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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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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4.03.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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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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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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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2 – 언제나 지금이 가장 저렴한 남자.

DUMMY

7.

흐아아암-,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보이지 않도록 작게 하품을 한다. 어제 밤늦게까지 곡 작업을 해서 그런가? 엄청나게 피곤하다.


역시, 아무리 젊어도 잠을 적게 자면 곤란하구나.


새삼 그런 사실을 깨달으며 허리를 굽혀 책상에 눕는다. 평소 같으면 이 정도로 졸릴 때 그냥 침대에 누워 잠을 잤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게.

현재, 난 학교에 와있으니까.


책상에 누운 채로 정면을 바라본다. 그러자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나이를 먹고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받다니.


분명, 고등학생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것만 같은 죄악감이 느껴진다. 동시에 지금 이 자리에서 탈주하고 싶은 욕망도 느껴지고.


진짜 그나마 예고라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진즉에 탈주했을 거야.


연화연예예술고등학교.

줄여서 연화예고.


내가 다니는 학교의 이름이다. 이름에 연예가 들어간 걸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단순한 예술고등학교가 아니라 연예인들 혹은 흔히 대중 예술이라 불리는 연예계를 위한 예술고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재학생들 중에 현직 아이돌이나 연습생들이 굉장히 많다. 실제로 팬들 사이에선 연예인 사관학교로 불리며 관광이나 구경을 하러 오는 외국인들도 있을 정도.


그래서인지 온갖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봤자 학교가 학교지. 뭐, 별로 다를 게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전공 수업 정도? 그런데 그것도 그래 봤자 학생들이 받는 수준의 수업이다 보니 내게는 심심할 뿐이다.


이게 설원예고 같이 좀 예술성을 중시하는 예고였다면 좀 달랐을 텐데. 연화예고의 경우 철저하게 대중성을 의식하는 학교다 보니 진짜 내가 배울 게 없다.


그렇다고 일반 수업이 재미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자장가요, 전자 보드에 적혀 있는 글씨는 눈으로 보는 수면제다. 어떻게든 수업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해보았지만 집중이 되기는커녕, 눈꺼풀 무게만 늘어났다.


생각해보니 나 고등학생일 때도 공부 더럽게 못했었지. 그때부터 음악을 한다고 독자적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었고 또 공부에 뜻이 없어 집중을 하지 않은 탓에 내 성적은 언제나 최하위권이었다.


응, 역시 빠른 포기를 하는 게 좋았다.


등교 첫 날부터 수업을 포기하다니. 지나치게 빠른 포기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단순한 포기가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지.


“저기.”


그렇게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 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와, 더럽게 예쁜데?


엔터 회사에 있다 보니 지금까지 예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애는 진짜 손에 꼽힐 정도로 예쁘다.


류아도 예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얜 뭔가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혼자, 그림체가 다른 느낌?


“왜?”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안주인]이라고 적혀 있는 명찰을 보며 대답을 하자 안주인이 굉장히 귀찮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나하고 앙상블 같이 해야 하는데.”

“앙상블?”

“응, 조별 과제.”


과제, 라는 단어에 내 미간이 팍하고 찌푸려졌다.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하는 것도 귀찮은데 과제가 있다니. 심지어 그게 조별 과제란다.


조별 과제가 무엇인가?


사이가 좋았던 사람들의 관계도 파탄 내는 악마의 시험이다. 순간, 머릿속으로 인터넷에서 보았던 조별 과제 잔혹사들이 떠올랐다.


“어, 그래. 그렇구나.”

“응, 네가 입원하는 동안 정해졌어.”

“음. 그러면 뭘 해야 하는데?”

“너 전공이 작곡이잖아? 그러니까 편곡 해주면 돼. 난 노래를 하고, 같이 하는 다른 애는 연주.”

“아, 뭐. 그런 거면. 어떤 곡으로 하면 되는데?”


조별 과제라고 해서 좀 긴장했는데, 편곡 정도는 뭐. 쉽지. 리믹스나 편곡의 경우 취미 생활로도 자주 했다 보니 내게 있어서 그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다.


“그건 같이 정해야지. 인스타 그룹 채팅방 만들테니까 연락 받아.”

“그래.”


내 대답에 안주인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내게 사탕 하나를 꺼내 주었다. 갑작스러운 선물에 나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안주인한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단순히 예쁜 애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씨도 좋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사탕까지 선물해주고. 안 그래도 입이 심심했는데 잘 됐다고 생각하며 안주인이 주고 간 사탕을 까서 입에 집어넣는 순간.


내 얼굴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아이, 씨발.”


이거 골리아 캔디잖아.



§




“후우.”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경건한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 깊은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조작해서 메일함을 딸칵-, 하고 눌렀다.


“하.”


그리고 메일함을 확인한 순간, 내 입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엔터 회사들에 데모곡-블랙 포레스트(가제)-을 보냈는데.


어째, 답장이 하나도 없다.


“늦네에, 답장.”


이러다가 저 통장이 텅 비어버려요?


내 통장만큼이나 허전한 메일함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혹시나 해서 초콜렛을 입에 집어넣으며 수신 확인을 해보았더니 [읽음] 표시가 띄어져 있는 메일은 고작 2개 밖에 없었다.


아무리 어제가 일요일이고 데모곡을 확인하는 담당자들이 바쁘다지만. 하루가 지나도록 메일조차 확인을 하지 않았을 줄이야.


GR 엔터에서 일할 때는 주말이고 새벽이고 보내면 10분 안에 답장이 왔었는데!


녹아버린 초콜릿을 씹어 삼키며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가이드 녹음을 해결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할 줄이야.


내가 너무 자신이 넘쳤나?


아니야.

한국에 나만큼 노래 잘 만드는 놈이 얼마나 된다고?


평소 같으면 조금 느긋하게 기다릴 텐데, 이게 통장 잔액을 보면 자꾸 초조해진다. 아직 돈이 좀 남았기는 한데 만약에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답장 하나가 안 온다면?


진짜 알바라도 해야 하나? 알바를 하는 거에 거부감을 가진 건 아니지만, 시간이 뺏기는 게 싫다. 그 시간이면 만들 수 있는 노래가 몇 곡인데.


다른 데모곡이라도 작업할 수 있으면 차라리 괜찮을 텐데. 류아가 바쁘니까 그것마저 힘들다. 사탕을 깨물어 먹으면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작업 프로그램을 켰다.


고민을 한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도 아니고.

일단, 작업이나 하자.


GR 엔터에 있던 시절에 작곡을 한 곡은 많지만, 그것들은 사용할 수 없다. 저작권 문제라기보다는 GR 엔터에서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이 그 곡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곡을 사용했다가 GR 엔터에서 눈치 채면 골치가 아파진다. 어쩌면 표절이나 도둑질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곡들은 GR 엔터에서 나온 뒤에 독자적으로 만든 곡들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던 곡들.


“아까운데.”


그 사실에 속이 쓰리다. GR 엔터에 있을 때, 내가 만든 곡의 퀄리티가 좀 좋아야지. 당시, 나는 호라이즌의 차기 앨범과 더불어서 GR 엔터에서 새로 데뷔시키려는 걸그룹의 노래도 준비하고 있었다.


덕분에 남돌, 여돌 가리지 않고 당장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곡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그걸 전부 사용하지 못 하다니.


물론, GR 엔터에서도 사용하지 못 하는 건 마찬가지긴 하지만.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다. 아쉬움을 참으며, 작곡 작업만 한 곡의 편곡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경계를 하며 핸드폰을 확인한다.


[류아]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류아였다. 핸드폰 액정에 떠있는 이름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 오빠.

“응. 무슨 일이야?”


혹시, 저번에 가이드 녹음을 했을 때, 시간이 괜찮으면 다른 곡의 가이드 녹음도 부탁하는 나의 말을 기억해준 건가?


-아, 그 다름이 아니라. 오빠 혹시 그 우리 회사에 대해서 알고 있어?


아, 그게 아니구나.

괜히 혼자 감동 받을 뻔 했네.


“너네 회사?”

-응. 내가 아이돌로 있는 회사.

“RYU 엔터인가, 거기 맞지?”

-응응, 맞아.


묘하게 들떠있는 류아의 목소리에 눈을 깜빡인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 임아현이 된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인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생각하고 있는데 류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우리 회사 매니저 오빠가 오빠하고 미팅을 하고 싶다는데.

“뭐?”


류아의 회사 매니저가 나랑 미팅을? 왜? 류아가 아직 미성년자니까 대신 상담이나 면담을 요청하는 건가? 아니, 근데 나도 미성년자잖아?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시 되묻는다.


“미팅?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 그게 그 매니저 오빠, 아니 매니저님이 내가 오빠 노래에 가이드 녹음을 한 걸 들었더라고.

“아.”


거기까지만 들었을 뿐이지만, 어째서 매니저가 미팅을 요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 노래를 들은 매니저는 깜짝 놀랐겠지.


-어머나, 세상에. 이 엄청난 곡은 뭐야?

이런 식으로.


매니저는 당연히 이런 곡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을 테고. 그래서 류아에게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겠지.


“RYU 엔터라.”


어제 봤던 키치(Kitsch)의 뮤직 비디오를 생각하면 실력이나 돈이 있는 곳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회사에 내가 만든 노래를 주고 싶지 않다.


확실하진 않지만 RYU 엔터가 내게 원하는 건 내가 만든 ‘노래’일 거다. 19살인데다 경험 한 번 없는 나한테 프로듀싱 권한을 줄 리는 없으니까.


문제는 그렇게 곡을 팔아버리면 더 이상 내가 곡에 터치를 할 수 없단 말이지.


나는 내가 만든 노래가 망가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물론, 미래를 위해서 곡을 팔 생각을 했던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메일을 보낸 회사들한테 만이다.


내가 메일을 보낸 회사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송캠프를 운영하고 있거나, 실력 있는 메인 프로듀서가 있는 곳들이니 내 노래를 괜찮게 완성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RYU 엔터에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키치의 노래 수준이 그 따위가 아니었겠지.


“흐음.”


어떻게 해야 하나.


새로운 사탕 하나를 까서 입에 넣으며 고민에 빠진다. 마음 같아서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다른 회사의 메일을 기다리고 싶지만.


다른 회사에서 내게 답장을 준다는 확신이 없다.


-오빠?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류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메일을 확인한다. 여전히 답장은 하나도 없고 수신 확인을 한 곳은 2곳 뿐.


그걸 확인한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그래, 언제가 좋은데.”


그 미팅을 받아들였다.


작가의말

골리아 캔디는 성악가들이 자주 먹는 이탈리아 목캔디로 감초가 들어간 캔디입니다. 식감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타이어 같습니다.


그래도 목에는 좋으니 목이 아프신 분들은 한 번 드셔보세요. 대신, 깨물어 먹으면 안 되고 살살 녹여 먹어야 합니다.


PS : 선작과 추천 그리고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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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6 – I Really Want to Stay by Your Side. (욕설 수정) +27 24.05.16 9,443 360 16쪽
39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5 24.05.15 12,387 412 20쪽
38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6 24.05.14 13,486 367 18쪽
37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7 24.05.13 14,179 424 15쪽
36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9 24.05.12 14,439 423 17쪽
35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7 24.05.11 15,475 398 13쪽
34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4 24.05.10 15,874 439 13쪽
33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5 24.05.09 16,480 453 17쪽
32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2 24.05.08 17,148 485 16쪽
31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수정) +24 24.05.07 18,564 435 15쪽
30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5 24.05.06 18,404 452 15쪽
29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19 24.05.05 17,644 474 16쪽
28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17 24.05.04 18,395 474 15쪽
27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4 24.05.03 19,254 513 16쪽
26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3 24.05.02 19,238 491 15쪽
25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2 24.05.01 19,170 528 13쪽
24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1 24.04.30 19,803 494 17쪽
23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6 24.04.29 20,551 471 16쪽
22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32 24.04.28 20,696 460 19쪽
21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0 24.04.27 20,151 452 14쪽
20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6 24.04.26 20,403 455 13쪽
19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0 24.04.25 21,370 467 12쪽
18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0 24.04.24 22,177 499 13쪽
17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3 22,564 488 13쪽
16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7 24.04.22 23,459 512 13쪽
15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7 24.04.21 24,706 490 13쪽
14 EP2 – 언제나 지금이 가장 저렴한 남자. +21 24.04.20 24,716 528 12쪽
13 EP2 – 언제나 지금이 가장 저렴한 남자. +37 24.04.19 24,910 53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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