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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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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45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7.31 23:07
조회
406
추천
3
글자
6쪽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DUMMY

.






[······.]

[도착했다.]


[여기가 소년이 말한 하얀 스케치북인가.]



[···온통 새하얗게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이었지만, 묘하게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빨리 찾고 나가자.]



[새하얀 스케치북을 걸어 다니다 보니,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옆면과 지면이 재로 변한 스페이스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 스페이스 중앙에는···]


[옆면 위쪽에 두꺼운 철심이 심겨 있었고, 그 위에 밑을 동그랗게 묶은 밧줄이, 그 아래에는 쓰러진 의자가 있었다.]



[누군가가 여기서 목매어 죽은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니, 쓰러진 의자의 옆에는, 검은 바탕에 달이 그려진 작은 노트가 있었다.]


[가져갈까?]


[ YES / NO ]


[ ▶ YES / NO ]



[‘검은 노트’를 습득하였습니다.]


[이것이 소년이 가져와 달라던 노트인가.]


[내용을 확인해볼까?]


[ YES / NO ]



[······.]



[ ▶ YES / NO ]



[그 안에는, 어떤 여성 연구원이 발견했다던 전자파의 정의와 특징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제일 뒷장에는, 휘갈겨 쓴 듯한 낙서가 있다.]


[뭐라고 적혀있는지 볼까?]


[ YES / NO ]



[··················.]



[ ▶ YES / NO ]



[낙서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무서워] [슬퍼. 화가 나]


[엄마, 아빠]

[다들 어디 가는 거야]

[예전처럼 지낼 수 없는 걸까]

[해치고 싶지 않았어]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나도 이제는....]

[이렇게 괴물이 되기 싫었어]

[이렇게 끝내긴 싫어]


[오지 마]

[가지 마. 제발, 가지 마!]

[난 어떻게 하지]

[누구도 널 지켜주지 못 해. 네가 헤쳐나가야해]

[언제까지 버텨야 돼?]

[귀찮아]

[기분 나빠]

[영원은 없어]

[누구도 믿지 마]

[나는 이미 포기했어]

[너만 힘든 건 아냐. 다들 힘들거야]

[하지만 여기 있으면, 안전해]

[용서받고 싶었어]


[더 이상 잃는 건 싫어]


[나 여기 있어]

[죽고 싶어]

[뭐든 부셔버리고 싶어]

[왜 난 안 되는 거야]

[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너만 슬픈 줄 알아?]

[난 행복해지고 싶었어]

[이렇게 해서라도]


[난 여기에 머물러도 될까?]

[증오해]

[난 혼자가 아냐]

[여기가 천국]

[나가고 싶지 않아]

[더 살고 싶어]


[행복하자. 영원히]



[낙서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 그 소년에게 돌아가자.]


[하얀 스케치북 안에서 흰 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이 플레이어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



눈을 뜬다.


눈에 새기는 새로운 교실.

새로운 교훈(하루를 열심히 살자라니··· 너무 진부하잖아···)

여전히 왼쪽에 존재하는 대형 TV.


어라.

내가 왜 여기에.


···아.

나, 그 게임에 갇혔었지.

······우리가 게임에 있을 동안에 시간 엄청나게 빨리 지나갔구나.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학교 건너편에 있는 가게들의 틈 사이로 해가 지고 있었다. 나 이렇게 해가 질 때까지 학교에 남아있었던 것인가.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지는 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앞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아.


갑자기 황혼이 자아내는 황홀한 환상에서, 누군가 눈앞에 있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현실로 끌어내려진 것 같았다.


몸에 가해지는, 무거운 중력.

하지만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나의 힘을 키워주는 중력.



옆을 돌아보면 변함없이 나를 보고 웃어주는 파란 안경.


“···안녕.”


보고 싶었어.


“우리 또 옆자리네. 고3이 되어서도 이렇게 제일 뒷자리 짝지라니··· 정말 우리 사이에 무언가 있는게 아닐까?”


···그래. 너의 그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파란 안경이 흔들린다.


나는 주저 없이, 팔을 벌리고 내 앞에 있는 아준이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어··· 저··· 지오?”

“······.”

“······지오?”

“···그냥 이렇게 있게 해줘.”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아준이를 끌어안고서, 그대로 있었다.

아준이의 존재를 느끼고.

아준이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아.

영원 같은 몇 분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그러기를 몇 분.


우리가 있는 교실 뒷문이 또 벌컥 열렸다.



“형-! 아준 누나!”



그 목소리에 나도, 아준이도 숨을 멈췄다.


아.


아아.


“내가 왔어. 형, 누나! 아무렇지도 않지? 살아있지?”


나와 아준이는 동시에 의자를 빠져나가서, 피오를 향하여 손을 뻗었다.

피오도, 우리를 향해서 손을 뻗고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아. 우리, 정말 살아있구나···.”

“···아준 누나! 미안, 미안, 미안! 정말··· 나는 누나가 사라지는 줄 알고······.”


“···피오, 너도······ 잘 돌아왔어.”

“···흑···.”


그 말을 듣고 피오는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아준이와 내가 보는 가운데 펑펑 울어버렸다.


“그, 그래도··· 훌쩍! 정말······ 돌아와서 다행이야···. 정말···!! 진짜 이렇게 살아돌아와서 다행이야.”


“············.”



교차되는 파노라마.


처음 왔을 때 마을을 소개해주던 것, 피오라고 생각한 누군가가 랩글에게 잡힌 것, 미로에 갇힌 것. 제이드가 아준이를 죽였던 것.

거기서 생겨난 여러 가지 이야기들. 슬픈 은하수.


게임 NPC들. 큐앤에이, 큐비츠. 벤저민.

드니팬과 메리.


테오.


결국은 나와 피오, 아준이는 학교 교실에 셋이서 부둥켜 그 게임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생각하며, 잃어버린 것들과, 얻은 것들, 돌아온 것들과 돌아오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며 울었다.



그 시간이 영원보다 더한 ‘기억’이라는 것을 곱씹으며 우리는 울었다.


작가의말

완결!


뒷이야기와 후기는, 두 주 후인 8월 10일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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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뒷이야기 2 - 행복 +2 20.08.29 414 3 15쪽
122 뒷이야기 1 - 구멍 20.08.10 419 3 5쪽
»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20.07.31 407 3 6쪽
120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80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4 3 9쪽
118 찰나 20.07.21 430 3 4쪽
117 WAVE 20.07.16 381 3 7쪽
116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6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5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9 3 9쪽
112 아아, 맛있었다. 20.06.29 389 3 7쪽
111 나락 20.06.25 412 3 8쪽
110 나와 함께 왈츠를. 20.06.22 398 3 8쪽
109 ETERNAL 20.06.19 489 3 7쪽
108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20.06.15 39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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