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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약골체질 역대급 검술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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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1:51
최근연재일 :
2021.06.18 15:1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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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7
추천수 :
103
글자수 :
1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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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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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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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난쟁이의 몸, 거인의 검술

DUMMY

해가 뉘엿뉘엿 져간다. 아카데미의 모든 강의를 마치고 모두가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루카와 율리아, 크리스타, 잔은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세 사람의 기본적인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 뒤 루카는 세 명에게 각기 다른 방식을 취했다.


육체가 강인한 잔에게는 기본적인 세로베기와 자세의 반복을, 기초 체력이 부족한 크리스타에겐 몇 가지 자세의 반복과 기초 체력 단련을 지시했다.

그리고 이미 다소 검술을 익힌 상태인 율리아에게는···.


콰아아앙!


실전과도 같은 대련을 통해 가르치고 있었다.


율리아의 투핸디드 소드가 폭풍처럼 휘둘러졌다. 그러나 루카는 지난번 대련때보다도 더 여유로운 태도로 그것들을 흘려냈다.


“거기 빈틈. 동작이 너무 커.”


그리고 여지없이 빈틈을 파고들어 어깨나 가슴, 목을 툭 건드렸다.

아프지는 않지만 압도되는 느낌이 유쾌할 리가 없다. 검을 내리며 율리아는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원 컨택트 대련이라니, 이건 너무 너한테 유리한 거 아냐?”

“승부를 가리기 위한 게 아니니까. 게다가 상대가 강하다면 너도 방어력만 믿고 있을 수는 없고.”


고유 마법, ‘태양의 기사’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율리아는 나름대로 마나까지 동원해가며 최선을 다해 루카와의 대련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완벽한 지도 대련이 되어버리면 침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 진짜 재능 없나···.”

“말해두는데, 네가 재능이 없다면 아마 이 세상에 천재는 없을 거야.”


실제로 그녀는 오늘 하루 지도 대련을 거친 것만으로도 상당히 달라졌다.


“힘도 마나도 엄청나. 다만 너무 그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그래서 루카는 좀 더 성의 있게 율리아의 문제점들을 지적해주고 있었다. 율리아 역시 입으로는 볼멘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루카의 지적을 성의 있게 들으며 스스로 동작을 교정해보거나 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루카는 크리스타와 잔의 진행 상태를 살폈다. 둘은 생각 이상으로 잘 따라오고 있었다.


‘천재···라고 보긴 힘들지만, 재능은 있어.’


루카는 ‘검’에 대한 재능을 보는 눈이 꽤 높다. 그런 루카에게 이런 평가를 받았다는 건 둘은 천재 영역에 충분히 들어선다는 뜻이었다.


“캬, 이젠 다른 페이지들도 가르치는 거야? 놀랍네, 천재란 건.”


그런 그들 사이로 친근한 가벼움을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가 기회를 받도록 도와줬던 클레인 특무대장이었다.


루카와 율리아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 특무대장님.”

“여기선 교관님이면 돼. 귀족 영애께서 굳이 머리를 숙일 필요도 없고.”

“아니요, 특무대장께서는 귀족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신 분이시니까요.”


율리아의 태도는 완고했다. 클레인은 그런 대접에 익숙지 않은지 수염 난 턱을 당기며 웃었다.


반면 루카는 온몸에 소름이 돋은 상태였다. 이런 지척까지 다가오는데도 전혀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가르치는 내용을 좀 지켜봤는데, 이야~ 역시 규격 외 천재란 다른가 봐. 그 나이에 벌써 남을 정확히 가르치는 안목까지 길렀다니.”

“과찬이십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문제점만 조금 피드백해줬을 뿐입니다.”

“그게 정말 대단한 거라니까? 근데, 정말 이상하단 말이지? 남의 검세는 정확히 파악하고 교정해주면서 정작···.”


클레인이 고개를 숙였다. 루카는 처음으로 클레인이라는 남자와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졸려 보이는 그 눈에는 칼날과도 같이 날카로운 위압감이 서려있었다.


“본인의 검술 어디가 문제인지는 모른단 말이야.”

“···예?”


그리고 내뱉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경지에 대해서라면 모를까 검술에 대해서라면 의심을 한 적이 없었기에 더 충격이 컸다.


루카는 즉각 자세를 바로 하고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클레인은 껄껄 웃었다.


“저에게 귀한 조언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감사히 경청하겠습니다.”

“그 전에 묻겠는데 말이야. 너, 검 누구한테 배웠어?”

“예? 그 독학···.”

“말도 안 되는 소리.”


클레인이 피식 웃었다. 그 눈은 속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루카는 섬뜩함마저 느꼈다.


“뭐, 스승이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말라고 했을 수도 있으니 대답은 강요하지 않겠다만···이거만 물어보자. 네 스승이라는 인간, 혹시 힘이 엄청나게 세지 않든?”


말문이 막혔다.

물론 전생의 루카, 즉 ‘반 프리드리히’는 프리드리히 가문의 기사에게서 검을 배웠다. 하지만 그것은 검의 기초일 뿐, 검술 자체는 그가 창시했다.


그리고 전생의 루카, ‘반 프리드리히’라는 인간의 최대 특징은 막강한 육체능력이었다.


“음, 뭐라고 할까···네 상태는 말이지, ‘난쟁이의 몸으로 거인의 검술을 쓰고 있는 꼴’이야.”

“예? 그건 어떤···?”

“으음···뭔가 명확히 말로 설명하기가 힘드네···.”


잠시 고심하던 클레인은 연무장에 있는 창을 집어들었다.


“하긴, 천재한테는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깨닫게 하는 편이 낫겠지.”


클레인은 허공에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리고 자세를 잡았다.


“검을 들어봐. 한번 스스로에게 집중해보라고. 내친김에 ‘다음 단계’까지 체감시켜줄 테니까.”


창 끝에 힘이 모여들었다. 루카는 마른침을 삼키며 검을 겨누고, 내부를 관조했다. 율리아와 대련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집중력으로.


“그럼, 우선 다음 경지부터 살짝 맛보여주는 걸로 시작하지.”


쉿-

클레인이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창을 내질렀다. 단 한 방울의 힘도 흘리지 않는, 극한의 무(武)가 담긴 일격이었다.


통상적인 생각과 다르게 ‘찌르기’라는 공격은 흘려내기 쉽다. 루카는 창을 흘려내기 위해 검을 갖다대었다.


“?!”


그 순간 섬뜩한 직감이 루카의 머리를 강타했다. 창 끝에서 회전하는 힘의 방향이 이상했다. 주위의 힘을 끌어당겨 창끝으로 흡수하고 있었다.


‘이건···3단계의···!’


경악하면서도 루카는 곧바로 창끝에서 회전하는 힘의 역방향으로 검 끝의 프라나를 순환시켰다.


키이이이이잉-!

칼날과 창날이 달라붙듯이 스쳐지나가며 불꽃이 튀었다. 창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루카의 목을 노렸다.


루카는 그에 맞대응하여 검을 회수하는 동시에 1단계 경지의 묘리를 이용하여 전신의 힘을 끌어모아 그 일격을 쳐냈다.


차카앙!

단 일 합뿐인 공방이 오갔다. 그러나 공방을 주고받은 쌍방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이럴 수가···3단계 초입이다!’


초대 검성이 정의한 경지는 무기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창으로 ‘검성’의 경지라는 3단계 경지에 닿은 인간은 없었다. 루카는 눈앞의 상대에게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클레인도 마찬가지였다.


“이야~ 놀랐는걸. 이걸 그냥 흘려낸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파훼해? 내 상식을 계속해서 갱신해버리네.”

“과찬···이십니다. 클레인 교관님이야말로···.”

“아, 관둬. 너한테 대단하단 소리를 들으면 내 자존감이 팍 꺾여버릴 것 같아.”


클레인이 다시 땅을 박찼다. 방금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고한 경지가 담긴 공격이 루카에게로 작렬했다.


키이이잉-!

루카가 창날을 흘려내며 불꽃이 튀었다.


“다음 경지 체험은 이거면 충분했겠지. 자, 그럼 이젠 스스로에게 집중해 봐라.”


클레인의 창이 연거푸 내질러지며 루카를 노렸다. 무서운 기세였지만 아까만큼 매섭지는 않았다. 아마 손대중을 해주는 것이리라.


클레인의 말대로 루카는 그것들을 쳐내며 자신의 검세에 집중했다.


낭아(狼牙)식.

마치 늑대가 물어뜯는 것처럼, 혹은 늑대무리가 사냥하는 것처럼 적을 몰아붙이는 검법.


‘확실히 이 사람이 말한 대로···!’


방어가 아닌 공격, 후퇴가 아닌 전진. 그것에 강점을 가진 검술이다. 즉, 자신이 근접전에 있어서는 더 강하다는 것이 전제되는 검술이다.


그런 검술을 방어와 흘리기, 이어지는 카운터로 일관하는 전법으로 바꿨으니 삐걱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전생에서도 열세로 싸우는 것이 당연했던 탓에 이번 생의 약함에 너무나도 쉽게 적응해버렸을 뿐이다.


클레인의 말대로 ‘난쟁이가 거인의 검술을 쓰는 격’인 셈이다.


“깨달았나. 역시 천재야.”


클레인의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창에 급속도로 힘이 빨려들어가 집중되었다.


“그럼 이건 보너스.”


콰앙!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발동된 찌르기는 루카의 칼날을 분쇄했다. 하지만 창날은 더 진행하지 못하고 멈췄다. 그 짧은 시간에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대응해낸 것이다.


“와···! 이번엔 좀 진심이었는데. 그 사이에 그걸 읽었어?”

“···죽일 생각이셨습니까?”

“아니, 그냥 얼굴에 얕은 선 하나 그을 생각이었거든. 근데 그걸 불완전하지만 막아냈다라···.”


클레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창을 거두었다. 그리고 루카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네 재능은 ‘눈’이구나.”

“눈···말입니까?”

“그래. 눈. 기술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흐름을 파악하며 더 효율적인 길을 내다보는 눈 말이야.”


그러고보니, 아직 2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루카는 힘의 ‘흐름’을 다소는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명백히 2단계 경지에 해당하는 능력이건만.


“검의 재능이란 건 육체능력에 비례하지. 이건 무조건이야. 그런데 마나도 육체도 없는 네가 그런 초월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건, 아마 그 ‘눈’ 덕택일 거다.”

“그렇군요···.”


물론 지금의 성취는 전생의 경험 덕분이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기에 지금의 성취가 있을 수 있었다···.


‘···라고 생각하기엔 이상하긴 했지.’


클레인의 말대로다. 아무리 전생의 경험으로 검술과 검의 경지에 대한 감각이 남아있다 한들, ‘동체시력’과 ‘반사속도’는 철저하게 육체의 영역이다.


그런데 루카는 이제까지 힘과 속도가 부족해서 애를 먹은 적은 있어도, 동체시력이나 반사속도가 부족해서 애를 먹은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건···.’


생각에 빠진 채 루카는 다른 검을 집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클레인은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키잉-

루카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여느 때보다도 날카로워진 소리가 울렸다.


‘지향해야 하는 것은 적의 공격은 흘리고 나의 공격은 적중시키는···유연한 물과 같은 검술.’


전생과 달리 이제는 자신의 강함을 바탕으로 적을 몰아붙일 수 없다. 그러니 검술 역시 달라진 상황에 맞게 새로이 창시해야 한다.


루카는 모든 것을 잊고 검에만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에 루카가 내는 소리는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미 체력의 한계를 넘어버린 루카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호흡은 더 이상 거칠어질 수 없을 정도까지 거칠어져 있었다.


“하아···하아···.”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달이 떠올라 있었다.

목이 타들어갈 듯이 아파왔다. 목에 수분이란 수분은 전부 말라버린 것 같았다.


물을 마시러갈 힘도 없었다. 어찌 해야 하나 루카가 고민을 시작했을 때였다. 상냥한 소녀의 목소리가 고요한 연무장에서 울렸다.


“아쿠아 유바(Aqua Juva)”


계약의 언령. 루카가 바닥에 뻗어버린 채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물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얼음잔에 물을 가득 채워 내밀고있는 크리스타가 있었다.


“목 마르시죠?”

“아···고맙···컥.”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목이 말랐다. 루카는 허겁지겁 물을 마셨다. 몸에 수분이 돌자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다른···사람들은?”

“이미 갔어요.”

“기다려준···거···?”

“···네. 끝나면, 목 마를 것 같아서.”


크리스타가 두 볼을 살짝 붉혔다.

계약한 지 얼마 안 된 계약기사다. 권능으로 이런 얼음잔을 만들고 거기에 물까지 채워넣을 정도면 아마, 자신이 검을 휘두르는 동안 연습한 결과일 것이다.


아직 목이 갈라질 듯 아팠지만 루카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잘 마셨어요.”

“···.”

“어···저기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크리스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치 어딘가 토라진 것 같았다.


한동안 볼을 부풀리고 있던 크리스타는 뾰로통하게 말을 꺼냈다.


“···말.”

“예?”

“영애한테는···편하게 놓으면서···.”

“어···그건 처음부터 그쪽이 먼저···.”

“···.”


변명이 불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크리스타는 볼을 더더욱 부풀렸다.


루카는 이제까지 만난 사람들 모두에게 존대를 했다. 예외 둘이 율리아와 라이너스였는데, 이 둘은 자신에게 먼저 무례하게 대한 이들이었기에 대응한 것뿐이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말을 편히 하면 루카도 편하다. 루카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고마워, 크리스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소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만족스럽다못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런 미소였다.


작가의말

루카 12세, 크리스타 11세, 율리아 13세, 잔은 무려 24세. 띠동갑입니다. 꼬꼬마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우리의 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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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4,5화 내용 수정되었습니다. 21.05.18 100 0 -
18 고귀함을 정의하는 것 21.06.18 55 1 17쪽
17 군사학 수업 21.06.16 64 2 14쪽
» 난쟁이의 몸, 거인의 검술 21.06.03 88 2 13쪽
15 아카데미의 첫 날 21.06.01 120 2 12쪽
14 물의 기사(2) 21.05.31 106 1 14쪽
13 물의 기사(1) 21.05.28 121 3 15쪽
12 유망주들(2) +2 21.05.27 157 3 18쪽
11 유망주들(1) +4 21.05.26 187 9 13쪽
10 율리아 폰 베른(4) 21.05.25 183 8 14쪽
9 율리아 폰 베른(3) 21.05.24 183 6 13쪽
8 율리아 폰 베른(2) 21.05.21 202 9 11쪽
7 율리아 폰 베른(1) 21.05.20 227 8 14쪽
6 검성 라이즈 21.05.19 276 7 15쪽
5 고블린의 습격(2) +6 21.05.15 290 6 12쪽
4 고블린의 습격(1) 21.05.14 324 6 12쪽
3 피난 21.05.13 380 7 12쪽
2 환생 21.05.12 483 11 12쪽
1 영웅의 죽음 21.05.12 589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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