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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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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41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6.15 22:52
조회
391
추천
3
글자
10쪽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DUMMY

*






[유언 획득 – 11 : 가지 마. 제발, 가지 마!]

[유언 획득 – 12 : 난 어떻게 하지.]

[유언 획득 – 13 : 누구도 널 지켜주지 못해. 네가 헤쳐나가야 해.]

[유언 획득 – 33 : 이렇게 해서라도 살고는 봐야지]


[player.go, 현재까지 누적 랩글 경험치는 19,855 입니다.]

[player.po, 현재까지 누적 랩글 경험치는 20,555입니다.]


랩글이 지나간 자리는 습한 바람이 불 뿐이다. 노란 종이에 적혀진 유언은 빛이 되어 나와 피오의 몸에 흡수되었다.


[이로써 그 칸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전부 다 클리어했군.]


“···끝났다.”

“······.”


나는 내 옆에서 같이 걸어가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서포트 캐릭터 민테오.


“···테오.”

[뭐, 물어볼 거 있어?]


“······너야?”


[······.]


“네가 우리들을, 끌어들인 거야?”


우리를 끌어들인 사람. 우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와는 일절 관계없는 아준이까지 이 세계로 초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


마음속 어딘가 금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상태로 나는 테오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네가 이 말도 안되는 세상을 만든 거야?”


[······.]


“혹시 네가 아준이를 여기에 끌어들여 죽게 한 거야?”


마음속 어딘가 금이 간 부분에서 검고 푸른 것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분노와 깊은 슬픔이 뒤섞인 그 액체는 바닥을 타고 흘러나와 결코 삐져나와서는 안 되는 마음 바깥으로 터져 나왔다.


“왜.”

[······.]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형. 조금만 참아? 응? 물론 우리를 이 세계에 끌어들인 건 용서할 수 없지만, 얘도 이런저런 일 있었잖아? 응?

걔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잖아?

그게 걔 나름대로의 최선책···”


“이게!?”

[······.]


“이렇게 위험하고, 자칫하면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게임이? 최선책이라고?

···헛소리하지 마라 그래······.

난 이런 게임 인정 못 해. 무진장 재미가 있어서 우리가 게임을 통해 괴로운 현실을 잊어버린다 해도, 사람의 살 기운까지 빼앗는 게임은, 게임이 아냐.”


도중에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언제는 이 게임을 최고다. 이 게임을 맘껏 즐기겠다고 하던 사람이, 이제는 이 게임 자체가 고통이라고 하게 되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지.


[마음껏 욕해도 돼.]

“······.”

[어차피 용서받지 못할 것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테오는 어째서인지 피오의 생기 없는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테오는 피오와 나를 번갈아 보는 동안 계속 무표정이었지만, 나는 왜인지 그 표정이 너무나 슬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것에 집중하자. 지금 구할 수 있는 것은 구해야지.]


테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연기가 우리 주위를 지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연기는···.”

아 잊고 잊었다.


[주사위 게임의 그림자는 움직인다. 너희들이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야···.]


“저, 저 녀석. 어디가는 거야?”


나와 피오의 바로 뒤에 있었던 검은 그림자가 우리를 넘어서 저기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머리와 양 날개뼈 부분엔 검은색으로 빛나는 날개를 달고.


[현재 그림자의 턴 진행 중. 다이스 롤 진행 결과 : 6.]


“최고 수치잖아?”

“잠시만, 우리를 뛰어넘는 수치잖아? 그럼 우리 게임오버?”

“주사위 게임 시스템, ‘서포트 캐릭터 민테오’의 능력은 뭐지?”


[나?

서포트 스킬 : 한 게임 당 한 번만, 뭐든지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을 펼칠 수 있다.

그리고 혹시 적에게 잡혀 게임오버가 되면 10%의 확률로 플레이어를 살릴 수 있다.

괜찮아. 너희들은 살 수 있어. 나만 믿어.]


그건 듣던 중 다행이다.

하마터면 아준이를 구하지 못하고 여기서 허무하게 뒤질뻔 헸잖아?


[그리고, 게임오버가 되기 위해선 그림자에 잡혀야 하니까. 그림자가 너희들을 앞지르는 것은 상관이 없어.]


“아. 그렇구나.”


[그래도 그림자가 그쪽을 뛰어 넘어가는 거니까, 영향받는 것은 조심하길.]


주사위 게임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는 재빨리 피오의 눈을 가리고 앞만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어도 눈을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아예 뒤돌아서서 피오를 보호했다.


“형!”


피오가 나를 부른 그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우리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던 그림자는 우리 눈앞에서 씨익 웃고 있었다.


정확히는 피오를 안고 눈을 가리고 있는 나를 보고 씨익 웃고 있었다.


······.

테오의 보호막 바깥으로 보이는 엄마와 아빠의 그림자.

여기저기 부서지고, 피가 흐르는 곳이 군데군데 띄었지만, 두 사람은 붙어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물론 그 웃음이 순간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살기등등한 것으로 보였을지라도.

그래도 확실히 웃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저런 얼굴, 기대할 수도 없다.


[그림자 이동 완료. 다음 플레이어의 턴.]


“형! 괜찮아?”


피오가 포옹을 풀고 나와서 나의 팔꿈치를 흔들었다.


“어? 나? 괜찮아. 아주. 베리베리. 봐봐? 팔도 이렇게 붕붕 잘 돌아가잖아?”

“형. 그건 원래 그런 거고··· 정말 괜찮은 거야? 아주 온몸이 떨고 있는데?”

“나? 괜찮아, 괜찮아. 응. 괜찮아. 괜찮다고.”


애써 웃음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나를 보고는 조금 걱정이 되는지 얼굴을 찌푸리는 피오였다.


“내가 주사위 돌릴까?”

“그래 주면 좋겠다.”


“알았어. 그럼 내가 돌릴게?”


피오는 그림자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나에게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주사위를 바라봤다.


[그래? 이번에 주사위를 굴리는 건 너야?]

“···응.”


[그럼 준비가 되는 즉시, 나를 불러주겠어?]

“그래.”


나는 피오가 주사위 게임 시스템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우리를 앞선 엄마, 아빠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뒷짐을 진 엄마와 아빠의 손엔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사람을 찔러서 죽일 수 있을 만큼 날이 선 식칼이 들려져있었다.

그 식칼을 들고 있으면서, 뻔뻔히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

설령 껍데기 뿐인 그림자라 해도, 이 광경을 피오에게 보여주기 싫다.


“형! 돌린다?”

“알았어.”


나는 피오에게 대답을 하며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피가 낭자한 그림자들을 담아두는 건, 이미 볼꼴 못 볼 꼴을 보는 데 익숙해져 버린 내 눈동자만으로 족했다.




(XD)



[모노크롬 패밀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게임을 켜자마자 보이는 것은 하얀 눈밭이었다.

테오 형의 게임 메일에 들떠서 그 메일 첨부파일에 있던 게임을 실행시켰더니, 보이는 눈과 나무뿐.

내 컴퓨터 뒤에 펼쳐진 파란색 스트라이프 벽지도, 형이 뽑기에서 뽑아준 후드레인저 핑크의 피규어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하얀 세상.

아마 테오 형이 게임이라 미리 일러두지 않았으면 무한의 페이지를 가진 스케치북 프로그램의 세상이라 해도 믿을 것이었다.


하하. 테오 형 말이 사실이었네.

이렇게 모든 것이 리얼한 게임 세상이 있다니.

나는 커다랗게 뜬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게임 세상 속의 오브제들을 여러 가지 만지고 다녔다.


내가 입은 후드의 촉감.

사박사박한 눈 소리.

꺼끌꺼끌한 나무껍질의 감촉.

보랏빛으로 칠해진,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칙칙한 하늘.


모든게 판타지 영화나 만화, 소설에서 묘사된 것과 너무 닮아있어서 나는 연신 감탄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우와.

역시 테오 형이라 생각했다.

저번에 보내준 모바일 게임도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학교 가는 날 빼고는 온종일 그것만 하고 있었는데.

그 게임, 배경 그래픽도 인물 디자인도 다 테오 형이 담당했는데, 혼자서 한 건데도 엄청난 퀄리티를 뽑아냈단 말이지?


어떻게 하면 그런 재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게임을 좋아하는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테오 형은 정말로 존경하는 게임 개발자였다.


그런 테오 형의 베타테스터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게임에 사용된 오브제들의 감촉을 충분히 느끼고서 나는 일어서서 튜토리얼 격 NPC를 찾기 시작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역시 튜토리얼부터 깨야겠지!

물론 처음부터 튜토리얼을 진행하지 않는 플레이어도 있겠지만, 그건 원래부터 이 게임을 잘 알고 있는 소위 ‘본캐’(자기가 메인으로 키우는 캐릭터)가 따로 있는 경우겠지.

아니면 원래부터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거나.


나는 나에게 튜토리얼 퀘스트를 줄 NPC를 찾다가 처음 내가 만졌던 나무에 누군가가 앉아서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소년의 머리 위에 보이는 눈물 모양의 마크.


아. 저기 저 소년이 나에게 퀘스트를 줄 NPC인가?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그 소년에게 다가갔다.


근데 이 녀석, 옛날 테오 형의 어린 시절 모습과 닮았는데?









*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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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20.07.31 406 3 6쪽
120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79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4 3 9쪽
118 찰나 20.07.21 430 3 4쪽
117 WAVE 20.07.16 381 3 7쪽
116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6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5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9 3 9쪽
112 아아, 맛있었다. 20.06.29 389 3 7쪽
111 나락 20.06.25 412 3 8쪽
110 나와 함께 왈츠를. 20.06.22 397 3 8쪽
109 ETERNAL 20.06.19 488 3 7쪽
»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20.06.15 39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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