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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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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36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7.16 22:00
조회
380
추천
3
글자
7쪽

WAVE

DUMMY

.





······.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눈을 떠봐도 나를 환영해 주는 것은 깊은 어둠뿐이다.



여긴?


분명히 난 TEO의 공격으로··· 유언이라는 것을 남기고, 그대로······.



아.

그렇지.


난 주사위 게임의 클리어 특전인 그 묘지에서 제이드에게 바이오 리본의 하트를 빼앗겼지.

그리고 최종 보스 TEO가 나타나서 난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건가.


결국.

난.


친구로서 테오도 말리지 못하고.

프리즘타운에 있는 그 아이들을 구하지도 못하고.

옆에서 계속 싸워준 친구들에게 어떠한 힘이 되지 못한 채, 도리어··· 그 애들을 깊은 어둠 속에 던져버렸어.


······.

아아. 추하다.

역시 나는 아무런 힘도 내지 못하는 바보 멍텅구리인 것 같다.


이래서는 피오와 함께 나눴던 그 약속을 지킬 수도 없잖아.

이래서는 여기에 우리를 가둬두고 있는 저기 최종 보스도 쓰러뜨릴 수 없잖아.


이래서는 나 따위를 위해 희생한 그 녀석을 다시 붙잡을 수가 없잖아!


뭐가 형이야!

뭐가 친구야!


이래서는 나는 모두에게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뿐인데.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한쪽 눈에 다시 파란 연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파랑은 이제 나를 영원히 놓지 않을 기세로 눈에서 흘러나와서는 내 주위를 한 바퀴 돌아서 나를 둘러싸듯이 그렇게 퍼져나갔다.


‘그래. 그렇게 움츠리는 거야.’


······.

누구.


‘결국, 너는 모두에게 방해만 될 뿐이지. 너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너는 혹시.



‘난 너를 쭉 지켜봐 왔어. 여기 게임 내에 있으면서 계속 네 왼쪽 눈에 잠들어 있는 채로.

아니, 어쩌면 네가 태어나서부터 줄곧?’


“······그러니까 너, 누구냐고.”


‘글쎄? 그건 네가 생각해보면 어때? 난 힌트도 충분히 줬다고 생각하는데?’


“······.”


나는 내 몸을 둘러싸고 말을 걸고 있는 이 요상한 연기를 바라봤다.

연기가 내 눈에 보여주는 것은 끝이 없는 파랑.

그것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더니, 마치 수심을 알 수 없는 저 깊은 바닷속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 느낌이··· 싫진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너, 있잖아. 그냥 여기 있는 게 훨씬 낫지 않아? 차라지 우리랑 함께 계속 여기에 있으면 어때?’


나는 눈도 코도 입도 없는 바다에 몸을 담근 채, 어디에선가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에 대답했다.


“여기?”


‘그래. 이 게임 말이다.’


“······.”


그는 나를 걱정하는 엄마처럼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봐. 너, 여기 나가면 희망이 될만한 게 뭐가 있어?’


“···그러고 보니.”


‘부모는 조금 있으면 이혼 절차에 들어가고, 원래부터 조용하고 밖에 잘 안 나가는 성격 때문에 친구는 하나도 없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동생과는 친해질 기회도 없어.


있었는데, 없어져 버렸어.

네 또 다른 친구로 인해.’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럼 있잖아. 여기에 빠져있는 것도 좋잖아?

여기는 네가 원하는 게 전부 있어!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너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아해 주는 친구.

네가 무슨 짓을 하든, 위험한 일을 하던,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


모든 게 완벽해. 설령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XX에게 얘기해서 이걸 바꿔 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해결.’


“아아. 그거 좋네.”


‘어때? 좋지? 마음에 들지?

자. 그렇담 나의 바다에 푹 빠져봐.’



“··················따뜻해.”


‘그래. 그 상태로. 자 눈을 감아봐.

슬픔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린 채로···. 그렇게 영원히.’


나는 눈을 감은 채로, 그대로 있었다.


여전히 따뜻한 물결.

그 위에 떠 오르는 환영. 부모님이 떠나는 풍경. 동생이 둥지를 떠나 어디로 떠나버리는 상상.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뚝 선 채 손을 흔드는 나.


아. 부서졌다.

동생도, 나도, 부모님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뭐, 됐어.

······이제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다.















아아. 좋다.



······따뜻하다.


마치, 여러 손에 싸여서 잠을 자는 듯한 기분.


다르게 표현을 한다면, 지금까지 나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큰 테이블에 앉아서, 만찬을 즐기고 있는 느낌.


우리 엄마는 아빠와 사이가 좋은 상태로 아직도 닭살 돋게 서로 먹여주고 있고.


드니팬과 메리, 테오도 서로 같이 앉아서 어쩌다보니 크게 잘린 애플파이를 누가 먹냐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고.


나는 그 애들이랑 앉아서 웃으면서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얘기하고 있어.




······아아.

이게 내가 바랬던···

······이뤄지길 바랬던 미래.




············.



“어···!”



············?

누구?




“이제 ···만 일···나!”




·········누구인데 이렇게 나를 부르는 거야.





안 그래도 가상현실에서는 별로 자는 느낌이 없어서 잠오는데.





지금 딱 좋으니까, 깨우지 말아줘······.



“어이··· 플···이어 지···! 네··· 없···면 우···의 존···는 진짜 의미···게 되어버린다고?”





······의미···?



그런 거, 없어도 되잖아···.




나 좀 편하게 자게 내버려 둬.






“······조금만 더 자자···. 응?”







“윤지오! 일어나! 같이 타르트 먹으러 가자는 약속은 어디다 팔아먹었어?”




················.



잠시만.



“너는 누구?”


내가 허공에 대고 그렇게 불러보았지만, 그 소리의 주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야··· 일어···! 넌 일···설 수 있잖아? ···, 그 녀석을 ······아야 하잖아?”

“형! ···리랑 똑···은 마음 아니···어? 같이 테오 형 구해야지! 그런 곳에 ······있으면 어떡해?”



············.


그 녀석?



테오?




······.






“난 여기가 좋아. 여기 있으면, 안전해.”

“넌 위험도 극복할 수 있잖아? ···때 우리 남매를 수렁에서 끌어내어 ··· 건 틀림 없이 너였어.

넌 할 ··· 있어!”



“여기가 천국. 여기가 최고의 천국이야.”

“설령 ···가 사는 곳이 살기에 어려운 곳이라도, 이를 꽉 깨물고 살아가는 거 아니었어?

적어도 코인 상태···서 본 너는··· 그랬어!”



“······나가고 싶지 않아. 여기서.”

“네가 사는 곳이 언젠가 너의 무덤이 될지라도 너의 곁엔 친구들이 있잖아!

나에게 르네와 로버트가 있었던 것처럼!”


“그러니까.”




BGM이 울려퍼졌다.




“빨리 눈을 떠라. player.go!!”



















“형··· 기다리고 있을게···!”



.


작가의말

 * 유언 : 답가


하지만 여기 있으면, 안전해. 21 위험도 극복할 수 있어. 

여기가 천국. 38 여기가 살기에 어려운 곳이라도, 

나가고 싶지 않아. 39 여기가 언젠가 너의 무덤이 될 지라도 


큐비츠. 엄마, 아빠······. 디아젤. 40 네 곁에는 무수한 생각들이 있어. 마음들이 있어!

(기억 랩글)



/


내용 후반부의 BGM


UNDERTALE - Don`t Giv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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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20.07.31 406 3 6쪽
120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79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4 3 9쪽
118 찰나 20.07.21 430 3 4쪽
» WAVE 20.07.16 381 3 7쪽
116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6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4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8 3 9쪽
112 아아, 맛있었다. 20.06.29 388 3 7쪽
111 나락 20.06.25 411 3 8쪽
110 나와 함께 왈츠를. 20.06.22 397 3 8쪽
109 ETERNAL 20.06.19 488 3 7쪽
108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20.06.15 39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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