞에 서있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는 고귀함에 대한 관점, 잘 들었습니다.”


태양의 마나가 검에 모인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마나가 검의 형상 밖으로 넘실거리며 흐르지 않는다.


‘마나를 검에 실을 때, 그게 검의 표면을 넘어서 흘러나오면 안 돼.’


루카의 가르침이다. 그의 말대로 율리아는 검에 마나를 단단히 집중시켰다.


“그럼 이제 제가 보여드릴 차례네요. 제가 아는 고귀함이란 무엇인지.”


13살. 비록 평소에는 치기 어린 행동을 하는, 아직 어린 나이일지라도 그녀는 귀족이다. 자신의 핏줄에 드높은 긍지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귀족으로서 ‘고귀함’을 정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화아악!

태양빛을 두르고 율리아가 돌진했다. 그에 대응하여 라이너스의 손이 움직였다. 잔을 상대할 때와 다르게 수십 자루의 마창과 황금 사슬이 율리아를 노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닿은 것은 하나도 없다. 날아오는 모든 유성을 태워버리는 태양처럼, 그녀의 태양빛 갑주에 닿는 모든 마나 간섭들이 불타 사라졌다.


이것이 율리아 폰 베른의 오리지널 스펠(고유 주문), ‘태양의 기사(Gawain)’


건틀릿 하나만 소환했던 약식 시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태양의 힘이 담긴 마나로 만들어진 갑주는 그 어떠한 마나 간섭도 배제한다.


아무리 커다란 유성이라 할지라도 태양에 접근하면 소멸하는 것처럼.


“훌륭하군!”


입가에 흉포한 미소를 지으며 라이너스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라이너스는 즉시 고유 주문 ‘마나 제어’로 펼쳐내던 마나들을 전부 거둬들이고, 그 힘을 자신의 검으로 모았다. 마나는 형태를 이루어 칼날을 창날로 하는 한 자루의 창이 되었다.


“받아주지! 베른 변경백 영애!”


쩌엉!

태양을 품은 율리아의 검과 라이너스의 창이 충돌했다. 율리아의 ‘태양의 기사’의 영향으로 검과 창이 충돌할 때마다 라이너스의 창이 흐트러졌지만, 그는 그것을 ‘마나 제어’의 힘으로 재결집시켰다.


콰앙! 콰앙! 콰앙!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바위가 녹아내린다.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지면이 쪼개진다. 오르도 기사단 페이지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두 천재의 맞대결에 주위 환경이 말 그대로 찢어지고 있었다.


‘네가 힘에서 밀릴 일은 거의 없을 거야. 그러니 힘을 낭비하지 말고 검 끝에 집중시켜.’

‘너는 방어보다는 공격적으로 전투를 운영하는 게 좋아. 하지만 공격에 매몰되지 말고 언제나 공방일체로. 그리고 시야는 넓게.’


루카와의 대련은 그녀가 가지는 여러 단점들을 훌륭히 메워주었다. 이전보다도 빈틈이 적고 날카로워졌다.


“흐음-.”

“흐윽···!”


그러나 천칭이 점점 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자신의 주 전투법이 봉인된 패널티 배틀임에도 라이너스는 점점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율리아가 천재라 한들 라이너스 역시 천재. 거기에 율리아보다 나이가 다섯이나 많다. 둘 사이에는 절대적인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


카가가각!

창날로 율리아의 검을 멀찍이 벗겨내며 라이너스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로 인해 명백히 창의 사거리에 율리아가 들어왔다.


창의 장점은 검에 비해 유리한 사거리. 반대로 말하자면 검의 거리를 허용한 이상 창은 그 유리함을 잃고 불리해진다.


그러나 지금 순간, 라이너스는 그 유리함을 되찾고 율리아는 다시 불리해진 것이다.


“아차!”

“역시 아직 어려, 베른 변경백 영애.”


라이너스가 창을 뻗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라이너스의 창은 아래로 뻗는가 싶더니,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급작스럽게 꺾여 율리아의 목을 노렸다.


“윽?!”


율리아가 급히 검을 회수하여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라이너스의 창술은 그걸 노린 것이었다.


“걸렸군.”


치르르륵-

라이너스의 창이 마치 휘감듯이 율리아의 검면을 타고 흘렀다. 떨쳐내려 해도 마치 접착제라도 붙인 듯이 창과 검이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콰드드득-

이윽고 율리아의 방어를 비집고 들어간 라이너스의 창날이 율리아의 갑옷을 긁어 손상시켰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창이 회전하며 율리아의 검을 멀찍이 빗겨냈다.


“결착을 내보자, 영애.”


완전히 열린 율리아의 몸통을 노리고 라이너스의 창에 마나가 결집했다. 창날이 아닌 창자루와 팔에 마나를 결집시켜, 마치 화살을 쏘아내듯이 찌르기를 폭발적으로 추진시킨다.


그에 대응해 율리아는 급히 힘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패배를 각오하고 부족한 힘으로나마 정면대결을 펼치려는 순간, 루카의 목소리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결정타라던가, 모든 걸 건 정면승부라던가 그런 거에 집착하지 마. 네 공격은 충분히 강력해. 그러니 그런 것에 매몰되지 말고 역으로 이용할 생각을 해.’


“상대가 결정타를 날리는 순간이···최대의 기회.”


그 가르침을 다시 입에 담으며 율리아는 몸에 힘을 빼고 살짝 비틀었다. 포탄처럼 쏘아진 창날이 율리아의 몸에 육박했다.


카가가가각-

그러나 뚫지 못했다. 정면이었다면 충분히 뚫었을 그 일격은, 율리아가 몸을 비튼 탓에 ‘태양의 기사’의 갑주 표면을 긁으며 흘렀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라이너스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 품 안으로 파고들며 율리아는 검을 내리쳤다. 과하게 힘을 싣지도, 부족하게 힘을 싣지도 않은 평이한, 하지만 너무나도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푸욱-!

허공으로 핏방울이 흩날렸다. 율리아의 투핸디드 소드는 라이너스의 어깨뼈를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검이 채 돌기도 전에 라이너스가 더 몸을 가까이 붙여 위력을 최소화한 것이다.


어깨를 대가로 라이너스는 손 끝에 마나를 집중시켜 율리아의 복부를 뚫은 상태였다. 라이너스의 팔을 통해 피가 흘러 땅바닥에 떨어졌다.


“커···억!”

“훌···륭했다. 베른 변경백 영애.”


촤악!

율리아의 복부에서 수도를 뽑아내고 라이너스는 몸을 일으켰다. 율리아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배가 꿰뚫리는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기에는 그녀는 아직 너무나도 어렸다.


떨그렁-

어깨뼈를 깊이 도려낸 칼을 뽑아 바닥에 내던지며 라이너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아직 고귀함을 논하기에는 이른 듯싶구나.”


라이너스는 ‘마나 제어’를 사용하여 형체화한 마나를 어깨의 상처에 집중시켜 지혈했다. 그리고 잔을 마무리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


그러나 라이너스는 급히 고개를 다시 율리아에게 돌렸다. 도대체 언제 다가온 것인지 루카는 율리아의 몸을 안아 일으키고 있었다. 라이너스는 이런 지척까지 다가올 때까지 루카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파···.”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시야가 좁아. 기회다 싶으면 그것에만 집중하는 버릇 고쳐. 검술에도 빈틈이 너무 많더라. 나중에 교정해줄게.”


율리아를 안고 루카는 근처 수풀에 뉘였다. 그곳에는 이미 잔이 누워있었고, 그 옆에 크리스타가 있었다.


“쟤 때문에 주변이 난리가 나겠네. 부탁할게, 크리스타.”

“응···‘아쿠아 유바’.”


계약의 언령이 읊어지고 투명한 물이 방어막이 되어 셋을 감쌌다. 신의 권능이란 언제나 인간이 쓰는 마법과 마나를 압도하는 것. 저 정도면 피해를 입을 일은 없을 것이다.


안심하고 루카는 몸을 돌려 라이너스에게 향했다. 스르릉, 그의 허리춤에서 검이 뽑혀나왔다.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네. 다음에 할래?”

“네놈의 사지를 찢는 데에 이까짓 상처가 문제가 될 성 싶은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구나, 천것.”


라이너스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10여 자루의 황금빛 마창이 루카를 노렸다.


히죽, 루카가 웃었다. 그리고 자세를 잡았다. 화려한 율리아의 마나와는 달리, 소박하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미미한 양의 프라나가 루카의 검에 은은히 흘렀다.


“하긴, 그 상태로 싸워야 져도 변명거리가 있겠지.”


작가의말

1타 강사님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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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4,5화 내용 수정되었습니다. 21.05.18 100 0 -
» 고귀함을 정의하는 것 21.06.18 55 1 17쪽
17 군사학 수업 21.06.16 63 2 14쪽
16 난쟁이의 몸, 거인의 검술 21.06.03 87 2 13쪽
15 아카데미의 첫 날 21.06.01 119 2 12쪽
14 물의 기사(2) 21.05.31 106 1 14쪽
13 물의 기사(1) 21.05.28 120 3 15쪽
12 유망주들(2) +2 21.05.27 157 3 18쪽
11 유망주들(1) +4 21.05.26 186 9 13쪽
10 율리아 폰 베른(4) 21.05.25 183 8 14쪽
9 율리아 폰 베른(3) 21.05.24 183 6 13쪽
8 율리아 폰 베른(2) 21.05.21 202 9 11쪽
7 율리아 폰 베른(1) 21.05.20 227 8 14쪽
6 검성 라이즈 21.05.19 276 7 15쪽
5 고블린의 습격(2) +6 21.05.15 289 6 12쪽
4 고블린의 습격(1) 21.05.14 324 6 12쪽
3 피난 21.05.13 379 7 12쪽
2 환생 21.05.12 483 11 12쪽
1 영웅의 죽음 21.05.12 585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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