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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약골체질 역대급 검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황금난쟁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1:51
최근연재일 :
2021.06.18 15:1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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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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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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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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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유망주들(2)

DUMMY

율리아의 펀치가 레오의 면상에 작렬했다.

하지만 얼굴이 살짝 옆으로 돌아갔을 뿐 레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마나가 가득 실린 탓에 바위마저 깨부술 위력이었음에도.


얻어맞은 볼을 두툼한 손으로 쓰다듬더니, 레오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마나는 훌륭하다! 하지만 근육이 부족해서 위력이 약하다!”

“아, 그래? 그럼 칼에 한번 맞아볼래? 위력이 어떤지?”


이마에 힘줄이 돋은 채 율리아는 바닥에 떨어뜨렸던 가검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전신과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루카와 대련할 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마나가 일렁였다. 그것을 보며 레오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오! 대련인가! 그거 좋지!”


레오는 너클을 끼고 바로 자세를 잡았다. 보아하니 두 주먹과 육체를 무기로 하는 무투가인 것 같았다.


그의 주먹에는 마나가 넘실거리다가 곧 주먹으로 빨려들어가듯 뭉쳤다. 율리아와 다르게 제대로 압축된 마나였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괜히 등 터지는 새우가 되고 싶지 않은 루카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안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엄격한 포커페이스가 깨지고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 말립니까?”

“귀관이 보기에는 말릴 수 있을 것 같나?”

“의외네요. 하지 못한다고 행동하지 않는 분이신 줄은 몰랐는데.”

“결과가 빤히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보다 적절한 대안을 찾는 쪽이 더 합리적이지.”


대답하고서 안나는 하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루카도 반사적으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 무언가 까만 점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곧 빠르게 가까워졌다. 추락···보다는 하강에 가까워 보였다.


“어···저거···.”


뭡니까? 라고 물어볼 틈도 없었다. 레오를 노리고 급하강한 그 정체불명의 물체는 곧 레오의 등과 정면충돌했다.


꽈아아아앙!

그 충돌은 강렬한 마나의 충격파를 흩뿌렸다. 흙먼지가 걷히자 루카는 날아온 물체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의 처녀가 레오를 짓밟고 있었다. 등에는 한 쌍의 피막 날개가 펼쳐져 있고, 두 눈은 마치 뱀의 눈처럼 세로로 찢어져 있었다.


그건 마치 어떠한 생명체를 연상케 했다. 루카는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을 내뱉었다.


“···드래곤?”

“초면이니 용서하지만···다음부턴 절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처녀는 분노를 표시했다. 루카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한테서 그···끔찍한 생물을 연상시키는 건 당연하니까. 다만 다음부터는 그리 부르지 마세요.”


처녀는 등에 돋친 날개를 접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세로로 찢어진 그 눈동자가 바라보는 곳에는 그녀에게 짓밟힌 레오가 있었다.


처녀의 시선이 율리아에게로 돌아갔다. 그 눈동자와 마주한 율리아는 본능적 공포에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런 그녀에게 처녀는 고개를 숙였다.


“저는 페이지, 잔 도르테입니다. 대신 사과드려요.”

“아···아니에요. 대신 사과하실 필요는···.”

“보나 마나 이 멍청이가 근육을 키워야 한다면서 몸을 더듬었겠죠. 저라도 대신 사과해야 마땅합니다.”


콰직! 잔의 발이 레오의 등을 짓밟았다.


눈동자만 제외한다면 얼굴은 평범하다 못해 순박하기까지 한 시골 처녀다. 그런데 그런 얼굴로 가차 없이 남자를 밟는 모습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짓밟힘으로 정신을 차린 건지 레오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하하하하하! 여전히 멋진 힘이다, 잔! 근육만 키운다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시끄러워요. 이미 근육돼지인 당신보다 힘은 더 세거든요?”

“물론 그렇지! 그렇기에 아쉬운 것이다! 네가 근육만 더 기른다면···!”

“페이지 레오 뮬러.”


둘의 언쟁을 칼로 자르듯 안나가 나섰다. 평소처럼 엄격한 얼굴이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평소보다 더한 냉기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예! 안나 교관님!”

“명령 불복종, 복장 불량, 이성 전우에 대한 희롱. 명백한 규율 위반이다. 그에 대한 처분으로 기사단 관사 주위 100바퀴 전력질주를 지시하겠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지시사항을 이행하도록.”

“옛!”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레오가 달려나갔다. ‘하하하하하! 트레이닝이다!’ 라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바보네요.”

“바보지요.”


루카와 잔이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루카는 이제야 제대로 그녀를 보았다. 날개는 사라져있었지만 두 눈동자만큼은 아직도 드래곤의 눈이었다.


드래곤.

오로지 용만을 섬기는 용의 종자.

용이 세계를 관조하기 위해 만들어낸 아바타와도 같은 종족이다. 그렇기에 용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어졌고, 제한 없는 수명과 강대한 마나, 강인한 육체능력을 받았다.


분명 강대하지만 용의 종자이기에 본디 사람과는 적대관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끔찍한 생물‘이라는 건···뭔가 사연이 있는 건가.’


궁금하긴 했지만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비밀스러운 사연이라면 이 세계에서 자기 이상 가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 하실 말이라도?”

“아뇨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시선이 너무 뜨거웠던 모양이다. 루카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페이지 잔.”

“네, 안나 교관님.”


그런 그들에게 안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무표정 속에서 조금 전과는 다른 온화함을 띠고 있었다.


“페이지 루카와 페이지 율리아에게 관내를 안내해줄 수 있겠나? 본디 본관의 업무이다만, 아무래도 동료가 안내해주는 쪽이 더 편하겠지.”

“네, 그렇게 할게요. 저도 새로 오신 분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고요.”

“그럼 부탁하지. 페이지 루카, 페이지 율리아. 관내 시설들을 숙지하고 다른 동료들과 교류를 쌓을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안나는 떠나가고, 장내에는 셋만이 남았다.


“가볼까요? 관내를 안내해 드릴게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페이지 잔.”


율리아가 왼쪽 다리를 살짝 뒤로 빼며 없는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는 자세를 취했다. 비록 바지를 입어 치맛자락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완벽한 커트시(Curtsy) 자세였다.

그 모습에 당황한 잔이 손을 내저었다.


“저 평민 출신이에요. 그렇게 예를 갖추실 필요 없어요.”

“아, 하지만 방금 성이 도르테(d’Orte)라고···.”

“그건···제가 멋대로 붙인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오르테 마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뭔가 사정이 있으신가 보군요.”


루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잔은 입을 다물었다. 루카는 오르테 마을이란 곳과, 그녀의 드래곤에 대한 증오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럼 가실까요. 우선 주요 관사들부터 안내해 드릴게요.”


잔은 생긋 웃으며 말을 돌렸다. 루카도 율리아도 더 캐묻지 않았다. 괜히 상처를 후벼파는 취미는 둘 다 없었다.


***


잔의 안내는 친절하고 상세했다. 기사단의 각종 시설과 주요 관사들, 연무장, 무기 창고, 기사들의 계급별 숙소를 거쳐,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이 페이지들의 숙소였다.


“어···저희는 이미 숙소를 배정받았었는데요.”

“거기는 후보생 숙소에요. 보통 후보생에서 정식 입단 절차를 거쳐 페이지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요. 두 분은 좀 이례적으로 빠른 케이스에요.”

‘그래서 건물이 작았던 건가···.’


루카는 속으로 납득했다. 건물 내부는 괜찮았지만 건물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눈앞에 있는 건물은 그 크기가 몇 배는 넘는 것 같았다.


“오늘 정식 입단하셨다고 하셨으니, 아마 내일 숙소 이전 지시가 내려올 거예요.”

“저기, 내부는 어때요? 깨끗하고 좋아요?”

“으음···저는 과분할 정도로 좋다고 생각하지만···귀족 영애이신 페이지 율리아의 기준은 잘···.”


잔이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기사단의 숙소가 아무리 좋다 한들, 무려 변경백의 성에 비교한다면 부족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때였다. 그 자리에 있던 세 명 모두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위협을 느꼈다.


“율리아!”

“태양신이여!”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루카였다. 루카의 외침에 율리아는 영창조차 줄이며 급히 고유마법 ‘태양의 기사’를 약식 발동했다. 황금빛 건틀릿이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쳤다.


꽈아아아앙!

굉음과 충격파가 숙소 주위를 뒤흔들었다. 율리아는 공격을 막아낸 팔을 휘둘러 흙먼지를 걷어냈다. 팔을 보호하던 건틀릿은 완전히 부서져 소멸해가고 있었다.

흙먼지 너머 보이는 얼굴에 율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볼켄슈타인 공자?”

“음? 베른 변경백 영애이신가? 실례했군.”


나타난 것은 황금보다 더 번쩍이는 황금빛 머리카락에, 요염한 루비빛 눈동자를 지닌 미공자였다.


현재 왕가의 외척, 즉 왕비의 가문인 볼켄슈타인 공작가의 정식 후계자, 라이너스 폰 볼켄슈타인이었다.


난데없는 습격이 아는 이의 소행인 것을 안 율리아가 노기를 띠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귀족이 가는 길목을 짐승과 쓰레기가 가로막고 있으니 치우고자 했을 뿐. 의도치 않은 피해엔 내 사죄하지.”

“짐승과 쓰레기라니···오르도 기사단은 신분고하에 막론하고 인재를 모으는 집단이라고 들었습니다! 동등한 동료를 그리 부른다는 건···!”

“동등?”


한순간에 주위 온도가 싸늘하게 내려갔다. 라이너스의 감정이 주위 온도를 실제로 내려버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마나량이었다.


“베른 변경백 영애. 그대의 옆에 있는 것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을 따질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와, 제 어미가 추잡하게도 도마뱀에게 다리를 벌려 낳은 잡종이다. 그대는 지금, 고귀한 피를 가진 이 라이너스가 그런 것들과 동등하다 말하고 있는 건가?”

“!”


그 말을 들은 순간 격노한 잔이 튀어나갔다. 이미 드래곤의 팔과 날개를 드러낸 그녀는 팔에 화염의 마나를 두르고 라이너스를 향해 쇄도했다.


꽈앙!

하지만 잔의 공격은 닿지 못했다. 라이너스의 옆에 나타난 황금빛 방벽이 잔의 공격을 막아낸 탓이었다.


그걸 보며 라이너스가 피식 웃었다.


“보시게. 한낱 감정조차 다스리지 못해 고귀한 피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이 천박한 모습을. 그야말로 짐승이 아닌가.”

“나를···그렇게 부르지 마라···!”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꺼내며 으르렁거리는 잔을 라이너스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스르릉-

루카는 천천히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았다. 그리고 라이너스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루카에게 라이너스는 비웃음 담긴 시선을 보냈다.


“저 천것도 나에게 덤비고자 하는군. 아무래도 그대를 편법으로 이겼다고 귀족을 우습게 보는 모양이야, 베른 변경백 영애.”


아예 대화 상대로조차 삼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 발언과 태도를 본 율리아 또한 발끈했다.


“라이너스 공자. 그는 저를 이긴 사람이고, 제가 인정한 사람입니다. 그에 대한 모욕은 저에 대한 모욕과도 같습니다. 철회해주세요.”


그러나 라이너스는 희미한 미소만 지을 뿐 철회하지는 않았다. 율리아는 점점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 루카는 말없이 다가와 오른손의 장갑을 벗고 라이너스의 얼굴에 던졌다.


찰싹!

루카의 장갑이 라이너스의 얼굴을 가볍게 때리고 땅에 떨어졌다. 자기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라이너스를 올려다보며 루카가 입꼬리를 밀어올렸다.


“결투 신청, 이렇게 하는 게 맞던가?”

“···.”


이곳엔 수많은 귀족 출신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대한 마나와 육체능력만이 재능이라 생각하는 녀석들도 있겠지. 지금 여기서, 그 대표격으로 보이는 라이너스를 상대로 어필해두면 앞으로가 편해질 것이다.


루카는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라이너스의 얼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결투 신청을 한 것이냐, 천것?”

“보면 알잖아? 아, 혹시 방법이 틀렸나?”

“결투란 명예로운 자들끼리 하는 신성한 절차. 한 줌의 명예조차 없는 천것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쫄려서 도망가려는 건 아니고?”


루카는 조소를 지으며 도발했다. 상대는 힘의 크기를 믿고 힘을 흩뿌려대는 타입. 이런 타입은 성질을 좀 건드려줘야 상대하기 편해진다.


루카는 칼날에 프라나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온몸에 흐르는 힘의 흐름을 포착하고, 기습에 대비했다. 상대가 결투에 응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저 성격을 봤을 때 기습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그 대비가 무색하게도 라이너스가 가한 기습의 형태는 루카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었다.


“자격조차 없는 천한 것이 감히 누구를 도발하는 것이냐.”


쿠웅!


“컥···!”


강대한 마나가 루카의 전신을 짓눌렀다. 루카는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뭐···뭐야, 이게?!’


400년 전, 신이 이 땅에 존재하던 시대에서조차 사람을 이렇게 마나만으로 짓누르는 마법은 없었다. 사람을 강제로 굴종시키는 이러한 형태의 공격은 신과 같은 초월종에게만 가능한 ‘권능’의 영역이었다.


다만 루카는 모를 수밖에 없었다. 마나를 형상화하여 의지대로 조종하는 이것이, 라이너스가 보유한 ‘고유 주문’이라는 것을.


“땅을 기는 벌레 주제에 하늘을 향해 기어오르려 하다니. 무례도 정도가 있거늘."

“크···!”


이 육체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항마력을 가지고있지 않다. 2단계 경지라면 베어버릴 수 있었겠지만, 이번 생의 루카는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위급함을 느낀 율리아가 급히 마나를 끌어올리며 외쳤다.


“루카!”

“베른 변경백 영애. 이 몸은 고귀한 피가 흐르는 그대를 존중한다. 그러니 그대의 얼굴을 봐서 한 번쯤 자비를 베풀수는 있지.”


위이이잉-

라이너스의 주위에 강대한 마나가 뭉쳐 만들어진 황금의 창 여섯 자루가 떠올랐다. 하나, 하나가 사람의 목숨을 끊기에 충분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공작가의 후계자를 도발한 죄, 본디 사지를 찢어야 마땅하나···자비를 베풀어 팔 한 짝으로 끝내도록 하지. 그 은혜를 골수에까지 새기도록.”

“그렇게 둘 것 같습니까, 라이너스 공자!”

“그대가 나서면 난 자비를 베풀 수 없게 된다, 영애.”

“윽···!”


그 말에 율리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율리아가 나서는 것보다 라이너스가 그 황금의 창들을 떨어뜨려 루카를 찢어버리는 쪽이 몇 배는 더 빠르다.


‘낭패다···!’


경솔했다. 방심했다. 그 어떠한 말로도 지금의 사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아주 조금만 틈이 있어도···.’


루카는 이를 으득 갈았다. 상대의 마나 운용은 견고하다. 능숙하다고 보기엔 부족하지만, 2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이 갈라낼 수준은 아니다.


그때 난데없이 들려온, 자신감이 없는 한 소녀의 목소리가 황금과도 같은 틈을 만들어주었다.


“···비켜주세요.”


쩌저적!

마나로 이루어진 여섯 자루의 황금창이 얼어붙어 땅으로 떨어져 깨졌다. 모두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푸른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지닌, 우울한 표정의 소녀가 서 있었다.


“지나가고···싶어요.”

“크리스타···아른···.”


라이너스는 자신이 크리스타라고 부른 소녀를 노려보았다. 크리스타는 그 눈빛에 겁을 먹은 듯 움츠렸다.


갑자기 나타난 상대에 신경이 쏠린 탓인가. 라이너스의 마나 운용이 흐트러졌다. 그 짧은 순간이 루카에게는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다.


‘지금!’


이렇게 흐트러진 마나라면 가능하다. 루카는 곧바로 손날에 프라나를 집중시키고, 1단계의 검법을 수도에 적용하여 손날을 휘둘렀다. 루카를 압박하던 마나가 갈라지며 술식이 파해되었다.


“뭣?!”

“반응이 느리네.”


루카는 재빨리 검을 뽑았다. 그리고 당황한 탓에 몸이 굳은 라이너스의 얼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악-

허공에 핏방울이 흩날렸다. 칼날이 라이너스의 마나 방벽을 베어내며 얼굴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이놈···벌레 주제에 감히 이 몸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목을 날려버릴 수 있었어. 서로 기습 한 번씩에 자비 한 번씩. 그러니까 불평은 하지 마라?”


루카는 상대를 도발하며 동시에 차분히 상대와 자신을 분석했다.


반면 라이너스는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고작 천한 것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그의 고고한 자존심을 훼손시킨 것이다.


라이너스는 방대한 마나를 허공에 전개하여 황금빛 마창을 십수 자루나 띄웠다.


“네놈···여기서 사지 멀쩡하게 벗어날 생각은···!”

“이야, 여기 기사단은 페이지들도 힘이 넘치네.”


그런 그들의 사이에 경박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모였다. 그곳에 클레인이 창을 어깨에 걸치고 걸어오고 있었다.


“근데, 막 피가 튈 정도로 싸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라고 아저씨는 생각하는데.”

“···클레인 특무대장···!”

“안 그런가? 볼켄슈타인의 도련님.”


낡은 모자에 눌린 덥수룩한 머리카락. 그 사이에서 클레인의 눈이 빛났다. 정련된 무인의 위압감이 그 눈에서 흘러나왔다.


라이너스는 이를 뿌드득 갈며 클레인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내 마나를 거두었다.


“···운이 좋은 줄 알라, 천한 것.”


루카는 굳이 더 입을 열지 않았다. 라이너스는 그대로 몸을 돌려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크리스타는 그 뒤를 따라 조심스레 걸어가다, 루카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을 놔두고 굳이 루카에게만 인사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을 알 수 없던 루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크리스타가 루카를 지나쳐갈 즈음이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나를 다시 찾아오거라, ‘검성’.】

“무슨···!”


머릿속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이 유려한 목소리는, 분명히 그가 아는 목소리이자 이 시대에 있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루카가 급히 크리스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크리스타는 그런 루카에게 변함없이 음울한 눈빛으로 목례를 하고, 다시금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의 여신···아쿠아(Aq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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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귀함을 정의하는 것 21.06.18 54 1 17쪽
17 군사학 수업 21.06.16 63 2 14쪽
16 난쟁이의 몸, 거인의 검술 21.06.03 87 2 13쪽
15 아카데미의 첫 날 21.06.01 119 2 12쪽
14 물의 기사(2) 21.05.31 106 1 14쪽
13 물의 기사(1) 21.05.28 120 3 15쪽
» 유망주들(2) +2 21.05.27 157 3 18쪽
11 유망주들(1) +4 21.05.26 18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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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율리아 폰 베른(3) 21.05.24 183 6 13쪽
8 율리아 폰 베른(2) 21.05.21 202 9 11쪽
7 율리아 폰 베른(1) 21.05.20 227 8 14쪽
6 검성 라이즈 21.05.19 276 7 15쪽
5 고블린의 습격(2) +6 21.05.15 289 6 12쪽
4 고블린의 습격(1) 21.05.14 323 6 12쪽
3 피난 21.05.13 379 7 12쪽
2 환생 21.05.12 483 11 12쪽
1 영웅의 죽음 21.05.12 585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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