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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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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43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6.22 22:30
조회
397
추천
3
글자
8쪽

나와 함께 왈츠를.

DUMMY

.







[XX일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기로 한 뒤 수개월이 지났다.

이혼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어서, 3개월, 우리 집은 죽도 밥도 되지 못한 채로 어설프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죽을 맛이었다.


학교에서 그냥 공부를 계속하고 있을 때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평소 같으면 게임을 하려 빨리 집에 갔던 나지만, 집에 가기가 무서워서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나가지 않았던 야간 자율 학습에도 참석했다.


그런데도, 자꾸 내 귓속을 파고 들려오는 다툼소리.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째지는 소리.


야자를 마치고도 계속 우리 집 거실에서 싸우고 있는 엄마 아빠를 지나쳐 내 방으로 들어올 때마다 나는 온갖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때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끝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심연 속으로 누군가에게 손을 잡혀 끌려가는 감촉.


싫어.

또다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무서워,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나야 하는 것이 두려워.

혼자가 된 후의 파랑을 맛봐야 한다는 것이 슬퍼.


제발, 부탁이야.

나에게서 ‘영원’을 뺏어가지 말아줘!]


[···쪽지는 여기까지야.]


“······.”

“······.”


[잠시만. 너희들 괜찮아? 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은데?]


정신 차리자.

나는 지금 게임 중에 있다. 나는 지금 게임 중에 있다.

나는, 지금,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 중에 있다! 나 혼자서 이렇게 슬퍼할 수는 없단 말이다!


“···괘, 괜찮아. 쪽지 내용 잘 들었어. 고마워, 테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는 한쪽 눈에 피어오른 파랑은 제쳐두고 웃었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던 테오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아직도 조금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근데 네 동생은 안 그런 것 같다.]


“내 동생?”


테오의 말에 나는 그제야 피오를 바라보았다.


“피오?”


피오의 온몸이 붉은색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검은 후드에 감춰진 눈은 완전히 빛을 잃어버렸고, 앙다문 입은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겨우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처럼.


“피오?”

“······.”

“피오! 어이 피오! 정신 좀 차려봐! 응? 피오! 피오!”


피오의 어깨를 잡고 나는 계속 흔들어보았다. 하지만 피오의 눈에 생기가 생기기는커녕, 피오의 후드에 들러붙어 있던 붉은 오라가 나를 잡아먹으려 하였다.


무서워.

살려줘.

어디에도 가지 말아줘.

내가 금방 알아차렸다면.

왜 나는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건데!

내 탓이야. 내가 나쁜 아이라서 그래.


제발 나를 봐줘!


“······아아아아아!”


몸 안으로 전달되어오는 테오의 감정에 녀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부짖고만 있었다.

뭐. 테오는 피오의 동경하는 형이기도 했으니, 그 감정이 깊숙이 들어오고 만 것이겠지.

말하고 있는 나도, 겨우 버티고 있으니.


“괜찮아. 괜찮아.”


“············형?”


나는 옆에 있던 피오를 끌어안고 그 작은 등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

이건 피오가 아주 어렸을 때 해줬던 거다.

테오의 집에 놀러 가서 어쩌다 피오가 컨디션이 안좋아 나에게 진 날, 집 떠나가라 울던 피오를 내가 안고 이렇게 해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여기 있어. 괜찮아. 너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난 네 형이잖아.”

“······.”

“형이 우리 귀여운 동생의 편을 안 들고 누구 편을 들까? 물론 네가 나쁜 일을 저지른다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 너를 버릴 수 있을까?”


피오는 그런 나의 말을 듣고는 내 품에서 또다시 울부짖었다.


“아아··· 형··· 혀엉······!”


그 울음소리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 닮아있었다.


“형! 형은 내 형이지? 누구의 형도 아니지? 형은 언제까지나 ···내 편이지? 혼나거나 하지 않을 거지?”

“혼내기는 하겠지. 하지만 언제나 형은 너를 버리지 않아.”


“그럼 우리 가족도··· 언제나 우리 가족이지···!? 헤어지지 않는 거지? 항상 함께인거지?”



“······그럼, 그럼. 한 번 가족은 아무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가족이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설령 우리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다고 해도 엄마와 아빠는 우리에게 여전히 엄마와 아빠이고, 결혼의 연(緣)이 끊긴다고 해도 우리 형제에게는 가족이라는 것도 변함이 없다.


괜찮아. 지금은 나만 알면 돼. 시간이 지나면 피오도 언젠가는··· 진실을 알고 주저앉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계속, 피오 곁에 있을 거니까.


테오가 서로 껴안는 우리를 보고 안도의 웃음을 짓는 것을 나는 보았다.


[자. 너희들이 울고불고하는 사이에 그림자의 턴이 끝났어.]

[그림자는 아까와 똑같이 1만큼 전진했다. 너희들은 정말로 운이 좋군. 연속으로 1이 나오다니.

자. 너희들의 턴이야.]


피오가 내 말을 듣고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그치고,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직 표정은 보여주지 않은 채로.


“형 빨리 가자. 우린 별로 시간이 없잖아. 빨리 이 게임을 클리어하고 아준이 누나를 구해야지.”

“아, 알았어. 이제 피오가 주사위 굴릴 차례인데, 굴릴래?”

“아니야. 이번엔 형이 굴려. 난 좀 생각해야 할 게 있어서.”

“그래? 알았어.”


[그럼 다이스 롤 선언은 지오가 하는 거지?]

“그래. 빨리 굴려줘.”

[알았어. 플레이어의 턴. 다이스 롤, 개시.]


주사위가 돌아갔다. 이 주사위가 나온 숫자에 따라 테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아니면 여기서 멈추는지 결정이 나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대명시에 살았던 민테오의 ‘전’ 친구로서, 이 쪽지들은 다 모으고 싶었다.

나에게 친구라고 불릴 자격은 없어도, 그 애의 이야기는 듣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애는, 나와 여러모로 비슷하니까.


[나온 숫자 : 2]

[플레이어 일행. 2칸 이동.]

[주사위 게임의 쪽지 1개 획득. 남은 쪽지 0개. 서포트 캐릭터 ‘민테오’의 히든 퀘스트, 완료.]


그 음성을 들은 순간, 마음이 놓였다. 주사위 게임을 하며 여러모로 혹사당한 마음이 조금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걸로 테오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오오. 쪽지 칸에 도착했네?]


“마지막 쪽지···.”


[그래. 마지막 쪽지야. 마지막. 이게 네가 알고 싶어 했던 것.

······마지막 내용을 들을 준비는 됐어?]


“응.”


[그래. 바로 시작할게.]


테오는 그렇게 말하고 약간 어두운 얼굴을 했다.

[···SKIP 기능을 잊지는 말아줘.]



[이게 마지막.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자의 말로.


난 그저 영원을 원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지?


엄마도 내 손으로 죽여버렸다.

아빠도 내 손으로 죽여버렸다.


항상 곁에 두고 함께 살고 싶었던 나의 친부모를 결국엔 내 손으로 죽이는 꼴이라니.


하하하.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걱정 마. 엄마, 아빠.

죄는 확실히 갚을 거니까.

그러니까, 나를 용서해줘. 이렇게라도 그들을, 당신들을 가두는 나를 용서해줘.


앞으로도 나와 같이 함께 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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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20.07.31 406 3 6쪽
120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80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4 3 9쪽
118 찰나 20.07.21 430 3 4쪽
117 WAVE 20.07.16 381 3 7쪽
116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6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5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9 3 9쪽
112 아아, 맛있었다. 20.06.29 389 3 7쪽
111 나락 20.06.25 412 3 8쪽
» 나와 함께 왈츠를. 20.06.22 398 3 8쪽
109 ETERNAL 20.06.19 488 3 7쪽
108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20.06.15 39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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