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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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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247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7.13 23:25
조회
416
추천
3
글자
9쪽

YOUR BEST FRIEND

DUMMY

.




······.

잠시만?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내 바이오 리본의 하트가 뜯어지고.

그 아이가 계속 들고 있던 책이···.


그리고.


“·········시만 ······빠? 우············? 으···············아아! ·········만! 뭐············야--!”

“큐비츠············ 괜·········--? 왜 ·········는 ·········?”

“·········? 난········· 커······리고 있었는···? 여긴 어············?


갑자기, 검은 소용돌이가 치면서, 쨍한 색감의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아아.

프리즘타운에 있던 상점 주인들.

큐비츠를 안고 검은 소용돌이를 째려보고 있는 큐앤에이 씨.

영문도 모른 채, 멀뚱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나씨, 마운티 씨.

그들이 검은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마음 속으로는 그들을 향해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내 입은 제구실을 못 하고 잇새로 바람만 내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손을 뻗어보려고 했으나 여러 개의 돌무더기가 양팔을 짓누르는 느낌을 느꼈다. 아니 애초에 그게 정상인 듯이, 어떻게든 몸부림을 쳐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손발과 몸이 거기에 있었다.


마치, 인형 같아.


꾸르륵, 꾸르르르르륵-


빨려 들어가는 소리. 모든 게 저 상어 이빨을 드러낸 피아에게 빨려 들어가는 소리.


마치, 바다의 심연에 가라앉는 것 같아.




“잠···만! 프리즘······운 ······들을 뭐······이야! ······들을 놔·········!”

“······래! 그리고 지오········· 어······ 할 ···야? 너 ······ 어······을 하······고······!”

“그래. 이 유언집만 있으면. 이··· 유언집만 있으면 우리는 드디어 천국을 만들 수 있어.”


“천···국?”


“그래. 영원히 이어지는 천국. 너희들도 같이 살자. 난 그걸 위해 이 게임을 만들었는 걸?”


“······테오?”

“·········형···.”


그 와중에도 검은 소용돌이는 계속해서 총천연색 찬란한 사람들을 먹고 있었고, 무덤에서 아무것도 모르던 그 아이들도 그 검은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이 게임은 너희들과 나의 영생을 위해 만들어졌어. 이 의식이 끝나면, 우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이 되어서 여기에서 살아갈 수 있어.”

“······.”

“그···지만, 그건 어···게···? 우리가 여기로 불러진 건 어떻···?”

“······설마.”


시간이 지나자 잘 안 들려오던 드니팬과 메리의 목소리도 또렷이 들리게 되었다.

하지만 왜 저 둘 사이에서 검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왜지?

왜, 저 둘 사이에서 나와 같은 절망의 냄새가 나는 걸까.


“그래! 너희들이 하던 모바일 게임! 너희들도 모노크롬 패밀리 모바일 데모판은 알지?”


“······우리가 제일 많이 하던 형의··· 게임?”

“그래! 너희들이 죽기까지 계속 해왔던 그 게임! 사실은 그 게임에 내 몸속에 있는 제이드 전자파를 흘려 넣었거든♡”


“······.”


······.

그 게임의 데모판은 피오도 열심히 하던 걸 봤다.

현실에서도 그 게임을 많이 하던 동생은 많이 봤고, 꿈에서조차 그 게임을 재미있게 하고 있던 동생이었으니까.


피아의 말을 정리하면 피오도 모노크롬 패밀리 속 제이드 전자파에 접촉했기 때문에, 제이드 전자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피오와 테오의 몸과 영혼이 뒤바뀌기 쉬운 환경에 있었던 거겠지.


“너희들과 함께 보내는 생활은 정말 즐거웠어!”

“·····················.”

“···························.”

“············ 테오······.”


“너희들과 함께, 랩글들을 물리치고, 너희들과 함께 카페에도 가고, 그때처럼··· 그때처럼··· 다시 게임도 하고···.”


“······.”


“즐거웠어. 진짜. 너무나······. 가끔 내가 흑막인 것도 잊을 정도로···.”


검은색 소용돌이에 제물로 바쳐진 프리즘타운의 아이들은 모두 흑백으로 변하고, 그 소용돌이에 언젠가부터 생긴 핏기없는 눈에 무지갯빛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이 났어. 이 시간을 영원히 가둘 수 있다면! 이 ‘모노크롬 패밀리’를 영원히 엔들리스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마지막으로, 피오의 몸을 입은 제이드가 자기 할 일을 다 끝내고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끝까지 웃는 모습으로.


“···여기에 너희들을 묶어놓는 게 가능하다면···!”

“···형.”


“잠시만········· 테오 형?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나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어! 영원히!”



소용돌이가 피아를 향해서 날아갔다.



피아는 상어 이빨을 드러낸 채로 그 소용돌이를 먹어 삼킨 후, 한 번 눈을 번뜩이더니 몸에서 새하얀 빛을 내뿜어내, 무덤가를 전부 새하얗게 만들어버렸다.

0.jpg

[최종보스 필드 : Endless Sketch Book, 생성.]

[최종보스 : TEO 등장]


기계 같은 차가운 음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느새 하얀 스케치북이.


그리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눈이 두 개.


아니 이걸 눈이라고 불러야 할까.

커다란 얼굴에 연필로 생각 없이 그려놓은 큰 동그라미 두 개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바로 정면에는 붉은 피와 푸른 피가 돋보이는 상어 이빨이.



“가아아아아아아치치이이이이이 노오오오오올자- 얘들아아아아아아-”



···테오였다.


순수했던 민테오의 그 마음은 던져버리고, 지금은 영원한, 우정. 아니 집착을 우리에게 원하는 채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

“······테···오 형.”

“······.”


드니팬과 메리는 무섭게 변해버린 우리들의 동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테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어깨에 맨 채로.


“···그럼 우리는 이때까지, 우리들 때문에 프리즘타운의 모두를, 프리즘타운에서 살았던 녀석들을······”


“···우리의 영원을 위해서 죄도 없는 그녀석들이··· 진짜 피오도, 그렇게···.”



·········.

결국은 이 게임 자체가.

우리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테오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우리들을 그저 영원히 가두기 위해 ‘도구’로써의 기능을 갖춘 게임···?


······.


그럼 그 녀석은 이런 게임에서 왜 나를 위해 희생했는데!


나는 나를 위해 대신 사라진··· 찢긴 동아줄을 생각했다.


···대체 왜···.


그 애가 왜 이런 걸 위해서 희생했어야 됐어?



내 동생은!


내 동생도 그렇게 이용해야 했냐고?!


······생각할수록 마음속에서 검푸른 파랑이 솟아 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 맞다아! 그러고 보니 유언 중에 아직도 몸속에 남아있는 유언이 있었지?”


“무슨 말이야?”


“바로 지오 형의 유어언! 그것만큼은 아직 형의 몸 속에서 팔딱팔딱, 뛰고 있는 거! 나는 느껴진다구!”


“!!!”


“형! 진짜 피오 형에게 몹쓸 짓을 해 놓고도 지금 지오 형에게 또 뭔갈 하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도대체 뭐가 형을 그렇게 바꿔놓은 거야?”

“테오. 이 이상은 나도 못 참아. 이 이상 하면 너, 이제부터 우리 친구 절교다.”


드니팬과 메리가 정신을 잃은 나를 뒤로 돌리며 테오를 째려보았다.

(···얘들아···.)


“······상관없어어! 이젠 뭐가 뭔지 몰라도오! 난 너희들(몸뚱이)만 있으면 돼! 데이터는 얼마든지 나에게 있으니까!”


“···테오.”

“······테오 형.”

“······.”


“그러니까, 잔말 말고! 그 유언을,


내놔아아아아아아아-------!”



테오의 위로 치켜들어 올려진 입으로부터, 무지갯빛의 대포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스케치북이 검은색으로 물들더니, 검은색은 천천히 우리까지도 좀먹어가기 시작했다.


“······! 형!”

“······지오! 너 몸에서 유언이···”


[유언 획득 – 23 : 더 이상 잃는 건 싫어.]

[GAME OVER]


[굿 나잇. pleyer.go.]



···대체 넌, 왜···

도대체 왜.




무한의 스케치북이 순식간에 검은색 크레파스로 물들여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

.


작가의말


BGM

Undertale - your best night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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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뒷이야기 1 - 구멍 20.08.10 419 3 5쪽
121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20.07.31 406 3 6쪽
120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79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3 3 9쪽
118 찰나 20.07.21 428 3 4쪽
117 WAVE 20.07.16 380 3 7쪽
»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4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4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7 3 9쪽
112 아아, 맛있었다. 20.06.29 388 3 7쪽
111 나락 20.06.25 411 3 8쪽
110 나와 함께 왈츠를. 20.06.22 396 3 8쪽
109 ETERNAL 20.06.19 488 3 7쪽
108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20.06.15 39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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