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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빠가 천재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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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4.03.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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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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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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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DUMMY

22.

안주인의 녹음을 끝낸 다음 날.


“캐치, 캐치~.”


가장 험난한 산을 넘었다는 사실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녹음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긴 하지만. 안주인의 녹음을 끝낸 이상 내게 두려운 건 없다.


류아?

분량만 따지면 제일 많기는 한데. 크게 어려운 부분도 없고 반복되는 파트가 많아 막상 작업에 들어가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한겨울?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파트의 담당이지만. 난이도만 따지면 안주인의 파트인 킬링파트보다 쉬운 편이다.


거기다 두 사람 다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니 누구처럼 몇 번씩 재녹음을 할 일도 없을 거다.


-캐치, 캐치, 캐치.

내게 다가와.


이것 봐.

내가 말한 대로잖아.


모니터 너머로 노래를 부르는 류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류아의 실력은 진짜다. 처음 하는 녹음인데도 불구하고 음정, 박자, 그 무엇 하나 틀리지를 않는다.


가끔 발음이나 감정을 틀릴 때가 있기는 한데. 그마저도 한 번 알려주면 바로 알아듣는다. 사장님한테 진짜 미안한 말인데, 류아는 왜 저런 실력을 가지고 이런 회사에서 데뷔한 거지?


류아 정도의 외모에 실력이면 어느 회사를 가도 환영 받을 텐데.


다른 회사에서 눈독을 들이기 전에 사장님이 채간 건가? 만약에 그렇다면 사장님은 운이 굉장히 좋은 거고, 류아는 운이 더럽게 없는 셈이다.


새삼 류아의 실력에 감탄을 하고 있는데,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양손 가득히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사장님이 보였다.


아니, 사장님이 여기는 무슨 일로?


“수고가 많으시네요. 간식거리 좀 사왔는데 제가 방해한 거 아니죠?”

“어휴, 방해는요. 그게 무슨 소리세요.”


장바구니에서 고급 초콜렛을 꺼내는 사장님의 모습에 진심을 담아 말했다. 세상에, 저건 9조각에 5만원이 넘는 최고급 초콜릿?


“아현씨가 초콜렛을 좋아한다고 해서 괜찮아 보이는 걸로 골라왔는데. 이것도 좋아해요?”

“그럼요, 물론이죠. 당연하죠.”

“잘 됐네요. 이거 다 아현씨 거예요.”


초콜렛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게 내미는 사장님의 모습에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장바구니를 받았다. 이렇게나 많은 초콜렛을 주다니.


“녹음은 잘 되어 가요?”

“물론이죠. 한 번 들어보실래요?”

“네, 들어보고 싶네요.”


사장님의 말에 녹음 부스 안에 있는 류아를 불러내고는 지금까지 작업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들은 사장님은 노래가 끝나자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이 아현씨의 디렉팅이 굉장하다고 칭찬 일색이길래, 대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진짜, 장난 아니네요.”

“뭘요, 아직 멀었죠.”

“너무 겸손하지 않아도 돼요.”

“아, 겸손이 아니라 작업이 아직 멀었다는 의미에요.”


내 디렉팅이 대단한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 자존심이 강한 호라이즌의 멤버들마저 솔로 앨범을 발매할 때, 디렉팅만큼은 나한테 요청했을 정도니까. 뭐라고 했더라? 내가 만든 노래는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성에 맞지 않지만, 디렉팅 만큼은 인정이라고 했던가?


“아, 그, 그런 의미군요.”

“네, 그래도 멤버들 실력이 너무 좋아서 좋은 노래가 나올 거 같아요.”

“그렇죠? 우리 애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애들의 실력 진짜 좋은 편이거든요. 특히, 류아의 실력은 아이돌로서 손에 꼽힐 정도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자, 잠깐. 저기, 그런 이야기는 저 없을 때 좀 해주세요.”


나와 사장님의 기습칭찬이 부끄러운지 류아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까지 붉어진 류아의 모습이 귀여운지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류아 네 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니까.”

“맞아. 순수 체급만 보면 네가 제일 높을 걸.”

“······진짜.”


류아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무래도 지금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가 보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는데 사장님의 흐뭇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매 사이가 굉장히 좋네요.”

“뭐, 나쁘지는 않은 편이죠.”


처음에는 여동생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어색했는데. 같이 일을 하면서 제법 친해졌다. 나를 의지하는 것도 나쁜 기분은 아니고.


“남매 사이가 좋으면 좋은 거죠. 아, 전 이만 가봐야겠어요.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요.”

“네, 들어가세요.”

“조심히 가세요, 사장님.”

“네. 녹음 힘내고요. 그리고 아현씨.”

“네?”

“작업 다 끝나면 우리 둘이서 이야기 좀 해요.”


이야기라니.


높은 사람하고 단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에 좋은 기억은 없는데. 그렇다고 거절을 할 수 없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중에 봐요.”


스튜디오를 나가는 사장님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류아가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왜?”


심히 부담스러운 그 시선에 눈을 깜빡이며 묻자, 류아가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순식간에 코앞에 다가온 예쁜 얼굴에 놀라서 몸을 뒤로 뺐다.


깜짝이야.


“뭐, 뭐야.”

“오빠.”

“응?”

“혹시, 어제 주인 언니하고 무슨 일 있었어?”


안주인?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그 어제 녹음을 끝내고 온 주인 언니가 좀 이상해졌더라고. 평소에 먹지도 않는 초콜렛을 보지를 않나. 혼자 ‘아냐, 아니야.’라면서 고개를 젓질 않나. 그래서 녹음할 때 무슨 문제가 있었나 해서.”

“살이라도 찐 거 아니야?”


그래서 초콜렛을 먹고 싶은 충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거지.


“그런가? 하긴, 스트레스 받으면 단 게 땡기기는 하니까.”

“그렇지. 아, 이제 다시 녹음 재개하자.”

“응.”


고개를 끄덕인 류아는 다시 녹음 부스로 들어갔고, 녹음을 재개했다. 그렇게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누군가 싶어서 문을 바라보니 마지막 녹음을 하는 한겨울이었다.


“아, 작업 중이었어요?”

“괜찮아요. 거의 다 끝났거든요.”


녹음은 전부 끝났고, 이제 마지막 확인 작업 중이다.


녹음을 마친 류아의 목소리가 얹어진 노래를 들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 흠 하나 보이지 않는 완벽한 녹음.


“아, 겨울이 왔네.”

“응. 겨울이가 왔어요~ 앗, 설마 내가 눈치 없이 방해한 거 아니지?”

“방해?”

“모처럼 생긴 사랑하는 오빠와 단 둘만의 시간을······.”


한겨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류아가 한겨울의 입을 막아버린 탓이다. 류아의 손에 입이 막혀버린 한겨울은 웁웁-, 하고 정체불명의 소리를 내었고.


“겨울아. 밟혀서 더러워진 눈처럼 만들어주기 전에 말 조심히 해.”


그런 한겨울을 향해 류아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나 다정한지 등에 소름이 다 끼치는 그 목소리에 한겨울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었는데, 류아 진짜 무섭구나.


앞으로 조심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마쳤고. 모든 녹음이 끝난 류아는 연습을 하러 간다며 연습실로 향했다.


이제 스튜디오에 남은 건 한겨울 뿐.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네!”


자신감 넘친 목소리로 대답하며 녹음 부스로 들어간 한겨울이 가볍게 목을 풀기 시작했다. 아아-, 하면서 목을 푸는 한겨을의 목소리에 속으로 감탄한다.


진짜, 음색 한 번 끝내주네.


단순히 실력만 보자면 류아가 더 위다. 류아의 보컬은 거의 완성이 된 수준이니까. 그러나 한겨울에게는 류아한테 없는 저 음색이 있다.


음색이란 곧 매력이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음색이 평범하면 매력이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류아는 아이돌 보컬로서는 뛰어난 보컬이어도 좋은 가수는 아니다.


반면, 한겨울의 경우엔 좋은 가수일지는 몰라도 아이돌 보컬로서는 좋은 보컬은 아니다. 개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와 조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겨울이 나를 만난 건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나만큼 저런 개성 강한 보컬을 잘 다루는 프로듀서는 한국에 없으니까. 또 자기 자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이건 딱히 자랑이 아니다.


내가 개성이 강한 보컬을 잘 다루는 건 재능이 아니라, 호라이즌 때문이니까.


7인조 보이 그룹인 호라이즌의 멤버들은 개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놈들이다. 절반 이상이 래퍼인데다, 락 보컬을 하는 놈도 있었고, 또 죽어라 R&B만 고집하는 놈도 있다.


7명 중에 그 흔한, 아이돌 같은 창법을 사용하는 놈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때문에 나는 매번 걔들의 목소리를 조율하느라 온갖 지랄을 해야 했고, 그 결과 특색 있는 보컬을 다루는데 도가 터버렸다.


-i want kiss, kiss.


노래를 부르는 한겨울을 바라본다. 듣기만 해도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보컬. 그런데 뭔가 약한 느낌이네. 저번에 노래 시켰을 땐, 좀 더 개성이 강한 거 같았는데.


-어때요?


모니터를 바라보며 묻는 한겨울의 모습에 잠시 고민한다. 좋냐, 나쁘냐 묻는다면 엄청나게 좋다. 다만, 뭔가 만족스럽지가 않다.


“혹시, 일부러 음색 다르게 하고 있어요?”

-네?

“뭔가 저번이랑 다른 거 같아서요.”


내 말에 한겨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제 목소리가 좀 많이 튀잖아요? 그래서 저번에 불렀을 때와는 다른 창법을 쓰고 있어요.

“어쩐지 약한 느낌이더라. 그러지 마요. 자기 매력만 깎아먹는 짓이니까.”

-어, 그러면 너무 튀지 않을까요?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다시 해볼게요.”


한겨울은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i want kiss, kiss.


다시 한겨울이 녹음을 시작한다. 아까와는 달리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훨씬 강렬해진 한겨울의 보컬에 고개를 끄덕인다.


“키스에서 딱 끝내지 말고. 스으-라고 발음을 흘려주세요. 그게 더 매력적일 거 같으니까.”


내 말에 한겨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i want kiss, kiss.

“네. 다음 갈게요.”


내가 한 티칭대로 노래를 부른 한겨울을 향해 그리 말하며 계속 녹음을 진행한다. 다른 멤버들의 경우 녹음을 진행할 때마다, 칭찬을 해줬지만 한겨울은 그러지 않는다.


한겨울이 보기보다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다는 훈아형의 조언 때문이다. 칭찬을 받을 때마다, ‘이 정도는 해야죠.’ ‘메인 보컬인데 이것도 못하면 어떻게 해요.’ 라는 말을 했다지.


전형적인 본인에게 한없이 엄격한 스타일. 저런 스타일은 계속 칭찬을 해주기보다는 ‘이 정도는 당연하지.’라는 느낌으로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딱 한 번 칭찬을 해주는 게 더 잘 먹힌다.


왜 그렇게 잘 아냐고?

경험을 해봤으니까.


이게 미디어에는 사랑스럽고 멋진 모습만 내보내서 그렇지. 금쪽이 같은 아이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괜히, 회사에서 SNS 금지 시키고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내 이야기가 아니야.

“아, 그렇게 말고요. 내, 에서 한 번 쉬고. 이야기. 그 다음으로 가. 아니야.”


녹음을 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곧바로 노래를 끊는다. 그렇다고 칭찬이나 혼을 내지는 않는다. 그저,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라는 느낌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말해줄 뿐.


-내, 이야기, 가 아니야.


그러면 한겨울은 내 티칭을 수행했다. 몇 번씩이고 재녹음을 할 때면,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본인이 직접 다시 녹음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거 알아요? 겨울씨 녹음, 안주인씨 다음으로 오래 걸린 거?”


그 덕에, 한겨울의 녹음은 두 번째로 오래 걸렸다. 그 사실을 말해주자 한겨울은 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히도 자존심이 상했나 보네.


“죄송해요. 더 잘해야 했는데.”

“뭐, 저하고는 처음 작업하는 거니까요.”

“그건 다른 멤버들도 똑같잖아요.”

“그것도 그런데. 제가 겨울씨한테 기대하는 기대치가 좀 높아서요. 어지간해서는 만족이 안 되더라고요.”


거기까지 말을 한 나는 모든 녹음을 마친 노래를 재생해주었다. 아이사부터 시작해서 이단아, 류아, 안주인 그리고 한겨울의 목소리가 얹어진 완벽한 녹음본.


그 녹음본을 들은 한겨울은 아무런 말도 없이 노래를 듣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끝내주게 잘 나왔네요. 잘했어요.”


내 말에 한겨울은 눈을 깜빡였다. 아무래도 계속 칭찬을 해주지 않다가, 갑자기 칭찬을 해주니 놀랐나 보다.


“이건 상이에요.”


그런 한겨울에게 아까 사장님한테 받은 초콜렛 중 하나를 주었다. 그 초콜렛을 받은 한겨울은 잠시 초콜렛을 바라보더니 초콜렛을 먹으면서 말했다.


“프로듀서님은 뭔가, 오빠라는 느낌이 강하네요?”

“그래요?”

“네.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다소 뜬금없는 한겨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겨울이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오빠. 아, 뭔가 이러니까 류아한테 NTR 하는 느낌인데요?”


······얘가 정상은 아니네.




§





드디어 캐치의 녹음이 전부 끝났다.


물론, 믹싱이나 마스터링 작업이 남긴 했지만. 이건 내가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전문 엔지니어링한테 맡길 생각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노래가 워낙 좋아서, 결과물도 좋을 겁니다.”


스튜디오의 사장님이자 유명한 엔지니어인 김대광 사장님한테 믹싱과 마스터링을 부탁한 뒤에, 굉장히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으아, 좋다.”


침대에 몸을 던진 나는 그대로 테블렛을 꺼내들었다. 믹싱과 마스터링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저번에 보려다가 못 본 밀린 미디어를 즐기기 위해서다.


내가 죽어있던 1년 사이 나온 신작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이북으로 만화책하고 소설도 즐겼다.


그렇다고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다. 해당 작품에서 나온 감정선을 공부하고, 작품에서 사용하는 노래나 사운드를 들으며 그 장면을 공부했다.


그렇게 밤새 공부를 하다가 학교를 가는 시간이 되었다. 녹음을 하던 중에는 학교를 갈 필요가 없었지만, 녹음이 전부 끝났으니 이제 학교를 가야 한다.


이른 아침, 학교에 온 나는 핸드폰을 이용해 어제 보던 막장 드라마를 재생했다. 불륜을 저지르는 부부가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불륜에 빠지는 내용의 드라마인데, 이게 장난이 아니게 맵다.


거의 핵불닭마라맛 3단계 수준.


“저기.”


정신이 나갈 정도로 매운맛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안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격하게 정사를 나누고 있는 드라마를 빠르게 멈췄다.


“오, 왜?”


깜짝이야, 설마 본 건 아니지?


“아, 그게 별 거는 아니고. 그, 있잖아. 너 혹시.”

“혹시?”

“그, 저번에 나한테 준 초콜렛 더 있나 해서.”

뭔가 했더니 초콜렛을 삥 뜯으려고 온 거였나. 이 나이 먹고 삥이나 뜯기다니.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내뱉으며 주머니에서 초콜렛 하나를 꺼내 안주인에게 주었다.


사장님에게 받은 최고급 초콜렛이라면 절대 안 줬을 텐데. 안주인이 원한 건 한 개에 100원도 하지 않는 싸구려 초콜렛이다.


이 정도는 내가 줄 수 있지.


“고마워.”


그런데 초콜릿을 받은 안주인이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초콜렛이 부족한가? 싶어서 새로운 초콜렛을 꺼내 안주인한테 주려는데 안주인이 내게 검은색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보답, 이야.”


검은색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안주인은 도망치듯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보답이라니. 뭔가 싶어서 상자를 뜯어보니 그 안에는 무려 초콜렛이 들어있었다.


사장님이 사다준 것만큼은 고급은 아니지만, 만원은 거뜬하게 넘는 생 초콜렛이.


“뭐지?”


100원도 안 하는 초콜렛은 삥 뜯으면서 보답으로 만 원짜리 초콜렛을 주다니. 이걸 살 돈으로 저 싸구려 초콜렛을 사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안주인의 기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기.”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별로 할 말도 없으면서 괜히 나를 부르지 않나.


“오늘은 회사 안 가?”

“믹싱 마스터링 맡긴 거 나올 때까지는 안 가지?”

“그, 그래도 아직 녹음 다 끝난 거 아니잖아. 수록곡도 있고.”


회사에 나오라고 말을 하지를 않나.


“우리 컨셉하고 안무 정해졌는데.”


안무가 나왔다면서 안무 연습 영상을 인스타로 보내주지를 않나. 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안주인의 기행이 이어졌다.


“헉, 혹시 안주인도 나처럼 빙의를 당했나?”


그 기행에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스튜디오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대광 사장님]

엔지니어링 끝나서 보내드립니다.

수정할 곳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믹싱과 마스터링의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이었다.


그 연락을 받은 나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회사로 달려갔다. 혼자 들어도 괜찮지만, 키치의 디렉터가 사장님인 만큼 같이 들어봐야 할 거 같아서다.


“그런데 얘네는 왜 왔어요?”


그런데 회의실로 가니 키치의 멤버들이 전부 다 와있었다. 내 말에 사장님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키치의 노래니까요. 애들도 들어봐야죠.”


딱히,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김대광 사장님이 보내준 음원 파일을 재생했다.


이윽고, 회의실에 설치 된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굉장히 집중하는 표정으로 그 노래를 들었다.


김대광 사장님한테 내가 원하는 사운드에 대해 설명을 드렸기는 한데. 같이 작업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혹시, 수정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법 잘 나왔네요.”


일단, 스피커로 듣기엔 이상한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헤드폰으로 한 번 들어보고, 싸구려 이어폰으로 한 번, 마지막으로 가장 유명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


“······.”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사장님은 물론이고, 키치의 멤버들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어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는 건가?


“혹시, 불만이라도 있어요?”

“불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류아의 공격적인 목소리가 돌아왔다. 뭐지? 그렇게 불만인 건가? 내가 듣기엔 딱히, 이상한 부분이 없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있으면 어디······.”


인지 말하려고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사가 내게 다가와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방방 뛰더니 잔뜩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 봐요! 내가 말했잖아! 우리 프로듀서 오빠 신이라니까? 임아현, 그는 신이야!!”

“임아현 펀치! 임아현 펀치!”


으음, 뭐.

아무래도 만족한 거 같네.

수정됨_한겨울 러프2.png


작가의말

한겨울(18세, 키 179cm)의 러프가 나왔습니다.


PS : 선작과 추천 그리고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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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35 24.04.28 22,599 483 19쪽
21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7 21,963 471 14쪽
20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7 24.04.26 22,229 474 13쪽
19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5 23,246 487 12쪽
18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4 24,087 523 13쪽
17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2 24.04.23 24,477 514 13쪽
16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8 24.04.22 25,420 536 13쪽
15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8 24.04.21 26,744 5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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