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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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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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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6
추천수 :
76
글자수 :
645,129

작성
24.06.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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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8

DUMMY

“이번 상품은 아주 싱싱한 품질을 자랑합니다!”


쾌락주의자의 경매 물품들이 차례대로 중앙에 있는 거대한 무대 위로 끌려왔다. 귀빈들은 원형으로 배치된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즐기거나 번호가 적힌 패들을 통해서 호가를 올렸다.


“네 16번, 16번··· 더 없으십니까? 낙찰입니다!”


경매 대상은 제국 서부의 곳곳에서 납치해오거나 일자리도 주거지도 없는 부랑민을 주워 온 거나, 사기를 통해 막대한 빚을 져서 자유를 빼앗거나 하는 등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불법 노예들이었다.


“귀빈 여러분, 저희가 제공하는 상품은 뒤탈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환불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의 도움도 받을 수 없거나··· 사실은 이 사회에서 사라져줬으면 하는 그런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긁어모아서 노예로 유통한다. 구매자들은 아무렇게나 사용하다가 싫증이 나면 버린다.


“다음은 이번 경매에서만 제공하는 아주 특별한 딜입니다! 무대 위로 눈과 귀를 집중해주세요!”


제국의 정중앙에 위치한 에듀그라운드의 가장 노른자 자리에 위치한 빌딩, 그 꼭대기에 위치한 이 비밀스러운 공간이야말로 제국의 부패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3번··· 아주 좋은 상품의 새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호가와 손짓에 따라서 노예들이 이리저리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어린 소녀를 몸종으로 삼으려는 중년 귀족, 당분간 가지고 놀 장난감이 필요했던 재벌 아가씨, 각종 인체 실험에 필요한 모르모트를 구하는 괴짜 마법사···.


“······.”


점점 달아오르는 경매의 열기에 그들은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그들은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가만히 앉아 때를 기다렸다. 리네아가 인질로 잡혀있는 이상 그녀의 안전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


그들이라고 해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호랑이의 입 속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정령이라는 비장의 패가 하나 있었다. 전신이 소거인으로 이루어진 정령이라면 건물의 외부에서 잠복하다가 언제 어디서든지 빌딩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호위 숫자가 백 가까이 되는군··· 근처의 귀빈들이 진짜 놈들인지도 의심스럽고···.’


애초에 쾌락주의자들을 섬멸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최우선 목표를 리네아의 안전으로 삼았다. 


놈들의 성향으로 볼 때, 리네아를 이용해서 그들을 심리적으로 몰아붙이고 싶어 할 테고, 그러면 리네아와 접촉할 기회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때 유스티아의 필살기를 이용해서 기습, 리네아의 안전을 확보하자마자 정령이 돌입, 그 품에 안겨서 빌딩에서 주변 강으로 뛰어내린다는 과감한 계획이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한 직후 녹화 녹음해놓은 비밀 노예 경매장의 존재와 놈들의 극악무도한 악행을 외부에 알려서 맞불을 놓는 계획이었다. 


“후···.”


물론 거대한 권력을 상대로 그들의 호소가 얼마나 통할지 미심쩍었고, 별 기대를 하고 있진 않았지만···.


‘하지만··· 이렇게 허술해 빠진 작전, 놈들도 어느 정도는 내다보고 있을 게 분명한데···.’


‘기본적인 소지품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우리를 이곳에 가둬둘 자신이 있다, 이건가.’


그들을 놈들의 본거지에 들인 것은 과연 놈들의 종말을 불러올 터무니없는 오만함인가? 아니면 그 어떤 돌발상황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압도적인 자신감인가?


“자, 다음 상품은 동부의 시골 마을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잘 육성된 걸 저희가 어렵게 구해왔습니다!”


“···!!!”  


마침내 무대 위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네아가 나타났다.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심하게 두들겨 맞아서 생긴 멍이 다리에 한가득, 제대로 걷지도 못해 직원들이 거의 들고나오다시피 했다.


“이런···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겉보기엔 상태가 그다지 안 좋지만, 어려서 금방금방 회복됩니다! 수고를 들여가면서 고쳐보는 경험도 어쩌면 여러분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는 당장이라도 나서서 사회자의 저 가증스러운 혓바닥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작전의 때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유스티아의 신호에만 참고 기다렸다.


“아 참, 그리고 이번 상품에는 특별 사은품도 하나 붙어있다는데요··· 그러면 바로 만나보실까요!”


“···?”


뒤이어서 한 아이가 끌려 나왔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서 험한 대우를 받던 아이는 자신을 돕고자 했던 착한 소녀가 고통에 신음하는 끔찍한 경험에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은 듯했다.


“흐윽··· 흐으으윽!!!”


아이가 목 놓아 통곡하는 가슴 아픈 광경에 유스티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어?”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파티장이 실제로 진동하고 있었다. 무대와 관객석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거대한 유리 외벽이 외부에서 휘몰아치는 폭풍에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무서운 비명을 내질렀다.


“이게 무슨 일이야!?”


“태풍이라도 온 거야?!” 


돌발 상황에 주변의 귀빈들이 술렁였고, 플라누스와 유스티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그들에게 있어서도 완전히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왜 벌써 들어오려고 하는 거지!?’


아직 유스티아가 작전 개시 신호를 준 적이 없음에도 밖에서 잠복하고 있던 정령이 당장이라도 유리창을 두들겨 부수고 진입하려 하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가강!!!!!!


결국 남쪽의 유리 외벽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 사이로 정령이 무대 한복판에 난입했다. 정령은 곧바로 리네아의 뒤쪽에서 적들에게 사로잡혀 있던 아이에게 향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설마 저 아이가!?”


초자연적 존재의 분노에 겁에 질린 적을 하나둘 짓이겨버린 정령은 마침내 그토록 구하고자 했던 자식의 바로 앞까지 당도했지만, 2층에서 돌입한 붉은 색의 섬광이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원귀··· 네 사정, 빈민가 주민들이 떠드는 걸로 잘 들었다. 자식의 울음소리가 그렇게 그리웠나?”


셰퍼드는 가차 없이 아이를 방패로 삼아서 정령의 팔다리를 아우라로 절단했다. 물론 전신이 소거인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정령에게는 치명타가 되지 못했지만, 적 마법사들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만들어줬다.


“기사는 섣불리 접근하지 말고 움직임만 막아라, 마법사는 화 속성 마법을 이용해서 통째로 태워라!”


플라누스와 유스티아가 품속에서 감춰뒀던 접이식 활과 검을 꺼내 들었다. 이런 고층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정령의 도움이 꼭 필요했고, 이렇게 된 이상 무력으로 포위망을 뚫어야만 했다.


“녀석들의 발을 묶어라!”


하지만 셰퍼드는 그들의 다음 행동을 정확하게 꿰뚫어 봤다. 주변에서 노예들을 사고팔던 귀빈들이 일제히 가면을 벗어 던지고 테이블 밑에 숨겨두었던 무장을 꺼내 들어서 그들의 주위를 에워쌌다. 


“쯧,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애초부터 쾌락주의자들은 그들과 직접 대면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자기 보신 하나만큼은 광적으로 집착하는 그들은 지금조차도 어디선가 중계 화면을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젠장, 사방이 적이여선!”


유스티아의 검은 하나하나 착실하게 적을 베어 넘겼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그들을 정령과 성공적으로 고립시킨 셰퍼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서는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쏴라!!!”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불길이 적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와서 정령에게 작열했다. 겉부터 하나하나 타들어 가면서 검과 아우라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했던 정령의 신체가 눈에 띅게 쪼그라들었다.


“!!!!!!”


하지만 정령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폭발적인 힘과 속도는 인간의 눈으로 쫓기가 힘들 정도였고 순식간에 마법사 사이로 파고들어서 그들을 도륙했다.


“흠, 자식을 지키는 부모의 힘인가.”


셰퍼드는 혀를 차면서 아이의 목을 쥐어 잡았다. 캑캑거리는 아이를 도시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빌딩의 특별한 전망대로 데리고 나갔다.


“봐라··· 네 아이가 내 손아귀에 있다.”


전망대의 정중앙에는 난간도 없이 다이빙대 같은 무언가가 깎아지른 절벽 밖에 외로이 매달려 있었다. 셰퍼드는 아이의 목을 붙잡은 채로 그 끝에 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선언했다.


“지금부터 이 아이를 강에 던질 거다.”


그건 처형대였다. 밑에는 에듀그라운드의 한복판을 관통하는 거대한 강이 고고히 흐르고 있었다. 이 높이에서 사람이 떨어진다면 물고기들이 먹기 좋은 다진 고기가 되어버린다.


“셰퍼드, 그만둬!!!”


셰퍼드는 유스티아의 경고에 냉소로 답했다.


“과연 구할 수 있을까?”


그는 망설임 없이 아이를 강 위로 떨어뜨렸다.


“안 돼!!!”


강 위로 추락하는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건 정령밖에 없었으나, 수많은 마법사에게 가로막혀 있었다. 길을 열어주기 위해 유스티아는 결전을 위해서 아껴뒀던 필살기를 어쩔 수 없이 꺼내 들었다.


“하아···!!!”


체내 소거인 총량의 50% 가까이 소모하여 전방의 모든 대상을 아우라 폭풍으로 수십 개의 조각으로 ‘분해’해버리는 무자비한 살상력, 시체의 수습조차 어렵기 때문에 인간 상대로는 사용하는 건 꺼렸지만···.


피이이이이이이익!!!!!!


16연격이 만들어낸 16개의 칼날은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적은 물론, 정령을 상대하던 마법사들의 육체를 가로세로 30cm 단위로 조각내버렸고, 폐와 기도마저 조각나버린 놈들은 비명조차 못 질렀다.


“!!!”


물론 정령은 아우라에 완전 면역이기 때문에 무사했고, 정령은 그녀가 만들어 준 돌파구를 통해서 무대 위에서 빠져나가, 셰퍼드를 그대로 지나쳐 강으로 추락하고 있을 아이를 향해 뛰어내릴 수 있었다.


“······.”


그 이후의 상황은 그들에게는 더 이상 확인이 불가능했다. 밑을 잠깐 내려다보던 셰퍼드는 이내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려서 천천히 다가왔다.


“불청객도 밖으로 쫓아냈으니···.”


셰퍼드는 등 뒤에서 쌍 낫을 꺼내 들어 교차시켰다. 동시에 사방에서 마도구가 분주하게 작동하는 소음을 내뿜더니, 무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진짜 귀빈들의 특별 발코니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발코니 중앙의 좌석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자가 주변 귀빈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포도주잔을 들고 일어서 앞으로 나섰다. 유스티아는 그 정체를 알아보고는 이마를 찌푸리면서 놈에게 칼을 겨눴다.


“···치안부장!!! 당신!!!”


치안부장이 외쳤다.


“우리의 흥을 돋우고, 굶주린 배를 가득 채우고, 절정을 선사할 진짜 파티를 시작하라!”


작가의말

2주 동안 기말고사 공부를 하면서 연재를 건너뛰었더니...





갑자기 내 인생이 엄청 여유로워진 것만 같은 착각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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