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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빠가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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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4.03.31 05:30
최근연재일 :
2024.05.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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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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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EP2 – 언제나 지금이 가장 저렴한 남자.

DUMMY

8.

[류아]

내일 오후 6시.

장소는 핑크골드 연습실 근처 카페.


“느아아앗.”


어제 저녁 류아가 보낸 카톡을 보며 크게 하품을 한다. 오늘도 학교에 오자마자 자리로 가서 누웠다가 일어나니, 모든 수업이 끝나 있었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내 등록금 녹는 소리처럼 들려 기분이 참 그지 같았다. 뭐, 정확히 말하면 내 돈이 아니긴 한데.


이게 죄악감, 죄책감이 엄청나다고 해야 하나. 마음속으로 부모님한테 사죄를 하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누가 전화를 걸었나, 해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액정에 [류아]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이 자느라 잠긴 목을 가볍게 풀면서 전화를 받는다.


“왜?”

-수업 다 끝났지? 지금 오고 있어?

“아니, 수업은 끝났는데 집에 들렸다가 가려고.”

-집에? 왜?

“교복 입고 가는 건 좀 그렇잖아.”


RYU 엔터에 딱히, 기대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팅인데 교복을 입고 가는 건 좀 그렇다. 내 대답에 류아는 짧게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오빠, 우리 회사 되게 괜찮은 회사거든? 사장님도 능력 있으신 분이고, 매니저님도 좋은 사람이야. 건물 외관이 좀 별로기는 해도 내부는 괜찮다고 생각해.

“응, 그렇구나.”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봐.


아무래도 류아는 내가 RYU 엔터와 계약을 맺었으면 좋겠나 보다. 하긴, 그런 노래로 활동하다가 내 노래를 들었으니 욕심이 나겠지.


“뭐,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대답을 한 뒤에, 전화를 끊고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핸드폰과 무선 이어폰, 지갑 청도만 챙겨서 약속 장소인 카페로 향한다.


걸어가기엔 RYU 엔터의 사옥이 좀 먼 거리에 있었지만. 시간 여유가 있는데다가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곧이어 미팅 장소인 카페에 도착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 카페였는데 가게 전체에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아이스 초코 하나 주세요.”


아직 약속 상대가 오지 않은 것 같기에 먼저 주문을 한 뒤에, 구석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키치의 매니저한테 연락을 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꺼내 그 순간.


“안녕하세요. 임아현씨, 맞으시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듣는, 그렇지만 내게 있어서 너무나 익숙한 그 목소리에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


그리고 그 사람은 놀랍게도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훈아형?”


이훈아.

GR 엔터 3팀의 부팀장이자 나와 제법 친했던 형.


이 형이 왜 RYU 엔터에?




§




소년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이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키치의 매니저인 이훈아입니다.”

“아, 저기. 그, 네. 임아현이라고 합니다······.”

“하하, 류아한테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 앉아도 괜찮을까요?”

“네, 예.”


당황하는 소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이훈아는 다시 한 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은 임아현을 관찰했다.


‘누가 류아하고 남매 아니라고 할까봐. 잘생겼네.’


살짝 날카롭기는 한데. 그래도 제법 눈에 띄는 외모다. 류아한테 듣기로는 연화예고의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한다는데 생긴 걸 보면 아이돌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다.


“류아한테 들으셨겠지만 제가 미팅을 요청 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류아가 가이드 녹음을 한 곡 때문입니다.”

“예, 뭐. 그렇겠죠.”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노래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아서요.”


자신의 노래를 칭찬하는 이훈아의 말에 임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훈아를 바라보았다.


이훈아.

그는 임아현과 아는 사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임아현이 아니라 ‘주하인’하고 아는 사이다. 주하인이 GR 엔터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시절, 이훈아도 GR 엔터에서 팀장으로 일했었으니까.


‘훈아형이 RYU 엔터에?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임아현이 알기로 이훈아는 GR 엔터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능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RYU 엔터 같은 중소 회사에서 매니저 일을 하다니.


‘혹시, 회사에서 쫓겨난 건가?’


대체 자신이 죽어있던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임아현이 이훈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훈아가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장르인 이지리스닝인데, 확실히 꽂히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요즘 나오는 이지리스닝 중에 그렇게 꽂히는 부분이 있는 노래가 없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거야, 뭐.”


‘내가 만든 노래니까.’


이지리스닝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장르다. 당연히 그 시작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POP 가수지만. 한국에서 이지리스닝을 유행시킨 가수는 호라이즌, 그러니까 주하인이다.


“혹시, 만들어놓은 다른 노래가 있으신가요?”

“3곡정도 있어요.”


만들어놓은 곡이나 멜로디는 몇 백곡이 있지만, 지금 들려줄 수 있는 곡은 3곡뿐이다. 임아현의 대답에 이훈아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으음, 원래는 아직 들려줄 생각이 없었는데.”

“네?”

“잘 들어보세요.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시면 안 돼요. 그랬다가는 온갖 회사들에서 프로듀서를 해달라고 조를 테니까요.”


그리 대답한 임아현은 이어폰을 꺼내 이훈아에게 건네주었다.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함이 느껴지는 임아현의 말에 이훈아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어폰을 귀에 착용했다.


이어서 임아현이 핸드폰을 조작해 노래를 재생시키자 이훈아가 착용한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이훈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뭐야, 이건.’


충격적이었다. 그거 말고 다른 표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임아현이 만든 노래는 좋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이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지어 더 놀라운 점은 곡마다 장르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지리스닝, R&B, 밴드 사운드의 음악, 심지어 힙합을 베이스로 한 사운드까지.


한 가지 장르만 잘해도 놀라운 수준인데 세 곡 전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좋았다.


‘지금까지 많은 천재를 봤지만.’


이훈아는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 회사 중 하나인 GR 엔터에서 일했다. 그 덕분에 온갖 뛰어난 재능들을 가진 원석들을 보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빛나는 원석은 처음이다.

아니, 이건 원석 수준이 아니다.


‘이 정도면 이미 가공을 마친 보석이야.’


그것도 장인이 가공한 보석.


“지금 임아현씨가 몇 살이라고 했죠?”

“19살이요.”


아이스 초코에 꽂힌 빨대를 휘저으며 임아현이 답했다. 그 대답에 이훈아는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19살에 이런 재능이라니.


‘하인이도 이 정도 재능도 아니었는데.’


한때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듀서라 불렸던 인물이자 친했던 동생을 떠올린 이훈아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곡가를 만나 본 이훈아지만 그만큼 뛰어난 작곡가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만한 재능을 가진 소년이 나타난 것이다.


“아현씨가 작곡과라고 했죠?”

“네.”

“그러면 작곡가가 되실 생각이죠?”

“아뇨. 프로듀서요.”


작곡가가 곡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프로듀서는 곡 전체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즉, 이 소년은 단순히 곡만 만드는 게 아니라 디렉팅이나 엔지니어링에도 관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다.


“프로듀서라. 그렇다면 지금 이 곡도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 할 생각이신가요?”

“가능하다면요.”

“혹시,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제가 만든 노래니까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임아현의 모습에 이훈아는 침을 삼켰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부터 욕심이 났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더 욕심이 난다.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을 정도로.


“지금 당장 임아현씨가 프로듀서를 맡는 건 힘든 일입니다. 아시죠?”

“알고 있어요.”


임아현이 가진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임아현의 나이는 고작 19살이다. 재능만 믿고 맡기기에는 메인 프로듀서란 자리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 임아현씨가 욕심이 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업계에서는 가끔 그런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이 튀어나오거든요.”


고등학생이란 나이에 자작곡으로 한국을 뒤집는 천재 가수라거나, 처음 만든 노래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말도 안 되는 작곡가라던가.


또는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했던 빌보드 차트 진입을 이뤄낸 프로듀서라던가. 아주 극소수지만 가요계에는 그런 인물들이 나타날 때가 있다.


그리고 이훈아가 보기엔 임아현에게는 그런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잠시 전화 좀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예? 아, 예. 하고 오세요.”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훈아는 카페를 나서며 RYU 엔터의 사장인 송선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 연결음 이후, 송선율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임아현을 만났습니다.”

-그래? 어때?


송선율의 말에 이훈아는 임아현에 대해서 생각했다. 19살이란 나이에 말도 안 되는 완성도의 곡을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존재.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재앙과도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


“괴물이네요.”


천재라는 표현만으로 부족한 그 이상의 존재.

그게 이훈아가 평가한 임아현이었다.


-위치 찍어 보내 봐.

“예.”


이훈아는 전화를 끊은 뒤에, 창문을 통해 카페 내부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이스 초코를 마시며 행복하다는 듯이 웃고 있는 임아현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야만 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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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P6 – I Really Want to Stay by Your Side. +16 24.05.19 10,713 339 14쪽
41 EP6 – I Really Want to Stay by Your Side. +17 24.05.17 13,906 386 20쪽
40 EP6 – I Really Want to Stay by Your Side. (욕설 수정) +30 24.05.16 14,691 433 16쪽
39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8 24.05.15 15,886 46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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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1 24.05.13 16,675 462 15쪽
36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6 24.05.12 16,854 458 17쪽
35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0 24.05.11 17,780 433 13쪽
34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7 24.05.10 18,133 475 13쪽
33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8 24.05.09 18,734 489 17쪽
32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5 24.05.08 19,342 516 16쪽
31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수정) +26 24.05.07 20,852 464 15쪽
30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8 24.05.06 20,566 482 15쪽
29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2 24.05.05 19,694 504 16쪽
28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19 24.05.04 20,447 501 15쪽
27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6 24.05.03 21,315 541 16쪽
26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6 24.05.02 21,282 521 15쪽
25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5 24.05.01 21,236 554 13쪽
24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2 24.04.30 21,899 526 17쪽
23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7 24.04.29 22,655 495 16쪽
22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35 24.04.28 22,802 483 19쪽
21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7 22,160 473 14쪽
20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7 24.04.26 22,442 476 13쪽
19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5 23,460 489 12쪽
18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4 24,310 525 13쪽
17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2 24.04.23 24,697 516 13쪽
16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8 24.04.22 25,657 5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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