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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약골체질 역대급 검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황금난쟁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1:51
최근연재일 :
2021.06.18 15:1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029
추천수 :
103
글자수 :
104,541

작성
21.05.13 12:00
조회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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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피난

DUMMY

피난을 시작한 지 이틀이 흘렀다. 제7 백부장의 지휘 하에 루카가 살던 아덴 마을의 주민들은 제2 대대가 꾸린 피난 캠프에 합류하게 되었다.


피난캠프 안에서 루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떤 병사는 창을 든 채 주둔지 주변을 경계하고, 어떤 병사는 지휘체계에 보고를 하기 위해 바쁘게 달려갔다.


‘잘 훈련된 병사들이네.’


루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병사들의 모습에서 어설픔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예병이라고 볼 정도는 아니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부대였다.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루카에게 한 병사가 다가왔다. 피난민을 통제하고 안내하는 역을 맡은 병사였다.


“짐은 여기에 내려놓고”

“아, 예.”


지정된 위치에 루카는 짐을 내려놓았다. 쿵! 소리가 나며 루카는 날아갈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다지 무겁지도 않은 짐일 텐데도 너무 무겁게 느꼈던 탓이었다.


‘이 몸, 진짜 너무 약하단 말이야···.’


루카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 몸은 평범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민 기준의 평범이다. 전생에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까지 불린 육체능력의 소유자였던 루카로서는 큰 낙차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야···다시 검을 쥔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려나···.’


루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농사일로 굳은살이 박여있는 손. 하지만 검을 쥐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하다.

생각에 잠긴 루카가 걱정됐는지 옆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괜찮아?”

“아, 괜찮아요. 이 정도야 뭐.”


루카는 어머니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직도 어머니라는 체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루카에게는 처음으로 생긴 가족이었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세상 많이 변했네. 정규군이 피난을 다 유도하고.’


루카의 전생, 대전쟁 시절에 정규군에겐 그러한 여유가 없었다. 피난은 철저히 피난민 본인의 몫이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안내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한 번만 이야기할 테니까 잘 들으시고요.”


피난 일정과 경로를 정규군이 안내하고 보호하는 상황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2시간 후부터 이동할 겁니다. 저희 제7 백인대가 붙어서 호위할 테니 피난에만 전념해주시면 되고요, 다만 낙오할 경우까지 챙겨드리긴 힘드니···.”


그리고 병사들이 민간인에게 존대하는 것도 루카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간결한 안내사항을 듣고 루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들, 어디 가려고?”

“아, 볼일을 좀···.”

“늦지 않게 와야 한다?”

“네, 어머니.”


착한 아이의 얼굴을 하고서 피난조에서 벗어난 루카의 얼굴이 진지하게 돌변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분명 볼일이 있다. 다만 ‘그’ 볼일이 아니었을 뿐.


건물 뒤로 몸을 숨기고,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낮춘 채로 지면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사사삭-

발소리는커녕 먼지조차도 일으키지 않는 은밀보법. 전생에 종종 써먹었던 그 보법으로 루카는 재빨리 주둔지를 벗어났다.

그리고는 곧바로 수풀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아으윽···이 망할 놈의 유리몸···.”


성공할지 어떨지 확신을 못 한 것 치고는 멋지게 성공했지만···다리를 혹사한 대가는 근육 경련이었다. 새삼 전생의 몸과 괴리감을 느끼며 루카는 투덜거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경계병들이 농땡이를 피운다거나, 외부 순찰조가 순찰을 대충 한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불신이 아니다. 오히려 성실함과 군기에 대해서는 루카는 이 부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다만 믿지 못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바로 아인종들의 습성을 어느 정도나 군대가 이해하고 있느냐였다.


“마지막으로 아인종과 전쟁한 게 50년 전이라니까···그마저도 소규모 반란이라고 하고.”


상대할 일이 없는 적에 대한 자료는 생각보다 쉽게 소실된다. 물론 400년간 관습이 그대로일 확률은 더 낮지만, 반대로 이 시대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자신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됐다, 풀렸다.”

경련이 온 다리를 풀고 루카는 수풀 사이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꼼꼼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꼼꼼하게 순찰했네.’


순찰대의 흔적을 살펴보며 루카는 조금 감탄했다. 저 부대는 역시 성실함만큼은 일류다.


흔적이 조금 남아있다는 점이 감점 사항이지만, 전문 척후병도 아니고 일반 병사에게 그만한 완성도를 바라는 것은 사치다.


‘그보다···.’


대전쟁 당시에 적의 후방을 뒤흔드는 기동부대로 활동했던 종족은 고블린, 아니면 웨어비스트. 적이 400년 전과 같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400년이라는 시간은 관습과 문화를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고블린과 웨어비스트라는 종족은 우거진 숲이나 산속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기에 너무나 유리한 종족이다. 강점을 버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대비해서 손해볼 건 없다.


만약 적이 400년 전처럼 제대로 된 종족연합군이라고 가정한다면 후방 게릴라전 별동대로 차출될 종족은···.


‘···역시 고블린이지.’


때마침 너른 초원이 아닌 산기슭에 설치한 주둔 캠프다. 고블린이 습격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마족···아니, 아인을 상대해본 적 없는 티가 팍팍 나네.’


루카는 혀를 찼다. 인간끼리의 전쟁이라면 고지 점령이 필수겠지만, 아인종이 상대라면 절대로 나무가 우거진 숲이나 산 안쪽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것이 루카가 활동하던 시대의 상식이었다.


수색을 계속하던 중 루카의 표정이 굳었다. 부자연스럽게 부러진 가지를 발견한 것이다. 인간이 지나가면 이런 흔적이 남지 않는다. 고작 130cm 위에는 멀쩡한데 그 아래의 수풀만 조금 망가진 것은 그만큼 작은 체구라는 뜻. 웨어비스트는 이만큼 체구가 작지 않다.


그렇다면 남는 후보는 고블린 뿐.


‘고블린이라면 근처에 분명···.’


루카는 그 흔적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흐른 세월이 무려 400년이라지만, 이건 그들에게 있어 종교와도 같은 의식이니 남아있을 것이다.


곧 루카는 발견하고 말았다. 작은 나무 뒤편에 새겨진, 뭉툭한 칼로 새겨진 역삼각 형태의 표식을.


‘젠장.’


역삼각형의 표식.

이건 고블린 강습부대의 목표 지역을 표시하는 표식이자,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하는 의식 같은 것이다. 공격하지 않을 거라면 새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있다는 건 최소한 한 개 부족 단위의 강습부대가 편성되었다는 거고···새겨진 건 얼추 이틀에서 사흘 전. 뭣보다···.’


이게 있다는 것은 ‘이길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는 뜻.

더 이상의 단독행동은 의미가 없다.


‘근데 이걸 어떻게 알리냐인데···.’


이게 가장 문제다. 성인이라면 모를까 루카는 지금 13살의 어린 소년이다. 이런 자신이 아무리 주장해봤자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결국, 남은 방법은···.


‘완전한 불신보다는 의심이 낫겠지.’


루카는 상의 옷자락을 찢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송곳을 꺼내 오른손 중지를 그었다.


“윽···!”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후두둑 피가 튀었다. 루카는 찢어낸 옷자락에 피로 글씨를 쓰고 그것을 접어 품에 넣었다.


다시 경계병들을 피해 은밀 보법으로 주둔지로 복귀한 루카는 곧바로 주둔지 지휘관의 텐트로 향했다.


‘전성기의 나였다면 어렵지 않게 내부로 들어갔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입구가 하나뿐인데 그 입구에 경계병이 지키고 있다. 지금의 루카에게 눈에 띄지 않게 내부로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루카는 지휘관용 대형 텐트 측면에 있는, 조그마한 창문에 해당하는 부분을 살며시 열었다. 다행히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회의하러 나갔나 보지?’


운이 좋았다. 유능한 군인이라면 이런 작은 인기척에도 들켰을 테니까.

내부에 누가 없으니 루카는 좀 더 과감해졌다. 창문에 해당하는 천을 조금 더 들어올려 시야를 확보하고, 지휘관의 책상을 향해 돌돌 말아 끈으로 묶은 천조각을 던졌다.



천조각이 책상에 안착한 것을 확인하고 루카는 재빨리 자리를 이탈하여 피난민들의 위치로 돌아갔다. 너무 오래 걸린 탓인지 어머니가 서성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아들! 손이 왜 그래?”

“아, 어디 좀 긁혔어요.”

“어디 봐, 많이 다쳤어?”

“괜찮아요. 살짝 긁힌 정도에요.”


루카는 오른손을 등 뒤로 숨기며 변명했다. 혈서를 쓸 만큼 피를 내자니 꽤 깊게까지 긁었다. 이걸 보여줬다가는 분명 쓸데없는 걱정만 늘 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어머니, 곧 움직이게 될지도 몰라요.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그···갑자기 병사들이 바빠 보여서요. 뭔가 일이 있는 것 같아요.”


곧 병사들이 바빠질 테니 거짓말은 아니다.

루카가 지휘관의 텐트에 던져넣은 메시지에는 짧지만 명확한 내용을 담았다.


‘고블린 습격 조짐. 대비할 것’


그냥 글씨를 쓸만한 것이 없어서 혈서로 쓰긴 했지만, 그 때문이라도 지휘관은 그걸 단순히 장난으로 보아넘기기 힘들 것이다. 어떤 미친놈이 장난으로 혈서를 써서 초병들의 경계를 뚫고 지휘관의 텐트에 메시지를 던져넣겠는가.


‘그렇게 되면 선택지는 하나뿐이거든.’


적의 습격을 예고한 정체불명의 메시지. 지휘관은 교전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교전 준비를 한다면 만약 메시지가 거짓이라도 다소의 헛수고 내지 경계태세 훈련으로 끝난다.


하지만 무시했을 때 정말로 습격을 받는다면 그때는 ‘어이쿠, 진짜였네?’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다. 군대란 조직에 있어 경계태세란 과해서 나쁠 것이 없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약 20분 정도 지나니 부대의 움직임이 급격히 변했다.


‘다행이네. 생각은 할 줄 아는 지휘관이라서.’


경계태세가 올라가고, 휴식 중인 병사들도 무장을 갖춰 이동한다. 그리고 피난민 관리를 맡았던 병사들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도 보였다.


“급히 전달 드립니다! 현 시간부로 피난민 여러분은 최대한 빨리 이동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보게 젊은이···혹시 무슨 일 있나?”

“적의 습격 조짐이 포착됐습니다. 우선 부대 중앙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촌장의 질문에 병사는 성실히 대답하고는 곧바로 다른 마을의 피난조로 뛰어갔다.


“아이구···이게 무슨 일이래···.”

“자자, 어서 준비합시다.”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짐을 어깨에 메고 신발을 고쳐신었다. 루카는 이미 자신의 짐을 어깨에 멘 상태였다.


병사들의 인도를 받아 도착한 곳은 부대의 정중앙이었다. 숲속에 자리한 주둔 캠프다 보니 이곳이 제일 안전할 거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최상의 방책.’


루카는 그렇게 판단했다. 고블린이란 기습, 양동, 후방교란, 게릴라전에 특화된 종족.

언제 어디서 양동작전으로 들이칠지 모르니, 보호대상은 최대한 안쪽에 보관하는 게 최선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어갈 때쯤···.


땡땡땡-

종소리가 울리고,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와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그리고 아까 본 그 병사를 포함하며 약 10여 명의 병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지금 즉시 피난을 개시하겠습니다! 저희를 따라와 주십시오!”

‘뭐?’


루카는 아연해져서 달려온 병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피난이라니?


‘지금?’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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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카데미의 첫 날 21.06.01 119 2 12쪽
14 물의 기사(2) 21.05.31 106 1 14쪽
13 물의 기사(1) 21.05.28 120 3 15쪽
12 유망주들(2) +2 21.05.27 157 3 18쪽
11 유망주들(1) +4 21.05.26 18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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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율리아 폰 베른(3) 21.05.24 183 6 13쪽
8 율리아 폰 베른(2) 21.05.21 202 9 11쪽
7 율리아 폰 베른(1) 21.05.20 227 8 14쪽
6 검성 라이즈 21.05.19 276 7 15쪽
5 고블린의 습격(2) +6 21.05.15 289 6 12쪽
4 고블린의 습격(1) 21.05.14 324 6 12쪽
» 피난 21.05.13 380 7 12쪽
2 환생 21.05.12 483 11 12쪽
1 영웅의 죽음 21.05.12 587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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