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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약골체질 역대급 검술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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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1:51
최근연재일 :
2021.06.18 15:1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036
추천수 :
103
글자수 :
104,541

작성
21.06.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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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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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아카데미의 첫 날

DUMMY

오르도 기사단 내부에는 페이지들을 미래의 기사들로 키우기 위한 교육기관인 아카데미가 존재한다.


아카데미에서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을 이수하고 실력 검증 테스트를 통과하면 ‘스콰이어(견습기사)’로 승급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필수 과목은 지휘관으로서의 군사학, 기사로서의 교양, 역사 등이고 선택 과목은 본인의 적성에 맞는 마법, 검술, 창술 등 여러 종류의 무기술 등이다.


그리고 루카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강의에 신청해서 들어와 있었다.


“너가 마법학 들어서 뭐하게···.”


옆에 앉은 율리아가 이렇게 지적을 할 정도였다.

물론 루카도 생각 없이 마법학개론 강의를 신청한 것은 아니었다.


“마법을 상대하려면 마법이 뭔진 알아야 할 것 아냐.”

“마법을···상대?”

“···뭐냐, 그 표정은?”


루카는 기묘하게 변한 율리아의 표정을 지적했다. 율리아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키득, 웃었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평민 출신이라니까.”

“뭔 뜻이야, 그건.”

“별 거 아냐. 뭐, 강의해주시는 분이 말해주겠지. 그보다···”


율리아의 시선이 루카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푸른 머리칼의 소녀, ‘물의 계약기사’ 크리스타 아른이 루카에게 꼭 붙어서 앉아있었다.


“계약기사께선 여기 왜 있어? 성가시게 마법을 쓸 이유가 없을 텐데.”

“나 이거 신청한다고 하니까 따라 신청하던데···.”


계약기사는 신의 마나를 빌려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생에서도 계약기사들은 마법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의 마법은 신의 힘을 빌리는 신성마법이었으므로, 신의 힘 그 자체인 권능의 완벽한 하위호환이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현시대의 마법은 어떨지 루카는 알 수 없지만···.


“저기, 안녕하세요?”

“···.”


율리아가 말을 붙여보았지만 크리스타는 경계심이 가득 서린 눈으로 루카에게 더 가까이 붙을 뿐이었다. 율리아는 곧바로 말을 붙여보는 것을 포기했다.


끼익

타이밍 좋게 강의실의 앞문이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들어오자 강의실 내에 정적이 흘렀다. 들어온 것은 한 소녀였다.


숲을 연상시키는 시원한 녹빛 머리카락과 녹안이 인상적인 소녀는, 한눈에 보아도 15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율리아는 루카에게 속삭였다.


“엄청 어린데? 우리랑 또래 아냐?”

“···혹시나 또래 취급할 생각은 하지 마라. 우리보다 나이가 대여섯배는 더 많을 테니까.”

“어? 하지만 외모가···아, 잠깐 혹시···.”

“하프엘프야.”


수평으로 누운 긴 귀. 하프엘프만의 특징이다. 인간 수명의 5배에 달하는 종족이니 아마 실제 나이는 70세에서 80세에 육박할 것이다.


하프엘프 소녀는 좌중을 둘러보더니 앳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에-, 일단 인사부터 하죠. 안녕하세요. 저는 왕립 아르크 마법 대학 고대어학과 교수 아리아 웬투스라고 하고요, 어쩌다 보니 여기서 마법학개론을 강의하게 됐네요.”


뭔가 의욕이 없어보이는 태도였다.

녹안의 마법사는 자신이 강의할 과목의 책을 펴서 장수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나는 마법을 배워서 강해지겠어’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면 강의를 취소하는 걸 권고할게요. 현대 마법 체계에서는 마법을 배워봤자 개인은 전혀 강해질 수 없으니까.”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별 의미 아니에요. 지금은 그냥 사람 하나 죽일 수 있는 마법 발동시키는 데 5분 이상 걸린다고만 알아두세요. 어차피 강의 듣다 보면 다 알게 될 내용이에요. ”


녹안의 마법사가 심드렁하게 내뱉는 말에 루카는 놀라서 옆에 앉은 율리아를 보았다. 키득거리며 웃는 금발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네가 말한 게 이런 의미였냐.”

“응, 킥킥. ‘마법사’란 건 상대하는 방법 같은 게 의미가 없어. 그냥 걸어가서 베어버리면 되거든.”


사람 하나 살상할 마법이 5분 넘게 걸린다면 그야 그렇다. 아마 변경백의 영애인 율리아는 마법을 자주 봐왔을 테니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을 것이다.


“귀족이라서 좋겠네, 참.”

“뭘,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잖아?”


둘이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녹안의 마법사, 아리아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수강생들에게 권고했다.


“나가실 분은 뒷문을 통해 나가주시면 됩니다. 불이익은 따로 없으니 걱정은 안하셔도 되고. 그래도 들으실 분들은 뭐···남아주시면 되고요.”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녹안의 마법사, 아리아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나가는 사람이 있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


“나가는 분이 없으시네요. 아예 마법을 못 쓸 것 같은 분도 계신데···뭐, 어차피 개론 과목이라서 실기 테스트는 없으니까 상관은 없겠네요. 절대 평가니 알아두시고요.”

“너 이야기네, 너.”

“알거든.”


옆에서 율리아가 짓궂게 속삭였다. 물론 루카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 몸으로는 마법은 못 쓴다. 그래도 이 시대 마법체계를 배워두면 어떻게든 도움은 될 것이다. 원래 약자일수록 아는 게 많아야 살아남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루카는 아리아 교수를 따라 책의 첫 장을 폈다. 그리고 루카는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은 문맹이었다.


**


“푸하하하하하!”

“그만 웃지 그러냐···.”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을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율리아는 계속해서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아하하, 아하하하···아니, 어떻게 글자도 모르고 마법학개론을 신청할 생각을 해?”

“그러게 말이다···웃어라, 웃어.”

“아하, 아하하하···.”


이 점에 대해서는 루카는 할 말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루카는 문맹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서는 문맹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루카가 읽고 쓸 줄 아는 문자는 이젠 교양으로나 배우는 고대어가 되었다. 400년이라는 세월은 문자 체계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던 것이다.


‘그 기사 아저씨, 대체 뭔 생각을 했을까···?’


루카는 루키우스 대대장을 떠올렸다. 루카는 고블린의 습격을 경고하는 경고장을 써서 그 대대장의 집무실에 던져넣었던 적이 있던 것이다.


‘고대 문자로 적혀진 익명의 투서라니···수상함 그 자체잖아.’


지금 생각하니 잘도 그 투서가 받아들여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아마 루키우스 대대장밖에 모를 진실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루카는 다시 율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웃어대고 있었다.


왠지 루카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 루카의 표정을 살폈는지 옆에서 누군가 옷깃을 꾸욱꾸욱 당겼다. 크리스타였다.


“저는···루카 편이에요.”

“···엄청 고맙네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였다.

결국 루카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고, 한 마디를 꺼냈다.


“이제 슬슬 그만···.”

“어머, 두 분이시네요. 한 분도 더 계시고···페이지 율리아는 뭔가 즐거운 일이 있으신가 봐요?”


앞에서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와 율리아가 동시에 앞을 보자 그곳에는 세로로 갈라진 동공을 제외하면 평범한 시골 처녀, 잔 도르테가 서 있었다.


“아, 페이지 잔.”

“아하하하···들어봐요, 페이지 잔. 이 녀석이···아하하, 글자도 모르면서 마법학개론을 듣겠다고 신청했어요!”

“아, 네···.”


율리아의 말을 들은 잔이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 표정과 태도를 보고도 계속 웃어댈 정도로 율리아는 눈치가 없지 않았다.


“저기, 페이지 잔도 그···.”

“네, 저도 글자를 모른답니다···.”

“···.”

“···.”


그러고 보니 그녀도 평범한 평민 출신이었다. 장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평민은 글자를 모르는 것이 정상이었다,


침묵이 흘렀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참다못한 율리아가 루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할 거야? 글자를 모르면 배울 수 있는 강의도 한정적일 텐데.”

“그러게. 나 같은 놈들을 위한 문맹 탈출 강의 같은 건 없나.”

“아무리 신분에 상관없이 인재들을 모은다지만 그렇게까지 친절하진 않을걸···.”


루카는 그 말에 동의했다. 기사단이란 원래 귀족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는 곳이다. 신분고하에 상관없이 모집했다지만, 가장 기본적인 글자 읽고 쓰는 법까지 강의로 개설할 만큼 너그럽진 않을 것이다.


이곳에 모인 세 사람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세 사람 옆에서 크리스타는 변함없는 눈으로 루카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율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율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내가 가르쳐주면 되잖아?”

“네가?”

“뭐야, 그 의외라는 표정은. 설마 내가 글도 못 가르칠까.”

“아니, 그거 때문이 아니라 너한테 그냥 손해 아냐?”


루카 자신을 포함해 세 명이나 되는 사람에게 글을 가르치게 되면, 그만큼 율리아는 자기 발전에 사용할 시간을 빼앗긴다. 얻는 건 없고 손해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율리아는 씨익 웃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지. 세상만사 기브 앤드 테이크 아니겠어?”

“미리 말해두는데 돈은 없다.”

“바라지도 않아. 네가 아니라 너네 마을 사람들 전 재산 다 합쳐도 내 용돈 수준일 텐데 뭘.”


순간 울컥한 루카였지만 곧 눈앞의 상대가 누군지 다시 상기시키고 입을 다물었다. 상대는 무려 변경백 영애였다.


율리아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루카와 눈을 맞추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꺼냈다.


“나 검술 좀 가르쳐줘.”

“저번에 말했던 것 같은데. 넌 내 방식 못 배워. 배워봤자 딱히 효용도 없고.”

“이런 말도 했었지? 내 강점을 살리면서 검술을 쌓아올리면, 너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루카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자기편이 필요했던 참이다. 이런 전개는 나쁘지 않다.


“뭐, 좋아.”

“오케이, 교섭 성립! 너 대신 제대로 가르쳐줘야 한다?”

“그야 당연히 대충 하지는 않지.”

“저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와 율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공손히 손을 모은 잔이 있었다.


“저도 검술 좀···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예?”

“저, 그···싸우는 법을 잘 몰라서···.”


그러고 보니 저번 라이너스와의 대치 때, 잔은 마나를 두른 공격을 했지만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방식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잔은 확실히 마나의 운용과 각종 전투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다만 그걸 반드시 루카가 가르칠 필요가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마나 운영법이나 전투술에 관한 강의가 따로 있는 걸로 아는데요···”

“들어가 보니 이미 기본을 배우고 온 귀족 자제들이 대부분이라···따라가기 좀 어렵더라고요.”

“그 부분은 좀 친절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뭐가 이렇게 커리큘럼이 허술한 건지.

루카는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오르도 기사단도 결국은 기사단이다. 귀족 자제들이 구성원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긴 하다.


잠시 고민하던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다만, 전 제식 검법 같은 건 몰라서.”

“괜찮아요. 기본은 다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또 한 명의 제자가 늘었다.

···라고 루카가 생각했을 때 누군가가 루카의 팔을 꾸욱꾸욱 잡아당겼다. 시선을 돌려보니 크리스타였다.


“···저도···.”

“···.”


결국 제자가 한 명 더 늘었다.


작가의말

퀴즈. 여기서 제일 개손해를 본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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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귀함을 정의하는 것 21.06.18 55 1 17쪽
17 군사학 수업 21.06.16 64 2 14쪽
16 난쟁이의 몸, 거인의 검술 21.06.03 87 2 13쪽
» 아카데미의 첫 날 21.06.01 120 2 12쪽
14 물의 기사(2) 21.05.31 106 1 14쪽
13 물의 기사(1) 21.05.28 121 3 15쪽
12 유망주들(2) +2 21.05.27 157 3 18쪽
11 유망주들(1) +4 21.05.26 187 9 13쪽
10 율리아 폰 베른(4) 21.05.25 183 8 14쪽
9 율리아 폰 베른(3) 21.05.24 183 6 13쪽
8 율리아 폰 베른(2) 21.05.21 202 9 11쪽
7 율리아 폰 베른(1) 21.05.20 227 8 14쪽
6 검성 라이즈 21.05.19 276 7 15쪽
5 고블린의 습격(2) +6 21.05.15 290 6 12쪽
4 고블린의 습격(1) 21.05.14 324 6 12쪽
3 피난 21.05.13 380 7 12쪽
2 환생 21.05.12 483 11 12쪽
1 영웅의 죽음 21.05.12 589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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