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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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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42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7.28 22:36
조회
479
추천
3
글자
12쪽

SOS - 너의 세계에서.

DUMMY

-





우리 몸은 완전히 블랙에 침식된 상태.

그러나 우리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혼자서 그 녀석에게 다가갔다.


“찾았다. 민테오.”

“테오 형. 우리 왔어.”



그 녀석은 어릴 적 모습 그대로, 무릎에 얼굴을 묻고는 어깨를 떨고 있었다.


“······여기는 왜 왔어.”


“······.”

“······.”


우리는, 지오피오 형제는 테오의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너희들은 여기 있으면 안돼.”

“너희들은, 아직 미래가 있어.”


“너희들은 아직 호흡이 있어. 숨이 붙어있다고. 팔도 잘 움직이고, 다리도 아직 쓸만해.

무엇보다도, 아직 이런 일을 겪어도 꺾이지 않은, 마음이 있어.”


“······.”

“······.”



“저리가.”


아.


“나에게서 떨어져.”


아아.

나와 피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눈앞에 있는 테오를 바라보았고, 테오는 얼굴을 들어, 우리 형제를 바라보더니, 잠시 우리를 빤히 바라보다가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슬픈 눈으로.


“이 게임은 이미 내 손을 떠났어··· 나조차도 이 게임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이 게임 세계, 가상세계는 폭주하고 있어.”

“내가 가지고 있던 어둠과······ 어머니가 발견하신 제이드 전자파의 영향으로 말이지.”


“나도,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어.”

“노력했어. 피오가 처음 왔을 때도 여러모로 도와줬고, 피오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주고 도와달라 이야기도 해보고. 다는 알려주지 못했지만.”

“피오가··· 그렇게 돼버렸을 땐, 내가 바이오 리본에 들어가서 지금 상황이 어떤지 파악도 했고.”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이 게임 세계의 관리자 권한은 그 녀석에게 넘어가 있었고 말이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


“모두에게는 정말 폐를 많이 끼쳤다고 생각해··· 나 때문에 지오도, 피오도, 그 아이도...

······전부 나 때문이야.”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 나를 떠나. 떠나서 그냥 너희들끼리 잘 먹고 잘살아.”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금방 포탈이 하나 보일 거야. 그게 이 검은 세계를 빠져나가는 포탈이야.”

“그럼 바로 너희가 그리던 현실세계로 나갈 수 있겠지.”


“······.”


“이렇게 너희들이 상처를 받으면서 나에게 찾아올 필요는 없으니까.”

“오지 마. 난 너희들을 거부할 거야.”

“다신 얼굴도 내밀지마.”



“제발, 나를 혼자 있게 해줘.”




······.


“싫어.” “싫어.”


나와 피오의 소리가 테오에게 울렸다.

테오는 그런 우리의 대답을 듣고, 일순간 눈을 크게 뜨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난 너희들을 불행으로 몰아넣었다고? 너희들은 나 때문에 이런 이유도 모를 곳에 끌려 왔다고?”

“너희들이 쓰러뜨릴 최종보스라고?”



피오와 나는 얼굴을 바라보고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최종보스라도, 너는 우리의 친구니까.”

“최종보스라도, 형은 우리의 친구니까.”



“······.”


“있잖아. 우리는 이 게임에 있으면서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 세상을 살아갔는지 알 수 있었어.”


“······.”

“그래. 나와 형은 이 게임에 들어와서··· 우리가 가고 난 다음의 형이 살았던 세계를 알 수 있었어.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겪고 그런 것들···”


“······.”

“심지어 네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마음속 깊은 상처까지도 이 게임에는 녹아 들어있어서.


···우리는, 이제야 너를 완전히 알 수 있었던 기분이 들어.”


“······.”


잠시 정적. 이윽고 누군가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괴로웠지?”

“외로웠지? 형.”



지오피오 형제는 혼자 웅숭그리고 있는 그 어린 소년을 품에 안았다.


“······늦었지만. 이제는 괜찮아. 테오.”

“이제는 혼자 두지 않을게. 테오 형.”


“친구로서, 너를, 꼭 구해내고 말겠어.”


나와 피오에게 안긴 테오는 순간 경직되어있었다.


그리고 잠시 잠깐 이어지는 영원.


하지만.


테오는 나와 피오의 배에 아주 조그마한 가시공을 박아 넣었다.


“···웃!”


“······!”


쿠당당탕-!

나와 피오는 그대로 테오에게서 떨어져 나가,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형! 괜찮아?”

“······괜찮아.”


피오가 쓰러진 나에게 손을 내어주었고, 나는 그 피오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


“고마워.”



그다음 순간, 누군가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이제야 알아서 뭐해?!”

“너희들이 내 슬픔을 알아준다고 해서 내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해?”

“너희들이 내 괴로움을 알아준다고 해서 내가 너희들에게 감사할 거라 생각해?!”



“애초부터 너희들은 너무, 늦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이사 자체를 안 갔어야지? 안 그래?!”


“왜 다 끝난 다음에 찾아와서 이러고 있는데?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나에게 찾아와서 병주고 약주고야?”


···흘러내리는 눈물.

저건 테오의 본심이 아니다.


“가! 그냥 갈 길 가라고!”

“너희들은 이런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겠지! 너희들은 그저 여기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을 거 아냐!”


“어차피 이 세상에서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말이지···”



어디선가 가시바람이 불어왔다.


“온전히 나밖에 없다고!”


갑자기 세차게 불어온 바람에, 나와 피오는 날아가서, 왼쪽에 있는 포탈을 통해 돌아갈 뻔했다.


“가! 가라고! 제발 나에게 다가오지마!”


하지만.

우리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


서로를 지탱하며 일어선 우리는 다시 한 번 테오의 손을 붙잡기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그리고 더욱 거세지는 가시 바람을 뚫고.


우리는 테오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럼···!”

“그럼! 정말로 이 세상에 너를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면!”



“······.”



“너는 왜 시간과 힘을 들여서, 이 가상세계를 만들었어?! 왜, 이 프리즘타운을 만들었냐고!”


“···············.”


“누군가 형의 게임을 플레이 해주었으면 한 게 아냐? 누군가가 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줬으면 해서 만든 것 아냐?

형이 원한 건 그런 거잖아?”


“··················지오··· 피오···.”


“결국은, 누군가 네 곁에 있어 줬으면 해서 한 거잖아?

······우리 말이 맞아? 안 맞아?”


“······.”


“그러니까, 제발 우리의 마음을 너와 함께 있게 해줘!”

“그러니까, 제발 우리의 마음을 형과 함께 있게 해줘!”


외쳤다.

진짜 마음을.




“···························.”



.

.

.


“···우리도 딱 그런 기분이었어.”

“맞아. 형. 우리도 지오 형과 피오 같은 기분이었지··· 테오 형은 정말, 바보야.”



그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게임에서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


“············메리······ 드니팬············.”


“테오가 바라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흘러들어온다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어. 가능성조차도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우리를 이 세계의 주민으로 편입시켜놓고, 뭐? 혼자가 편하다고? 너희를 이 이상 상처입히기는 싫으니까 저리 가라고?


미안하지만, 이미 휘말릴 대로 휘말려버린 우리가 그렇게 순순히 갈 것 같아--?!”


“··················.”


“그래. 드니팬 말이 맞아. 이렇게 우리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형이 마음속으로 바랬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은 있잖아? 형.

누군가가 형을 도와줬으면 했던 거지?

누군가가 형을 바라봐줬으면 했던 거지?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을 거니까.”


“···왜. 그걸 너희가 맞춰버리는 건데.”


테오가 미소를 띤 채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야,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나 슬픈 NPC들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 네가 그렇지 않고서는 랩글의 뒤 설정을 그렇게 짤 수 없으니까.


랩글의 유언들도, 그렇게 의미있게 짜지 못했을 거니까.”


메리의 말에 어둠 속에서 무수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얘들아.”


모노크롬 패밀리의 프리즘타운에 살고 있던 NPC.

프리즘타운을 공격하던 랩글.


그리고, 랩글이 되기 전 있었던 프리즘타운의 아이들.


······마지막으로, 그 아이.


“······.”

“······아아아.”



“······그러니까···.”


우리는 테오를 둘러싸고, 일제히 스킬을 쓸 준비를 했다.


프리즘타운의 주민들은 서로 손을 잡고 NPC 고유의 빛을 냈고, 랩글이 되었던 그 아이들도 붉은색과 노란색, 파란섹의 스파크를 보내왔다.


프리즘타운의 그 빛에 우리들의 모노크롬을 더해서.


피오와 나는 손을 모으고, 밝은 빛을 내뿜는 작은 망치를 만들었다.


“이걸로, 꼭 기억해 냈으면 좋겠어.”


프리즘타운 사람들의 색깔과.

랩글이 된 아이들의 감정과.

그에게 이끌린 우리들의 의지를 담아서.



필살기를 날렸다.



‘톡.’


빛의 오라를 두른 망치는 보기 좋게 테오의 머리에 안착하고, 그걸 받은 테오의 눈동자는 그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점점 커져만 갔다.



‘필사알!! 워어어어언, 어택!!!!’



‘슈콰아아아아아아앙------’





‘다음에 또 만나자. 세이버. 다시 만났을 때는, 친구로······.’




‘우와아···.’


‘···흐어어어어어어엉~~~ 세이버어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 스토리 이거 완전 쩐다! 대박인데? 이걸 이렇게 풀어낸다고?’


‘히야... 잠시, 이거 좀, 나도··· 좀 위험한데?’


‘왜에~ 테오 형?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되잖아? 뭘 참고 있어?’


‘남자가 게임하면서 질질 짜도 좀···’


‘에이. 야. 좋은 작품을 보면서, 운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야? 안 그래? 느낀 것에 충실하단 말이잖아? 그건?’


빛의 오라가 프리즘으로 변화한다.

하얀색에서 무지개색으로.

테오를 자신들의 무지개로 물들여간다.


‘울고 싶을 때는, 울고 웃고 싶을 때는 웃는 거야! 그게 언제나 가능한 사람은,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 아닐까?’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기억.


“······.”


···테오는 어렸을 적 했던 그 게임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그리고 테오는, 우리들과 프리즘타운의 NPC들과 랩글들을 차례차례 그 눈에 새기고는.

울면서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하··· 너희들, 정말 나를 잘 알고 있구나!”

“아아··· 그것도 당연한가··· 너희들은 나의 창조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가 가지고 싶었던······ 친구들이었으니까.


그래. 모를 수가 없겠네.”



“···테오.”

“형···.”


“하아.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하하. 너희들에게는 민폐만 끼치고, 아무런 것도 해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난 너희들을 좋아했어.


정말··· 난 너희들을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좋아했어. 이것만 알아둬.”


“······.”


“아.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온 플레이어.

지오피오 형제! 그리고······ 아준.


너희들은 내가 책임지고··· 현실 세계로 보내줄게. 걱정하지 마.”



그리고 그 상태로, 테오는 하얀 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마치 별 하나가 이 세상에 작은 별을 흩뿌리며 사라지는 것처럼.


“너희들은, 꼭,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악물고 살아남아라.

나처럼 좌절하지 말고···”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때가 오면··· 그때는···”



[최종보스 : TEO 격파]

[진 최종보스 : 민테오 격파]


[클리어 보상 : 현실 세계로의 귀환]


“다같이 모여서··· 게임 하자.”







-


작가의말

.


BGM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 - 조곡:별을 정복하는 여행자 최종악장: 반짝이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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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뒷이야기 1 - 구멍 20.08.10 419 3 5쪽
121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20.07.31 406 3 6쪽
»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80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4 3 9쪽
118 찰나 20.07.21 430 3 4쪽
117 WAVE 20.07.16 381 3 7쪽
116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6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5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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