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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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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38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6.25 21:36
조회
411
추천
3
글자
8쪽

나락

DUMMY

.





쪽지는 그게 끝이었다.



누군가의 원한이 담긴 그 쪽지의 내용을 다 듣고, 나는 옆에 있는 테오를 쳐다봤다. 테오는 그 쪽지의 내용을 읽고 나서 줄곧 입을 다물고 앞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앞을 뚫어지라 보면서 동시에 양손을 떨고 있던 그 모습은 견딜 수 없는 무언가에 견디고 있는 모습같이 보이기도 했다.


···물어볼 수만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다,


왜, 하필.

왜 그 길을 택했어? 왜 죽여야만 했어? 왜 그렇게 변해버렸어? 왜 아무에게도 상담하지 않았어? 왜 그렇게 섣부른 판단을 한 거야?


왜.

이럴 때 나는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걸까.


[쪽지는 이게 끝이야.]

“······.”


[···고마워. 이렇게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좀 길었지? 내용도, 그렇게 밝은 내용도 아니었고.]

“왜··· 왜! 왜···!”


나는 당장이라도 테오의 멱살을 잡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었다.


[······.]

“이거 네가 한 짓 아니지? 이건 네가 할 만한 짓이 절대로 아냐. 그렇게도 착했던 네가. 그렇게도 빛나 보였던 네가···! 왜! 이런 짓을!

이건 거짓말이야!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고!”


[다 현실이야.]


테오의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

···뭐?”


[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아까까지는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거 알았잖아.

근데 왜 이제서야 이것만은 거짓이라고, 그 녀석이 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거지?]


나는···.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그때는 좀 더 올바른 길을 택할 마음의 여유가 동이 나버렸다고.

이사 가버린 무정한 친구들에게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털어놓는 것도, 그대로 엄마 아빠를 따라 지옥에 몸을 던지는 것도 난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야···!


모든 것이 백지장이 되는 기분이었어!!]


테오는 울고 있었다.

그것은 제 앞에 있는 누군가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울다 울다 지쳐서 결국엔 웃고 마는 그런 울음소리가 내 귀에 날카롭게 꽂혔다.


[윤지오, 생각해봐. 평생 누군가를 잃으면서 살아온 내가. 이제는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내가.

‘거짓된 영원’ 말고는 끌어낼 수 있던 답이 없던 내가!

이 이상 행복한 답을 어떻게 얻을 수 있어!?]


“······.”

나는 이 이상 테오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나에게 울며 소리치는 테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서 칼을 들고, 누군가를 찾고 있는 나에 대해선, 모른 척하자.


[윤지오. 너는 안 그럴 것 같아? 너도 나와 똑같잖아.

나는 알고 있어. 난 너의 바이오 리본에 줄곧 잠들어있었으니. 나만은 알고 있어. 너의 동생도 모르는 진실을.]



“···아 ···아아···”


[너는 안 그럴 것 같아?]

[너는 나와 같은 상황에 있을 때, 나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너도 망설이지 않았을 거야.]


[그림자의 턴. 다이스 롤, 개시.]

위에서, 갑자기, 소리가.


이 목소리는 주사위 게임 시스템?

그와 동시에 주사위에 검고 붉은 연기가 닿으면서 주사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혹시···!


[그림자는 플레이어가 인식하지 못해도 멋대로 움직인다. 너··· 알고 있었지 않았나.]


“······! 이런!”


[나온 숫자 : 4]

[그림자와 플레이어, 조우.]


아.

나는 주사위 게임 시스템의 딱딱한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테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내 뒤에, 이제는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어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부모님이 있었다.

······.

안 돼. 이걸 피오가 보면!


“피오! 보지 마. 보지 마!”

“형···.”

“눈을 감아! 눈을! 빨리. 넌 아직··· 보면 안 돼!”

“형······.”

“언제까지나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엉?!”


“형.”


갑자기 진지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채로 피오를 바라보았다.


후드에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검은색과 붉은색의 오라를 두르고, 뭔가를 조정하는 것만이 보였다.

어?

이건, 아까의 주사위를 조정하던 연기?



“지오 형. 정말, 미안. 정말, 정말로··· 미안?”

“피오···?”


······잠시만.

잠시만.



그림자의 주사위를 네가 왜?

···그럼 나와 함께 줄곧 있던 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


??가 나를 그림자 쪽으로 밀쳐내는 감촉.

그리고 뒤에서 풍기는 피의 비릿한 냄새.

여태까지 쌓아 올렸던 ??와의 유대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려가는 소리.


“이건, 형의 ‘영원’을 위한 세계니까.”


누군가가 나락으로 빠져가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것을 보았다.

검은 후드의 목 부분에 하얀 밧줄을 두른, 누군가가.




# # # # #




“······.”

“···뭘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거야?”

“······.”

“뭘 잘못 먹었어? 아까부터 그 아이가 누워있던 침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거기서 무슨 연구 결과라도 나온대?”

“우리가 한 거. 정말로 이걸로··· 된 거지?”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야? 당신도 그 아이를 이용하는 거에 찬성했지 않나?”

“그래도 이제 다섯 살 된 아이를 여기 데려와서 거짓말로 속이는 건···”

“그래도, 당신은, 할 거잖아?”


“······.”

“어휴. 당신이 나만큼이나 전자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말에 따라줬으면서.”

“······그렇긴 하지···.”

“이제 남은 것은 이 전자파를 쐬고 나서 그 아이가 가진 생각과 감정들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체크하면서 그때를 기다리는 거야.

당신이 그 애 체크 좀 해줘.”


“내, 내가?”

“그래. 나는 나와 당신에게서 뽑아낸 데이터를 다듬는데 바쁜 거 알잖아.

여기 있는 가족사진을 통해서, 그 아이가 현재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감정이 격해지지는 않았는지 체크가 가능하니까. 그것을 일지로써 남기면 단기간 안에 제이드 전자파에 대한 정보가 꽤 모일 거야.”

“······알았어.”


“···감정이 격해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그 아이는 점점 제이드 전자파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거야.

선천적으로 제이드 전자파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아이의 몸과 지금까지 우리를 실험체로 써서 모은 데이터가 있으면, 그 아이는 가상현실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가상현실의 관리자(신)이 되겠지!

천하무적의 신이.”


“······신···.”


“아하하! 가상현실의 신! 이거 참 기대되는걸?



···그럼 그 신이 탄생했을 때, 나는 가상현실의 관리자를 키워낸 연구자가 되는 건가!

생각만 해도 황홀해지는 울림이네?”


“······.”

“당신도, 협력해 줄 거지?”


“물론. 나에게 이 실험은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하니까. 다른 그 무엇보다도.”


‘씨-익.’


“역시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해줄 수 알았어! 자! 그럼 어디 한번 시범적으로 데이터를 뽑아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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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79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4 3 9쪽
118 찰나 20.07.21 430 3 4쪽
117 WAVE 20.07.16 381 3 7쪽
116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6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4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9 3 9쪽
112 아아, 맛있었다. 20.06.29 388 3 7쪽
» 나락 20.06.25 412 3 8쪽
110 나와 함께 왈츠를. 20.06.22 397 3 8쪽
109 ETERNAL 20.06.19 488 3 7쪽
108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20.06.15 39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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