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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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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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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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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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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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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DUMMY

명문으로 소문난 에듀그라운드 종합시립학교의 소거인 학과 학생들이 폐던전에서 감쪽같이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작일 14:58분이었다. 실종 인원은 과제를 수행하던 학생 4명으로 집계되었다.


학생이 실종되었다는데 당연히 가만히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교수진 및 교관 수십 명은 그날 수업을 즉시 중단하고 폐던전으로 급하게 달려갔고, 그동안 소거인 학과 학생들은 학교 전체에 소문을 퍼 날랐다.


오랫동안 관리를 받지 않은 폐던전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그대로 묻혀버렸다더라. 진입 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다더라. 하지만 관리용 마도구가 있어서 아마 금방 찾을 것이다···.


남아있던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함구를 당부했지만, 하교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학교 밖의 카페에 모여서 몇 반의 누구가 실종되었고 누구와 친했는지 시끌벅적 떠들었으니 곧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퍼졌다.


“학생, 어느 쪽 폐던전에서 사고가 났다고?”


“동쪽 4구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글쎄요?”


곧 사고가 폐던전 입구에 구경하러 온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 했지만 망해버린 경찰과 구조대, 사망사고를 직감하며 멘탈이 박살 나버린 폐던전 관리 업체 직원들, 자교 학생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온 교원들과 특종의 냄새를 맡고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자자! 시민 여러분! 경찰의 구조 작업에 방해가 되니까, 자택으로 돌아가 주세요!!!”


“아니, 내 손녀딸이 갇혔다니깐!?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내 혈육이라고!”


“비켜! 이 겁쟁이 새끼들! 네놈들이 안 들어가면 이 늙은이가 직접 들어가서 구할 테니까!”


“하, 할아버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자리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대기를!?!?”


“야야! 저 사람 안 막고 뭐 해!!!”


뒤늦게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칼데의 할아버지가 폐던전에 억지로 진입하려고 했지만, 피해가 더 늘어나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경찰들은 할아버지를 붙잡았다. 오히려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하이에나처럼 할아버지에게 달라붙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반면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한 호프스네 부모님은 상대적으로 침착한 얼굴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그 옆에 앉은 마이는 용신교의 신에게 친구들의 무사 귀환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부탁합니다, 인텔리겐스 님···! 저희 호프스랑 플라누스, 칼데, 케시 셋이 무사히 살아오도록 인텔리겐스 님께서 길을 밝혀주시고···.”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다. 흥미를 잃은 시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정이 가까워지며 졸음이 몰려오던 바로 그 시각, 던전 내부에서 경찰들과 교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뭐야, 내가 졸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났나?”


“어? 잠깐만, 저 얼굴은···.”


그러던 와중에, 눈썰미가 좋은 기자 하나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실종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사진과 밖으로 나오는 사람 중 하나의 얼굴과 비교했다. 사진 속의 얼굴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는 큰 목소리로 모두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실종자들이다! 살아 돌아왔어!!!”


어찌나 목청이 컸는지, 방금까지만 해도 꾸벅꾸벅 줄던 사람들이 잠에서 번득 깼다. 경찰이 쳐놓은 접근 금지선까지 몰려든 사람들을 향해서 호프스와 칼데는 손을 흔들었다. 자신들을 걱정해서 몰려온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나!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시민들은 박수갈채와 함께 주변 민가의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솔직히 민폐를 끼친 거나 다름없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맞아주니 친구들은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잘 돌아왔다!!! 정말 다행이야!!!”


말하자면 그건, 점점 나빠지기만 하던 거리의 안전과 하루가 지날수록 팍팍해지는 지갑 사정에 절망감과 분노가 쌓여가던 시민들에게, 살아갈 수 있다는 기적과 희망을 선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호프스!!!”


“···누나!”


저 멀리서 밝은 미소와 함께 달려온 마이가 호프스를 와락 끌어안았다. 눈물겨운 가족의 상봉에 주변 사람들은 더욱더 환호했다. 보편적인 가족애에 눈물샘이 찔끔거리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저기, 호프스 학생 맞죠? 폐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런데 한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댔다. 당연한 말이지만 친구들은 당장 병원으로 이송되어서 상태를 살펴야 해 느긋하게 인터뷰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자자! 기자 양반! 실종 학생들은 지금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태이니까요, 폐던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날이 밝는 대로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테니까···.”


경찰들은 특종을 붙잡으려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로부터 친구들을 보호하려 했지만···.


“안에 숨겨진 공간이 있었어요!”


“뭣···?!”


정작 수많은 사람의 관심에 들떠버린 호프스를 막을 생각은 못 했다는 것이 그들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호프스 학생!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어요?!”


“자, 잠깐만 학생?! 대답하지 말고 일단···.”


경찰이 뒤늦게 말리려고 했지만, 폭주하는 호프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저희 조는 지하 깊숙한 곳까지 떨어지는 함정에 걸렸어요!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저 밑에 숨겨져 있었고요, 말로만 듣던 몬스터까지 있었다니까요!”


“모, 몬스터라고요? 호프스 학생?! 정말이에요?”


호프스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특종감이라는 걸 확신한 기자들의 얼굴이 희열로 물들었고, 대조적으로 시민들 사이에서는 웃음기가 싹 가셨다.


“예! 까딱하면 죽을 뻔했다니까요?! 수만마리는 되는 듯한 몬스터가 떼거리로 쫓아다니면서 밟아 죽이려고 하고, 끝없는 계단과 계층에 그런 괴물들이 아주 확 막 그냥! 와, 여러분들이 그 광경을 봤다면···!?”


“학생? 학생 말대로 몬스터가 있다면, 여긴 폐던전이 아니겠네요? 이 에듀그라운드의 던전이 아직 살아있다는 거죠? 지금 당장이라도 던전에서 몬스터가 도시로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 마지막 질문에 호프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네? 어···?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단숨에 180도 뒤집혔다.


“뭐, 뭐라고? 몬스터 10만 마리가 저 안에!?”


“예? 아니, 저는 10만 마리라고 한 적이 없는···.”


호프스의 얘기를 잘못 들은 시민들이 웅성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아무 힘도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하면 그대로 도륙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공포가 전염되면서 오해가 퍼지기 시작했다.


“던전이 살아있다! 대악마 다이스롤러의 수하들이 땅 밑에서 우리 목숨을 여전히 노리고 있어!!!”


“모두 도망가!!! 몬스터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했어!!! 곧 이곳은 전쟁터가 될 거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빨리 본사에 이 소식을 알려! 이건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특종이다! 던전이 발견됐어! 그것도 죽은 줄만 알았던 에듀그라운드의 폐던전 밑에서!!!”


“뭐!? 여기 밑에 몬스터 100만 마리가 잠들어있다고!? 아니, 사실은 1000만 마리라고!?!?”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괴소문에 호프스는 뒤늦게 자신의 실언을 정정하려고 했지만


“1000만마리라니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직접 본건 까짓거 많아 봤자 수십마리 밖에···.”


“직접 본 거보다 훨씬 더 많은 몬스터 있을 거라는데!? 그러면 뭐야, 1억 마리 이상이라는 거야!?!?”


“이 도시의 지하에 몬스터 1억 마리가 있다는 거야! 그놈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이 도시는 끝장이야!!!”


“잠깐만, 그러면 이 근방의 집값이 내려가겠네? 지금이 어쩌면 투자의 기회일지도 모르겠는걸!?”


“이 등신은 다 뒤지게 생겼는데 집값이 문제냐?! 당장 짐 싸서 다른 도시로 도망가야지!!!”


충격과 공포에 빠진 시민들이 마구잡이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경찰들이 어떻게든 통제를 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수백명이 통제선 바깥으로 도망가버린 후여서 손쓸 방법이 없었다.


“···시발, 좆됐다. 몇 년만 더 버티면 승진인데···.”


현장을 책임지는 경감은 완전히 조져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곤 강렬한 현기증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상부에 시말서를 제출하고는 질질 짤 때까지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자신의 미래가 보이기라도 한 것일까···?


“어, 어쩌죠? 경감님?”


호프스는 여전히 기자들 앞에 서서 자신의 실수를 주워 담기 위해서 열심히 변명을 내뱉고 있었다. 혈압이 최고를 찍은 경감은 호프스를 가리키면서 악에 받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너 뭐해? 당장 저 새끼 입 처막으라고!!!!!!”


* * *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생 실종 해프닝이 아니었다.


다음 날 새벽이 채 밝기도 전에, 에듀그라운드의 폐던전 밑에서 새로운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첩보가 통신망을 타고 제국 전역에 퍼졌다.


에듀그라운드 시 정부에 연줄이 있는 귀족들과 이익 집단들은 각자의 정보 라인을 총동원하여 그 찌라시가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곤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에듀그라운드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살아갈 뿐인 이류 도시지만, 과거에는 던전 도시라고 불리며 제도에 비견될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였다.


몬스터에게서 얻는 마석은 반영구기관으로서 현 인류의 방대한 에너지 소비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이고, 아티팩트는 하나하나가 놀라운 기술의 집약체이며 발견될 때마다 마법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링 월드의 세계 질서를 지탱하는 한 축이 바로 던전인 것이다. 그렇게나 중요하고 귀중한 던전이, 제국 사람들이 하늘에 기도하며 찾아 헤매던 던전이 다시금 이 에듀그라운드에 선물처럼 찾아온 것이다!


운 좋게 아티팩트 하나라도 건진다면 경쟁 기업을 따돌리고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십조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데 수조를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제국의 거대 기업들이 에듀그라운드로 돌아온다.


던전에서 나오는 무언가가 제국의 정치과 경제를 뒤흔들까 봐, 혹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고자 하는 야망 있는 제국의 귀족들과 정치가들이, 각자의 정보원들과 사병들을 이끌고 에듀그라운드로 돌아온다.


도시의 경제가 활성화되자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맡는 용병들이, 꿈과 낭만 그리고 일확천금을 찾아 헤매던 모험가들, 한탕을 노리는 거대 범죄 조직, 놈들을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이 에듀그라운드로 돌아온다.


제국 전역에 퍼져있던 권력, 명예, 무력이 에듀그라운드에 돌아온다. 균형의 추 양쪽에 제국의 권력자들이 배팅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쟁취하겠다는 탐욕과 욕망이 점점 더 쌓여가면서 화약고가 되어간다.


실수로 불이 붙는다면, 모든 것이 불타오르리라.


그리고 그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작가의말

케에에엥마마어어어너엉어너안안어어나어나어나어엉저자머맞아추퍼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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