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
잊지 마.
영원은 없어.
하지만.
...넌, 알고 있을 거야.
그 시간을.
흐르는 시간을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했던 그 시간을.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했던 그 시간을.
영원과는 비교할 수 없었던, 그 열정의 시간을.
그러니까.
잊지 말아줘.
*
“······.”
[일어나.]
“··················.”
[일어나라고.]
“·································.”
[눈을 떠라. player.go.]
“···························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어떤 목소리.
처음에는 선명하지 않던 그 목소리도, 의식이 점차 돌아오며 그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넌···.
[이제 정신이 드냐?]
···나?
아니, 넌···
[너무 늦은 거 아냐? 너는 그래도 더 빨리 일어날 줄 알았는데.]
······.
새디.
[······그래도 뭐, 다행이네.]
“....여기에 네가 왠일이야.”
[난 이 게임에 있는 동안 계속 너에게 잠들어 있어서 말이지. 게임에 네가 있는 한 이 슬픔은 계속 너에게 달라붙어 있을 거야.]
“너랑?”
[그래.]
살짝 짜증이 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심연에 몰아붙인 녀석과 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니.
······.
뭐 그래도 어쩔 수 없다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나의 모습을 파랑으로 덮은 새디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파랑의 나···. 새디는, 그런 나를 보고는 약간 쓴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그것보다 너, 이제부터 뭘 해야 할 지는 알고있지?]
“······.”
“그야 알고 있지.”
“이 공간을 파괴하고 테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TEO를 무찌르는 것.
그리고.”
[그리고?]
“내 동생 피오와 다시 만나는 것.”
파랑의 새디는 그런 나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할 수 있지?]
“당연하지.”
[실패는 더 이상 없어? 알았지?]
“물론이지.”
나는 나와 마주 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눈에 힘을 주었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실패하지 않아.
돌아보지 않아.
주저하지 않아.
이제는 정했으니까.
반드시 내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서 피오와 같이 테오를 구할 것이다.
반드시.
[아.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돌아온 질문은 뭔가 말할 수 없는 냄새를 풍기는 질문이었다.
“······글쎄.”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래도 확신을 가지고, 눈을 부릅떴다.
“넌 좀 짜증이 나기도 하기만··· 이제 와서 나에게 너를 부정할 수도 없잖아.”
“···난 너를 삼킨 상태로, 빛나는 세계로 나아갈 거야.”
눈앞의 녀석은 이런 나의 말을 듣고는 잠깐 멈칫하더니 나를 똑바로 보고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파랑의 랩글인 이 내가 기꺼이 내가 너의 힘이 되지.]
[자.]
파랑의 랩글은 나에게 손을 뻗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 손에 내 손을 겹치니 그 랩글은 나의 하얀색에 삼켜졌다.
“······!”
[시간이야.]
“······! ···혀···.”
[마침 너를 부르는 목소리도 도착한 모양이네.]
[이 세계를 빠져나가자.]
“그래.”
다시 일어나는 파란색 불꽃.
나는 순백색의 에너지탄에 내 눈에서 불타고 있는 불꽃을 둘러서, 허공에 박아넣었다.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한 허공의 감촉이 나에게는 느껴졌다.
아.
허공의 저 너머에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가.
“드디어··· 다시 만났네, 형!”
보고 싶었어. 내 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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