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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난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약골체질 역대급 검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황금난쟁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1:51
최근연재일 :
2021.06.18 15:1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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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8
추천수 :
103
글자수 :
104,541

작성
21.05.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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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환생

DUMMY

휙-휙-

황금빛으로 익은 밀밭 사이, 올해 13세가 된 루카는 막대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달리 중요한 목적도 아닌, 새를 쫓기 위한 막대기질이다.

다만, 누가 본다면 검술 수련으로 착각할 만큼 막대기의 궤도가 이상하리만치 날카롭다는 점이 특이했다.


“참···옛날 습관이 나와버리네.”


짙은 푸른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쓴웃음을 지었다. 소년은 10살 남짓 정도로 보였으니, 방금 소년이 한 말은 그의 외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은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몸은 13살 소년일지라도 정신만큼은 아니었으니까.

검성, 반 프리드리히.

소년이 기억하는 자신의 이름이었고, 또 전생의 이름이었다.


‘환생이라니···이런 게 가능한 거였나.’


‘검성’이라는 이명대로 전생의 루카는 마나라고는 단 한 방울도 사용하지 못하는 순수한 검사였다. 그러니 마법 이론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알 이유도 없었다.


‘엘라라면 신이 나서 설명해주겠지만···.’


루카는 전생의 연인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리고 다시 막대기질을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은 이렇게 환생했다. 자신이 마법사나 학자도 아니고, 굳이 그걸 파고들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환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평화롭네···.”


루카는 자신을 둘러싼 황금빛 밀밭을 돌아보았다.

이곳은 아르덴 왕국 동북부에 위치한 평범한 시골 농촌이다. 정확히는 그렇다고 들었다. 이 시골 농촌에 변변한 지식인이나 지도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 평범한 농촌의, 평범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마나의 재능은커녕 전사로서의 재능조차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


‘좋지, 이런 거.’


이건 전생의 자신이 바랐던 삶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투쟁으로 가득한 삶이었다. 그렇기에 평화와 평범을 동경했고, 그 동경이 이렇게 이루어졌다.


‘보상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으려나···.’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났던 자신이지만, 전쟁을 끝냈으니 이 정도 보상은 받아도 괜찮으리라.


‘그건 그렇고 ’아르덴‘ 왕국이라니···그 녀석, 결국 왕이 되어버린 건가.’


자신의 마지막을 배웅해준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왕족은 몰살당하고, 마지막 왕은 스스로의 목숨마저 희생시키며 승리에 공헌했으니 전후 왕이 될만한 인물은 그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 덕에 출세해버렸네, 망할 자식.’


오랜 친구라지만 조금 입안이 씁쓸해졌다. 괜히 막대기를 휘두르는 손에 힘이 더 들었다. 그런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하는구나.”

“아, 촌장님. 안녕하세요.”


루카는 곧바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또 검술 수련이구나.”

“아하하···아뇨, 그···새 쫓아내려고 막대기질을 좀···.”

“너는 막대기질을 하면서 항상 검술도 같이 연습하지 않니.”

“아하하···.”

‘진짜로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른 건데.’


루카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삼켰다. ‘아무 생각 없이 휘둘렀는데 검술이 되는 소년’보다는 ‘기사를 동경해서 몰래 검술 수련을 하는 소년’ 쪽이 더 일반적이지 않은가.


“열심히 하려무나. 잘하면 왕국군에 입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에이, 제가 무슨···.”


만약 검술에 다소 조예가 있는 사람이 방금 그 막대기질을 보고 나서 이 대화를 들었다면 뒤로 나자빠졌을 것이다. 그렇게 가볍게 입에 담을 수준의 검술이 아니었다.


물론 루카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곳이 검과 연관이 없는 시골 농촌 마을인 것이 다행이었다.


‘누가 알아보면 귀찮게 굴테니···.’


루카는 이렇게 조용히 사는 것이 좋았다. 다시 검을 쥐고 싶지는 않았다.


“올해는 풍년이로구나. 자비로우신 아이테르 신께 감사드려야겠어.”

“네, 정말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자비로움이랑은 제일 거리가 먼 신인데.’


루카는 속으로 혀를 찼다. 루카에게는 신과 인간이 계약을 맺고 교류하던 시대에서 활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루카가 기억하기로 하늘의 신 아이테르는 자비와는 거리가 먼 전쟁광이었다.


물론 하늘의 신이자 기상을 지배하는 신이었으니 농민들의 숭배 대상이 되는 건 이해하지만···.


‘난 분명 그때 신들과의 연결을 끊어버렸는데···왜 아직도 인간은 신을 섬기고 있는 걸까···.’


그것이 환생한 루카가 가진 최대 의문점이었다. 대전쟁이 종결됐으니 신들과의 단절은 분명히 이행되었을 텐데···.


‘인간은 뭔가를 섬기지 않으면 못살아가는 종족인가···.’

“이런, 늙은이가 말이 너무 많았구나. 그만 돌아갈 테니 열심히 하렴.”

“살펴가세요.”


루카가 하는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하고 촌장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루카가 예의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였을 때였다.

누군가가 헐레벌떡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촌장님~촌장님!”

“으음? 너는 분명···그래, 양조장 마르코의 아들이었지? 무슨 일인고?”

“네! 마을에 기사님이 왔어요! 병사들까지 데리고요! 촌장님을 찾고 계십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모이래요!”

“기사님께서?”


이 변두리 농촌 마을에 무장 병력이 나타나는 일은 드문 일이다. 무슨 일일까 싶어 루카도 귀를 기울였다.


“이 작은 마을에 무슨 볼일인고···알았다. 곧 가마.”

“루카 너도 와야 해! 마을 사람들 모두 모이라고 했단 말이야!”

“엥? 나도?”


루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린 아이 하나도 빼놓지 말고 전부 모여야 하는 일이라니,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래! 다 모이면 얘기한댔어. 빨리 모이라고 했으니까 빨리!”

“어···일단 알겠어.”


사실 짐작 가는 구석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루카는 슬그머니 그 생각을 의식의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가능성이었다.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무기 상태가 조잡하네. 하긴, 400년 전처럼 신불로 철을 연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루카는 무의식적으로 병사들의 무장 상태를 확인했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놈의 직업병은 10여 년이 지나도 고쳐지질 않는다.


마을 사람들 사이로 이제 막 도착한 촌장이 나왔다. 촌장은 한눈에 지휘관을 알아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늙은이가 아덴 마을의 촌장입니다. 기사님께서 어떠한 일로 이 촌구석에 오셨는지요?”

“왕국 제5군단 직할부대 2대대 소속 제7 백인대 백부장, 마크 스웬이오. 국왕 폐하께서 하달하신 명을 이행하기 위해 왔소.”

“그것은 어떤···?”

“먼저 이 말부터 해야겠군. 전쟁이 발발했소. 아인(亞人)들의 대대적인 반란이오. 아니, 반란 수준은 이미 옛적에 넘어버렸군. 상부에서는 대전쟁의 재림이라고 할 정도니.”

‘아무 데나 갖다 붙일 이름이 아닌데, 저 이름은.’


루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전쟁’이라는 이름은 고작 종족간 전면전 따위에 갖다 붙일 이름이 아닌 것이다.

신과 거신, 두 초월종이 서로의 관할영역을 두고 벌인, 그야말로 신들의 전쟁.


그것이 그들을 섬기는 종족의 전쟁으로까지 번져 각 종족의 존망을 건 싸움이 되어버린 세계대전. 그것이 400년 전 종결된 1,000년간의 대전쟁이었다.

다만, 대전쟁만큼이 아니라고 해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마크 백부장의 표정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여, 국왕 폐하께서는 발발지역과 교전 예상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피난 명령을 내리셨소.”

“그리고 이 마을은 교전 예상지역이라는···말씀이시군요.”

“그렇소. 우리 제7 백인대가 이 인근 마을들의 피난 유도 임무를 맡았소. 촌장을 통해 간접 전달이 가능했음에도 주민 모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좋다 여겨 모두를 모이게 한 것이오. 협력해주시오.”


촌장의 얼굴 주름이 깊어졌다. 어차피 거부권은 없다. 국왕의 명령이니 강제로라도 집행될 것이다.

다만,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 촌장은 불안에 떠는 마을 주민들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송구하지만···이제 곧 수확을 시작할 시기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일부터 당장 수확을 시작하겠습니다.”

“불가능하오. 밭과 마을을 전부 불사르고 떠나야 하니.”

“부···불사르다니! 그게 무슨···!”


촌장의 눈이 커졌다. 마을 사람들 사이의 웅성거림도 커졌다.

수확이 끝나면 곧 겨울이 온다. 지금 수확하지 않으면 겨울을 날 수 없다. 그것은 농민의 숙명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럼 저희는 겨울 동안 무얼 먹고 산단 말입니까! 적어도 어느 정도는 수확하고 그 식량을 가지고···.”

“지금 전쟁은 인간 사이의 전쟁이 아니오.”


마크 백부장이 촌장의 말을 끊었다. 그의 말에서는 위협과 강요보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아인종과의 전쟁이오. 촌장께서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 믿소만.”

“···.”


촌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뇌에 빠졌다. 마크 백부장은 늙은 촌장을 재촉하지 않고 인내심 있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촌장의 입이 열렸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촌장님!”

“50년 전쯤, 아인종들이 반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네. 금방 진압되었지만···몇 개 지역이 아인종들에게 점령당했었지. 그때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아는 사람 있는가?”


그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마을에는 촌장 외에 50년 전의 사건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촌장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렸다.


“다들 준비하세나. 한시라도 빨리 피난을 떠나야 할 걸세. 적어도···사람답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면.”

‘···?’


루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인종. 고블린이나 오크, 오우거, 웨어비스트, 그리고 마인족. 대전쟁에 참전했던 그 종족들을 일컫는 단어라고 알고는 있었다. 당시에는 마족이라고 통칭했었다.


‘사람답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면···이라고?’


루카가 기억하기로 마족, 즉 아인종들은 그렇게까지 잔인하지는 않았다. 대전쟁은 정복전쟁이 아니라 생존경쟁이었으니 학살은 항상 동반되는 것이었지만, 필요 이상의 고문이나 가혹행위 없는 깔끔한 학살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전쟁을 벌이는 양측의 암묵적인 약속이자, 그 전쟁의 단 하나뿐인 규칙이었다.


루카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촌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피난 준비는 즉시 이루어졌다. 촌장의 지휘 아래에서 마을 사람들은 최소한의 물품만을 가지고 짐을 쌌다.

그리고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마을과 밀밭에 불을 놓았다.


“···.”

“···.”


허탈함에 멍하니 불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루카는 전자였다.

13년간 살아오면서 정든 마을, 그리고 자신과 가족들이 직접 경작하면서 자식과도 같아진 밀밭이었다. 그것이 불타는 모습은, 루카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출발하겠소. 병사들의 통제에 잘 따라주시오.”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촌장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마을 주민들은 말없이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루카도 마지막으로 마을로 고개를 돌렸다. 불타는 밀밭과 마을이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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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4,5화 내용 수정되었습니다. 21.05.18 100 0 -
18 고귀함을 정의하는 것 21.06.18 55 1 17쪽
17 군사학 수업 21.06.16 64 2 14쪽
16 난쟁이의 몸, 거인의 검술 21.06.03 88 2 13쪽
15 아카데미의 첫 날 21.06.01 120 2 12쪽
14 물의 기사(2) 21.05.31 106 1 14쪽
13 물의 기사(1) 21.05.28 121 3 15쪽
12 유망주들(2) +2 21.05.27 157 3 18쪽
11 유망주들(1) +4 21.05.26 187 9 13쪽
10 율리아 폰 베른(4) 21.05.25 183 8 14쪽
9 율리아 폰 베른(3) 21.05.24 183 6 13쪽
8 율리아 폰 베른(2) 21.05.21 202 9 11쪽
7 율리아 폰 베른(1) 21.05.20 227 8 14쪽
6 검성 라이즈 21.05.19 276 7 15쪽
5 고블린의 습격(2) +6 21.05.15 290 6 12쪽
4 고블린의 습격(1) 21.05.14 324 6 12쪽
3 피난 21.05.13 380 7 12쪽
» 환생 21.05.12 484 11 12쪽
1 영웅의 죽음 21.05.12 589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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